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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46화 (946/1,559)

제 946화

268. 용족의 파벌

‘아니 미친!! 대체 이 인간 뭐야!! 어떻게…… 어떻게 인간이 입으로 브레스를 쏴 갈기는데!!’

블루 드래곤은 전신의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애초에 빙룡이니 몸의 온도가 차가운 건 사실이지만 원래 혈액의 온도란 상대적인 것이다.

두려움을 느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세계 최강의 생명체인 드래곤이 한낱 인간에게?

그 사실이 잘못된 착각이라 말하고 싶지만…….

[저…… 언제까지 이러고 있으면 됩니까?]

머리를 박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그게 착각이 될 순 없었다.

“내가 됐다고 할 때까지.”

담담한 대답에 블루 드래곤은 조용히 침묵했다.

자신이 정신이 나가버린 게 아니고서야 분명 잘못 본 게 아니었다.

방금 그가 사용한 것은 엄연히 드래곤의 전유물이며, 그 기반에 사용된 힘 또한 용언이라는 것.

용언이 무엇인가.

바로 용족의 힘이다.

타 종족이 흉내 낸다고 해낼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라는 소리였다.

땅에 머리를 처박은 채 잔뜩 저자세를 유지하고 있던 블루 드래곤은 말없이 자신을 보는 데이비를 향해 불안한 시선을 보냈다.

“왜. 좀 전처럼 까불어보지.”

[죄송합니다아아아!!!]

괴물 같은 인간!!

비명을 지르는 거대한 빙룡은 도저히 드래곤이라 보기 어려울 만큼 비굴했지만, 그로썬 도저히 이 상황에서 달리 살 방법이 보이는 게 없었다.

죽이진 않겠다라고 하지만 그 한마디가 죽음보다 더 두려운 건 알고 있을까.

그의 냉기 브레스는 저 인간이 사용하는 검은 브레스에 완전히 집어 삼켜졌고 단단한 얼음을 두른 육체능력은 그의 주먹질 한방에 쩍쩍 소리를 내며 갈라지고 부서졌다.

인간 중에 자신과도 견줄 수 있는 강자가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놀랍게도 그 자신은 목숨을 아주 소중히 여기는 존재.

그러니 여기선 비굴하게 나가는 수밖에.

“자. 내놔.”

[예? 어떤 것을 말씀이신지…….]

“쓰읍…… 니가 레드 드래곤 레어에서 싹 쓸어간 것들.”

[그…… 그건 어떻게 아시고!]

“맞고 줄래. 그냥 줄래.”

데이비의 미소에 그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평소 앙숙 같던 루델을 찾아왔던 그는 레어의 주인인 루델라이트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녀석을 골탕 먹일 생각으로 싹 쓸어 담았다.

그런데 이젠 이상한 놈이 튀어나와서 그것을 강탈해간다니!

아무리 그래도 드래곤으로써의 자존심이 있지!!

[드리겠습니다!]

“좋아.”

아공간을 열어 진귀해 보이는 조각이나 검, 방어구나 아티펙트 보물 등등을 쏟아내는 그는 이대로 그가 돌아가 주길 바랐다.

뭐, 루델 녀석이 돌아와서 난동을 부리면 이자에게 찾아갈 터.

눈앞의 이 인간이나 루델 녀석이나 쌍방으로 골탕을 먹으면 자신이야 이득이다.

일단 데이비라는 이 괴물 같은 인간에게서 벗어나 이 사실을 장로들에게 알리는 것만을 생각했다.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아양을 부리며 그가 자비를 구걸하는 듯 헤헤 웃어댔다.

“이게 다야?”

[네…… 넵!!]

“더 없어? 그럼 이제 널 회 쳐서 고기로 해 먹어야겠다. 드래곤의 고기가 x력에 그렇게 좋다던데.”

그르르릉!!

블루 드래곤이 비명을 내질렀다. 그는 정말로 자신을 회 쳐버릴 생각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저항도 못 하고 죽으리라.

그의 마음을 돌릴 것을 생각해내야 했다.

‘생각해라! 생각해라! 그가 바라는 것!’

필사적으로 용의 두뇌를 굴리던 그가 눈을 번뜩였다.

[저…… 저 용 고기는 그렇게 x력에 좋지 않습니다요. 대신 이…… 이걸 쓰신다면…….]

그가 조심스레 아공간에서 작은 병을 꺼냈다.

[이게 인간에게 그렇게 좋은 겁니다. 남성 드래곤 중에서도 인기가 많지요. 실제로 효과가 직빵이라 여성 드래곤이 주로 선물로 남편에게 주곤 합니다.]

“호오…….”

입가에 미소가 걸리자 그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정말 아까운 것이지만 어차피 자신은 쓸 일이 없다.

오죽하면 루델라이트가 그에게 그런 말을 했겠는가.

‘x력제? 돌았냐? 레어에 처박혀있을 거면서 던전 탐사 장비를 모으는 짓을 하네.’

기분 드러운 표현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깟 거…… 목숨에 비하면야!

“그래. 뭐 이런 걸 준다면야 한 번 정도는 용서해줄게.”

그 말에 블루 드래곤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살았다!! 그 생각이 착각이 아니길 빌며 그가 재차 물었다.

[저…… 정말 보내주시는 겁니까?!]

“뭐, 정말로 용봉탕이라도 끓여주랴?”

[아닙니다!!]

“그럼 꺼져.”

그 말에 벌떡 일어난 블루 드래곤은 급히 워프 마법을 가동했다. 다행히 동결된 마나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세상에 인간인 주제에 드래곤의 마나를 동결시키다니 용족도 오르기 어렵다는 경지에 오른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그가 벗어나려던 그때였다.

“하나만 물어보자.”

[예?]

“최근에 몬스터들이 협동하듯 몰려와서 난동을 부린 적이 많아.”

[그건…….]

그가 잠시 멈칫했다.

“너희가 그런 거냐?”

그게 맞다면. 드래곤들이 별자리와 손을 잡았다는 뜻이 된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몬스터들이 습격한 이유가 이단 섬멸이었으니까. 즉, 천칭궁과 손을 잡고 있었다는 뜻과 일맥상통했다.

[글쎄요. 저희 드래곤이 피어를 통해서 몬스터를 이동시키는 건 맞습니다만…….]

“너희가 그런 게 아니라고?”

[아이씨…… 이런 건 말하면 안 되는데……. 저희는 과거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모두 잠들었었습니다. 제가 깨어난 것도 고작 2주 전이죠.]

“그래서?”

[다들 비슷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특히 내부에서는 외부활동을 유희를 제외하곤 절대 바깥에 나타나지 않기로 결정이 났습니다. 당신이 말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방금까지 악마 같던 인간이었으나 지금 거짓말을 했다간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생겼다.

[아마 당신이 찾는 그건 아닐 겁니다.]

“흠…… 별자리 중에 몬스터를 굴리는 놈이 있는 건가. 예상되는 놈이 한 놈 있긴 한데…….”

[그…… 그럼 가봐도 될까요.]

“그래. 마음 바뀌기 전에 가.”

이상하게 너무 순순히 보내준다. 하지만 그는 일단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그리고,

그렇게 그가 떠난 뒤 가만히 그를 지켜보던 데이비가 씨익 웃어보였다.

“그래. 멀리 가. 아주 멀리. 기왕이면 너희 종족과 교류도 하고.”

* * *

블루 드래곤과의 격전 소식을 전해 들은 루델라이트는 복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금 살아있는 블루 드래곤은 총 둘. 장로 드래곤과 자신과 앙숙인 사파이어.

장로 드래곤을 일방적으로 쥐어패기엔 그의 힘이 막강하니 아무리 괴물 같은 인간이라도 불가능할 텐데. 그렇다면 남은 건 사파이어 녀석뿐이다.

하하! 그거 참 깨소금이구나! 도둑놈 자식.

역시 마나량이 전투력에 비례하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역시는 역시였다.

그래도 꼴에 동년배 드래곤이며 자신과 앙숙이었던 녀석이지만 그렇게 쉽게 당하는 걸 보니 자신이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들켰다간 어찌 될지 간담이 서늘해진다.

물론 그가 사파이어 녀석을 살려 보낸 이유가 조금 궁금하긴 했다.

드래곤을 찾으면 당장이라도 날개를 잡아 뜯고 심장을 적출할 것처럼 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보내준다? 그동안 지켜본 그는 절대 그냥 보내줄 위인이 아니었다.

그럼 뭔가 있다는 소리인데…….

그걸 알 방법이 없었다.

* * *

악마 같은 인간에게서 벗어난 블루 드래곤, 사파이어는 전신에 식은땀이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후우웅!! 훙!

이윽고 거대한 화산의 분화구 내부로 들어선 그는 본래의 모습에서 인간의 형태로 바꾸며 휘적휘적 걸어 나갔다.

“괴물 같은 놈…… 대체 뭐야 그거!”

인간이 어떻게 웜급의 드래곤조차 두려움을 느끼게 한단 말인가.

루델라이트는 아직 행방불명이고.

“일단 이 사실을 전해야겠어.”

그렇게 말하며 장로들이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들어갔다.

고룡급 장로들.

현재 남은 장로는 그의 생각보다 더 적었다.

그 수는 고작 셋.

블루와 블랙. 그리고 그린이었다.

“장로님들.”

“사파이어냐?”

“예. 로드께서는 아직 깨어나지 않으셨습니까?”

“보다시피. 후우…… 내전이 곧 발발할 텐데 로드께서 깨어나지 않으시니…….”

한숨을 내쉬는 블루 드래곤의 장로이자 사파이어의 아버지인 마린이 한숨을 내쉰다.

지긋한 수염을 늘어뜨린 채 그가 물었다.

“한데. 루델라이트를 데려오라 말했건만. 왜 혼자 온 것이냐?”

“아…… 그게 말입니다…….”

사파이어가 떨떠름하게 답했다.

“그놈은 행방불명입니다. 그리고…… 인간 중에 브레스를 쓰는 인간이 나타났습니다.”

그 말에 주변이 고요해졌다.

동시에 블루 드래곤의 장로이자 사파이어의 아버지인 마린이 섬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금 그 말이 사실이냐?”

“예, 그에 대한 처분을…….”

“처분은 무슨. 고작해야 인간이 흉내 낸 것이겠지.”

“블랙 드래곤 장로님. 그가 사용한 건 다크 브레스였습니다.”

“…….”

그 말에 블랙 드래곤 장로가 움찔거렸다.

그의 눈은 당장이라도 사파이어를 찢어 죽일 것처럼 사나워져 있었다.

“그 말이 사실이냐?”

“예. 게다가 브레스의 위력이…… 저를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존재를 숨기는 건 안 될 것 같아서…….”

“…….”

고요한 침묵이 인다.

이윽고 블랙 드래곤 장로가 천천히 일어났다.

“장로, 어디 가는 게요.”

“이놈의 말이 사실인지 한번 봐야겠소.”

“앉으시오. 지금은 한낱 인간에게 신경 쓸 때가 아니오.”

“…….”

“사파이어. 너는 다시 루델라이트를 찾아라. 그 녀석이 의식의 신관을 맞이해주지 않는다면 이번엔 정말로 우리가 패배한다. 게다가 정찰을 떠났던 아이의 말을 들어보니 기이한 존재와 손을 잡은 모양이더구나.”

“기이한 존재요?”

“그래. 가히 신적인 무언가. 그들이 세상에 내려와 재앙을 뿌린다면 일이 복잡해진다.”

마린의 말에 사파이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던 중 움찔했다.

“아버지. 지금 루델 그놈을 의식의 신관으로 쓰겠다 하신 겁니까?”

“문제라도 있느냐?”

“있지요! 의식의 신관은 포장일뿐 결국 제물이 아닙니까! 용신족의 힘을 깨워내기 위한!”

“네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다.”

“아버지!!”

“사파이어!! 여긴 공적인 자리다. 장로님이라 불러라.”

엄한 그 말에 사파이어가 이를 악물었다.

“그 인간에 관해선 나중에 내가 따로 처분할 테니 신경 쓰지 마라.”

장로급이 나선다면야 인간이 강해 봐야 결국 손바닥 안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상하게 사파이어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 인간.

정말로 자신에게 보여준 힘이 전부였을까…….

‘아니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야. 루델라이트 녀석이 제물로 선정됐으니 빨리 놈을 찾아서 이야기를 해줘야 할 텐데…….’

사파이어는 장로들이 보지 못하게 이를 악물었다.

힘이 약해 세력이 약해진 드래곤의 입장은 참 거슬리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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