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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43화 (943/1,559)

제 943화

루델라이트는 마법사라는 특징을 이용해 하인스 영지에 있는 마법사로서 취직하게 되었다.

그의 일은 주로 아티펙트 검수와 마법을 통한 여러 가지 잡일이었다.

물론 드래곤의 특성에 대해 들은 바 있는 나는 유희의 금기인 정체를 밝힌다라는 선택을 잠시 배제했다.

굳이 놈이 날뛰게 둘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녀석은 자신이 성공적으로 유희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판단했는지 제법 즐거운 모습이었다.

이후 나는 시녀들을 시켜 녀석의 머리를 정리시켜주고 꾀죄죄한 모습을 씻기게 했다.

그러자 도마뱀은 도마뱀이라는 지 녀석의 진가가 드러나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남녀 불문하고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아름다운 외모가 드러난 것이다.

분명 소년이지만 그 외모에 혹했던 남자들은 그의 정체를 듣고 자괴감에 빠지는 이도 있었고 어떤 이들은 맛만 좋으면 그만이지! 라는 섬뜩한 소리를 내뱉는 놈도 존재했다.

그리고. 녀석이 영지에 적응하기 시작한 지 약 일주일이 지났다.

평화로운 하인스 영지와 다르게 팔란 제국에서는 발란에 대한 이야기가 공론화되면서 관련된 이들이 닥치는 대로 끌려가 형장의 이슬이 되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살리반이 당하고 그냥 넘어가는 성격이 아닌 만큼 아주 작정하고 뿌리를 뽑는 것에 나도 이견은 없었다.

다만 이 일을 일리나가 듣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슬슬 보고 싶은데. 언제 돌아오려나.

한번 작정하고 놀러 갔으니 2~3개월은 있다가 올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다.

보고 싶으면 직접 찾아가면 그만이지만 지금은 그보다 루델라이트라는 이 소년에 대해 더 관심이 가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녀석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하인스 영지의 사람들과 빠르게 친해지기 시작했고 금방 녹아 들어갔다.

“쟤, 인간 아니야.”

자신의 연구실에 틀어박혀 죽은 듯이 살던 하프 뱀파이어 밀피유가 나를 찾아와 대뜸 한 말이 그것이었다.

“인간이 아니라고?”

나는 모른 척 짐짓 너스레를 떨었다.

“응. 인간 아니야. 흥미로운 연구 소재. 하지만 사실 좀 진부한 소재이기도 해.”

“잘 아는 말투네.”

“당신이 모른 척하는 게 더 이상한데.”

밀피유는 특유의 무표정으로 백의에 손을 푹 찔러넣고선 말했다.

“필요한 거. 여기.”

“좋아. 고맙다.”

“저거, 위험해. 그냥 둘 거야?”

“글쎄. 위험요소로 치면 너도 만만찮지?”

“나는 로드께서 명령하신 대로 움직여.”

하프 뱀파이어 밀피유는 비록 과격파였으나 그쪽과 손절하고 요시아에게 스스로 숙이고 들어간 바 있다.

요시아가 원치 않았기에 녀석을 처리하지 않았지만 사실 심연의 공주가 더 처리된 입장에서 녀석이 이 이상 이곳에 남을 이유는 없었을 터였다.

“넌 언제까지 여기 체류할 거냐.”

“무슨 뜻?”

“널 위협하던 심연의 공주가 다 사라졌으니까 굳이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뜻이야.”

하인스 영지의 농지 개간 관련 서류를 정리하며 내가 묻자 녀석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곳, 안전해. 로드께서도 계셔. 게다가 계속해서 새로운 연구 소재가 나와. 대륙은 뱀파이어에 관해 굉장히 엄격해. 여기가 아니면 안전한 곳은 많지 않아.”

“산속에 처박혀서 연구하던지.”

“연구비를 따낼 수가 없어.”

“내가 돈 주는 기계인 줄 아나.”

“연구비 개꿀.”

그 단어는 또 누구한테 배운 거냐.

박력 넘치게 내 집무실로 찾아와 연구비를 내달라던 에오니샤도 그렇고 밀피유도 그렇고, 돈 먹는 기계가 따로 없다.

물론 그만큼 영지에 기여가 되니 내겐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경고하는데. 선 넘는 연구는 하지 마라.”

비록 연구에는 희생이 따른다 하지만 그걸 내가 용납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연구 성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

“두번 말하게 하지 마. 뱀파이어 밀피유.”

“……기억해둘게.”

“그래. 뱀파이어는 사실상 시한폭탄이야. 네 존재가 들키는 날엔 대륙 공적으로 몰려도 이상하지 않고, 일리나도 뱀파이어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졌지만, 완전히 녹아내린 건 아니야.”

“…….”

조용히 나를 바라보는 밀피유가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저건 인간이 아니야. 그건 알아야 해.”

“알아 도마뱀인 거.”

내 대답에 그녀가 움찔거렸다.

“그냥 둬도 돼?”

“세상 흘러가는 것에는 관심 없는 놈을 굳이 들쑤실 이유가 있나.”

제 동족이 전부 멸종당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유희를 나온 놈이면 두 가지 경우뿐이다. 왕따거나. 그걸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어린 드래곤이거나.

“후자의 경우는 아직 철이 없는 경우겠지만. 전자의 경우…….”

“상당한 괴짜일 수도 있다는 거지. 특히 드래곤 중에 왕따라고 불릴 정도면 그 정도가 과할 테고. 근데 의외로 잘 아네?”

“어쩌다 보니…… 문제는 저 드래곤이야. 그렇게 어린 나이가 아니야.”

“그건 나도 알아.”

괴짜라는 소리다.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생각해보면 그녀의 존재는 조금 의문스럽긴 했다.

“야.”

내 부름에 그녀가 침묵한다.

“너 현자의 돌을 몸에 심고 있지.”

“…….”

“너 대체 몇 살이냐?”

내 물음에 그녀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데이비 님. 숙녀의 나이를 묻는 것은 매우 실례되는 행동이라 입력되어있어.”

“륀느.”

의외의 상황에서 륀느가 나서서 상황을 종식시켰다.

“루델라이트. 도마뱀으로 추정되는 생명체. 목표에 접근.”

륀느도 대번에 눈치챌 정도면 저놈의 유희는 시작부터 참 많이도 삐걱거린다.

그 말에 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수르트의 미궁 구멍에서 튀어나온 키메라 샌드웜을 만든 놈을 저놈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놈이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신경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도.

경고는 해야겠지.

유희 도중 정체를 들킨 드래곤들이 취하는 행동.

그것은 제법 간단하다.

기록 말소.

즉, 관련된 모든 것을 말소한다는 소리였다.

드래곤은 거체의 힘도 강하지만 기본적인 마법 능력도 기존의 생명체를 아득히 초월한다.

특히 오래 살아남은 드래곤이라면 더더욱.

그런 놈이 어처구니없이 정체를 들켰을 때.

그때 날뛸 것을 생각하면 그 피해는 막아야 했다.

게다가 녀석에게 묻고 싶은 것도 있었고.

나는 밀피유가 정제해준 마석을 쥐고 에반젤린의 옆에 앉아 재잘재잘 떠들고 있는 녀석을 향해 다가갔다.

“그래서 그때 오우거가 딱! 하고 나타난 겁니다! 다들 기겁하며 놀랐죠!”

“우와. 그다음엔 어떻게 됐는데요?”

용사를 꿈꾸는 에반젤린에게 있어서 세상의 모험담 같은 것은 굉장히 듣고 싶은 이야기일 것이다.

루델라이트는 그런 그녀를 금방 파악하고 그녀가 관심 있어 할 분야에 관해서 떠드는 것으로 에반젤린의 환심을 샀다.

녀석이 원하는 바는 무엇일까.

저렇게 이리저리 친해져서 뭘 하고 싶은 것일까.

그런 내 생각은 에반젤린이 나를 발견하고 벌떡 일어났을 때 멈췄다.

“아빠!!”

“저하 오셨습니까.”

나를 향해 공손하게 인사하는 루델라이트를 보며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련은?”

“헤헤 조금 쉬고 있었어요.”

“무리하진 말고. 아무리 신검이라도 관리를 허술하게 하면 안 돼. 알겠지?”

“네!”

“그래. 맞다. 에오니샤가 널 보고 싶어 하더라. 어서 가봐.”

“에오니샤 고모님이요?”

“그래.”

“네! 가볼게요!”

아직 10대.

그것도 액면가는 에반젤린보다 더 어린 에오니샤가 고모님이라니 참 묘한 기분이 든다.

에반젤린이 해맑게 대답하며 도도도 뛰어가자 나는 남은 루델라이트를 바라보았다.

“자. 그럼 저도 이만 일을 하러.”

“넌 나 좀 따라와라.”

“네?”

“아니 별건 아니고 마법사인 네 도움도 받을 겸 네게 물어볼 게 있거든.”

내 미소에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네요. 저하는 굉장한 마법사라고 들었는데 말이죠.”

“고용주가 까라면 까야지 뭔 말이 많아.”

“……아, 알겠습니다.”

이놈 이상하리만치 이곳에 온 뒤로 나를 경계하는 느낌이었다.

* * *

“저…… 저하? 여긴…….”

“영지의 메인 연구시설이야. 주로 영지에 소속된 연구원들은 이곳에서 연구하거든.”

그렇게 말하며 디셉티콘 편대의 격납고에 들어서자 마법진으로 보수작업을 하고있는 메가트론을 포함한 다수의 골렘들이 보였다.

“세상에…… 저건…….”

“마정석으로 만든 골렘.”

“그냥 마정석이 문제가 아닌 거 같은데요. 이런 건 본적도 없어요.”

그래. 까마득한 시간을 살아가든 드래곤조차 이런 가디언을 만들진 못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디셉티콘 편대의 골렘들 대부분의 메인 지능 마법 술식은 1만 년 전에 사라진 문명의 흔적이며 타세계의 흔적들이 다수 묻어있으니까.

“그런데 제게 이런걸 보여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뭐 이거? 영지민들은 대부분 알아. 신경 쓰지 마.”

“그…… 그렇군요. 그럼 제가 할 일은…….”

“마법을 하나 가동할 거야. 너 4서클 마법사라며?”

고작 4서클? 나머지 마나를 숨겨놓긴 했는데 내 눈에는 이놈이 가진 마나가 보인다.

이정도 양이면 아무리 저능아 드래곤이라도 6서클은 우습게 발현할 수준.

물론 유희를 하는 것뿐이니 설정은 저놈 마음이겠지만.

“네 4서클 마법사입니다.”

“마나 파장은 만들 수 있지?”

“네.”

“그럼 시작해.”

나는 미리 준비된 마법진을 펼쳐 놓고 그 위에 놈을 새워놓은 뒤 들고있던 마석을 던져주었다.

“호오 신기하네요. 이건 동력 증폭 마법진인가요? 사람이 실험하면 아주 잠깐 마나 증폭 현상을 겪지요. 물론 부작용으로 과도한 울렁증이나 구토…….”

“그건 걱정 마. 나는 위험한 실험은 하지 않으니까.”

애초에 이 실험도 둘이서 진행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녀석은 깜빡 속아 넘어가듯 마석을 가동시켰다.

한번 가동한 이상 함부로 움직일 순 없는 게 그였다.

“그동안 영지민들과 많이 친해졌다면서.”

내 말에 그가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다들 좋은 분들이네요.”

“그렇지. 순박하다곤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시민의식은 제대로 박혀있지.”

내 말에 그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래서 나는 이 사람들이 소중해.”

“네?”

“전에 듣자 하니 드래곤에 대해 잘 아는 거 같던데.”

“아아. 관심이 있어서 정보를 많이 찾아봤었거든요. 실제로 제게 마법을 가르쳐 주신 스승님이 드래곤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연구를 하셨죠.”

“만약 유희를 나온 드래곤이 정체를 들키게 되면 어떻게 되는데?”

내 물음에 그가 잠시 침묵했다.

“글쎄요. 고서에 따르면 드래곤은 그때까지의 모습을 모두 버리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사라진다고 해요.”

“그걸로 끝?”

“아뇨. 정체를 들키게 한 존재와 주변의 흔적을 모두 지운다고 해요.”

그의 말과 함께 마법진의 빛이 더욱 강해진다.

“그래. 다 지운다라…….”

“그래서 드래곤이 흉포한 존재라고 하죠. 하지만 그들의 입장을 이간이 이해하긴 어렵…….”

“됐다.”

담담한 내 말에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이건 그냥 증폭 마법진이 아닌데요?”

“아 그래. 사실 증폭 마법진이 아니야.”

담담하게 말하며 그에게 고갯짓을 한 뒤 나오게 한 나는 천천히 마법진 위로 올라갔다.

“경지가 경지다 보니 그냥 마나 컨트롤을 하면 문제가 생기거든.”

그렇게 말한 내가 중앙에 앉았다.

의아한 듯 나를 보던 루델라이트가 나를 부르려던 그 순간.

[전신 개방]

내 의지에 따라 신격이 섞인 신력과 모든 종료의 힘들이 일순간 터져 나온다.

“컥?!”

그가 그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주저앉아버렸다.

“저항하지 마. 잘못하면 다쳐.”

“쿨럭…… 쿨럭…… 대체 무슨…….”

“마나가 좀 많거든.”

그냥 많은 수준이 아니었다.

양도 양이지만 질적으로도 감히 드래곤이 비빌 수 있는 게 아닌 힘이 바로 신력이었으니 말이다.

창백해진 얼굴로 나를 보던 그가 침을 꿀꺽 삼켰다.

“이야기 마저 하지. 그렇게 해서 토벌된 드래곤이 있나?”

“어…… 없진 않아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창백해진 얼굴로 답하는 그를 보며 나는 빙그레 웃었다.

“마나가 새어나가는 게 있으면 말해주면 돼.”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계속해서 전신의 마나를 퍼뜨려 압박하던 내가 빙그레 웃었다.

“실은 드래곤에 대해서 말이야. 좀 궁금한 점이 많았거든.”

“드래곤에 대해 말입니까?”

“그래. 멸종했다곤 하지만 나는 드래곤이 다 죽진 않았다고 생각해.”

“…….”

“아마 소수 살아남지 않았을까?”

“그…… 그렇겠죠?”

“그래서 난 드래곤이라는 존재가 그리 달갑지 않거든. 그래서 만나면 놈들을 어떻게 할진 모르겠더라.”

“…….”

“그렇지만 드래곤 하트는 꽤 좋은 소재라서 말이야.”

“그리고 용언 마법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것도 많고. 그래서 사실 드래곤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었어. 찾으면 실험체로 쓰려고.”

“드…… 드래곤은 일개 인간이…….”

“장담하는데 에인션트급이 와도 문제가 안 될걸?”

픽 웃으며 말하는 내 말에 그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그래서 혹시 네가 아는 드래곤이 있나 싶어서. 넌 드래곤에 대해 잘 아는 거 같은데. 드래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산맥이나 오지에 대해 잘 알지 않을까?”

“그…… 그게…… 실은 그리 자세히 아는 게 아니라서…….”

“진짜로?”

내 물음에 그가 허둥지둥거리며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예! 예! 드래곤…… 이 워낙에 잘 숨는 생명체라서 말입니다! 아마 찾기 쉽지 않을 겁니다!”

“아쉽네. 그래도 혹시라도 발견되면 참 좋겠어.”

빙그레 웃으며 마나를 거둬들인 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벗어둔 상의를 다시 입으며 걸어 나가자 그가 급히 물었다.

“저…….”

“음?”

“드래곤…… 말입니다. 폴리모프를 사용할 수 있어요. 만약 당신의 곁에 폴리모프한 드래곤이 있으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로서는 제법 용기를 낸 질문이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우선은 팔다리 자르고 심장부터 뽑아야지.”

스산하게 웃는 내 주변으로 막대한 힘이 쏟아지자 그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습니다! 그. 그 저는 우선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래 수고하고. 혹시 힘든 일 있으면 말해. 언제든 도와줄게.”

내 미소를 보며 나는 스윽 돌아섰다.

“새끼 귀엽네.”

반대로 멀리 도망치는 그의 등에 붙여놓은 마법진이 옅게 번뜩인다.

“미……미친 인간! 내 정체를 들켰다간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라겠어! 망할 뭐 저런 게 다 있어!”

비명을 지르는 그의 목소리가 마법진을 통해내게 그대로 전해져 왔다.

“푸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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