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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69화 (969/1,559)

제 969화

아직 미심쩍은 구석이 너무 많다.

별자리의 말을 순순히 믿어줄 수도 없거니와 오딘이 갑자기 그런 짓을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그녀가 폭주한다고 했을 경우 과연 다른 이들이 그것을 그냥 방치할까.

오딘이 회랑에서 엄청난 강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빠아아…….”

내 표정에 서린 고민 때문인지 에반젤린이 걱정 서린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녀는 말없이 내게 작은 과자를 내밀었다.

보아하니 그녀가 먹으려던 것을 남겨놓고 아껴두었다가 내게 건네준 것 같았다.

입을 벌리자 그 안으로 과자를 쏙 밀어 넣어준 그녀가 헤헤 웃었다.

“헤헤 직접 만들었어요! 엄청 달콤해!”

“직접 만든 거야?”

“네! 호바나 언니가 가르쳐 줬어요!”

해맑은 미소에 절로 웃음이 피어났다.

기분이 좋은지 품에 안겨 비비적거리는 그녀를 다독거려준 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에반젤린. 이곳이 마음에 들어?”

“음…… 뭔가 포근한 느낌이라…….”

괜히 용의 둥지가 이곳에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드래곤에게 가장 친숙한 공기를 품고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니 말이다.

“그럼 조금만 더 여기서 놀다 갈까?”

“네!”

“그래. 아빠는 잠시 어디 좀 다녀올게.”

내 말에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이내 울먹거린다.

“아빠아…… 멀리 가요?”

“아냐. 금방 올 거야.”

“네에…….”

“다녀와서 마저 놀아줄게.”

다른 드래곤들이 그녀에게 친숙함을 느끼기 시작하고 그녀에게 호의를 베풀곤 있지만 역시 그녀가 안정감을 제대로 느끼는 건 나와 륀느가 전부였던 모양이었다.

“루델과 놀고 있어.”

“응…….”

양 손가락 사이사이에 고기 꼬치를 잔뜩 끼워놓은 채 입을 우물거리며 나를 찾아온 륀느에게 에반젤린을 맡긴 나는 미리 생각해둔 장소를 향해 움직였다.

신의 영역으로의 진입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마냥 별자리의 말을 믿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그나마 내게 호의적인 별자리인 금우궁이 있긴 하지만 호의적인 것과 믿을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

내 경험에 의하면, 모두가 꿍꿍이가 있다고 했을 때 금우궁이 가장 위험한 녀석이 아닐 수 없다.

“저…… 정말로요?”

나를 향해 뭐 이런 미친놈이 있냐는 표정을 짓는 두 명의 드래곤을 향해 나는 싸늘한 어조를 유지했다.

“그것만 알려주면 너희를 살려주마. 물론, 너희들이 내세우고 있는 신념은 나도 공감해줄 수 없으니 멋대로 날뛰는 건 자제해야겠지만.”

“하지만…….”

“결정해. 죽던지. 안내하던지.”

내 말에 두 마리의 드래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안 봐도 그들의 생각이 훤히 보일 지경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흰 안내만 해. 위치만 알면 혼자 갈 거고, 그 후부터 나는 너희에게 손을 대지 않을 거다.”

“…….”

“또한, 나를 죽이고 싶으면 지금이 기회가 아닌가? 온건파 드래곤들과 함께 움직이면 상황은 더 불리해질 텐데?”

티오니스 대륙의 동쪽 대양 너머에 있는 미지의 작은 대륙, 알라시스 대륙에서 넘어온 타락용들이 현재 티오니스에서 잡고 있는 본거지.

내가 그들에게 요구한 곳은 그곳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들은 이내 합리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온건파 드래곤들과 협력하여 움직이면 안 그래도 위험한 전력이 더 위험해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안내하겠습니다.”

“야 임마!”

“닥쳐, 다른 수라도 있어?”

이후 그들의 기억을 담은 기억 저장석을 받아든 내가 물었다.

“구라치다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는 알겠지?”

“……거짓말이 아닙니다. 당신 말대로 우리가 전쟁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이기기 위해선 당신 혼자서라도 그곳에 보내야 하니까요.”

“반대로 위치를 안 이자가 온건파에게 그 위치를 언급할 수도 있잖아!”

그나마 한 명은 내게 의심을 해 보인다.

하지만 그의 의심은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

“착각하지 마. 그럴 생각이었으면 너희에게 제안할 것도 없이 머리통을 뽑은 다음 정보를 뜯어냈을 거다.”

이미 보지 않았나? 동족 대부분이 언데드 드래곤이 되어 내 제어에 들어온 것을.

내 말에 두 마리의 드래곤의 표정이 파랗게 질렸다.

“마음 바뀌기 전에 꺼져. 아참. 니들이 준건 잘 쓰도록 할게.”

“…….”

목숨에 대한 욕심이 많은 두 마리의 블루 드래곤은 티오니스에 있던 자신들의 과거 레어에 있는 보물을 모조리 끌어다 내게 바쳤다.

덕분에 상당한 보물을 얻게 되었지만 애초에 보물이라 함은 살수왕 헤르메이샤의 비밀 금고들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입장이었다.

“괜한 짓 하지 마라. 드래곤의 중재는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너희가 멋대로 날뛰고 지배하고 싶다면 나부터 어떻게 해야 할 거다.”

침묵하는 두 드래곤을 뒤로한 채 나는 기억석을 활성화한 뒤 그들의 기억속에 있는 본대가 있는 산맥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동남쪽…….”

끼이이이이이이익!!!

내 의지를 받들 듯 나타난 주작 불닭이가 높게 포효하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정이라도 들었는지 이 녀석도 제법 내게 애정을 표할 줄 알게 되었다.

“가자. 불닭아.”

-끼이이이이익!!

거대한 화염을 일으키며 몇 차례 날갯짓을 한 불닭이가 하나의 섬광이 되어 날아오른다.

속도는 메가로드리아만 못하지만 메가로드리아는 현재 용의 둥지에서 에반젤린을 지키고 별자리를 감시하고 있으니 데려올 수 없었다.

“최대한 빨리 날아.”

거대한 화염의 꼬리를 흩날리며 뜨겁게 달아오른 공기가 주변의 기류를 일그러뜨려 대기가 일렁이게끔 보이게 만들었다.

* * *

티오니스 대륙의 동남부 쪽은 수많은 도시국가들이 존재한다.

과거 이곳은 거대한 하나의 통일국가였으나 오래전 어떤 국왕의 잔인한 폭정으로 인해 참다못한 영주들이 들고일어났고, 지금의 도시국가들이 되었다.

그리고, 도시국가 중 가장 동쪽에 위치한 작은 소국은 주인이 없는 거대한 산맥을 끼고 있다.

대륙의 등뼈라 불리는 라트마 산맥.

그리고 그 라트마 산맥을 넘어 오른쪽으로 더 넘어가면 알라시스 대륙처럼 아직 개척조차 거의 되지 않은 거대한 숲이 존재한다.

이곳에 발을 들이민 국가는 아직 없지만, 이곳의 별명은 대륙의 허파라 불릴 만큼 빽빽한 초목으로 가득했다.

스스스스스…….

숲속을 배회하는 거대한 몬스터인 키클롭스 한 마리가 거대한 방망이를 들고 먹잇감을 찾았다.

요 최근 계속되는 사냥 실패로 인해 키클롭스는 현재 굉장히 배가 고파져 있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작은 동물이나 몬스터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자취를 감춰버린 탓이다.

당장 뭐라도 보이면 달려들 만큼 굶주려 있던 키클롭스의 그런 시야에 어떤 존재가 보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새와 그런 새에게서 내린 작은 생명체.

작은 생명체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을 듯싶지만 큰 새의 경우 잘 잡기만 하면 오랫동안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딱히 위험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게 생각한 키클롭스의 입에 침이 질질 흐르기 시작했다.

날개 달린 먹이들은 하나같이 놓치는 순간 골치 아파진다!

그러니 최대한 숨죽이고 조심스레 다가간 후 도망치지 못하게…….

그렇게 접근한 키클롭스가 이내 사정거리까지 들어갔을 때 즈음.

놈은 자신의 사냥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확신에 차 거구의 몸을 빠르게 움직였다.

-그우어어어어어어!!!

그리고 놈의 공격이 닿으려던 그 순간.

가만히 있던 붉은 새가 고개를 돌려 정확히 키클롭스를 바라보았다.

“그냥 놔둬. 내가 할 테니.”

그 말과 함께.

키클롭스의 시야가 상하좌우 반전하기 시작했다.

소리가 먹먹해지고 감각이 흐려진다.

시야가 흐릿해지며 키가 작아진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키클롭스는 곧 자신의 시야에 익숙한 몸이 멀찍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키클롭스는 자신이 왜 죽었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 * *

“여기서부터는 따로 기억을 되짚을 필요도 없겠네.”

워낙에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라 딱히 숨기지 않는 건지. 아니면 숨겨야 할 이유조차 느끼지 못하는 건지. 사방에서 드래곤의 진득한 마나 향이 퍼져 나온다.

이곳에서 멀지 않다.

불닭이를 돌려보낸 채 홀로 숲을 걷기 시작한 나는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거대한 산과 그 산을 기준으로 빙빙 돌고 있는 수많은 와이번들을 볼 수 있었다.

드래곤의 아종이라 불리며 드래곤들이 위세가 강할 때 대동하는 끄나풀 같은 몬스터다.

물론 와이번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드래곤에게 굴종하여 충실한 가디언이 된 와이번들은 다수 존재한다.

-키에에에에엑!!!

그들이 있다는 건 드래곤들이 현재 이곳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리라.

다만 와이번들은 아직 나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이유는 산 전체에 둘린 거대한 결계 때문이었다.

9서클 마법에 해당하는 결계.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9서클 결계 마법을 구현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엄연히 9서클 마법이라는 게 눈앞에 보이니 오딘이 관여했다는 사실이 점차 기정사실화 되어가는 것 같은 개같은 기분이 들었다.

“퉤. 퉤.”

결계의 앞에 선 내가 천천히 주먹에 침을 뱉는 시늉을 한 뒤 오른 다리를 미끄러지듯 뒤로 뺐다.

그리고는 오른손을 휘두를 것처럼 뒤로 당기며 숨을 짧게 들이켰다.

데자뷰가 느껴지는 광경이지만 무슨 상관이랴.

[마왕 유르그 식(式) 붕권]

[아수라 패황권]

“실례한다, 문 열어라!”

쿠우웅!!!!

대지 전체를 뒤흔드는 어마어마한 폭음이 일대 숲 전체를 뒤흔들어놓았고 이내 9서클의 거대한 마법이 서서히 일그러지며 부서지기 시작했다.

* * *

나는 존재감을 숨기지 않은 채 일정량 이상 숲 전체에 퍼뜨리기 시작했고, 그런 내 적의를 눈치챈 와이번들이 더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산맥 속의 드래곤들 일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거대한 강풍을 일으키며 마치 나를 위협하듯 저공 비행하며 나를 지나쳐간 드래곤이 곡예하듯 다시 돌아와 피투성이가 된 와이번들 사이로 하나둘 내려서기 시작했다.

[결계가 깨지다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드래곤들은 결계가 깨진 것에 의아해하더니 이내 나를 발견하고 저들끼리 뭔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위압을 내뿜기 시작했다.

[감히 미천한 인간이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온 것이냐.]

드래곤 피어를 뿜어내며 나를 압박하는 그들을 보며 조용히 지켜보던 내가 물었다.

“이곳에 군주가 있나?”

그 한마디에 드래곤들의 기세가 역변한다.

드래곤 로드도 아니고 군주라 칭하는 것은 드래곤 내부의 문제를 알지 못하면 절대 알 수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제야 내가 그냥 인간이 아닌 무언가라 생각한 드래곤들의 피어가 짙어진다.

[겁쟁이들의 끄나풀이었나? 하지만 결계가 있었을 텐데 어떻게 인간이 이곳에…….]

“내가 부쉈으니까 없어진 거지.”

내 대답에 드래곤들이 어처구니없다는 기색을 내비쳤다.

“군주에게 안내해라. 저항하지 않으면 목숨은 살려주마.”

내 말에 드래곤들이 이내 낄낄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그들의 기운이 대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그그그그극!! 쿵!!

허공이 찢어지며 막대한 양의 사령 마나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내 뒤편으로 검은 화염을 두른 언데드 드래곤, 흑염룡 부대가 모습을 하나둘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저항해도 상관없어. 내가 지금 니들하고 실랑이 벌일 기분이 아니거든.”

내 말과 함께 내 사령 마나를 공급받은 언데드 드래곤들의 입에 검은 화염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박스?! 박스가 왜 저기에?!]

[멍청아 베리어!!]

자신들의 동료가 내 등 뒤에 있다는 것에 놀란 드래곤, 흑염룡 부대의 기운에 경악하며 방어를 준비하는 드래곤이 절반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그들의 레어를 향해 걸어가며 내가 말했다.

“다크 브레스.”

치이이잉!!!

“발사.”

타락용 본거지를 포위한 스무 마리의 드래곤들의 입에서 본래 그들이 구현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거대한 밀도를 지닌 다크 브레스가 쏟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 * *

타락용의 임시 레어.

그곳에 모여있던 장로 드래곤 셋은 갑작스런 폭음에 눈을 부릅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이게 무슨 소란이냐!!”

“크, 큰일 났습니다!!”

비명 섞인 소리를 지르며 가디언 하나가 급히 뛰어들어오자 장로급 드래곤들이 인상을 찡그렸다.

“무슨 일이냐! 무슨 소란을 피우는 것이야!”

온건파 쪽에서 공격해왔다고는 전혀 생각지 않는 모습이었다.

“침입입니다!! 침입자가 군주께서 친 결계를 부수고 정면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뭐라?! 누가! 설마 그 겁쟁이들이 공격했다는 것인가?! 1차 2차 선발대는 무엇을 하고!!”

“아니 애초에 군주의 결계를 부수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장로 드래곤의 외침에 가디언이 우물쭈물하더니 조심스레 대답했다.

“그게, 온건파 드래곤이 아닙니다. 2차 선발대로 보낸 드래곤들과…….”

“뭐?”

“인간…… 단 한 명입니다.”

순간 찬물을 끼얹은듯한 차가운 분위기가 퍼져나간다.

뭐?

이게 뭔 개소리인가 싶어 인상을 찡그린 장로가 뭐라 말하려던 찰나였다.

부우욱!!

콰아아아앙!!

두껍고 단단한 동굴의 벽면이 녹아내리는 건 한순간이었다.

동시에 어디서 날아온 건지 모를, 그리고 구조가 드래곤의 브레스와 비슷할 뿐 완전히 다른 검은 브레스가 그들이 있는 동굴의 천장을 지우듯 불태우며 날려버렸다.

레이저가 훑고 지나가듯 빠르게 브레스가 지나가자 새빨간 열기가 검은 화염과 함께 일렁이며 지워져 버린 동굴의 단면을 밝혔다.

“군주가 여기 있나?”

안절부절못하던 가디언의 몸이 순식간에 섬광에 노출되었고 이내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며 무너져 내렸다.

너무도 차가운 목소리. 그와 함께 끝을 알 수 없는 심해를 보는 듯한 붉은 눈동자.

이곳에 있던 본대의 장로들은 의아함을 품었다.

인간이다.

아니…….

정말 인간이 맞는 것일까.

굳어버린 그들을 향해 다가오며 인간 청년이 다시 말한다.

“군주가 여기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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