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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32화 (932/1,559)

제 932화

하인스 영지의 영주 집무실에 있는 의자에 털썩 걸터앉은 나는 눈을 감고 생각에 빠졌다.

살리반 황제가 한 말이 그다지 끌리는 게 아니었다면 무시하고 넘겼을 테지만 그가 내뱉은 말은 의외였다.

“수르트의 미궁? 그런 건 들은 바 없는데,”

“저하. 간식을 가져다드릴까요?”

“음, 그럼 아무거나 가져다줘.”

내 긍정에 수인족 시녀가 기분이 좋은지 배시시 웃으며 후다닥 뛰어가려 했다.

“그런데 에반젤린은?”

“아가씨께서는 검을 들고 연무장으로 가셨어요. 어찌나 기뻐하시던지 저희도 미소가 지어지던걸요?”

예쁜 은빛의 검을 선물 받은 게 어지간히도 좋았던 모양이었다.

확실히 본인의 검을 선물 받은 건 그녀에겐 처음이었을 테니 말이다.

보통 그런 검은 대부분 오더메이드.

즉 한 명을 위해 주문 제작된 검이기도 하다.

미스릴 코팅이 아닌 대다수 미스릴을 사용한 것도 모자라 마나 활용에 굉장히 큰 효과를 지닌 금속들을 대거 합금으로 사용했다.

미스릴부터는 어지간한 기술이 없으면 금속을 다루기 쉽지 않은 만큼 망치질 한 번 한 번도 꼼꼼하게 내리친 흔적들이 보였다.

비록 결을 이용하는 기술을 담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방식이지 수르트의 방식을 비교하면 제법이라는 말이 나온다.

물론 그렇다고 미스릴제 검을 만든 장인이 수르트를 따라잡았는가 하면 그건 아니었다.

기본적인 처리 실력부터 가공, 그 외에 잡다한 추가 지식 면에서 빈 곳이 많이 보였다.

“그래도 제법이긴 했다만.”

* * *

부웅!! 붕!!

“하앗!”

연습용 흑목 인형을 놓은 체 검을 당긴 에반젤린의 눈이 반짝거린다.

에반젤린의 연습을 구경하기 위해서 나온 내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결코, 해석이 귀찮아서가 아니다.

검기가 마치 아지랑이처럼 크게 넘실거리는 검무를 보니 에반젤린이 퍽 자랑스럽게 여겨졌다.

사실상 대륙 최연소 소드마스터가 될 테니 말이다.

애초에 조건부터가 틀리지만.

“아. 아빠!”

“많이 늘었는데?”

내 칭찬에 에반젤린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헤헤 웃으며 검을 소중하게 쓰다듬었다.

“너무 좋은 검이에요! 관리 열심히 할거에요!”

그래. 네가 그리 좋다면 그걸로 된 거다. 살리반 황제. 이 영악한 인간. 내가 거부하지 못할 걸 알고 에반젤린을 공략한다.

물론, 내가 더 좋은 검을 만들어줄 수야 있지만 한번 만들어주기로 해놓고 어정쩡한 물건을 만들어줄 순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골드 티타늄의 수십 수백 배에 달하는 경도를 지닌 오리하르콘이나 모든 충격을 흡수해 방출하는 묵빛의 금속 아다만티움. 그 외에 신의 금속이라 불리던 롱기누스 창의 재료인 헬릭시윰을 구해올 수도 없다. 헬릭시윰을 구현하기 위해서 무려 800년이 걸렸다.

당장 구할 수 있을 리가 있나.

“아빠가 좀 봐줄까?”

“네? 아…… 아아…….”

“농땡이 피우면 용사 못 된다.”

“히잉…… 아빠는 너무 무섭단 말이에요.”

교육할 땐 최대한 엄하게 가르쳤다.

그 탓인지 에반젤린은 곧잘 대련에 관해선 나를 무서워했다.

떨떠름하게 피하려 드는 에반젤린을 향해 웃어준 뒤 근처의 나뭇가지 하나를 집어 든 내가 연무장으로 올라서자 녀석이 뺨을 잔뜩 부풀렸다.

“살살 해줄 거에요?”

“안되지. 용사가 되고 싶은 거 아니야?”

내 미소에 그녀가 울상을 지었다.

“자. 들어와 봐.”

결국, 에반젤린은 짧게 한숨을 내쉰 뒤 자세를 낮추고 검 끝을 내게 겨누었다.

나는 나뭇가지. 그녀는 진검이지만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이는 단 하나도 없었다.

“하압!”

콰앙!!!

이윽고 기운을 폭사시킨 에반젤린의 전신으로 푸르스름한 기류가 폭발적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검 끝을 내게 겨눈 채 섬광처럼 쏘아져 들어온다.

쩌어엉!!

“다리. 균형이 너무 얕다.”

퍽!!

맹렬하게 찔러 들어오는 그녀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내며 그녀의 다리를 슬쩍 걷어차자 그녀의 자세가 그대로 무너진다.

“읏! 아직이에요!”

몸을 튕겨 내 사정거리에서 벗어난 그녀가 맹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제법 실력이 늘었다.

몬스터와 직접 싸워보면서 그 경험이 늘어난 게 확연히 보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으앗!”

그녀의 검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아슬아슬하게 빗겨내자 그녀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검을 당겨 방어를 취하려는 그녀에게 나뭇가지를 가볍게 휘둘렀다.

“거기서 빼면 안 되지!! 이게 무슨 턴제 게임인 줄 알아?! 몰아칠 틈을 그냥 내줄 거냐?!”

쩌어어엉!!

“꺄아악!”

비명을 내지르며 밀려난 에반젤린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제 체력 배분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거칠게 몰아붙인 감이 없잖아 있었다.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제 체력 관리도 못 하면 너보다 약한 이에게도 질 수 있다. 잊지 마.”

“네!”

에반젤린이 검을 다시 들어 올렸다.

그녀의 맹공이 시작된다.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를 동반하며 공격하는 에반젤린은 검신의 중검과 독고준의 마령검을 병행해서 적절하게 파고들었다.

중검으로 몰아붙인 뒤 마령검으로 견제와 빈틈을 파고든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익스퍼트들은 손도 못 쓰고 당하리라.

하지만.

그런 공격이 제법 효과가 있다고 여긴 것일까. 에반젤린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승산을 잡았다고 막무가내로 폭주한 것이다.

동시에 그녀의 검기가 점점 흉포해지며 그녀의 본성에 따라 움직이듯 게걸스레 주변의 마나를 먹어치운다.

이대로면 안 되는데?

더 폭주하기 전에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내가 나뭇가지를 빙그르르 돌린 뒤 고쳐잡았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돌진하는 그녀에게 역으로 파고들었다.

여기서 파고드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인 판단.

이에 에반젤린이 깜짝 놀랐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파고들어 그녀의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 흘려냈다.

“말도 안 돼!”

비명을 지르는 그녀를 향해 추가타를 가한다. 무리하게 육체를 굴린 탓에 공격에 적중되는 순간 상당한 내상을 각오해야 할 터다.

그때였다.

츠츠츠츳…… 화아아아악!!

검기로 일렁이던 그녀의 검이 일순간 변했다.

“프리아 님 맙소사.”

그런 그녀를 쳐내며 내가 허탈한 중얼거림을 흘렸다.

“하아…… 하아…….”

본인은 전혀 인지하지 못한듯한데…….

방금, 그녀는 내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오러 블레이드를 발현했다.

오러 블레이드.

즉 마스터의 상징.

아주 잠깐이지만 에반젤린이 벽을 넘어버렸다는 소리였다.

물론, 그녀가 온전한 소드마스터가 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검을 배운지 반년 만에 벽을 죄다 허물고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진짜 재능은 여기 있었네.”

검의 천재라 불리는 재능을 지닌 일리나도 이렇게 빨리 성장한 적은 없다.

하지만 에반젤린은 그것을 이뤄냈다.

아무리 마나에 친숙한 고대룡이라 할지라도 빨라도 너무 빨랐다.

‘헤라클래스!’

그제야 나는 그녀의 재능에 부채질하는 게 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하아…… 하아…….”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검으로 몸을 지탱하던 에반젤린이 고개를 들었다.

“아파…….”

“…….”

울상을 짓던 그녀가 천천히 숨을 고른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해맑게 웃어주었다.

“헤헤 어때요?”

“어…… 어어? 어 그래. 엄청 늘었구나. 대단한데?”

그녀의 미소에 내가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런 내게 인정을 받았다는 게 너무 기쁜지 에반젤린은 몸을 지탱한 검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녀의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쩌적…… 쩍.

“어?”

그녀가 쥐고 있던 검에서 갑자기 기괴한 소리가 나더니…….

와장창!!!!

그대로 박살 나버린 것이다.

“어…… 어어?”

그녀는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벙찐 표정을 지었고 나는 한 손으로 이마를 감싸 쥐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부…… 부서졌어!!”

다른 검도 아니고 미스릴제 검이다. 미스릴 검이 무엇이던가. 잘만 만들어지면 국보급으로 치부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사실상 최고로 단단한 검으로 검 그 자체만으로도 오러 블레이드를 막아내는 검이라 일컬어진다.

그런데. 그 검이 조각나버린 것이다.

검이 불량품이라서? 아니.

에반젤린의 힘을 못 따라가고 박살 나버린 것이다.

단순히 오러만 다루는 익스퍼트 최상급의 경지만 놓고 보면 미스릴 검이 부서질 일은 없었다.

하지만.

“아, 아빠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얼굴로 어쩔 줄 몰라서 부서진 검의 잔해를 보며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힘을 못 견디고 부서진 모양이네.”

“흐아아앙!”

결국, 울음을 터뜨리는 그녀였다.

선물 받은 검이 하루도 안 돼서 박살 나버렸다.

게다가 그 검은 에반젤린이 꼭 마음에 들어 하던 검이었다.

그러니 그녀가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으리라.

본능적으로 제어하고 억제하니 철검으로도 버텼지 그녀가 폭주하기 시작하면 검이 남아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보자…… 영지에 오리하르콘이 남은 게 있던가…….”

당연히 없다.

나는 에반젤린을 토닥여 주며 달랬다.

“아빠가 더 좋은 거로 만들어줄게.”

뇌물이 박살 났으니 이제 와서 안 한다고 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쓰는 수밖에.

그녀의 힘이 이전보다 강해지면서 검에 가해지는 부하도 강해졌다.

그녀가 정말로 강해져서 검선 이상급의 경지를 얻는 게 아니면 검을 제대로 휘두르기도 전에 부서져 나가리라.

오리하르콘?

애석하지만 오리하르콘은 구하고 싶다고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다만티움 또한 마찬가지.

“항성의 심장이라 불리는 아다만티움이니까 별이라도 하나 부숴야 하나…….”

물론 안될 일이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유일한 방법은…….

신의 금속. 절대 불괴의 금속인 헬릭시윰밖에 없다.

“에반젤린 뚝 그쳐. 아빠가 더 좋은 거로 만들어줄게.”

“흑…… 흐흑……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괜찮아.”

“아빠 죄송해요. 죄송해요”

내게 미안하다며 엉엉 우는 그녀를 달래는 데엔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다.

위험하다고 하는데도 검의 잔해를 붙잡고 검에게 미안하다고 엉엉 우는 에반젤린을 결국 강제로 재워버린 나는 뜻하지 않게 회랑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가꼬, 뭐? 헬릭시윰을 내놓으라꼬?”

“솔직히 말해봐요. 좀 있죠?”

“없다 마! 니 돌았나! 그거 만드는데 몇 년이 걸린 줄은 알고 있나!”

“아니 그러니까.”

당연히 신의 영역에 있던 수르트는 내게 미친 소리 하지 말라며 대뜸 거절했다.

“에반젤린이 성장하면서 검이 그 힘을 못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 말에 수르트가 제 턱을 쓸어내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미스릴 통짜 검이 박살 났다고?”

“뭐…… 내가 좀 무리하게 힘을 가한 것도 있긴 한데.”

“니가 화근이고마.”

“아무리 그래도 무기가 그렇게 박살 나면 씁니까.”

“얼씨구. 그 칼이 문젠갑지 그럼. 대충 만들어줘삐라.”

일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들어가 버리려는 그를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쉽게 얻을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롱기누스 창을 만들 때 사용한 헬릭시윰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고생을 했는데 또 내놓으라니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에반젤린에게 맞는 무기를 만들어주는 건 보류해야 하는 상황이라 씁쓸함이 밀려온다.

안되는걸 붙잡고 매달려본들 어쩔 수 없는 법이다.

나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돌아서려다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그에겐 다른 볼일도 있었는데.

“아참. 수르트.”

“또 뭔데. 누구 땜시 내 오질라게 바쁘다 아이가. 얼렁 꺼지삐라.”

“여기 이쯤에. 당신의 미궁이 발견됐다고 하던데요.”

살리반 황제가 내게 뇌물까지 줘가면서 도움을 요청한 것.

그것은 다름 아닌 수르트의 미궁의 존재였다.

“여길 들어가야 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고민 중이었거든요.”

내 말에 멈칫한 수르트가 눈을 부릅뜨더니 후다닥 달려와 지도를 노려본다.

당장 지도가 뚫어질 것처럼 노려보던 그가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하…… 하하. 뭔 개소리를 씨부리나. 거, 거기에 내 미궁 같은 거 읎다.”

단호하게 말하는 걸 보면 아닌 거 같긴 한데.

“왜 목소리가 떨립니까?”

내 물음에 그의 눈동자가 맹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무…… 무슨 소리고! 내, 내는 모른다! 암! 모른다!”

“그래요? 그럼 가서 열어봐도 되겠네?”

“아…… 아니 뭔 소리고! 위험할지도 모르는 지하 던전을 드간다꼬? 니 미쳤나?!”

참, 이상하지 않는가.

모른다면서 잘 알고 있는 거 같고. 들어간다니까 어떻게든 말리려는 느낌이다.

티오니스에서 나를 해칠 방법이 지금 있을 리가 없는건 그도 잘 아는 사실일 텐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나를 막으려 든다?

그를 바라보던 내 입꼬리가 스윽 올라갔다.

“누가 날 해칩니까. 보니까 대장장이가 만든 미궁 같던데. 거기 가면 좋은 재료가 있으려나 모르겠네.”

“자…… 잠깐만! 안된다! 안된다 안카나!”

“아니 왜 이래 이 양반이! 거기 뭐 보여주면 안 되는 거라도 넣어놓으셨나.”

“…….”

“진짜야?”

내 물음에 그가 움찔거렸다.

“진짜?”

“우, 웃기지 마라! 헛소리는 못 들어주겠구마!”

결국, 부정하는 그의 태도에 나는 망설임 없이 돌아섰다.

그 행동에 불안함을 느낀 것일까.

방금전까지 고압적으로 굴던 그가 필사적으로 몸을 던져 내 다리를 붙잡고는 늘어지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니! 절대 거기 안 들어간다 말해라! 약속해라 이 말이다! 스승의 말을 들어야제!”

“언제는 이제 동일한 장인이라면서요.”

“취소다! 취소! 그냥 내 제자 다시 해라! 더 많이 가르쳐주꾸마! 뭐 하는 기고! 퍼뜩 약속해라!”

“약속이라…….”

내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며 한 손을 들었다.

그리고는 당당하게 중지 손가락을 올려다보이며 섬뜩하게 웃어보였다.

“안 해 이 양반아.”

“으아아아아아악!!! 데이비! 돌아온나! 내가, 내가 잘못했다! 5년! 5년 안에 헬릭시윰 우에든 구해볼 테니께!”

5년은 무슨, 헬릭시윰 가공기간을 생각하면 5일도 길다.

비명을 지르는 그를 뒤로한 채 공간을 뛰어넘자 그의 절규가 저 멀리까지 들려오는 기분이다.

수르트가 저렇게 필사적일 줄은 몰랐다. 아무리 그래도 스승이었던 양반에게 중지 손가락을 날린 건 좀 심했나?

괜히 미안한 감정이 치솟는다.

그는 나를 쫓아올 수 없으니 나를 잡을 방도도 없다. 그의 필사적인 시선이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하지?

이거.

너무 즐겁잖아.

“흐흐…… 흐흐흐흐흐! 내가 반드시 거기 열고 들어간다.”

에반젤린의 무기를 만들어주려다가 더 재밌는 건수를 문 기분이었다.

그래도 에반젤린의 무기를 만들어주긴 해야 하는데. 수르트의 미궁에서 재료를 조금 공수해봐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나를 막아서는 수르트를 무시한 채 신의 영역을 빠져나온 나는 그 미궁이라는 곳에 대한 호기심이 물씬 치솟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살리반 황제와 대략적인 내용을 조율하기 위해 다시 팔란 황실을 찾았을 때.

나는 볼 수 있었다.

짜리몽땅한 드워프 하나가 살리반의 멱살을 틀어잡고 왁왁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을 말이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그게 어떤 검인데! 그걸 인간 애송이에게 넘겨줘!!”

“진정하세요.”

“진정? 진정하라꼬? 천일 야장 수르트에게 닿을 수 있는 유일한 검을 황제께서 쓰라고 줬드만 그걸 딴 인간에게 줬다고?! 오냐 내 쥑이소! 그냥 내 황제 목 조르고 처형장으로 끌려 갈라니께!”

이곳은 이곳대로 난리였다.

“뭐합니까?”

“아…… 데이비 왕자.”

“잉? 저 인간이?!”

이윽고 살리반 황제의 멱살을 틀어잡고 있던 드워프가 대뜸 내게 달려왔다.

그리고는 나를 노려보더니 이내 손을 내밀었다.

“왕자. 미안하지만 저 바보 같은 황제가 줘버린 검. 다시 돌려주시오.”

“검? 아 그 깔끔하게 제련된 미스릴 검을 만든 장인이십니까?”

“그렇소! 보는 눈이 있는 인간이로군.”

“미안한데 어쩌죠. 그거 박살 났는데.”

아니 그보다 지금 더 재밌는 게 기다리고 있는데 그깟 싸구려 칼이 중요해?

…….

침묵이 길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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