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53화
하인스 영지를 떠난 마린 장로와 사파이어는 곧바로 대륙의 서부로 날아올랐다.
그들이 급히 도달한 곳은 다름 아닌 신목의 성지.
바로 세계수 알이 있는 엘프의 성역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위대한 분이시여.”
엘프 신녀 에밀리아가 정중하게 두 드래곤을 마중 나오자 사파이어가 천천히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역시 에밀리아는 다시 봐도 아름답네. 어때. 내 레어에 가디언으로 오지 않을…….”
“사파이어. 쓸데없는 짓 하지 말거라.”
“쳇. 알겠습니다.”
그런 추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하듯 신녀 에밀리아는 익숙하게 두 드래곤을 데리고 세계수 알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떠났다.
그리고는 두 드래곤을 세계수 알의 정신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세계의 거목이시여.”
사파이어와 다르게 마린 장로는 세계수에게 깍듯이 예를 갖추었다.
그 탓일까. 평소 세계수를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던 사파이어가 괜히 무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무슨 일로 왔는가. 블루 일족의 드래곤이여.”
느긋하게 앉아 사슴의 목덜미를 쓰다듬어주던 알이 물었다.
“실은 당신께 묻고 싶은 것도 있고.”
“점을 봐달라는 게냐?”
“예.”
마린 장로의 말에 세계수 알은 조용히 마린 장로를 바라보았다.
“죽겠구나.”
짧지만 강렬한 한마디였다.
세계수가 보는 운명의 점은 드래곤조차 인정하고 있는 점이었다.
비록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 점을 보면 그 결과는 어떤 경로를 통하든 거의 이루어지는 편이었으니까.
그런 세계수가 마린 장로를 향해 대뜸 한 한마디가 바로 죽겠구나 였다.
“자, 잠깐만 세계수!! 아버지께서 죽는다는 말인가?!”
그의 외침에 알은 조용히 사파이어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질리지도 않는구나.”
“죄송합니다. 아들놈 교육을 제가 잘못시켰습니다.”
“아버지!!”
당황한 사파이어가 크게 소리쳤다.
“이봐! 세계수! 그게 무슨 말이야! 아버지께서 곧 죽는다는 말인가!?”
“나는 틀린 말은 하지 않았어. 운명의 끈이 끊어져 있는 경우는 두 가지 뿐이지. 죽거나. 죽음에 준하는 상황에 놓이거나.”
너무 담담하게 답하는 세계수의 말은 외려 차갑게 느껴질 정도였다.
“끊어져 있다라…… 하면 내가 살 수 있는 방법도 있소?”
그 물음에 세계수 알은 조용히 미소지었다.
* * *
타락용.
온건파에선 타락용이라 부르지만 사실 이들은 본인 스스로를 개혁파 드래곤이라고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이들의 목적은 대륙의 파괴나 혼란 같은 게 아니었다.
생명의 수가 무분별하게 늘어나고 전쟁이 심화되어 대륙이 비명을 지른다.
그 사실을 보다 못해 관망을 포기하고 직접 나서서 전쟁의 불씨가 되는 원흉을 제거하고 땅을 지키겠다는 생각을 지닌 급진 개혁파.
그게 바로 타락용이라 불리는 이들의 실체였다.
하지만 현재의 타락용들은 오랜 내전으로 인해 조금 변질된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현재까지의 정황으로 보건대, 카르엘라와 카르마를 포함한 총 다섯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타락용이라 불리는 개혁파 드래곤들은 기존의 온건파에 비해 그 수가 많았다.
“젠장 카르엘라 멍청한 년. 그토록 조심하라 일렀거늘. 그래서. 온건파 놈들 중 누가 카르엘라를 죽였는지 알아냈는가.”
“현 상황에서 추측 가능한 것은 레드 일족의 루델라이트라 생각됩니다.”
루델라이트.
타락용 사이에서도 루델라이트라는 드래곤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자신들이 얻은 정보에 의하면 과거 내전이 벌어졌을 때 타락용들을 모조리 잠들게 만들어버렸던 시초용의 힘을 온건파가 사용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레드 일족의 루델라이트. 그 여동생인 루비라이트의 심장에 시초용의 흔적이 있었다.
이에 온건파는 그 흔적이 담긴 드래곤 하트를 용의 잔에 담았고, 그 힘을 이용하여 타락용들의 힘을 약화시키고 모두 잠들게 만들었다.
이후 자신들의 새로운 로드, 아니 군주께서 자신들을 다시 깨워주지 않았다면 앞으로 수백 년은 더 잠들어있었으리라.
“다행히 정보에 따르면 루델라이트가 그 겁쟁이들의 본거지인 용의 둥지로 가진 않았다고 합니다.”
“멍청한 놈. 제 신변이 현재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르는군.”
레드 드래곤 장로의 말에 다른 이들이 키득거렸다.
물론 겁쟁이. 즉 온건파의 입장에서도 루델라이트의 심장을 잔에 담는 것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할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신변을 저리 방치하는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를 회수할 방법은 찾았는가?”
“우선적으로 성룡급 드래곤 다수를 파견하려고 합니다만. 겁쟁이 놈들도 그것을 눈치챘는지 저희들의 움직임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블루드래곤 장로 마린이 제 아들인 사파이어와 함께 루델의 곁을 지키고 있다고 하더군요.”
물론, 희생시키는 온건파들의 입장에서 루델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고 싶었을 것이다.
안 그래도 희생이 내정되었는데 그를 잡아 가둬놓는 것은 너무 가혹할 테니까.
“쯧쯧 그러니까 그놈들이 지는 거지. 그래. 추가적인 투입은 어렵다?”
“군주와 다른 장로, 그리고 대부분의 전력이 대륙을 넘어오기 전까지는 기다려야 할 듯합니다.”
“그럴 순 없지.”
그린 드래곤 장로가 끌끌 웃자 레드 일족의 청룽 하나가 조심스레 물었다.
“장로님. 방법이 있습니까?”
“카르엘라를 각성시키겠다.”
“예? 카르엘라는 분명…….”
“그래. 죽었지. 아마 육신은 빠르게 자연으로 환원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군주께서는 이리될 것도 예상하셨던 모양이다.
그린 드래곤 장로가 끌끌 웃어보였다.
“마린 장로가 그곳에 있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되었구나.”
장로급 드래곤의 재각성을 볼 수 있을 테니.
그 결과가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 * *
세계수의 증언을 듣고도 쉬이 믿어지지 않는 사실에 마린 장로와 사파이어는 하인스 영지의 객실로 돌아와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버지. 그 세계수가 한 말 말입니다.”
“…….”
“사실일까요?”
“우리가 수면기에 든 이후로 세상이 많이 변했구나.”
세계수는 자신들에게도 말을 아꼈다.
그가 어떤 일을 해왔고, 그가 어떤 존재인지를 말이다.
다만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싶어? 이봐 마린 장로, 과거 내 후임 세계수였던 이그드라실이 왜 죽어 사라지고 내가 다시 깨어났는지 알고 있나?]
세계수의 증언대로라면 그는 인간이되 인간을 초월한 사실상 이 대륙의 진짜 수호자라는 모양이었다.
수호자.
단순 단어로 치기엔 너무 무거운 단어였다.
수호자가 무너지면 그 세계는 끝장난다는 소리였으니까.
강한 존재가 한 명에게 매력을 느껴 모여든 게 아니다.
강한 것들이 더 강한 한 명에게 모여든 것이다.
그 사실을 들었음에도 좀처럼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실이었다.
“그나저나 그런 걸 보면 믿기 어려워도 믿을 수밖에 없겠네요.”
사파이어는 영주성의 지하에 있을 드래곤 하트를 보면 참 허탈한 기분만 들었다.
“장로님. 사파이어.”
복잡한 심경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그들을 향해 루델이 다가왔다.
“루델.”
“예 장로님.”
“넌 이곳에 남고 싶으냐?”
“예. 제 하트를 잔에 담는 그 순간까지는 이곳에서 아가씨를 모실 겁니다.”
“그 아가씨가 대체 뭐라고…….”
사파이어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리자 루델이 인상을 찡그렸다.
“말조심해라 사파이어. 에반젤린 아가씨만큼은 네가 함부로 말해도 될 분이 아니시다.”
“그깟 인간이 뭐라고!”
사파이어의 반응이 사실 정상적이었다. 그 인간이 뭐라고 드래곤이 자신의 존재 자체를 바쳐가며 모시겠다 맹세를 했단 말인가.
“그분은 단순한 인간이 아니야.”
“그러면?”
“…….”
이에 루델은 에반젤린이 그들이 모시는 시초용. 아니 정확히는 고대룡의 후손이라는 것을 밝히려다 말았다.
애초에 내전이 발생한 이유 중 하나가 시초용의 힘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그 시초용, 즉 고대룡 그 자체인 에반젤린의 하트는 드래곤 들 사이에서 엄청난 분쟁의 씨앗이 되리라.
사파이어는 그나마 믿을 수 있는 드래곤이지만 그래도 별수가 없었다.
“단순한 인간이 아니면 뭔데.”
사파이어가 재차 묻자 루델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걸 알려선 곤란해. 아무리 사파이어 놈이라 할지라도.’
앙숙이라 해도 믿을 수 있는 놈에게조차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사실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런데. 그건 무엇이냐?”
“블랙 일족의 카르엘라가 가지고 있던 드래곤 하트입니다.”
이미 가공이 되었는지 검은빛을 내뿜는 보석이 특수한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게 보였다.
“조금 알아보고 싶은 게 있어서 따로 받아왔습니다.”
주인을 잃은 드래곤 하트는 거대한 아티펙트다.
당연 그것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발생할 일은 잘 없다.
심장은 자아가 없으니까.
“그나저나 이게 진짜 카르엘라의 하트라니…….”
신기한 듯 사파이어가 드래곤 하트를 슬쩍 만졌다.
오싹한 느낌이 전해져온다.
“카르엘라는 이미 우리 동족 내에서도 굉장히 독특한 강자로 유명했으니까.”
그때였다.
심장을 바라보던 사파이어의 눈이 번뜩였다.
“커헉!!”
동시에 그의 몸이 무너지며 그의 몸에서 푸른 마나가 심장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사파이어?!”
뒤이어 놀란 마린과 루델이 그를 부축하려는 그 순간.
카르엘라의 심장에서 나온 검은 촉수 같은 것들이 마린 장로와 루델에게도 뻗어져 나갔다.
“커헉!!”
“크아아아악!!!”
생각지도 못한 변화.
갑작스런 사태에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던 세 드래곤은 눈을 부릅떴다.
힘이 빠져나간다.
드래곤 하트의 출력이 약해지고 마나가 대부분 빼앗기고 있다.
동시에 주인을 잃은 카르엘라의 심장이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스스로 케이스를 부수고 빛에 휩싸여 변하기 시작했다.
“구…… 군주의 권능…….”
다른 드래곤의 힘을 강제로 흡입해 자신의 힘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모를 수가 없었다.
온건파 드래곤들의 가장 위험한 적이자 사실상 현 드래곤 로드조차 쉬이 제압할 수 없는 역대 최강의 흉룡, 군주의 고유 힘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군주의 힘이 어째서 일개 성룡의 심장에서 나타난단 말인가.
게다가 마치 이때만을 기다려왔다는 듯 심장은 세 드래곤의 몸에서 마나를 미친 듯이 뽑아먹으며 서서히 빛을 키워나갔다.
“커헉!!”
그리고.
호수처럼 방대하던 세 드래곤의 마나가 모조리 빨려 나갔고 힘을 죄다 잃어버린 세 드래곤이 힘없이 쓰러지는 그 앞으로.
검은 체격의 거대한 드래곤이 섬뜩한 안광을 번뜩이는 게 보였다.
[아파…… 아파!! 아파!!!]
광기에 서린 목소리.
광룡의 힘이었다.
세 드래곤의 힘에 카르엘라의 드래곤 하트가 품은 힘. 거기에 광룡의 폭주까지.
최악의 상황에 그들은 바닥에 쓰러진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카르엘라의 부활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장로급 드래곤의 힘까지 먹어치운 마당에 광룡으로 폭주했으니 그 힘은 이제는 장로급조차 쉬이 당해낼 수준이 아니었다.
이런 뻔한 함정에 걸려든 자신이 멍청하다 느껴질 정도로 마린은 통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이 괴물을 만들어버렸다.
처음 사파이어가 드래곤 하트를 바라볼 때 그 이상을 눈치챘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거대한 포효를 터뜨린 각성한 광룡 카르엘라가 눈을 번뜩였다.
그러자 폴리모프조차 해제하지 못한 세 드래곤의 육신이 서서히 허공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크륵…… 큭…….”
“아…… 아버지!”
“무리하지 마라! 마나 봉인이다! 무리하게 마나를 운용하다간 몸에 극도의 무리가 갈 것이다
마린 장로가 이를 악물었다.
역시 군주.
그는 이런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예상했고 이런 함정을 판 것이다. 그와 한차례 전쟁을 벌여봤으면서도 이런 멍청한 실수를 저지른다니.
지잉…….
이윽고 카르엘라의 입에 검은빛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빼앗긴 힘을 대신할 힘을 보충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힘만 되찾는다면, 마력봉인을 해제할 수 있고, 부활한 카르엘라를 저지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마린이 카르엘라를 노려보던 그때.
카르엘라의 눈이 위험하게 일렁이며 그녀의 입에 모인 브레스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브레스가 방출되기 직전.
느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야밤에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놈의 괴성 때문에 지금 잠 못 잔다고 민원이 얼마나 들어오고 있는지 알아?”
동시에 고개를 돌린 루델과 마린, 사파이어는 영주성의 한쪽 지붕 위에 걸터앉은 채 상황을 지켜보는 인간을 볼 수 있었다.
“네가 했냐?”
데이비의 물음에 사파이어가 움찔거렸다.
“이…… 인간.”
“아니면 그쪽 장로님이 하셨나?”
“일단 피하시게! 현재 카르엘라는 장로급에 성룡급 드래곤 둘의 마나를 흡수한 것도 모자라 폭주했네!!”
“꼴에 전보다 위험해 보이긴 하네요.”
담담한 데이비의 대답에 마린이 헛숨을 내뱉었다.
지금 그게 평가의 끝이란 말인가. 그는 느껴지지도 않는가. 이토록 끔찍하게 주변을 짓누르는 힘이.
마린 장로가 이를 악물었다.
“피하라 했네! 카르엘라에게 붙잡히면 자네의 마나도 모조리 빨려 나갈걸세!”
그가 강한 건 들어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의 힘까지 먹어치우면 카르엘라는 더 이상 겉잡을 수없이 강해지리라.
드래곤 로드의 힘을 어째서 카르엘라가 가지고 있는지. 또 이미 죽은 용이 어째서 다시 부활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라면 대참사가 날 게 틀림없었다.
이윽고.
거대한 포효를 흘리며 광룡이 된 카르엘라가 천천히 날개를 펄럭였다.
폭풍이 이는 바람 속에서 카르엘라가 본능적으로 원수를 찾듯 데이비를 노려보며 안광을 번뜩이자 데이비의 몸에서 마나가 빨려 나와 카르엘라의 몸에 스며든다.
“안돼!!”
사파이어가 비명을 내질렀다.
데이비의 마나까지 빼앗기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고 말하듯 마나는 계속해서 카르엘라에게 빨려 들어갔다.
카르엘라는 죽었으나 그녀의 심장이 그녀를 죽인 존재를 기억한 것이다.
이에 마린 장로를 집어 던져버린 카르엘라가 브레스를 데이비에게 쏘려던 그 순간.
모두가 침묵에 빠지고 말았다.
“좀 독특하긴 하네. 그래도 덩치만 컸지 하는 짓은 모기도 아니고.”
담담하게 중얼거린 데이비가 지붕에서 뛰어내려 허공에 내려선다.
동시에.
바닥에 떨어진 채 상황을 올려다보던 마린 장로가 눈을 부릅떴다.
하나둘. 수십. 아니. 수백 자루가 넘는 황금빛의 기검들이 카르엘라의 전신을 노리고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나하나가 소드마스터 상위의 존재들이 겨우 뽑아내는 압축된 기검.
그런 검이 수백 개.
평생을 검에 매진해온 블랙 드래곤 장로 오팔조차 저런 건 불가능했다.
단순히 검기를 두른 기검을 만들어내는 것과 지금의 압축된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내는 건 다르니까.
그렇다면 대체 이 인간은…….
그렇게 생각하기를 잠시.
본능적으로 적의와 두려움을 동시에 표출하던 카르엘라가 급히 입을 쩍 벌리더니 브레스를 데이비를 향해 방출했다.
단 한방에 이런 영지는 모조리 잿더미가 될 만큼 강력한 브레스. 이전의 카르엘라가 가지고 있던 힘을 월등히 넘어가는 힘이었다.
그런 브레스가 데이비를 향해 날아들었고, 데이비는 조용히 웃으며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입을 뻐끔거렸다.
[먹어라.]
[포식.]
콰드득!!
허공에서 무형의 무언가가 브레스를 통째로 씹어먹어 버린다.
그 광경을 세 드래곤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것은 어느 정도 사실을 들어 알고 있는 루델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모시는 아가씨의 아빠인 데이비의 힘을 본 건 그도 사실상 처음이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