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24화 (924/1,559)

제 924화

[신의 뜻에 따라. 어린양을 구원하고자 하오니.]

[나의 주여. 가련한 양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죽음이 나의 앞을 막을지라도, 신앙으로 이겨내게 하시옵고.]

치이이잉!!!

에반젤린의 몸 주변으로 붉은 화마 같은 것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헤쳐나갈 때 등불이 되어주시옵고]

[가시밭길을 헤쳐나갈 용기를 주옵시기를]

화르르르륵

“이건……”

-그어어어어!!

에반젤린을 공격하려던 몬스터들이 주춤거리며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에반젤린에겐 영향이 끼치지 않고 있지만, 몬스터에겐 굉장히 뜨거운 열기를 전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아. 나의 주여. 기도를 들어주옵소서]

[6급 성마법]

[신의 방패]

쉬리릭! 쩡!!

강대한 화마의 방패가 에반젤린을 기준으로 빙빙 돌며 그녀를 보호한다.

휘리릭 터엉!!

동시에 숲속 저편에서 남빛의 로브를 뒤집어쓴 누군가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려들더니 그대로 새하얀 빛을 머금은 거대 도끼를 휘둘러 근처에 있던 오우거 한 마리의 머리통을 으깨버렸다.

콰직!!

“자매님. 물러나세요.”

-크아아아아아!!

나지막한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금빛 자수가 놓여진 남색의 로브를 뒤집어쓴 그녀는 놀라울 정도의 몸놀림을 보이며 닥치는 대로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그녀의 참전에 몬스터들이 당황하며 주춤거린다.

그동안 검을 들고 일어난 에반젤린이 이를 악물고 검을 당겼다.

몬스터의 사이로 뛰어든 여성이 종횡무진 빛이 머금어진 도끼를 휘두르지만, 몬스터의 수가 그리 빨리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중검]

[산맥 가르기]

콰작!!!

일순간 그녀의 검에서 검기가 터져 나오며 몬스터들을 베어 넘겼다.

“자매님…….”

“위, 위험해요!”

“감사합니다.”

순간적으로 오거 한 마리에게 뒤를 내어주었던 그녀는 자신을 도와준 에반젤린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한 뒤 더욱 다 강한 빛을 토해내는 도끼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무슨 상황이건 여기서 몬스터가 새어나가면 모조리 영지로 향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둘 수 없기에 에반젤린은 다시 힘을 갈무리하며 적들을 베어 넘겼다.

이질적인 조합.

경험이 부족한 탓에 그녀는 무리하게 힘을 발산했고 지금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굉장히 강한 어떤 신관의 도움으로 다시 여유를 되찾은 그녀는 다시금 종횡무진 몬스터들의 공세를 쓸어넘겼다.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추듯 몬스터들을 일방적으로 찍어누르기를 한참.

계속되듯 몰려오던 몬스터들이 몰려온다.

두 사람의 손에 쓰러진 몬스터만 이미 수백.

아무리 수가 많아도 피해가 너무 막심하다고 판단했는지 더욱더 거세게 몰아붙였다.

“젠장…… 수가 이렇게 많을 줄이야…… 자매님! 퇴로를 뚫겠습니다! 따라오세요!”

“하지만!”

“여기 있으면 몬스터의 습격을 알릴 소식도 전할 수가 없습니다! 여기선 후퇴를!”

“꺅! 신관님!”

그때 숲 저편에서 다수의 가고일들이 날아들어 그녀에게 덤벼들었다.

거대한 도끼를 나뭇가지 휘두르듯 가볍게 휘두르는 그녀였지만 연계를 하듯 몰려오는 몬스터의 공격에 허를 찔리고 말았다.

파악!!

가고일의 다리가 그녀의 양어깨를 잡고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이익!!”

이에 그녀가 다시 신성력을 발현하려던 그 순간이었다.

“은총. 가져갑니다.”

누군가에 하는 건지 모를 굉장히 건방진 기도가 울려 퍼졌다.

[9위계]

[신의 중지 손가락]

콰지지직!!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빛의 기둥이 몬스터들 중 일부를 일순간 지워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뒤이어 하늘에서 떨어진 소나기 같은 비가 몬스터들을 꿰뚫어버리기 시작했다.

“9…… 9위계 기적…….”

신관 여성은 기겁한 듯 중얼거리며 떨어지자마자 주저앉아 버렸다.

방금 들려온 건 분명 신성력을 발현하기 전 준비하는 영창이었다.

하지만 9위계는 사용하는 이도 본 적 없을뿐더러. 사용한다 할지라도 그 영창으로 몇십분을 쉬지 않고 읊어야 겨우 발현 가능한 절대 기적에 가깝다.

그걸 단문으로 읊은 것도 경악스럽건만…….

성마법 두 개를 동시에 발현할 줄이야.

순식간에 몬스터들을 몰아붙이는 빛의 폭우에 몬스터들은 괴성을 내지르며 우왕좌왕하기 시작했고 이내 어딘가에서 삐이이이이!! 하는 소리와 함께 일제히 도망치듯 물러나기 시작했다.

수천의 몬스터 공세를 고작 두 명이 막아낸 것이다.

굳어버린 채 그 꼴을 보던 신관의 후드 부분에 바람이 일며 그 후드가 넘어갔다.

그리고, 남색의 긴 생머리가 흩날렸다.

나이는 약 20대 초반 정도.

놀라 동그랗게 뜬 눈이 인상적인 여성이었다.

“이게 대체…….”

그녀는 좀 전의 상황이 이해가지 않은 듯 떠듬떠듬 중얼거렸다.

스릉…….

그때 여성은 자신의 목에 커다란 흑빛의 창날이 걸리는 것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움직이지 마라. 이단심문회.”

“……당신은…….”

“네게 물어볼 게 참 많아.”

그 말에 여성은 자신의 뒤를 장악한 존재를 보려고 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정말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녀를 굳어버리게 만들었다.

[가시밭길을 헤쳐나갈 용기를 주옵시고…….]

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수차례 기도문을 읊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어렵게 고개를 돌렸다.

“아빠!!”

주변을 에워싸던 살기가 갑작스레 사라졌다.

아빠?

놀란 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는 볼 수 있었다.

방금 전 그녀가 구했던 이 정의로운 아가씨가 아빠라 부르며 나이 차도 별로 나지 않아 보이는 청년에게 매달리는 것을 말이다.

“아빠 안 돼요! 예쁜 언니는 날 구해줬단 말이에요!”

그 말에 청년이 조용히 소녀를 잡았다.

그리고는 좀전의 살기와 위압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처럼 말했다.

“이제 도망 못 간다. 에반젤린.”

“네?”

* * *

“영광입니다. 대륙의 성자. 저는 이단심문회 3군단 집행관 힐데스노바 라고 합니다. 편하게 힐데스라 불러주십시오.”

남색 로브를 입고 있던 신관 여성 힐데스는 눈앞의 사내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래. 힐데스 양. 그쪽. 이단심문회지?”

데이비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당신께선? 제가 생각하는 그분이 맞으시는지요.”

“맞다면 맞겠지. 데이비 올 라운이다.”

“아아. 역시.”

그녀가 양손을 모아 기도하듯 중얼거렸다.

“프리아 여신께서 아직 저희를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그녀가 그리 중얼거렸다.

“그래서. 이단심문회가 여기 무슨 일이지?”

“리나 성녀님의 명을 받고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이단을 회개시키고 다니던 중 이곳에 발걸음이 닿았던 것뿐입니다.”

리나 성녀?

데이비가 그녀를 향해 다시 물었다.

“리나 성녀가?”

“……네. 데이비 성자님. 당신이 이단심문회 본관을 부숴버린 이후로 성국에서는 이단심문회가 그동안 저질러온 광신도적인 악행에 경악했습니다. 그리고, 방침과 규칙을 바꾸어 새로운 조직으로 개편했지요.”

그게 현재의 이단심문회다.

이단심문회가 사라질 순 없다. 그들이 없어지는 순간 보란 듯이 사이비 종교들이 들고 일어날 테니 말이다.

문제는 그냥 사이비 종교가 아니라 굉장히 악질적인 사이비 종교가 많이 생길 거라는 점이었다.

“프리아 교단이 타 종교를 억압하는 교단은 아니지만, 이 정도가 지나치면 저희가 손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저희 성국이 3 제국과 맺은 조약이니까요.”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네.”

“그런데…… 왜 제게 무기를 겨누신 건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별거 아니고, 지금 내가 이단 심판자 놈들을 잡고 있거든.”

“심판……자요? 집행자가 아니라?”

“그래 집행자가 아니고 심판자.”

“그럴 리가요. 심판자라 칭하는 건 교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그렇겠지. 너희 인간들이 짠 기준에서는.”

그 말에 그녀가 눈을 크게 떴다.

“그게 무슨…….”

“좀전의 몬스터에 대해 아는 게 있나?”

“아…… 네! 비슷한 사례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상하지 않던?”

“…….”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낀 그녀가 입을 다물었다.

“그게 그놈들 수법이야. 뭐. 이단심문회라고 해서 솔직히 뭘 좀 알고 있나 싶었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네.”

“성자님.”

“복귀해. 가서 리나 성녀에게 너희 프리아 교단을 사칭하는 놈이 나타났다고 말해.”

물론, 그런 거로 세세하게 따지면 데이비 올 라운이라는 존재 또한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교단을 사칭하는 존재.

그것도 이단심문회를 사칭하며 과거의 이단심문회도 하지 않았던 과격한 숙청을 진행하고 있는 자들.

“……그럴 수 없습니다. 전서구는 보내겠지만 저도 돕게 해주십시오.”

그녀가 고개를 숙여 물었다.

“거절할게. 솔직히 걸리적거려.”

“저…… 전 자랑은 아니지만 6급 성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는 1등 집행자입니다! 반드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쓸모를 주장하며 소리쳤다.

“확실히 심문회도 많이 바뀌었네. 예전엔 굉장히 고압적이고 정신 나간 것들만 가득했는데.”

“당신 덕분에요. 전부 바뀌었습니다.”

“그래.”

담담하게 말한 데이비가 돌아섰다.

“그래도 안 돼.”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돼. 목에 무기를 겨눈 건 사과하지. 솔직히 딸아이가 위험에 처한 상황이라 꼭지가 돌아있었거든.”

“정말 따님이십니까?”

“응.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그 미소에 힐데스는 놀란 듯 그를 보다 조용히 고개를 숙여보였다.

“제가 도울 건 정말 없겠습니까.”

“글쎄. 없다니까. 길 안내나 잘해주면…….”

“아! 저는 이곳에 대해 잘 압니다! 어지간한 용병들보다 더요!”

“음?”

“제가 어릴 때 이곳에서 자랐습니다! 제게 맡겨주십시오! 저희 이단심문회는 비록 당신과 좋지 않은 일을 겪었지만 그건 그때입니다. 신성한 의무가 눈앞에 있다면 그것을 처리하는 게 맞습니다!”

그녀의 외침에 데이비는 조용히 턱을 어루만졌다.

“그래? 그럼 부탁 좀 하지.”

“예. 그럼 당장…….”

“아니 그전에.”

데이비가 상자를 꺼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두 개의 상자 안에는 토끼와 곰 인형이 각각 들어있었다.

대륙의 성자가 이런 귀여운 취미가 있었나?

힐데스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에반젤린이 삐져서 말이야. 선물을 좀 줄까 하는데. 어떤 게 좋을까.”

그 말에 힐데스가 벙찐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에반젤린이라면…….”

“네가 구해준 우리 딸.”

“아…….”

그녀는 놀란 듯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손을 뻗었다.

“토끼 쪽에 한 표 걸겠습니다.”

“믿고 간다.”

그렇게 말하며 토끼 인형이 든 상자를 리본으로 포장한 데이비가 벌떡 일어났다.

저 인간이…… 이단심문회를 자비 없이 개 박살 냈고, 한때 성국에 찾아와서 메테오 수십 개를 소환해낸 뒤 협박을 하던 그 인간인가.

저 인간이. 단신으로 대륙을 지키기 위해서 준비를 해왔던 치밀한 지략가인가.

그냥…….

“단순한 딸바보 같은데…….”

힐데스는 조용히 고개를 저어 보였다.

* * *

나무 의자에 앉아 음료수를 홀짝이던 에반젤린은 자신의 앞에 털썩 주저앉은 이를 보며 시선을 회피했다.

“미안해. 에반젤린.”

동시에 그녀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사과해야 하는 건 자신인데.

왜…….

“아빠가 에반젤린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렇게 말하며 데이비가 상자를 내밀었다.

“선물이야.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그 말에 에반젤린은 조심스레 상자를 받아 그것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든 토끼 인형을 보며 발그레해진 표정을 짓고 소중하게 인형을 품에 안았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렀다.

이런 데 아빠가 아니라고?

이렇게 밑도 끝도없이 사랑해주는데.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걱정해주는데.

아빠가 아니라고?

친부모고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에반젤린은 인형을 품에 안은 채 끅끅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데이비가 허둥거린다.

“에반젤린? 아빠가 뭐 잘못한 거 아니지 응?”

“흐흑…… 흑…….”

눈물이 몽글몽글 맺힌 채 흐느끼던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빠…….”

덜컥!!!

꼭 산통을 깨는 놈들이 있다.

“여기 남쪽 초원에서 난동을 부려 엄청난 피해를 입힌 용병이 있다고 들었다! 얌전히 따라와라! 영주님의 아드님이신 왈도 도련님께서 찾으신다.”

기사들의 난입. 무거운 분위기에 용병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에반젤린? 아빠 품에 안길래?”

“흐끅…… 흑흑…….”

“괜찮으니까 어서.”

아이를 달래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어이 이봐!! 감히 내 말이 들리…… 읍읍!!”

“좀 닥쳐봐. 지금 중요한 거 안보여?”

그러거나 말거나. 데이비가 손을 휘젓자 기사 중 하나가 입을 틀어막고 읍읍 소리를 냈다.

“아빠…… 아빠는 정말 제 친아빠가 맞아요?”

에반젤린의 물음에 데이비가 빙그레 웃어보였다.

“그럼. 아빠가 가짜 아빠게?”

“하지만 제 부모는…….”

“제 자식 키워놓고 방치하는 몹쓸 놈들보단 아빠가 더 아빠 같지 않냐?”

장난스레 씨익 웃는 데이비를 보며 에반젤린은 자신이 그동안 해온 고민이 아무런 쓸모가 없음을 느껴버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물어야 했다. 계속해서 자신을 괴롭히는 그 한마디가 정말 진실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아직 정신이 성숙하지 못한 어린아이에게 너무 큰 고민거리였으니까.

“그…… 그럼…… 아빠가 이클립스를 죽였다던 건…….”

그 말에 데이비가 멈칫했다.

동시에 자신들이 무시당했다 판단한 기사들이 데이비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이놈! 기사의 명을 무시하는…….”

“이봐. 좋은 말할 때 그 칼 내리는 게 좋을걸? 난 감당할 자신이 없는데 말이야.”

“닥쳐라. 용병 놈!”

기사의 외침에 데이비는 에반젤린을 품에 안아 들어 올렸다.

“가면서 이야기하자.”

“네?”

“아빠가 이야기 다 해줄 테니까. 그리고, 용사가 되고 싶다고 했지? 아빠가 도와줄게. 아빠랑 같이 여행이나 좀 할까?”

“정말요?”

“그럼. 그러니까 그런 건 다 잊고…….”

그 말에 에반젤린이 굳어버렸다.

이에 데이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이게 아닌가?”

“후우…… 멍청한 양반. 거기서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기사들에게 둘러싸인 상황 속에서도 태평하기 그지없다.

“에반젤린?”

데이비의 물음에 에반젤린이 울음을 억지로 참듯 입을 앙다물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데이비를 올려다보았다.

“저…… 미안하다. 아빠가 말실수를 했나 보네.”

“……아니에요.”

“그래. 그럼…… 이쪽 인간들도 나를 찾아왔었지?”

그렇게 말한 데이비의 눈에 스트레스로 인한 섬뜩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뭐해. 안내해. 가자며?”

“네놈이 숲에서…….”

“그래. 내가 했다. 그러니까 안내해.”

“따…… 따라와라…….”

그 눈이 번뜩이는 미소에 기사들은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명령에 따르기 위해 움직였다.

같은 시각.

“사…… 살려줘! 내, 내가 누군지 알아?! 이 땅을 지키는 영주의 아들이야!! 그만…… 그만!!”

“이단이다.”

“이단이다.”

마치 기계처럼 읊는 소녀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이단에게 자비가 어디 있습니까. 회개는 다른 곳에 가서 찾으세요.”

콰직!!!

그렇게 그를 으깨버린 소녀는 도끼를 가볍게 어깨에 두르며 말했다.

“대륙의 성자가 올 겁니다. 잽싸게 후퇴하세요.”

“예. 심판자님.”

“두고 봐라. 데이비 올 라운. 오라버니를 죽인 너는 내가 반드시 파멸시킬 테니.”

섬뜩한 중얼거림을 내뱉으며 그녀가 움직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