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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12화 (912/1,559)

제 912화

꽈드드득…….

마나에 이어 신력으로 강화된 근육이 터질 것처럼 압박되며 피부가 붉어지기 시작했다.

둘이 서로의 손을 강하게 마주잡고 팔씨름을 한다는 건 퍽 웃긴 노릇이다.

상대는 프리아 여신이 과거 봉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별.

금우궁 타우르스.

그 본체인지 아닌지는 굳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었다.

상대는 별자리.

그야말로 별의 힘을 지닌 존재다.

“그만 포기하지?”

싸늘하게 웃으며 힘을 주자, 서서히 놈이 밀리기 시작한다.

콰득!! 콰드드득!!

하지만 저항이 상당한 탓에 외려 여파가 주변으로 이어지고 있다.

팔꿈치를 지지하고 있는 반상은 멀쩡하지만 주변의 대지가 쩍쩍 갈라지며 비명을 질러대고 있는 꼴이다.

“어째, 힘겨워 보이는데?”

꽈드드드득!!

근육이 비틀리는 소리가 더욱 강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놈을 불러들였던 별자리의 빛이 더욱 강해진다.

그리고 그 여파는 하늘의 구름을 소용돌이처럼 바꾸기 시작했고 이내 정체 모를 오로라 현상을 일으켰다.

이곳은 아메리카의 남단.

오로라 현상이 벌어질 만한 곳이 아니었다.

즉, 이 기현상 모두가 놈의 힘에서 파생되어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뿌드드득!!

대지가 다시 갈라지기 시작한다.

오로지 물리력으로 이루어진 막대한 힘은 대지를 가르다 못해 바다와 대기까지 비틀며 가르기 시작했다.

“실화냐? 으억!”

순식간에 놈의 힘이 강해졌음을 깨달은 나는 밤하늘에 빛나는 맹렬한 별자리가 그의 힘을 보충시켜 주고 있음을 깨달았다.

“어디 해 보자 이거지.”

하.

스스스스스…….

이렇게 자존심 싸움으로 번진 이상.

[절대 지지 마라. 이건 자존심 싸움이다. 쪼다마냥 어디 가서 지고 다니지 마라.]

[형처럼요?]

[…….]

무조건 이긴다.

콰지지지지직!!

순식간에 내 팔뚝으로 혈류가 가속하면서 어마어마한 물리력이 동반되기 시작했다.

“어디 끝장을 보자 이거지. 그래 받고 더 얹는다.”

콰지지지지지지직!!!

백금색의 금이 허공에 가기 시작했다.

평범한 반신 이상의 존재들의 힘겨루기에 주변 공간이 버티지 못하기 시작한 것이다.

* * *

[멍청한 것! 뭐 하는 거냐! 이리와라!]

“아니 잠깐만요. 수호자님. 아 찾았다.”

그렇게 말한 소야가 숲속에 놓아 둔 상자를 낑낑거리며 가져왔다.

인어의 꼬리를 지녔지만 그녀는 아주 낮은 높이로 날아오르는 힘도 가지고 있었다.

“수호자님. 변신. 변신.”

[뭐? 지금 제정신이냐?]

“어서요!”

다급한 소야의 말에 베헤모스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 이내 눈을 감았다.

동시에 빛으로 화하며 소년의 형태로 변신했다.

“자 받으세요!”

그녀가 내민 것은 알록달록한 형태의 안경, 아니 선글라스였다.

흔히 말하는 3D안경이다.

나란히 앉은 채 두 미치광이 반신의 힘겨루기를 구경하는 소야와 베헤모스였다.

콰지지직 콰직! 콰아아앙!!!

결국 데이비와 타우르스의 힘이 주변을 완전히 파괴시켰다.

그러나 끝내 승부를 내지 못한 둘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팔씨름 따윈 집어치우고, 서로 양손을 깍지 끼듯 잡은 채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물리력의 폭풍이 충격파를 만들어 낸다.

와작! 와작!!

그리고 그 둘의 기괴한 꼴을 소야와 베헤모스가 팝콘까지 씹어 먹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맛있네요! 볼거리와 맛거리까지 완벽해요!”

[대체 이런 건 어디서 가져온 거냐.]

“최근 친해진 인간이 있어요. 그 인간에게 받았어요. 언젠가 쓸 곳이 있을 거라고. 이 안경말이죠. 마나를 볼 수 있대요.”

와작. 와작!

[멍청하기 짝이 없군.]

“와아아…….”

와작와작!

[다 먹었다. 더 줘라.]

“여기요.”

와작와작.

[맛있군. 그런데 팔씨름을 한다더니 왜 저러고 있는 거냐.]

“저도 몰라요. 저흰 그냥 구경이나 하죠.”

콰아아앙!!!

거대한 풍압과 함께 서로 일진일퇴의 힘겨루기가 계속 되었다.

데이비가 살짝 밀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타우르스가 일방적으로 짓눌리기도 하는 상황이다.

파악!!!

그리고 그렇게 힘겨루기를 하던 데이비와 타우르스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손을 놓으며 물러났다가 그대로 강하게 대지를 구르며 주먹을 내질렀다.

쿠우웅!!!

어마어마한 물리력이 충돌하며 소닉붐은 감히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의 풍압이 터져 나간다.

휘리릭. 터엉!!!

반사적으로 소야에게 날아오는 풍압을 수염 같은 촉수로 처낸 베헤모스는 소야가 먹여 주는 팝콘을 우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벗어나야겠군.]

“네?”

[이 일대가 곧 사라질 거다.]

콰아앙!!!

주먹끼리 충돌한 충격파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흐읍!”

콰아앙!!!

한 차례 충돌로 서로의 힘겨루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깨달은 데이비와 타우르스는 그야말로 서로를 향한 난타를 퍼붓기 시작했다.

주먹 하나하나가 서로 충돌하며 대지를 뒤흔들고 주변의 바다를 폭풍 속에 처박아 넣었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아주 미친놈마냥 주먹을 휘두르던 데이비가 타우르스의 복부를 후려치기가 무섭게 그가 거대한 다리를 들어 똑같이 데이비를 걷어차 날린다.

처음으로 서로 일격을 주고받은 것이다.

하지만 고요한 타우르스와 다르게 데이비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이런! 빨리 벗어나야겠군!]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데이비의 주먹이 빠르게 당겨진다.

“다음 역은 종점이다.”

[칭호 파괴자를 장착한다.]

과거 무식한 힘을 지니고 있던 아틀란티스의 존재. 안타레스를 처리하고 얻었던 칭호.

칭호를 사용하는 그대로 육체 능력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사기를 치기 시작했다.

‘버프 마법이 하나라곤 안했다.’

힘 하나는 인정할 만큼 대단한 놈이니 이쪽에서 사기를 좀 친다고 해서 문제될 것도 없다는 게 데이비의 생각이었다.

이윽고 데이비의 몸에서 쏟아져 나오던 힘이 전과는 비교도 할 수없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화아아아아악!!

검붉은 기류가 일순간 모여들더니 그대로 회오리를 일으키듯 회전하며 파고들었고.

콰아아아아앙!!!

섬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것도 모자라 일대 공간을 하늘 저편까지 일그러뜨리는 공격이 쏟아져 내렸다.

반면 계속되는 연타에 지치기라도 했는지 타우르스는 그것을 막아 내지 못했고, 그대로 데이비의 주먹에 적중당하며 크게 휘청거렸다.

파박!!

물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데이비는 미련 없이 그에게 파고들었고, 그의 거대한 다리를 휘감듯 잡아서 들어 올리고는 점프하여 높게 뛰어올랐다.

퍽!! 퍽!!

이에 타우르스가 반격하듯 공격을 가해온다.

매 일격마다 대기를 뒤틀고 공간을 부술 정도의 힘이 담겨 있었지만 그런 공격은 데이비의 반격에 모조리 차단당해버렸다.

그리고.

하늘 높이 떠오른 데이비가 놈을 엎어치기하듯 그대로 지상으로 내리 찍는 것과 소야를 휘감은 베헤모스가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엄청난 속도로 벗어난 것은 거의 동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콰아아앙!!

단순히 2미터가 훌쩍 넘는 거한을 공중에 메다꽂았다곤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터져 나간다.

대지가 뒤흔들리고 범위 내의 모든 물리 법칙이 뒤틀려 나갔다.

부서진 섬의 파편은 마치 역중력을 받듯 하늘로 솟아올랐고, 그렇게 가라앉아버린 섬의 여파는 이전 하와이 섬 주변에서 있었던 것 이상으로 엄청난 충격파를 만들어 냈다.

이 여파가 그대로 퍼져 나가면 남부 아메리카 지역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해일과 폭풍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곧 막대한 백색의 빛이 주변의 폭발적인 여파를 강제로 짓누르며 서서히 잠재우기 시작했다.

해일을 다루는 심해의 폭군. 베헤모스의 힘이었다.

하지만 베헤모스의 힘도 충격파를 잠재우는 데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환수왕의 힘으로도 그 이상의 힘을 막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냈지만, 대상이 대상이다 보니 애초에 허탈해할 것도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단순 물리력으로 천체에 가까운 힘을 끌어낸 타우르스는 자신의 몸 일부가 공허하게 뚫려버린 것을 보고는 물위에 고요히 선 채 침묵했다.

찰박, 찰박…….

물소리를 일으키며 거대한 먼지구름 속에서 데이비가 가볍게 걸어 나왔다.

그리고는 어깨를 가볍게 풀며 타우르스를 향해 다가간다.

사생결단이라도 낼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데이비와 타우르스는 제대로 싸운 적이 없었다.

오로지 힘겨루기만을 했을 뿐.

즉, 상대를 죽이겠다는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는 말이다.

하늘에 뜬 금우궁의 별자리가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하며 그와 동시에 현신했던 타우르스의 육체가 서서히 빛의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그리고는 완전히 사라졌다.

놈이 죽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데이비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이놈 이거. 대체 뭘 하려고 나타난 거야.

* * *

[미친놈! 까딱 잘못했으면 대륙에 대참사가 벌어질 뻔했다!]

“네가 인간의 목숨을 그렇게 생각하는 줄은 몰랐는데. 베헤모스.”

[그것은!]

베헤모스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끙끙대더니 이내 포기한 듯 침묵했다.

“대체 이놈은 뭘 하러 온 거야.”

거해궁과 처음 접촉했을 때 놈은 이 땅에 현신할 수 없었다.

정확히는 현신을 할 수 있으나, 그가 행하는 모든 영향력에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즉. 코스트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힘을 행사하는 게 바로 별자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거해궁은 영악했고 자신의 코스트를 최소한으로 지불하는 것으로 간섭을 시작했다.

하지만 금우궁은 달랐다.

4월의 별자리라 하였던가.

이 미친 소는 뒤도 안 보고 그대로 본체의 일부를 이곳에 현신시켰다.

아마 그 과정에서 그가 지불해야할 코스트는 엄청났으리라.

그런 주제에 아무것도 안 하고 나를 보자마자 팔씨름을 제안했다.

죽이려는 행동 따윈 없었고, 오로지 순수하게 힘겨루기에 미쳐 있었다.

그리고 사라진 지금.

한 번 잃은 코스트를 되찾을 수도 없는 놈이 대체 무슨 이유로 여기 까지 내려와서 내게 힘겨루기를 신청하고, 맹렬하게 산화했는지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단순히 생각하면…….

“설마, 진짜 단순하게 힘겨루기를 해 보고 싶어서 무작정 돌진한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아무리 단순무식하게 힘으로 공간을 찢어발기던 놈이라 해도 일단은 반신급 존재가 그럴 리가 있나.

그렇다면 놈이 이곳에 내려와 나와 충돌하고 무언가를 얻으려 했다는 쪽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계약자. 그냥 단순히 계약자와 힘겨루기를 하고 싶어서 무식하게 현신한 거라곤 생각지 않나?]

“그래도 꼴에 반신이야. 미쳤다고 그런 짓을 할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설마…… 아니겠지.

나는 애써 그 가능성을 부정하며 지금은 바다가 되어버린, 섬이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미안한데. 피서지는 다른 곳에 새로 찾아라. 뭔 지구만 왔다하면 섬을 하나씩 아작내고 있네.”

벌써 내 손에 증발해버린 섬만 두 곳이다.

이러다가 자칫 대륙까지 흔드는 건 아닐까 괜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새파란 하늘에는 금우궁의 별자리의 빛이 사라진 후였다.

막대한 힘을 지닌 별자리와의 접촉은 생각보다 단순하면서도 복잡했다.

“알아서 하라지. 이쪽도 귀찮다.”

어차피 이쪽은 은퇴한 입장이라. 굳이 직접 나서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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