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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64화 (964/1,559)

제 964화

침략자들이 모조리 제압당하고 반파된 회의실에 드래곤들이 모였다.

에반젤린은 어린 헤츨링들이 놀라지 않게 그들의 곁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주었다.

드래곤들은 이유도 모르면서 고대용인 에반젤린에게 포근함을 느껴 그녀를 따르기 시작했고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게 해주는 최고의 보모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쾅!! 쾅!!

륀느는 박살 난 잔해들을 뒤집어 후처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회의실에 앉은 성룡급 드래곤 다섯과 장로급 드래곤 둘. 그리고 내가 서로를 바라본다.

“크흠…… 큼…… 우선은 고맙다고 말해야겠군.”

그가 시선을 피하며 감사를 표했다.

“고맙다. 인간. 네가 아니었다면 엄청난 희생을 치렀어야 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못 잡아먹어 안달이더니.”

“그…… 그것은…….”

“장난입니다.”

너무 쿨하게 대답하는 데이비를 보며 오팔이 앓는 소리를 냈다.

“장로님. 로드께서는 멀쩡하십니다만…… 힘의 결정을 빼앗겼습니다.”

“알고 있다…….”

침음성을 삼키며 오팔이 분노를 드러냈다.

“비열한 놈들…… 힘의 결정을 가지고 대체 뭘 하려고…….”

“이유야 잘 모르죠.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선발대라고 했습니다. 전쟁은 시작됐어요. 조속히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사파이어의 제안에 오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겠지.”

“하지만 현재 우리의 전력으로는 그들과 싸워 이길 가능성이 극도로 희박하지요.”

몸 이곳저곳에 붕대를 감고 있는 마린 장로의 말에 오팔이 입을 다물었다.

“미안하오. 내가 카이저 그놈을 의심했었더라도…….”

“아니. 그 부분에 관해선 오팔 장로의 잘못이 아니오. 우리 모두가 너무 안일했지. 설마 장로 사이에서 배신자가 나올 거라곤…….”

그렇게 말하며 마린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자. 이거 가지고 가서 먹어.”

아공간에서 간식을 꺼내 헤츨링들에게 건네주자 아이들이 쪼르르 달려가 신나게 간식을 까먹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글쎄요. 감사받을 정도로 뭔가를 한 건 없는데.”

“아니요. 은원은 확실히 해야…….”

“그걸로 어떻게 더 해먹을 심산은 아니시고?”

“크흠!!”

내 물음에 마린 장로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피했다.

능구렁이 같은 영감탱이.

“하지만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실러와 아르티가 조사해본 대로라면 추가적인 저항세력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카이스 장로를 쫓아가야…….”

“그건 걱정 마라 루델.”

담담하게 말하며 내가 모두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이미 적당한 놈을 보내놨으니.”

장로급 따위는 우습게 씹어먹어 버릴 창공의 용왕이.

내 대답에 사정을 모르는 오팔 장로나 다른 세 드래곤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마린 장로와 루델, 그리고 사파이어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설마…… 그…….”

“맞아. 그놈.”

“그럼 끝났네요.”

특이케이스인 륀느나 마나를 느끼기도 힘든 나와는 달리 메가로드리아는 자신의 힘을 전혀 숨기지 않는다.

당당하게 드러내고 모두의 공포를 사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한눈에 드래곤이라는 것을 알아봤을 때를 떠올렸는지 사파이어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제아무리 카이스 장로라도 그건 좀 불쌍하네요.”

장로조차 두려움에 떨게 할 정도로 엄청난 힘을 지닌 환수왕이 따라붙었다는 사실에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들려왔다.

[계약자. 미안하다. 놈을 가지고 장난치다가 놓쳤는데 길을 잃은 것 같군.]

콰직!!

모두가 놀라 나를 바라본다.

내 손은 반쯤 파괴된 대리석 테이블을 손 모양으로 우그러뜨리고 있었다.

“내가 볼 때. 쟤는 인간 아니야. 인간의 탈을 쓴 하여튼 무언가야.”

금발이 찬란한 호바나가 제 친구인 블랙 드래곤 아르티에게 소곤거리자 아르티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 치킨 새끼가 진짜…….

* * *

“후우…… 후우…….”

카이스는 다급히 걸어 나갔다.

공간 전이 마법을 쓸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겠지만 이 망할 용의 둥지 영역에서 자칫 마법을 썼다간 그대로 위치를 발각당할 가능성이 높다.

카이저 장로가 보통 둥지 전체의 결계를 담당하지만, 그에게서 권한을 빼앗은 마린 장로가 빠르게 그것을 자신의 영역으로 흡수해버린 게 문제였다.

카이저 장로가 들키지 않았다면 이렇게 고생할 일도 없었건만. 어쩌다 이리된 건지.

그는 좀 전의 일을 떠올렸다.

순조롭게 도망치던 중 보고만 것이다.

자신을 추격해오는 거대한 흑룡을 말이다.

드래곤과는 다른 무언가.

하지만 세상 두려울 게 없는 중간계 최강자인 드래곤조차 보는 것만으로 두려움과 경계심을 극도로 끌어올리게 만드는 존재.

그것은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다.

하늘을 가리듯 날아오른 존재를 막기 위해 그를 호위하던 두 명의 장로급 드래곤이 순식간에 차가운 주검이 되어 사라졌으니 말이다.

이길 수 없다는 존재라는 게 확실해진 이상 카이스에게 남은 것은 필사적인 도망뿐이었다.

하지만 이 성질 더러운 흑룡은 마치 자신을 가지고 놀 듯 잡을 듯 말 듯 굴었다.

마치 놓친 것처럼 굴다가도 어느새 쫓아오는 그 때문에 본래의 루트까지 잃어버리고 도망쳤다.

저런 게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온건파 겁쟁이 놈들이 그동안 버틴 게 저런 괴물이 있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이 산맥에 숨어있던 어떤 생명체인 것인가.

자세한 건 알 길이 없지만, 이 사실을 반드시 군주에게 보고해야 했다.

게다가 그의 손엔 드래곤 로드의 힘의 결정까지 있지 않았던가.

결국, 그는 자신과 함께 도망치던 다른 드래곤들을 모조리 미끼 삼았고 흑룡이 그들을 처참하게 학살하는 것을 틈 삼아 도망칠 수 있었다.

“후우…… 빌어먹을…… 공간 전이 마법이 안되는 게 이렇게 답답하군…….”

그가 짧게 한숨을 내쉬며 걸어 나갔다.

마음 같아선 본체로 돌아다니고 싶지만 그랬다간 육안으로 들킬 가능성이 높았다.

“카이나 이년은 대체 어디서 뭘 하는 거야.”

자신을 보조해줘야 할 동생 카이나가 사라진 지 꽤 시간이 흘렀다 뭘 하고 있는지 나타나지 않는 카이나로 인해 카이스는 애꿎은 분노를 바닥에 풀 수밖에 없었다.

퍽!! 퍽!!

거칠게 땅을 파헤치며 발길질을 하던 그가 숨을 천천히 골랐다.

흑색의 용에게서 탈출한 게 확실한지 모르니 조심스럽게라도 이동해야 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을까.

카이스는 그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 그 흑룡. 자신을 가지고 장난치다가 놓친 게 분명하다고.

이대로 영역만 빠져나가면 곧바로 공간 전이를 사용해서 도망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그는 문득 멀지 않은 곳에서 산짐승을 잡아 돌아가고 있는 오크들을 볼 수 있었다.

갈색의 튜닉에 단단한 각반을 차고 있는 오크들은 꽤 강인해 보였다.

“오크라…….”

좋아. 저놈들을 이용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그가 손에 마법을 피워올렸다.

그리고는 염속성 마법을 그들에게 방출했다.

“컥?!”

“이…… 이게 무슨?!”

갑작스런 염동력에 당황한 오크들이 허공에 떠오르자 그는 천천히 지친 얼굴로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는 피어를 드러냈다.

“흡?!”

장로급 드래곤의 피어에 오크들의 표정이 공포로 일그러진다.

“들어라. 하찮은 생명체여. 나는 골드 드래곤 카이스. 카셀드리안이다.”

“위……위대한 존재……”

오크들은 본능적으로 카이스를 드래곤이라 인지했다. 드래곤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춘 지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럼에도 본능적으로 눈치챈 것이다.

“내 선택에 너희들의 목숨이 좌지우지된다는 걸 잊지 마라.”

“커억…… 쿨럭…….”

“대답은?”

카이스의 섬뜩한 중얼거림에 오크들은 염동력에서 빠져나오려 필사적으로 애를 썼다.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인해 사고가 마비되어가면서도 그들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멈춰라. 멈추지 않으면 죽이겠다.”

“으읍!! 으으으읍!!”

버둥거리는 오크들의 행동에 짜증이 난 것일까.

결국, 그는 격분하며 마나를 강하게 일그러뜨렸고, 결국 오크 중 한 명에게 큰 치명상을 입히고 말았다.

“이런. 죽으면 곤란하지…….”

카이스가 쓰게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아직 살아있는 오크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들어라.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것을 이행해야 할 것이다.”

세로로 찢어진 동공을 번뜩이며 카이스가 오크를 향해 위협했다.

본래라면 겁에 질려 고개를 끄덕여야 한다.

하지만 그는 방금 자신이 피떡으로 만들어버린 오크 때문에 일이 틀어질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크르륵…… 빌어먹을 파충류…… 전사는…… 노예가 되지 않는다!”

격분하며 버둥거리는 오크를 보며 카이스가 인상을 찡그렸다.

감히 오크 따위가.

힘 말고는 내세울 게 없는 근육 돼지 따위가 감히 자신을 향해 파충류라 하였는가!

그는 본래 계획도 잊고 격분하며 손을 뻗었다.

“입을 조심히 놀려라. 오크. 나는 당장이라도 네놈을 죽일 수 있다.”

“크륵…… 큭…… 나는 굴하지 않는다.”

그 말에 카이스가 힘을 가한다. 이에 오크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조아려라. 두려워하라 이 말이다!!”

카이스의 외침에 오크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적대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독한 놈!!

죽이면 곤란하지만 이쯤 되니 그냥 죽여버릴까 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그때였다.

쿵!!!

“감히 우리 부족을 건드리는 이가 있다 하여 찾아왔건만.”

카이스의 앞에 거대한 체격을 지닌 두 존재가 나타났다.

상의를 탈의한 채 거대한 근육을 자랑하는 오크 하나와…….

부우우우우…….

전신이 마치 우주공간처럼 공허하고 별빛으로 가득한 미노타우로스 형태의 무언가였다.

“형제여. 분노를 거두게. 큰 힘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그렇게 말한 오크가 당당하게 말했다.

“드래곤이여. 우리 부족을 건드린 게 당신인가?”

“하…… 이젠 개나 소나 다 달려드는군. 그래 내가 했다. 어찌할 테지? 감히 오크주제에 위대한 존재이자 중간계의 최강생명체인 드래곤에겐 덤비겠다는 건가?”

카이스의 물음에 미노타우로스가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는 손에 딱 맞는 짱돌을 잡아 들고 마치 수류탄을 던지는 자세를 잡았다.

뿌드드득…….

그의 근육이 꿈틀거린다.

“사과한다면 불문율에 붙이겠다. 드래곤이여.”

“감히!!”

결국, 흑룡에게서 도망치고 나발이고 이 빌어먹을 건방진 오크들을 전부 죽여버리겠다 마음먹은 카이스가 손끝에 푸른 화염을 응축시켰다.

8서클 마법인 프로메테우스로 성룡급 드래곤들이 사용하는 프로메테우스와는 격이 다른 고온의 열기를 띠고 있었다.

“죽어라!!!”

이윽고 그가 격하게 소리치며 화염 마법을 투척했다.

하지만.

철컥…… 투쾅!!!!

마치 거대한 포탄이 쏘아지듯 근육질의 미노타우로스가 던진 거대한 짱돌은…….

그의 마법을 단번에 파훼시켜버렸고.

그에게 적중하며 그를 저 멀리 바위에 처박아버렸다.

꿈틀거리는 근육을 자랑하듯 이두를 바짝 세운 미노타우로스. 아니. 금우궁 타우르스가 무음의 포효를 내질렀다.

“형제여! 역시 형제의 근육은 대단하군! 우리의 새 동료가 된 금발의 아가씨가 형제의 반만 닮았더라면!”

피를 울컥 토해내며 바위에 처박힌 카이스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뭐야…… 대체 이 산맥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상상도 못 할 괴물인 흑룡에 이어 드래곤을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는 오크에…… 짱돌을 직접 던졌던 기괴한 미노타우로스까지.

카이스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음? 형제여. 이 드래곤이 기이한 것을 가지고 있군.”

그때 오크 대족장 쓰가 바닥에 떨어진 붉은 눈물 같은 결정을 주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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