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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51화 (951/1,559)

제 951화

269. 용족

거대한 체격에 우락부락한 근육질 체형의 2족 보행형 미노타우로스는 온 전신을 가득 채우는 남색과 별빛을 강하게 빛내며 홀로 걸어 나갔다.

“정지! 정지! 접근하지 마라!”

그리고, 그 타우르스가 걸어간 곳의 끝에는 석조건물로 이루어진 마을과 긴장한 채 그를 향해 무기를 들고 있는 오크들이 보였다.

“여긴 대족장 [쓰]의 영역이다! 소속을 밝혀라!”

물론 그렇게 묻는다고 타우르스가 대답할 리가 없었다.

멀뚱멀뚱 선 채 오크들을 보던 타우르스는 그렇게 잠시간 가만히 있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정체는 다름 아닌 독특한 별자리. 바로 금우궁 타우르스였다.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공격하기엔 금우궁 타우르스의 형태나 그가 은연중에 내뿜는 힘이 경악스러울 정도로 무겁고 깊다.

본능적으로 상대의 강함을 눈치채는 오크들의 입장에선 마른하늘에 날벼락. 그 자체였다.

그때 참지 못한 오크 전사 하나가 거대한 도끼를 들고 뛰쳐나왔다.

“내 도끼를 받아라!! 우오오오오오!!”

그야말로 맹돌진임에도 불구하고 타우르스는 그저 보이지 않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듯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콰앙!!

도끼를 휘두른 오크의 팔을 낚아채고는 뭔가 가늠하듯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저어 보였다.

“이…… 이럴 수가…… 대전사의 공격을 저렇게 단번에…….”

오크에게 무력은 모든 요소에서의 최우선 기준이다.

실질적으로 방금 도끼를 들고 뛰어든 대전사 고르는 부족 내에서도 굉장히 강한 오크였다.

그런 고르가 힘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다니! 생전 처음 보는 존재의 등장에 오크들은 두려움과 경외 그리고 긴장으로 모두 침묵했다.

그때였다.

“대족장께서 납신다!!”

어떤 오크의 외침과 함께 오크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오오오오!! 대족장 쓰!!”

“쓰!”

“쓰!!”

환호하듯 소리치는 오크들을 보며 걸어 나온 오크는 커다란 두건을 벗어넘기며 콱 소리 질렀다.

“무슨 일이냐!”

“그것이…….”

족장 쓰는 곧 오크의 부락 앞에 선 채 가만히 있는 거대한 미노타우로스와 흡사한 무언가와. 그런 그에게 도끼를 붙잡혀 안간힘을 쓰고 있는 대전사 고르를 바라보았다.

“저것은!!”

대족장 쓰가 눈을 부릅떴다.

“대족장! 저게 무엇인지 알고 계시오?!”

“알지! 알다마다!”

긴장한 듯 대족장 쓰가 문밖으로 걸어 나가자 오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오오, 역시 대족장 쓰! 정령과 대화가 가능하신 위대한 전사!”

“비켜라!!”

황급히 그가 걸어 나가자 타우르스는 마치 불구대천의 원수를 만난 것처럼 잡고 있던 도끼를 휙 당겨 고르와 함께 던져버렸다.

단순히 힘이 밀리는 게 아니라 그냥 힘 싸움 자체가 안 되는 것이었다.

“대족장께서 저 존재와 대결하신다!!”

“대족장께 정령의 축복을!!”

“쓰!”

“쓰!”

“쓰!!”

이름을 부르는 오크들을 뒤로한 채 쓰는 조용히 그리고 불구대천의 원수를 만난 것처럼 굳은 얼굴로 타우르스의 앞에 섰다.

그리고 조용한 눈싸움이 이어졌을까.

“크오오오오오오!!”

대족장 쓰가 갑자기 상의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타우르스 또한 움직였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흡!!”

모스큘라 자세를 선보였다.

“흡!!”

쿵!!

터질듯한 근육을 드러내며 각기 다른 자세를 뽐내기를 한참.

오크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고.

이내 터질듯한 이두를 불끈거리던 대족장 쓰가 몸을 편히 하는 것으로 둘의 기괴한 대치는 끝났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다가간 타우르스와 쓰는 이내 서로의 오른손을 강하게 맞잡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손님이다!!”

“우와아아아아아아!!!”

터질듯한 함성과 함께 오크 대족장 쓰는 이내 타우르스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고개를 까딱였다.

“들어가게 형제여. 우리 부족은 강인한 전사를 언제나 환영하지!”

그 말에 타우르스는 조용히 그를 따라 부족 내로 걸어 들어갔다.

대륙 동부, 린디스 제국 내에 위치한 오크부족. 그 오크부족에 찾아간 존재. 타우르스가 사실은 일개 단신으로 세상을 뒤흔들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오크들이 알 리 없다.

하지만 반대로 그들은 그런 건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 * *

“이보게 드래곤. 이것 좀 봐줄 수 있는가?”

골고다 장로가 마법서를 들고 지나가던 레드 드래곤 루델라이트를 불렀다.

“당신도 내 정체를 알고 있었습니까?”

하다 하다 이제는 드워프까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짓는 그를 향해 골고다 장로가 껄껄 웃어 보인다.

“아니 몰랐지.”

“그럼 겁도 안 납니까?”

드래곤과 드워프는 필연적으로 상당히 오랜 역사 동안 엮여왔다.

그렇기에 드워프는 유전자 단위로 드래곤에게 두려움을 품고 있다 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그 격 차이가 거대했다.

하지만 골고다 장로는 멀쩡했다.

“겁이라니. 하하하. 겁이야 나지.”

“흐음?”

“한데 문제가 생길 일은 없을게요. 여기가 어딘지 잊었는가.”

그 말에 루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그러네요.”

“그동안 은사께서 했던 일을 짚어보면 그리 놀랄 것도 없지. 해서. 이건 어떠하오?”

“마나 배열이 조금 뒤틀렸네요. 수정하셔야겠습니다.”

“하하하. 그렇군! 이게 문제였군! 고맙소!”

그렇게 검을 들고 떠나가는 골고다 장로를 보며 루델은 헛웃음을 흘렸다.

뭔가…… 나쁘지 않은 느낌이다.

가능하면 평생 이곳에 있고 싶었다.

실제로 에반젤린에겐 자신이 그녀의 곁에 남아있겠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사실 그도 모르진 않았다.

타락용과의 내전이 다시 발발하려는 이 시점에 이르러서 타락용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선 자신의 심장을 대가로 바쳐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이곳에 있으면 그런 것 따윈 신경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평온하기 그지없다.

가능하면 이 평온이 유지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때. 그의 기감으로 익숙하면서도 낯선 두 기운이 느껴졌다.

“이건…….”

그의 눈이 세로로 찢어지는 듯하더니 순식간에 공간을 뛰어넘었다.

* * *

평범한 여행자의 복장에 로브를 뒤집어쓴 두 명의 남성이 영지에 들어섰다.

“이곳이냐. 사파이어.”

“예 아버지.”

“독특한 곳이로구나. 인간의 마을을 많이 돌아다녀 보았지만, 이곳만큼 다수의 힘이나 종족이 공존하는 곳은 잘 보지 못했거늘.”

“이곳의 주인은 인간이면서 저를 이긴 존재입니다. 괜히 분란을 일으키면 지금 같은 상황에 더 복잡해질 수도 있습니다.”

사파이어의 대답에 그의 아버지인 블루드래곤 장로, 마린은 조용히 침묵했다.

“한데. 의외로구나. 루델의 위치를 숨길 줄 알았거늘.”

“그게……”

“네가 말한 것과 관련이 있느냐?”

마린의 물음에 루델이 침묵했다.

“널 이긴 그 인간이 있는 영지가 바로 이곳이라 하였지. 루델은 이곳에서 유희를 즐기고 있고.”

“예.”

“하지만 나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이곳은 이미 타락용들이 한차례 습격했다는 정보가 있다. 그들이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모르겠다만. 아무리 인간이 강해도 드래곤의 습격이 시작되면 죽음을 맞이할 터.”

그가 과연 정말 당할까.

그의 힘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장로급 드래곤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대단한 인간이라도

“아버지. 만약에 말입니다. 그 인간이 드래곤들을 모두 해치운 것이라면요?”

“허허허 말이 되는 소리를 하거라.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있겠느냐.”

그의 말에 사파이어는 그때 당시를 떠올렸다.

직접 보지 않고선 사실 쉬이 믿기지 않는 이야기라는 건 분명하니까.

다만 그들이 갑자기 사라진 것도 의아한데 루델 녀석의 움직임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일단은 기다려 보아라. 어차피 놈을 불렀으니 우리의 기척을 눈치채고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마린은 더욱더 강하게 기척을 뿌렸다.

일반 인간들은 느끼지 못하는 묵직한 힘의 파장. 어떤 의미로는 저주파와 고주파에 가까운 그런 용족들의 의사소통 수단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루델이 이곳에 있으면 자신들의 존재를 눈치채고 나타나리라.

그렇게 생각했건만.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나타났다.

“아…… 아아 여기 있네.”

갑옷을 입은 기사 다수가 그들을 향해 다가온 것이다.

“무슨 일이오?”

괜히 인간에게 드래곤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려봐야 서로 좋을 게 없다.

마린과 사파이어는 당연히 인간인 척을 하고 있기에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아버지. 이건]

[가만히 있거라. 이 아비의 오랜 유희 경험에 따르면 이들은 그저 불시적으로 검문을 하는 자들일 뿐이니.]

“무슨 일이오?”

“실례지만 외부에서 오셨습니까?”

“그렇소만. 아들놈과 함께 여행 중이지. 한데 무슨 일이오?”

마린은 평소의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던 장로로서의 모습이 아닌 정말로 아들과 여행을 온 평범한 노인의 흉내를 냈다.

“그렇군요. 하인스 영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허허. 아름다운 영지라 내 이곳에 오길 잘한 것 같소. 영주께서 상당히 미적 감각이 좋으시구려.”

빈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영지의 풍경이나 하늘에 뜬 물길, 그리고 거대한 물의 구슬을 보면 저런 기술을 가져와서 자신의 레어에도 꾸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아하. 그렇군요. 확실히 저하께선 대단하시지요. 아마 대륙 내에서 이런 모습을 한 영지는 이곳 뿐일 겁니다.”

이 또한 단순 빈말이 아닌 건 마린과 사파이어도 알고 있었다.

오랜 시간의 수면기 끝에 인간 세상도 많이 변했거니 생각하기엔 오는 길에 본 영지들이 과거와 별 차이가 없었으니 말이다.

“한데. 무슨 일로 우리 부자를 잡으신 게요?”

“아. 예 협조 감사드립니다만 우선 이걸 좀 잡아주시겠습니까?”

그 말에 마린이 사파이어에게 눈치를 보냈다.

[오오. 아버지. 역시 인간 세상에 단숨에 녹아드시는군요.]

[봐라. 이놈아. 이게 아비의 연륜이라는 것이다. 뭐 때문에 검문을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검문 정도야 누워서 브레스 쏘기지.]

삐릭.

그리고.

구슬을 받아든 기사가 조용히 무언가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확실해. 연행해라.”

어?

너무 당연하게 자신들을 포박하는 기사들을 보며 블루드래곤 사파이어와 장로 드래곤인 마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아버지?]

[이건 뭔…….]

“저야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지만, 좀 전부터 영지 전체에 시끄러울 정도로 막대한 고주파 에너지가 퍼지고 있다는 민원이 들어와서 계속 말입니다. 이걸로 찾고 있었습니다. 우선 자세한 경황은 경비대에 가서 하시죠.”

“아…… 아니 잠깐! 이게 무슨!”

“어허 거부하시면 안 됩니다!”

그 말에 마린이 당황한 듯 소리쳤다.

루델을 찾아 하인스 영지로 왔던 두 마리의 드래곤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생각지도 못한 포박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당당하게 루델을 찾아 데려가는 게 아닌. 영지의 유치장에 갇히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아버지.”

“조용히 해라. 어떻게 용족의 파장을 느끼고 민원을 넣었는지 나도 이해가 안 간다.”

그들은 몰랐다.

이 영지에 있는 것들이 누구인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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