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30화
262. 무게의 한계
검은색의 앙증맞으면서도 슬림한 마법사 복장. 머리보다 더 큰 챙이 달린 모자를 쓴 소녀가 펍에서 조용히 술을 들이켠다.
소녀의 키는 솔직히 술을 마실 수 있는 성년이라고 보기엔 너무 어려 보였지만 안대를 하지 않은 한쪽 눈에 담긴 무게는 그 어떤 성인보다도 무겁고 깊었다.
벌컥…… 벌컥…….
“이보쇼. 아가씨. 다른 놈들 다 갔는데. 언제까지 마실 거요.”
“신경 꺼.”
“허어…… 돈을 받았으니 내온다만. 내 살다 살다 아가씨처럼 주당은 처음 보는구먼.”
“취기가 오르지 않아.”
“으잉?”
노인이 하던 것을 멈추고 그녀를 보았지만, 그녀는 세상 다산 노인마냥 가라앉은 눈으로 고개까지 젖혀가며 맥주를 들이켰다.
“맛도 안 느껴져.”
“흐음…… 어디 아프시우? 이래 봬도 아트렐리아 최고급 맥주로 손꼽히는 마석 발효 맥주인데.”
“주인장. 더 가져와.”
“허어…… 젊은 아가씨가 이 야밤중에 겁이 없구만. 그러다가 괴한이라도 만나면 어쩌려고. 보아하니 귀한 집 아가씨 같은데.”
“귀한 집이라…….”
소녀가 허탈하게 웃어보였다.
“영감.”
“으잉?”
“여기 계산.”
그녀는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건네주고는 일어나 가게 밖으로 향했다.
“이건 뭔…….”
소녀가 떨어뜨려 놓고 간 것은 화폐가 아니었다. 빛을 머금은 작은 마석이었다.
“어, 어어? 이보쇼! 마석이라니! 이런 거로 대금을 치르면 곤란한데?!”
그 외침에 멈칫한 소녀가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을 본 주인장은 그녀에게서 알 수 없는 아련함과 섬뜩함을 느꼈다.
“그거면 돼?”
“음? 그게 무슨 소리요. 마석은 국가에서 통제 중이라 거래도 안 되…… 어라? 흐업!”
손에 쥔 마석을 내려다본 주인장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그도 그럴 것이 좀 전까지만 해도 빛을 뿜던 마석이 어느새 번쩍거리는 황금으로 변해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정도 양이면 이미 소녀가 먹은 술값을 모조리 제하고도 몇 년은 놀고먹을 양이었다.
아무리 상류층 인간이라도 이만한 황금을 쾌척하고 간다고?
좀 전의 마석을 떠올린 주인장은 혹시 이게 가짜가 아닌가 싶어 살살 깨물어보기도 했다.
선명하게 나는 이빨 자국을 보며 펍의 주인장이 인상을 찌푸렸다.
동시에 소녀의 뒷모습에서 이상하리만치 강한 직감을 받았다.
“이름! 이름을 물어도 되겠소?!”
왜 이름을 물은 것일까.
본인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주인장은 아이답지 않게 깊고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는 소녀를 향해 소리 질렀다.
“이름이라…… 그냥.”
짧게 침묵한 그녀가 입을 뻐끔거렸다.
동시에 주인장의 눈이 서서히 커지더니 이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멍하니 있던 그는 상념에서 빠져나온 듯 화들짝 놀라 손을 뻗었지만.
소녀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이후. 얼마 가지 않아 저 먼 곳에서 거대한 빛줄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저긴…… 대 마탑이 있는 곳인데?”
* * *
“데이비…….”
검은 복장을 한 소녀. 밀리아가 이를 뿌득 갈았다.
“데이비 올 라운!!”
그녀가 바닥을 박찬다.
도저히 작은 체구에서 나온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는 힘이 주변으로 퍼져나가며 지면을 내려앉게 했고, 그녀는 그 힘을 반작용 삼아 날아들어 나를 향해 덤벼들었다.
막대한 물리력이 뒤섞인 일격에 이어 추가타가 들어온다.
제 몸집만 한 거대한 거병을 연속적으로 휘두르는 와중에도 서서히 신성력이 그녀의 몸에 스며들었다.
본래 신성력을 발현했던 이가 아니었다.
특수한 힘에 의해 그녀는 막대한 힘을 품고 있는 것이다.
카앙!! 스르릉!!
거대한 도끼를 한 손에 든 홍단이로 받아낸 뒤 슬쩍 검 끝을 비스듬히 내린다.
그러자 그녀의 거병이 그대로 미끄러지며 자세가 무너졌고 나는 그대로 파고들 듯 홍단이를 회수했다.
거병과 홍단이가 충돌하며 강렬한 불꽃이 튀었다.
“흡!”
“이 악물어.”
[마왕 유르그 식(式) 군중제어기]
[명치 X나 세게 치기]
쩌어엉!!!
그녀의 신형이 ㄷ자로 꺾이며 날아가 처박힌다.
그야말로 한순간에 벌어진 공방이었다.
달의 신 크리아스를 모시는 의식이니 그런 것들은 대개 함정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시도해야 할 만큼 저들에겐 시간이 없었으리라.
저벅…… 저벅…….
천천히 그녀가 쓰러진 곳으로 다가간 내가 그녀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나를 노려보는 그녀의 눈빛은 죽지 않았다.
“널 파멸시키지 못한 게 내 한이다.”
“너 어디 출신이냐?”
그 물음에 그녀가 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볼티즈.”
“볼티즈라…….”
이내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가를 좁혔다.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완전 기억능력으로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단순 착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볼티즈라…… 그래. 내가 네 가족을 죽였나?”
“그래…… 네가 내 오라버니를 죽였어. 그래서 복수하는 거다. 가족을 잃은 고통이 얼마나 처참한지 보여주기 위해서!”
그녀가 씹어뱉듯 말하며 으르렁거렸다.
“이상하네. 나는 볼티즈 왕국민을 학살한 기억이 없는데. 그것보다 좀 웃기지 않나?”
내 물음에 그녀가 나를 올려다본다.
“뭐가 웃기다는 거지?”
“가족을 잃은 고통이 크기에 그 고통을 내게도 보여주고자 한 게 너희들 아니었나?”
“그게 뭐가 어떻다는 거냐.”
“그런 놈들이 다른 사람을 무자비하게 학살해?”
내 물음에 그녀가 차갑게 웃어보였다.
“나는 구원 따위 바라지 않아. 내가 죽으면 지옥 밑바닥 끝에 처박혀 영원히 고통받겠지. 내 죄는 내가 잘 알아.”
“그런데.”
“그렇게 해서라도 널 파멸로 몰아넣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
홍단이의 검신을 맨손으로 잡은 그녀의 손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목표를 위해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비정함과 지독한 분노가 느껴졌다.
“내 오라비는 평민 출신으로 용병이었으나 검술실력이 눈에 띄어 왕궁 기사로 발탁되었다.”
“그래서.”
“오라버니는 나와 내 동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이야. 다친 사람 한 명, 거리의 부랑자 한 명 제대로 지나치지 못해 빵을 꼭 쥐여주던 그런 사람이었다고!”
“그래서.”
냉정한 내 물음에 그녀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는 피가 흐르는 손에 힘을 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네가 망가뜨렸어. 우리 가족의 삶의 희망을 네가 부서뜨렸다고!”
콰아앙!!
그녀의 전신에서 막대한 신성력이 터져 나온다.
동시에 나와 거리를 벌린 그녀가 하늘로 손을 뻗어 올리자 빛으로 된 천칭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천칭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형태를 띠고 있었다.
“다 데리고 나가.”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조용히 주변에서 나를 바라보던 이들을 향해 말했다.
“어…… 어서 가세!”
이에 호위로 있던 용병들이 그곳의 사람들을 이끌고 빠르게 빠져나가려 했다.
“어딜!”
이에 밀리아가 눈을 부라리며 도망치는 용병들과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신성력으로 된 화염을 거병에 피워올렸다.
하지만.
“야.”
…….
그녀의 몸이 마치 경직된 것처럼 굳었다.
“네 앞에 누가 있는지 벌써 잊었냐?”
콰아앙!!
그녀를 걷어차 날려버린 내가 차가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해. 빨리 안 나가?”
이후 나는 엉거주춤 멈춰버린 그들을 향해 차갑게 일갈했다.
이후 모두가 빠져나가자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그녀를 향해 물었다.
“내가 죽인 이 중에 죄 없는 이가 없었다곤 말 못 해. 나도 어지간히 많은 생명을 죽였거든. 뱀파이어든 마족이든. 인간이든. 그 외에 존재건.”
담담하게 인정하며 홍단이를 들어 올린 내가 그녀를 노려보았다.
동시에 천칭이 아주 천천히 수평을 맞추듯 움직이며 내 몸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
정체가 불분명한 막대한 힘의 디버프가 전신에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반대로 밀리아의 육신은 내게 두 차례나 치명상을 입고도 멀쩡해 보였다.
아니, 오히려 기세가 강해진다.
이글거리는 신염을 거병에 두른 채 그녀가 백색으로 빛나는 눈동자를 내게 고정시켰다.
“우리 오라비가 네게 뭘 잘못했는데. 대체 그 착하던 오라비가 뭘 잘못했기에 네 손에 죽어야 했는데!!”
그녀의 발작적인 외침과 함께 그녀의 주변으로 새하얀 빛의 입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치잉!!!
동시에 섬광 같은 속도로 빛의 입자들이 나를 향해 쏟아져 왔다.
콰아앙!!
막대한 신성폭발이 일어나며 연기가 내 몸을 감싼다.
“그날은 오라비의 생일이었어. 오라비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서 며칠 전부터 선물을 준비하고 파티를 준비했다고.”
“…….”
“그런데 돌아온 건 오라비가 아니라. 오라비의 싸늘한 주검이었어. 네놈이 죽인 거야. 네놈이!!”
서서히 연기가 걷히며 모습을 드러낸 나는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그녀가 악을 쓰듯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광탄을 쏘아 보냈다.
본래 그녀의 실력으론 구현하는 것조차 어림도 없는 힘이다.
백색의 광선 하나하나가 최소 8위계에 해당하는 대 성화포였으니 말이다.
쩌엉!! 쩡!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물 쓰듯이 내게 쏘아 부었다.
천칭의 힘. 상대가 강할 때 상대의 힘을 깎아내리고, 자신의 힘을 키운다.
물론 단순히 힘을 동일하게 만드는 건 아니었다.
단순히 같은 조건이면 오랜 시간 수련을 쌓아온 이들과 다르게 눈앞의 밀리아는 이런 전투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것으로 추정되니까.
그 의문은 그녀가 뒤이어 끌어내기 시작한 새하얀 힘을 보고 난 후 알 수 있었다.
상대를 약화시키고 자신을 강화시키는 것도 모자라서 갈기갈기 찢어버린 영혼에서 추출한 힘을 응축시켜 자신의 힘에 보태고 있다.
이러니 요시아에게 데미지가 들어가지.
물론 지금도 요시아를 죽였다고 하기엔 화력이 부족하지만, 지금의 그녀가 처음 만났을 때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진 건 분명했다.
“상대의 힘을 깎고 그 힘만큼 자신이 강해진다라. 진짜 불합리하고 치졸한 힘이네.”
“대답해! 대체 오라비가 네게 뭘 잘못했지?! 그저 귀족이고, 왕족이니까! 아무나 죽여도 된다고 생각했나?!”
그녀의 외침에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럴 리는 없지.”
쩌어엉!!
나를 향해 날아오는 성화포를 맨손으로 쳐낸 내가 그녀에게 덤벼든다.
“무슨?! 약해졌을 텐데 어떻게 맨손으로!!”
본래라면 그녀의 성화포를 이렇게 상처 없이 맨손으로 쳐내거나 상쇄시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이뤄냈고, 당황한 그녀가 거병을 휘두르기도 전에 파고들어 다시 주먹을 말아쥐었다.
“내 힘 빼앗아 갔으면 너 좀 튼튼하겠네.”
[마왕 유르그 식(式) 붕권]
[아수라 패황권]
콰직!!!
막대한 힘이 서린 일격이 그녀의 명치를 후려갈기며 튕겨낸다.
충격 여파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튕겨 나가는 그녀의 뒤편 공간마저 일그러지고 찢어지며 엄청난 여파를 만들어낸 것이다.
마왕 유르그의 격투술은 대게 성능에 비해 장난스런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성능은 좋은데 이름은 왜 저따위일까.
그런 의문이 들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런 유르그 식(式) 격투술 중에서도 장난스런 이름이 아닌 것들이 존재한다.
그것들이 가지는 의미는 간단했다.
장난치지 않고 상대를 제압할 경우에 사용할 것.
당연히 처음 그녀를 후려갈긴 명치계통의 군중제어기와는 격이 다른 힘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주변의 지형이 찢겨 나가고 공간이 뒤틀린다.
완성된 아수라 패황권 일격에 그녀는 검은 피를 토해내며 수차례 구르고 또 구른 뒤 처박혔다.
“하…… 하하하…….”
쓰러진 그녀는 허탈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지 낄낄 웃어댔다.
“볼티즈 왕가. 현국. 청국!!”
“…….”
“그 외에도 여러 국가. 당신이 아무렇지도 않게 죽인 이들이 전부 모여서 당신의 파멸만을 염원했어. 하지만 그것도 내 어리석은 판단 때문에 실패했구나.”
“네 오라비가 내 손에 죽었다고 했나?”
“그래.”
그녀가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천칭으로 강화된 힘이 그녀를 죽지 않게 보호해준 것이다.
동시에 그녀의 주변으로 막대한 힘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8위계를 넘어선 신성 마법이 그녀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내 목숨이 불타 사라지는 한이 있어도. 네게 조금이라도 타격을 줄 수 있다면.”
그녀의 눈이 백색으로 번뜩였다.
막대한 힘이 응축되며 회전하기 시작했고 이내 그녀는 그것을 모조리 내게 쏘아 보냈다.
천칭궁 리브라는 본인이 나서지 않는다.
그저 천칭의 힘을 이용해서. 그리고 바라는 자의 욕망을 이뤄줄 뿐이다.
이윽고 그녀가 나를 향해 중얼거렸다.
[8위계 징벌]
[여신의 불길]
어마어마한 힘이 서린 화염이 나를 포위하듯 휘감고 나를 향해 파고들었다.
단순한 방어마법으론 도저히 막을 수 없을 것처럼 강하고 뜨겁게 회전하며 타오르는 화염을 보며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손을 휘저었다.
[디스펠]
와장창!!
“무슨?!”
경악한 그녀가 나를 향해 소리쳤다.
“디스펠?! 신성 마법을 어떻게!”
“반발하니 상극이니 해도 결국 한 뿌리다. 이런 건 몰랐나 보지?”
“…….”
“그렇겠지. 벼락출세하듯이 힘만 얻었는데 그 깊이를 네가 이해할 리가 있나.”
그렇게 말하며 나는 홍단이의 검 끝을 그녀에게 겨눠 당긴 뒤 양손으로 검집을 강하게 틀어쥐었다.
“이럴 수 없어…… 이럴 수 없어!!!”
천칭이 더욱 기운다.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 얻어낸 힘으로 강제로 천칭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내 힘이 더 약해지고 그녀의 힘이 더욱 강해진다.
밑천은 이게 전부가 아닌 것 같은데.
천칭궁 리브라도 악질이지만 결국 리브라를 이끌리게 만든 건 눈앞의 소녀가 만들어낸 것이다.
나는 다시금 모여드는 새하얀 화염을 슬쩍 보며 그대로 그녀에게 파고들었다.
그리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
정면으로 파고드는 나를 향해 그녀가 다시 화염을 쏘아 보냈다.
“이번에도 막을 수 있을까?!”
[디스펠]
와장창!!!
유리창이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신염이 순식간에 증발해버리자 그녀가 눈을 부릅뜨며 괴성을 내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쩌어어엉!!
동시에 그녀에게 파고든 내가 홍단이로 그녀를 내리쳤고 그녀는 거병으로 내 공격을 막으며 소리 질렀다.
“이렇게 강하면서!! 아무도 죽이지 않고 이길 수도 있었으면서 왜!!”
그녀의 절규 어린 외침은 이내 통곡으로 변했다.
전쟁, 분쟁은 결국 이런 것이다.
희생자가 하나도 나오지 않을 수 없지만, 그 희생자가 만들어낸 슬픔은 클 수밖에 없다.
쩌엉!!!
“네가 힘을 끌어낼수록 결국엔 전부 내 것이 될 거다. 여기서 죽어. 그렇게 우리 오라버니한테 사죄해!”
그녀의 악다구니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어디 가져가 봐.”
전칭이 강제로 기울어지며 내 힘이 더욱더 빨려 들어간다.
동시에 나를 압박하던 그녀의 힘이 점차 강해졌다.
기존의 힘과 내 힘. 그리고 영혼을 찢어 얻은 세 가지의 힘이 합쳐진 결과였다.
“죽어…… 죽어!! 죽으라고!”
그녀가 악을 쓰며 나를 점차 짓눌렀다.
지반이 뒤틀리고 그 힘을 견디지 못한 대지가 비명을 질렀다.
실제로 현재 그녀는 맨손으로 허공을 후려쳐 공간을 뒤틀어버릴 만큼 강해져 있는 수준이었다.
단순히 일개 인간이 가지기엔 막대한 힘이 스며든다. 계속해서 힘을 퍼주면 이쪽도 점차 밀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힘을 끌어올려 그녀가 빼앗아 가게 내버려 두었다.
굳이 그것을 막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한 결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쩌적…… 쩍!!
“처…… 천칭이?!”
경악하는 그녀를 보며 내가 씁쓸하게 웃어보였다.
“과식하면 몸에 안 좋다는 거 안 배웠나?”
“그럴 리 없어! 천칭은 신의 힘조차 담아내는!”
“그게 니껀 아니지.”
치잉!!
막대한 힘을 빼앗겼음에도 나는 남은 힘을 끌어내 그녀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