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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54화 (954/1,559)

제 954화

“우오오오오오오!!!! 대단하군!”

수많은 오크들이 열광한다.

그런 오크들 사이에서 거대한 덤벨을 쥐고 미친 듯이 펌핑하고 있는 특이하게 생긴 미노타우로스가 자신을 자랑하듯 이리저리 자세를 잡았다.

“대단하군! 이토록 완벽한 근육을 본 적이 없네!”

대족장 쓰는 아주 만족스러운 듯 고기를 뜯으며 엄청난 근육을 자랑하는 존재를 바라보았다.

그 존재는 말을 하진 않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한 느낌이었다.

이미 부족 내의 대부분의 오크들은 금우궁 타우르스의 힘에 매료된 상황. 대족장 쓰는 그럼에도 질투보다는 화끈하게 웃어보였다.

“타우르스! 형제와 내가 힘을 합친다면 오크 부족 최강의 콤비가 될 수 있네!”

대족장 쓰가 거대한 술잔을 가져와 건네주자 타우르스가 그것을 받아든다.

입이 없는데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그를 보며 쓰는 만족스레 웃었다.

“이제! 하인스 영지에 있는 강대한 적을 만나러 갈 수 있겠군!”

그 말에 타우르스의 시선이 간다.

“내 아들놈이 하인스 아카데미에 재학 중이네. 우리를 지원해주는 린디스 황실의 황제께서 제안해주신 덕에 그놈에겐 공부를 시켜줄 수 있었지.”

하인스라는 말에 타우르스의 전신에 별빛이 더욱 반짝였다.

“호오 형제여. 흥미가 동하는가?”

그 말에 타우르스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좋군! 그곳에 우리와 견줄만한 멋진 힘과 근육을 지닌 존재가 있다고 하더군!”

그 말에 타우르스의 별이 더욱 강렬하게 반짝거렸다.

“같이 가겠는가?!”

그 말에 타우르스가 벌떡 일어났다.

“좋네! 형제는 아주 마음에 드는군! 자고로 근육을 단련한 자 중 못난 이는 없다 하였나! 형제는 오늘부터 나와 친형제 이상으로 가까운 존재가 될 터! 근육결의를 맺도록 하지! 여봐라!! 술잔과 칼을 가져오라! 오크 부족 전통의 도원결의를 맺겠다!!”

그때였다.

쿠우웅!!!

저 멀리서 거대한 폭음이 울려 퍼지고 오크들의 시선이 모조리 어떤 침입자를 향해 이동했다.

금빛 비늘을 지닌 아름다운 곡선을 지닌 드래곤.

골드 드래곤 카이나가 인상을 찡그렸다.

“드…… 드래곤?!”

“이럴 수가 드래곤이 실존했다니!”

오크들이 경악한 듯 중얼거렸고, 어린 오크들은 여성체 오크들의 인도를 받아 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존재가 모두를 경악하고 두렵게 만드는 상황이라 수많은 드래곤들이 도망치지만, 대족장 쓰와 금우궁 타우르스는 도망치지 않고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금빛의 용을 바라보았다.

[뭐야 이 징그러운 근육 돼지들은.]

골드 드래곤 카이나. 타락용 소속의 성룡으로 골드일족의 전력 중 하나였다.

[마침 잘됐다. 새로운 마법도 실험해볼 겸 니들이 실험체 좀 되어줘라.]

그렇게 말하며 금빛 비늘이 빛나기 시작하더니 골드 드래곤 카이나가 맹렬하게 날아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단순히 오크부족의 영지라 판단한 이곳에.

고작 성룡급인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후웅!!!

[어?]

얼빠진 소리를 내며 날아오른 카이나가 눈을 부릅떴다.

그녀의 시야에는 언제 자신의 위를 점했는지 높게 날아오른 오크 하나와 별빛이 가득한 기괴한 미노타우로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감히 우리 부족을 찾아와서 하찮은 마법이라니! 용서할 수 없네! 형제여!!”

대족장 쓰의 양손에 벼락같이 뭉쳐진 거대한 강기가 모여든다.

피스트마스터. 단순히 그런 수준을 넘어 오크 대족장.

종족의 장이라 불릴 정도인 쓰의 힘은 고작 성룡급 드래곤이 압도하기엔 강대하기 그지없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카이나가 급히 날개를 펄럭여 벗어나 브레스를 쏘려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그녀의 목 양쪽으로 추락하듯 낙하한 타우르스와 대족장 쓰의 근육질로 가득한 양팔이 그녀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커헉?! 이게 무슨?!]

카이나가 사용한 마법은 이 근육에 미친 둘의 완력에 일그러졌고 그 사실을 확인한 카이나는 말도 안 된다며 비명을 지르고 온몸을 버둥거리려 했다.

“도마뱀! 네놈은 감히 우리 근육 동맹을 방해했다! 그 대가는 비쌀 것이다!!”

대족장 쓰 혼자선 힘이 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쪽은 무려 별자리의 목을 완력으로 꺾어버릴 만큼 강한 존재.

바로 별자리 금우궁 타우르스였다.

당연히 성룡이 그 힘을 견뎌낼 리 만무하다.

게다가. 땀 냄새 풀풀 풍기며 후끈거리는 열기를 내뿜기 시작하는 둘의 무지막지한 열기에 카이나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우오오오오오!! 벤치 프레스으으으으!!!”

격한 외침과 함께 대족장 쓰가 힘을 가하고, 그 뒤를 이어 타우르스가 무음의 포효를 터뜨린다.

[안돼!]

그녀는 이 정체 모를 공포에 절어버려 그대로 자존심도 버리고 폴리모프를 해 인간형태로 육신을 바꾸었다.

당연히 거대한 체격을 압박하던 그들은 갑자기 자신들의 손아귀에서 골드 드래곤 카이나가 사라져버리자 고개를 돌렸고, 이내 바닥에 쓰러진 채 와들와들 떨고 있는 드래곤을 볼 수 있었다.

금발을 흩날리는 청초한 인상의 귀여운 소녀였다.

“근골이 단단하군! 비록 여성이긴 하나 근육을 키우기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대족장 쓰의 외침에 타우르스가 다가온다. 그리고는 벌벌 떨고 있는 그녀에게 덤벨을 들이밀기 시작했다.

덤벨의 둥근 한쪽 끝부분을 들이밀며 쇠질을 강요하는 타우르스를 보며 카이나는 엉엉 울며 소리쳤다.

개혁파고 나발이고 티오니스가 이렇게 위험한 곳인 줄 알았다면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내전 당시에 태어난 성룡으로 성룡식을 치른 지 얼마 안 되는 이이기도 했다.

그냥 부모를 따라서 온 게 전부였던 그녀에게 사실상 드래곤의 전통에 대한 신념은 깊을 수가 없었다.

“자! 드래곤이여! 그런 좋은 재능을 지니고 근육을 기르지 않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어서 덤벨을 잡아라!!”

“싫어…… 싫어…… 근육 싫어어어어어!!!!”

처참한 비명과 함께 카우르스와 대족장 쓰가 그녀를 향해 더욱 가까이 접근했다.

* * *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 그것도 장로급의 힘에 성룡급 드래곤의 힘을 먹어치운 것도 모자라 내 마나까지 먹어치운 카르엘라의 브레스였다.

그 일격은 산을 지울 정도로 두껍고 밀도가 짙었다.

하지만. 그런 브레스는 포식의 권능 앞에 너무도 허무하게 잡아 먹혀버렸다.

벙찐 얼굴로 나를 보는 세 드래곤을 무시한 채 나는 포식의 힘이 브레스를 먹어치우는 것을 확인했다.

블랙 드래곤의 용언 마나.

놀랍게도 이클립스의 용언 마나와 연동되며 내게 맞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마구잡이로 먹어치운 힘은 그렇게 흡수되어 사라졌고, 이내 장내를 고요하게 만들었다.

“시끄럽다고 민원 들어왔다 말했는데.”

자신의 브레스가 틀어막힌 광룡 카르엘라는 다시금 브레스를 머금으려 했다.

하지만 이내 멈칫하고 말았다.

나와 눈을 마주친 그녀의 거체가 서서히 떨리기 시작한다.

“너 때문에 지금 영지민 몇 명이 잠을 못 자고 깼는지 모르지? 토미네 가족은 내일 아침 일찍이 감자를 추수해야 하고, 발크네 가족은 내일 있을 도축작업 때문에 긴장하고 있는데.”

감히 여기 와서 난동을 부려?

내 섬뜩한 말투에 카르엘라가 부들부들 떨며 물러난다.

“아버지…… 저거 지금…… 제가 잘못 본 겁니까?”

“……아니…… 광룡이 겁을 먹었다…….”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짓는 드래곤들을 무시한 채 그녀에게 다가간 내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내가 손을 뻗는 그 와중에도 광룡 카르엘라는 두려움에 떨 뿐 움직이지도 못했다.

이윽고.

내 손이 그녀의 비늘에 닿았을 때.

“너, 육체가 만들어진 거구나?”

실체가 아닌 에너지체라면 먹기 그만큼 좋은 게 없다.

내 목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무형무색의 무언가가 입을 벌린다.

콰득!!!

그리고.

소리 없이 에너지체로 만들어진 카르엘라의 육신을 드래곤 하트 채로 씹어 삼켜버렸다.

* * *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에 마린은 멍한 얼굴로 사라져가는 카르엘라를 바라보았다.

세계수의 말을 듣고도 처음엔 믿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과장이 심하다고.

하지만.

과장이 아니었다.

오히려. 과소평가가 아닌가!!

일방적인 유린을 넘어 저항할 수 없는 폭거.

순간적으로 인간이라 추정되는 데이비가 보여준 위압은 드래곤의 장로 마린조차 온몸이 굳어버릴 만큼 두려웠다.

“미친…… 그때의 힘이 전부가 아니었어?!”

경악하는 것은 사파이어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러니 카르엘라가 손도 못쓰고 당했지…….”

마지막으로 루델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전부터 데이비라는 인간이 기괴한 짓을 하는 건 봐왔지만 그 실체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아버지…….”

이윽고 사파이어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래 아들아.”

“저 인간…… 도움받을 수 있을까요?”

그 물음에 마린은 이제 그의 힘에 대해 의심하기보다 그의 힘을 온건파 드래곤에게 보탤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루델을 찾으러 왔다가 온건파가 이길 수 있는 완벽한 존재를 찾아버린 것이다.

느긋하게 내려와 손에 일렁이는 무형의 기운을 다루던 데이비가 그것을 지운다.

“다친 덴 없습니까?”

“당신은 대체…….”

반 하대도 잊어버린 채 그가 정중하게 물었다.

“대체 정체가 무엇이오.”

그냥 인간이라고 무시하기엔 그의 힘은 너무도 깊고 강했으며, 감히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데이비 올 라운, 인간입니다.”

“…….”

“그나저나 자꾸 와서 호작질을 놓네. 한번 청소를 해야 하나.”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마린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자존심이고 뭐고, 지금 꼭 이래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으니 말이다.

“데이비 올 라운! 당신에게 용족의 장로로서 용의 둥지에 정식으로 초대하고 싶소!!”

일단은 그의 존재를 다른 장로들에게도 알리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했다.

문득 그런 모습을 보면서 루델은 자신이 모시는 에반젤린이 다름 아닌 용들의 신앙 대상인 시초용, 즉 고대룡이라는 사실을 알면 얼마나 놀라는 걸까 싶은 괘씸한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알라시스 대륙의 심부에서 거대한 검은 용이 천천히 눈을 떴다.

머리부터 꼬리까지의 길이만 무려 300미터가 넘는 거대한 존재.

타오르는 듯한 안광을 번뜩인 드래곤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장난감을 누가 부쉈구나.]

그 한마디에 주변에 있던 몇몇 남녀가 부복한다.

“군주이시여.”

[내 계획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방해당할 줄 몰랐군. 준비하라. 직접 겁쟁이들을 처단하리라.]

“군주께서 하고자 하신다면 그 어떤 것이든.”

“당신을 막을 존재는 이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장로급 드래곤들의 목소리에 거대한 드래곤이 서서히 세 쌍의 날개를 펄럭였다.

티오니스 대륙의 동부 대양 너머에 있는 땅인 알라시스 대륙에서 남은 드래곤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신목의 성지에 있던 세계수 알은 자신의 어깨를 주물러 주는 에밀리아의 손길을 느끼며 느긋한 미소를 지었다.

“대륙을 시끄럽게 하던 것들 중 하나가 슬슬 정리되겠구나.”

그게 누구인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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