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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55화 (955/1,559)

제 955화

블루 드래곤 장로 마린은 확신했다!

이 인간의 힘이라면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루델을 희생시키지 않고 타락용들을 처리할 수 있다!

처음 사파이어가 그에 대해 이야기 했을 때 생각했었다.

인간이 용언 마법을 사용한다고?

웃기는 소리 말도 안 되는 소리.

장로급의 힘? 어림도 없는 소리. 인간이 제아무리 강해도 장로급 드래곤을 이길 순 없다!

그것이 상식이고 진리였다.

종의 차이는 그만큼 거대하니까.

하지만.

장로급을 아득히 넘어선 힘을 흡수한 부활한 카르엘라의 난동과. 그런 그녀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 손으로 찍어눌러 삼켜버린 그의 힘을 보았을 때 그는 직감했다.

그게 거짓이 아니었고, 오히려 과소평가되고 있었다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방금 먹어치운 카르엘라의 블랙 드래곤 용족 마나까지 다루는 그를 보며 그는 이제야 용언 마법을 그가 어떻게 쓰는지도 깨달았다.

그래서 본인의 재량으로 그를 용의 둥지에 초대하려 했다.

그가 도와주건 그렇지 않건 그의 힘은 엄청난 기준점이 될 것이다.

만약 그가 타락용에게 가세한다면?

물론 인류의 인구 절감을 원하는 타락용과 인간인 그가 손을 잡을 리는 만무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렇게 된다면.

그땐 그야말로 지옥이 펼쳐지리라.

다만 타락용들은 목적을 완벽하게 완수하기 위해 그에게 손을 뻗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손을 뻗기 전에 온건파 드래곤들과 그의 사이에 끈을 이어놓아야 한다!

마린 장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드래곤의 난동이 있었음에도 영지는 참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안전불감증이 아닌 확고한 믿음이었다.

전자와 후자의 차이는 거대했다.

마린 장로의 그런 초대에 데이비는 거부하지 않았다.

[곧 도착합니다.]

본체로 현신한 사파이어의 등에 오른 데이비와 에반젤린 그리고 륀느를 보던 루델이 조심스레 물었다.

“저. 아가씨. 괜찮으신 겁니까?”

“응? 뭐가?”

“용의 둥지로 가시는 것…….”

용의 둥지는 드래곤들의 본산이다. 즉 꼰대 같은 작자들이 모조리 모여있는 곳이기에 그곳에 드래곤이 아닌 다른 이가 찾아간다는 건 대형사고나 다름없었다.

“저 양반이 초대한다잖아. 구경도 가고 좋지.”

“그러다가 주섬주섬 도와주시고요?”

“아니. 난 네가 부탁권을 사용하기 전까지 이번 일에 절대 간섭하지 않을 거다.”

단호한 대답이 들려왔다.

단순히 부탁권을 쓰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루델은 의외로 이일에 데이비라는 존재가 끼어들기를 원치 않았다.

그건 고집이었다. 그리고, 그 고집을 잘 아는 데이비는 옹졸하다 싶을 정도로 루델에게 주었던 권한에 집착했다.

“내가 굳이 난동을 피울 이유가 있나? 이득도 없잖냐.”

“데이비 님 거짓말을 못 한다고 평가.”

륀느의 가차 없는 평가에 데이비는 그녀의 머리를 콱 눌러버렸다.

“온건파고 과격파고 사실 그건 내 알바가 아니야. 누가 이기건 이 땅에 쓸데없는 짓만 안 하면 어느 쪽이 이기건 상관없다.”

그래, 그게 타락용이라 할지라도.

온건파라면 그냥 두면 되는 일이고, 타락용이 이기면 그놈들을 찍어눌러 까불지 못하게 경고할 뿐. 바뀌는 것은 없다.

“다만 그런 자잘한 일보다 인재 영입이 우선이라 생각하거든.”

그렇게 말하며 데이비가 루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넌 드래곤이면서도 에반젤린을 위해 끝까지 유희를 깨지 않으려 했지. 나는 네 종족이 무엇이건 그 점을 높게 사고 있다.”

그 말에 루델은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피했다.

“그래서 나는 네가 죽지 않았으면 하기에 네게 기회를 줬고.”

그게 단 한 번 부탁할 권리였다.

“하지만 넌 드래곤의 내전에 외부인인 내가 끼어들기를 원치 않지.”

“그렇습니다.”

“그게 선이라는 거다.”

그 말에 루델이 눈을 살짝 크게 떴다.

“루델라이트. 하인스 영지에 몇 종족이 어우러지고 있는 거 같나.”

그 물음에 루델은 침묵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드워프 엘프. 인간 수인 그리고 소수지만 오크도 보이더군요.”

“그래. 그들은 전부 인간인가?”

“네?”

“인간이라서 인간이 만든 영지인 하인스 영지를 위해 움직였나?”

그 물음에 루델은 온몸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부터. 데이비가 그에게 부탁할 권리를 준 이유는 간단했다.

선 안에 들일 수 있는 선택권.

“네가 끝까지 그걸 거부하겠다면 나는 네 선택과 희생을 막지 않을 거다. 아쉽지만 그걸로 털어낼 테고.”

“저하께서 바라시는 건…… 드래곤인 루델라이트가 아니군요.”

“그래. 종족 같은 거 상관없이 하인스 영지민. 하나의 영지에 사는 같은 영지민으로써의 소속감. 그리고 내가 바라는 건 드래곤이 아닌 마법사 루델라이트라는 거지.”

다른 말로 해석하면 루델라이트는 드래곤으로써 아직 데이비를 포함한 이들을 자신의 울타리에 넣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종족을 떠나 하나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말이다.

상식, 살아온 배경. 그 모든 것이 다르니까.

즉. 그가 부탁할 권리를 사용해 도와달라고 하는 순간.

그때부터 루델은 데이비를 포함한 륀느나 에반젤린을 인간과 고대룡, 골렘과 드래곤으로 보는 게 아니라 하인스 영지민으로써 모두 같은 하인스 영지의 영지민으로 보겠다는 다짐과 같았다.

다른 종족과 다르게 드래곤은 개인성향이 강한 종족.

그렇기에 데이비는 드래곤이라는 존재를 영지민으로 영입했을 때 생길 문제에 대해서도 이미 고민해둔 찰나였다.

“선이 있으면 언젠가는 계속해서 너를 옭아맬 거다, 나는 그 꼴 못 봐. 선택은 네 자유다. 그때까지 나는 기다려주고 네 선택을 존중해주마.”

설사 그게 거부일지라도.

“……죄송합니다.”

후웅!! 후우우웅!!

이윽고 거대한 휴화산의 자락에 천천히 착지하는 그를 보며 데이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와아아. 엄청 멋진 산!”

거대한 구름이 산의 허리를 휘감고 있다.

지구의 에베레스트 이상급의 높이를 자랑하는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산의 존재를 처음 봤는지 에반젤린과 륀느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며 데이비는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다 중얼거렸다.

“익숙한 냄새가 살살 나는 것 같은데.”

“익숙한 냄새요?”

“별거 아닙니다.”

그 말에 마린 장로가 다가왔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들어가시죠.”

“그런데. 용의 본산에 인간이 들어가도 되는 겁니까?”

“그 부분은 제가 해결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존칭을 사용하는 그를 보며 데이비는 괜히 어색함을 느꼈다.

* * *

용의 산맥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방대한 몬스터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포악하기 그지없는 몬스터들도 일정 거리 이상 절대 접근하지 않았다.

최상위 포식자. 위대한 존재. 중간계의 수호자이며 절대자라 불리는 드래곤에게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고민에 빠진 루델을 바라보던 나는 륀느가 조용히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데이비 님. 각지에서 적대 어린 시선을 발견. 요격을 요청해.”

“그냥 가만히 있어. 애초에 환영 못 받는 건 알고 있었잖아.”

그럼에도 찾아온 건 루델을 온전히 하인스 영지민으로 영입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했지만 사실 에반젤린 때문이기도 했다.

에반젤린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본질은 고대룡. 그렇기에 드래곤의 문화나 지식에 대해 그녀도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해서 꽂혀 들어오던 적대적인 시선은 곧 마린 장로가 모두를 데리고 화산의 중턱에 있는 거대한 문에 이르렀을 때 폭발했다.

“멈춰라.”

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마나들이 요동친다.

그리고, 두 명의 장로급 드래곤의 기척과 다수의 성룡급 드래곤의 기척이 느껴졌다.

처음 느낀 것은 생각보다 전력이 너무 작다는 점이었다.

각기 고유의 마법으로 텔레포트를 사용해 포위하듯 나타나 마나를 일으켜 주변을 압박한다.

그 안에는 피어도 다수 섞여 있었지만 애초에 이 정도 피어에 노출되어 벌벌 떨 이는 애석하게도 한 명도 없었다.

“마린 장로, 미쳤는가.”

싸늘한 얼굴로 나타난 검은 머리칼의 남성이 마린 장로를 향해 말했다.

“오팔 장로, 그리고 카이저 장로, 모두 자리를 비운 게요?”

“마린 장로께서 미친 짓을 하고 있으니 모두가 나올 수밖에.”

카이저 장로가 오팔 장로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었다.

“인간을 용의 둥지에 들이다니. 제정신인가?”

드래곤의 레어조차 함부로 누가 진입할 수 없건만 드래곤의 성지나 다름없는 용의 둥지에 타 종족을 들이다니 제정신이 아닌 처사였다.

“나를 믿고 들여보내 줄 순 없소?”

“어림도 없는 소리!!”

이윽고 오팔 장로가 막대한 피어를 터뜨리며 소리 질렀고, 동시에 성룡급 드래곤들이 동공을 세로로 찢으며 서서히 폴리모프를 해제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드래곤 다섯이 나를 포위하듯 에워싼다.

이에 륀느가 무표정한 얼굴로 손등 위에 긴 포신을 만들어냈고 에반젤린이 긴장한 얼굴로 용신검 트와일라잇을 검집에 넣은 채 품에 안았다.

“그만!!”

보다 못한 마린 장로가 소리쳤다.

“이럴 때가 아니오! 타락용들의 공세가 시작된 시점에서 군주의 힘까지 확인된 마당에 자충수를 두고 내분을 일으키겠다니!!”

마린 장로의 엄한 외침에 성룡급 드래곤들이 움찔거린다.

하지만 오팔과 카이저는 차갑게 마린을 노려볼 뿐이었다.

“지금 내분을 일으키는 건 다름 아닌 당신이외다. 마린 장로.”

그 말과 함께 오팔이 팔을 들어 올렸다.

동시에 드래곤들이 브레스를 쏘려던 찰나였다.

“아빠…….”

“괜찮아.”

담담하게 말하며 내가 한걸음 내디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나선 게 있었다.

“어이 영감탱이!! 그만하시죠!!”

급히 나선 것은 다름 아닌 루델이었다.

루델의 존재에 오팔이 눈을 살짝 크게 떴고 성룡급 드래곤도 모두 공격을 멈추었다.

“약속대로 둥지에 왔습니다. 하지만 이 이상 제 주군을 모독하겠다면.”

그가 스산하게 으르렁거렸다.

“용족의 의무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고 광룡이 되는 수가 있어.”

“…….

루델의 경고에 오팔은 말없이 루델을 노려보았다.

“건방진 놈…….”

“어차피 뒤질 목숨 좀 격하게 쓰면 어떤가.”

평소에도 스릴을 과하게 즐겨온 그였기에 이 정도 위협은 위협 축에도 끼지 못했다.

그런 루델의 말에 오팔은 조용히 나를 노려보다 물었다.

“주군이라 하였는가. 루델라이트. 지금 네놈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는 있는 것인가?”

“모르면 그런 말도 꺼내지도 않았겠지요,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 전해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게다가 스파이에 관한 단서도요.”

“…….”

“언제까지 대치만 할 겁니까.”

루델의 말에 마린 장로가 양팔을 들어 올렸다.

“일단 진정하시오. 내 다 설명하겠으니.”

그 말에 카이저가 한숨을 내쉬었다.

“오팔 장로. 일단 진정해야 할듯합니다.”

카이저의 만류에 오팔은 한참이나 나를 노려보다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는 내 앞에 서고는 서서히 기세를 끌어올렸다.

“인간. 이곳에서 널 환영하는 이는 없다.”

“그건 당신이 판단할 게 아니야.”

그런 그를 보며 내가 차갑게 비웃음을 던진다.

이에 오팔이 순식간에 동공을 세로로 찢으며 시꺼먼 화염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발톱을 자신의 팔에 둘렀다.

이에 나 또한 아공간에서 방울 가지를 하나 꺼내 들었고, 충돌하려던 그 순간.

마린 장로가 나를 막아서고 사파이어와 카이저가 오팔의 팔을 잡고 밀렸다.

순식간에 충돌로 번질뻔한 상황에서 나는 조용히 그를 직시했다.

“장로, 그만두시오! 대체 왜 이러는 것인가!”

“장로께서 인간을 못 믿는 건 알지만 그쯤 하시오!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 말에 오팔이 나를 노려보던 시선을 거두었다.

“따라와라. 마린 장로의 판단이 옳기를 기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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