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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57화 (957/1,559)

제 957화

“크으! 맛이 신기해!”

“맛있다! 달아! 고기랑 맛이 달라!”

“이것도 먹어보자!”

아이들은 신이 나서 닥치는 대로 입에 넣기 시작했다. 봉지를 까주고 초콜릿 포장지를 뜯어주자 아이들은 내가 인간이었다는 사실도 잊었는지 먹는 것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인간. 나…… 나는 루니아야. 인간은 이름이 뭐야?”

“데이비. 데이비 올 라운이야. 저기 있는 언니는 에반젤린.”

“우웅…… 데이비와 에반젤린.”

신기한 듯 중얼거린 골드 드래곤 소녀 루니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있지? 인간은 저 산 밖에서 사는 거야?”

“그렇지.”

“그럼 인간은 정말 수많은 인간이 모여 살아? 막막 왕국도 만들고?”

“그래.”

“와아…….”

아이들은 정말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었다. 페르세르크나 일리나 에이리아가 있었다면 참 좋아했을 텐데.

만약 이일이 문제없이 지나간다면 지구에 있을 셋과 함께 이곳에 다시 들릴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페르세르크는 조만간 연락한다고 하더니 뭘 하고 있기에 연락도 없나 그래.

내가 없이 세 사람은 지구로 갔다.

과거엔 불가능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서 차원의 벽이 옅어진 지금 양방향으로 오갈 수 있는 소형 균열을 잠시 열어놓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물론, 악용의 여지가 있으면 곤란하지만 말이다.

“인간! 인간! 인간에 대해 이야기해줘!”

결국, 꺼내둔 과자나 초콜릿 음료수를 모조리 폭풍 흡입한 어린아이들은 그제야 인간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이것들아. 지금 상황이 어느 상황인 줄 알고 그러는 거냐? 어서 돌아가!”

루델의 엄한 외침에 아이들이 우물쭈물했다.

“됐어. 자잘한 거 구경하는 것보다 애들 보는 것도 나쁘진 않으니.”

“괜찮으시겠습니까?”

“이런게 다 구경거리 아니야. 그리고 애들은 잘 놀아줘야 해 그건 인간이건 드래곤이건 똑같으니까.”

내 말에 그가 흠칫 몸을 떨었다.

“저하는…….”

“음?”

“아닙니다.”

담담하게 말한 루델이 조용히 침묵했다.

그렇게 아이들을 앉혀놓고 이 세상 이야기 저 세상 이야기 다해주자 아이들은 말도 안 된다며 믿지 않으면서도 눈을 반짝거렸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라는 소리지.

어떤 생명체건 다를 건 없다.

마족도 뱀파이어도 어릴 땐 참 순수하니까. 그저 사는 배경과 먹는 게 다를 뿐.

용족 아이들은 먹을 것과 재밌는 이야기 때문인지 내게 상당히 마음을 터놓기 시작했다.

역시…….

애들은 다루기 쉬워.

내 미소에 루델이 짜게 식은 표정을 지었다.

“음? 저긴 뭐지?”

내가 도시의 안쪽에 있는 거대한 신전을 보며 묻자 루델이 표정을 굳혔다.

“로드께서 잠들어 계신 곳입니다.”

그 말에 나는 조용히 그곳으로 향했고 루델이 나를 저지하려 했으나 이미 나는 로드가 잠든 신전에 다다랐다.

“이곳부터는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기분 탓은 아닌 모양이네.”

“네?”

“아무것도 아니야. 가자.”

드래곤 로드가 깨어나지 못했다고 했던가.

내가 볼 땐. 깨어나지 못하는 게 절반. 깨어나지 않는 게 절반인 거 같은데.

그러거나 말거나.

그때 누군가가 내 곁으로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호오. 로드는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고 하더니 사실인가 보군.”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금발의 한 사내가 빙그레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에서 인간을 보게 될 줄이야. 특이하네.”

그 미소에 나는 조용히 그를 응시한다.

“카이스 장로…….”

그의 미소에 어린 드래곤들은 겁에 질려 후다닥 도망가버렸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장로는 조용히 루델을 향해 빈정거렸다.

“오랜만이구나 루델라이트. 그나저나 용의 둥지에 인간이라니. 잘난 겁쟁이들의 위상도 땅에 떨어졌나 보군.”

“닥치시오. 당신이 신경 쓸 바가 아니니.”

“신경 쓸 바가 아니라니. 지금이야 협상 때문에 온 것이라지만. 만약 전쟁이 벌어지면 이곳을 차지하는 건 우리가 될거다. 이곳에 온 인간이 있다는 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지.

그렇게 말하며 카이스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때였다.

“야.”

“음?”

“파리 붙었다.”

퍼엉!!

묵직한 공기음이 터져나간다.

동시에.

골드급 장로라 불렀던 카이스가 눈을 까뒤집으며 그대로 쓰러졌다.

“뭐야 이건.”

“…….”

멍하니 나를 바라보던 그가 묻는다.

“방금 저하께서 하신 겁니까?”

“그랬나?”

“세상에 보이지도 않았는데…….”

기겁하는 그를 뒤로한 채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지나쳤다.

“어쩌시려고…….”

“이놈은 그냥 로드의 거처에 왔다가 제 혼자 기절한 거야. 나야 모를 일이지.”

그렇게 말한 나는 곧 처음 왔던 원탁 테이블로 향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다수의 드래곤들과 그 드래곤들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소수의 온건파 드래곤들을 말이다.

“팝콘. 팝콘이 필요하다.”

이윽고 나는 아공간에서 팝콘과 콜라를 꺼냈고 에반젤린에게 조금 나눠준 뒤 멀리서 그것을 구경했다.

저들은 설전을 펼치느라 아직 나를 발견하지 못한 듯 보였다.

와작…… 와작…….

신나게 팝콘을 뜯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가 다가와 내 팝콘에 손을 뻗는다.

이에 고개를 돌려보니 륀느와 좀 전 만났던 골드 일족의 작은 소녀 루니아였다.

“그것도 맛있어 보여.”

“데이비 님. 팝콘을 홀로 먹는 것은 치사한 행동. 이에 륀느가 옹졸한 짓을 낮게 평가해.”

상황을 보러 가라 했던 륀느가 돌아온 것이다.

나는 말 없이 둘을 보다 륀느와 루니아에게 팝콘과 콜라를 조금 더 나눠주었다.

“그래 니들도 먹어라.”

콰작콰작.

멀찍이 앉아 나는 그 꼴을 보며 물었다.

“저놈들. 타락용이라 했던가?”

“긍정해. 륀느가 타락용의 냄새를 낮게 평가.”

“그래. 척 봐도 도핑이란 도핑은 다한 놈들인 거 같더라.”

한 눈으로 봐도 전력 차이가 극심하다. 루델이 없었으면 온건파는 절대 이기지 못할 수준으로 말이다.

장로의 숫자만 봐도 그러했다.

방금 내가 쓰러뜨린 카이스라는 장로 놈을 제외하고도 저쪽의 장로는 무려 다섯.

이쪽은 셋.

눈에 불을 켜며 서로를 노려보든 성룡급 드래곤도 다수 차이가 났다.

“인간. 할아버지들이 싸우는 걸까?”

루니아가 우울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글쎄. 그렇겠지.”

“왜 싸우는 걸까…… 사이좋게 지내도 될 텐데.”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어보였다.

“그렇게 되려고 싸우는 거겠지?”

“으응…… 어려워.”

루니아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래서. 륀느. 뭐하러 찾아온 거라냐.”

그 말에 륀느가 담담하게 답했다.

“협상 제의. 항복을 권유하러 왔다고 보고해.”

“그런 것치고는 협상 테이블에 앉았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있는 듯하다고 분석해.”

륀느의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협상도 협상이지만 이 시즌이면…….”

“시즌?”

그러던 중 강화된 청각으로 저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잠시 휴전을 하자 이 말인가?”

“비록 사이가 안 좋다곤 하지만 당신들이나 우리나 모두 같으니까. 잠시 휴전을 하자는 것이지.”

“목적이 그것뿐이라고?! 이 개자식들이!”

오팔 장로의 격노에 한 드래곤 장로가 손사래를 쳤다.

“너무 열 내지 마시게 오팔 장로. 고대용을 향한 제사를 올리는 건 자네들이나 우리나 똑같으니까. 다만 제사를 지내는 동안만큼 휴전을 제의하는 것일세.”

“네놈들을 어찌 믿고!”

“믿지 않아?”

그 말에 레드 일족의 장로가 비웃음을 던졌다.

“믿지 않으면 어쩔 텐가? 이대로 분쟁이라도 해보자는 건가?”

“…….”

“우리는 기회를 주는 것이네. 잘 생각하게. 잠깐이라도 목숨을 부지할 기회를 말이야.”

“의식을 진행하기 위해선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들은 생각 이상으로 빨리 움직였고, 전력도 월등하죠.”

루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갑질이라는거구만.”

“씁쓸하지만요.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고민하는 세 장로를 보며 루델이 조용히 뇌까렸다.

“함정인 건 알고 있겠지?”

아무리 멍청해도 그걸 배제하진 않을 것이다.

“예 알고 있겠지요.”

“……자 선택하게. 어찌하겠나. 물론, 전쟁을 한다 해도 우리가 직접 나서진 않을걸세.”

그의 도발에 나는 조용히 침묵했다.

“저하.”

“음?”

“저들을 이길 수 있으십니까?”

“누구?”

“저 타락용들 말입니다.”

“네가 보기엔 어때 보이는데?”

내 물음에 그가 조용히 침묵했다.

“이기시겠지요.”

“알면 됐어.”

루델은 이 상황에 와서도 도와달라 하지 않았다.

결국, 협상은 타결되었다.

온건파 드래곤들은 시간을 벌기 위해 휴전을 받아들였고, 타락용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숨긴 채 원하는 바를 이뤄냈다.

물론, 휴전을 한다고 하면서 쳐들어오는 경우의 수를 배제해주겠다는 이유로 전력 일부만이 이곳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 수치만 봐도 그 수는 두 배. 아예 싸움이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그렇게 처음보다 한참 많은 드래곤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은 내키지 않아 하면서도 연회를 준비해 개최했다.

그 준비에 걸린 시간은 고작 반나절이었다.

그동안 나는 멀리서 불구경하듯 이 사태를 그저 관망했다.

그런 드래곤들의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을 멀리서 지켜보며 내가 한마디 내뱉었다.

“아주 가지가지 한다.”

그렇게 중얼거리길 잠시.

문득 나는 타락용 측에서 뭔가 움직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서로 싸우던 사이끼리 갑자기 휴전을 하고 연회라니 퍽 웃기지도 않는군.”

타락용 측의 한 성룡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그렇지 않나? 사파이어?”

“네놈하고 말 섞을 생각은 없다. 꺼져.”

사파이어가 차갑게 일갈하자 그가 비웃음을 던졌다.

그리고는 갑작스레 사파이어를 향해 화염구를 던졌다.

콰앙!!!

갑작스런 공격에 모두의 시선이 모인다.

“솔직히 몸이 근질근질하지? 딱히 원하지도 않는데 서로 웃으면서 연회질이라니 웃기잖아.”

“하고 싶은 말이 뭐냐.”

“뭐긴. 기왕 이렇게 모인 김에 힘 싸움이나 해보자고.”

마나를 끌어 올리는 드래곤을 보며 사파이어가 싸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당장이라도 싸움이 벌어질 것처럼 마나가 충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건파와 과격파 모두 그것을 말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호전적인 성룡급 드래곤 다수가 싸움을 벌일 기세를 보인다.

싸움이야 지들 마음대로라지만 그냥 두면 상당히 큰 여파가 퍼지리라.

또한.

“흑……흐흑…….”

그들의 마나가 주는 여파는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초콜릿의 맛을 본 뒤 나를 졸졸 따라다니던 골드 드래곤 루니아가 마나에 짓눌려 두려운 표정으로 흐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애들 앞에서 못하는 짓이 없네.”

“데이비 님. 제압할 것을 요청.”

“아냐 됐어. 내가 할게.”

나는 멀찍이서 그걸 지켜보다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따악!!

우우우우웅…….

동시에 주변의 마나가 멋대로 흔들리기 시작했고.

“어…… 어어어?!”

놀란 타락용 진형과 온건파 드래곤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사용하는 마나를 포함해 주변 마나를 신격이 담긴 신력으로 강제 동결시킨 것이다.

지들이 날고 기어봐야 프리아 여신의 권능에 따라올 수나 있겠는가.

애들 보는 앞에서 싸움질이라니.

그러기를 잠시.

“마……마나가 동결됐다고?”

범인을 알지 못하는 강제 중재에 그들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제 괜찮아?”

그리고 그런 그들의 마나 기 싸움에서 해방된 루니아가 한결 편안해진 표정을 짓자 나는 조용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때였다.

“어? 인간이잖아. 인간이 왜 여기에 있어.”

“뭐?”

모두의 시선이 내게 향한다.

어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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