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74화
얼어버릴 것처럼 시린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거대한 수정구를 내려다보던 사내가 눈을 감았다.
“역시. 의식을 쉽게 진행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건 의외의 발견이군요.”
현 티오니스의 드래곤 로드는 시초용의 흔적을 제 심장에 품고 있다.
의식에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그 시초용이라는 개념이었다.
사내 로키에게 그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지만 오래전 사용된 프로젝트에선 드래곤 하트가 자격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실패했다는 문헌이 있었다.
사실 시초용의 흔적을 품고 있으면 가능성은 있지만 그래도 애매한 것도 마찬가지.
그러던 중 그는 발견하고 말았다.
시초용의 흔적이 아니라.
시초용. 그 자체의 심장을 지닌 소녀를 말이다.
“세분 모두 가주세요. 나의 마신님이 문을 열어주시면 가서 그 아이를 데려오세요. 가능하면 다치지 않게 했으면 좋겠군요. 굳이 누군가를 괴롭히는 취미 같은 건 없으니.”
그 말에 거대한 힘의 응집체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 그리고, 보험 겸으로 당신도 가줘야겠습니다.”
* * *
데이비가 티오니스에 뿌리내린 우로보로스 프로젝트의 시발점인 군주를 복날에 먼지 패듯 패고 있던 시각.
용의 둥지를 떠나 하인스 영지로 날아오른 에반젤린은 그녀를 태우고 이동하는 메가로드리아를 내려다보았다.
“메기. 메기.”
[……나를 그렇게 부르지 마라!]
“그렇지만 메기는 메기잖아.”
[……쳇 멋대로 해라.]
에반젤린에게 부담이 되지 않게끔 속도를 줄여 난다곤 하지만 길어야 30분 안에 하인스 영지에 도착할 거리였다.
“아빠가 왜 나를 먼저 보낸 거야?”
[계약자가 아무 이유 없이 이런 일을 하진 않을 거다.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 가장 보호해야 할 대상에 너라고 판단한 것이겠지.]
[크하하하하하!! 쫄지 말라고 작은 인간!]
메가로드리아에게 들린 채로 대롱대롱 매달려 날고 있는 샨드라미네아가 참, 볼품없이 말한다.
하지만 이건 이것 나름대로 샨드라미네아의 배려였다.
비록 울드의 잠식으로 폭주까지 했던 샨드라미네아였다.
그의 적의는 피아를 가리지 않았으나 데이비가 잠식을 정화시킨 이후로 놈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응. 메기랑 샨드 믿을게.”
[넌 아직 어리다. 본래 약할 땐 보호받는 것이 당연한 일. 그것으로 자존심 상해할 것도 없다.]
“하지만 아빠도…….”
[번지수가 틀렸군.]
그렇게 물으려던 에반젤린의 의문을 해소하듯 메가로드리아가 대답했다.
[계약자는 겉보기만 저럴 뿐 영혼의 나이는 겉모습과 다르다.]
인간은 그 정도 시간을 살 수 없다.
메가로드리아는 데이비 올 라운이라는 존재가 왜 그렇게까지 강해질 수 있는지 한때 의문을 품었고, 그 결과 살아남았다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인간은 할 수 없는 범위의 수명을 살면서 그의 내부에서 막혀있던 무언가가 탁 트이듯 열렸으니까.
[메가로드리아.]
[음? 속도를 올려야겠군.]
후우우웅!!
갑작스레 웃음기를 지운 샨드라미네아의 말에 메가로드리아는 급히 속도를 끌어올렸다.
[꽉 잡아라! 작은 인간!!]
치이이잉…… 부우우욱!!
동시에 하늘에서 푸른빛의 섬광이 날아들었다.
초고밀도의 수압을 뭉친 섬광이다.
단순한 물이지만 그게 심해는 우스울 정도의 압력을 지닌 힘이라면.
별의 중력에 가까운 고 수압으로 뭉쳐진 광선은 절대 가벼울 수 없다.
콰아앙!!!
폭풍 같은 바람 장막을 관통하며 메가로드리아의 날갯죽지를 관통한 수압의 광선이 일대 영역을 모조리 파괴하며 엄청난 지진을 일으켰다.
콰드드드득!!
“메기!!”
[망할! 더럽게 아프군.]
인상을 찡그린 메가로드리아가 몸을 급히 일으켰다.
동시에 어디선가 날아온 수압의 광선이 또 한차례 쏟아진다.
[하찮다!]
메가로드리아의 입에서 광풍의 브레스가 모여들며 날아드는 수압의 광선을 빠르게 지워버렸다.
쾅!! 쾅!!
동시에 저 멀리 떨어진 샨드라미네아가 있는 지역에서 엄청난 폭음이 수차례 일어난다.
습격자다. 하지만 그 힘을 보면 도저히 이 대륙에 있던 존재의 힘이라곤 생각할 수 없었다.
“메기! 괜찮아?!”
[이깟 걸로 내가 어찌 될 것 같으냐? 에반젤린! 상대가 강하다. 널 지키면서 싸울 순 없다!]
그렇게 말한 메가로드리아의 눈이 번뜩이자 그의 깃털 대여섯 장이 날아들며 에반젤린을 감쌌다.
[하인스 영지에서 멀지 않다. 네 속도라면 금방 도착할 터.]
“하지만 메기는!!”
[어서 가라!!]
심각한 말투로 보이는 그 모습에 에반젤린은 이를 악물었다.
습격을 예상했기에 데이비가 자신들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피로스화를 할 수 있는 륀느 그리고 두 마리의 환수왕을 상대로 이런 습격이 가능한 존재는 그리 많지 않다.
[세상은 마냥 편리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오딘이라는 그 여자는 분명 아닐 터. 그렇다면 네놈들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보며 메가로드리아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자 마치 수면 반사를 일으키듯 허공에서 어떤 인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마법사였지만 그 표정은 싸늘하기 짝이 없었다.
[별자리.]
메가로드리아가 이를 악물었다.
사자자리 레오의 말에 따르면 오딘에게 당해 제압당한 별자리가 셋이나 존재한다고 했다.
별자리가 비록 또라이짓을 하고는 있다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목적과 존재의의를 가지고 행동한다.
나머지 별자리들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별의 근원 조디악을 지키다가 잠식당한 별자리는 총 셋.
그중 메가로드리아의 앞에 나타난 것은 분명 물병자리 아퀘리스가 분명하다.
[그리 상성이 좋진 않겠군]
메가로드리아의 안광이 번뜩였다.
[미안하지만 반신급이라 해서 나를 쉽게 어쩔 수 있을 거라 생각지 마라.]
메가로드리아의 의지에 따라 주변의 풍압이 칼날 폭풍이 되어 움직인다.
[인간의 육신에 강림한 이상 네놈들의 힘도 한계치는 명확할 테지.]
그렇다고 해도 그 힘이 너무 강한 건 조금 의문이지만.
콰아앙
이윽고 폭풍과 고수압의 칼날이 부딪혀 폭발이 일어났다.
* * *
“하아…… 하아!!”
갑작스런 습격으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한 에반젤린은 메가로드리아가 붙여준 검붉은 깃털의 보호를 받으며 숲을 가로질렀다.
그녀의 실제나이는 고작 2살 남짓.
사실 이제 기고, 일어서는 게 고작인 갓난아기였다.
다만 인간이 아니기에 그녀는 육신의 성장을 이루었고, 고대룡의 입장에선 굉장히 어리지만, 인간의 입장에선 어느 정도 성장한 아이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렇기에 현재 그녀는 두려움과 혼란 그리고 슬픔으로 감정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쉬리리리릭!!!
“하아! 하아! 꺄악!!”
순식간에 날아든 사슬이 그녀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고 그녀의 주변 깃털이 그것을 쳐내면서 균형이 비틀려버린 것이다.
바닥에 쓰러진 에반젤린이 가볍게 몸을 튕겨 몸을 일으켰을 때.
그녀는 볼 수 있었다.
그녀를 포위하고 있는 다수의 몬스터들을 말이다.
“몬스터…….”
하지만 일반적인 몬스터와 다르다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에 존재하는 그들은 마치 훈련된 군대처럼 협동하고 있었고. 몬스터가 가지고 있다고 하기엔 너무 기이한 무기나 장비들을 장착하고 있었다.
익숙한 기시감.
그녀는 문득 자신이 이 광경을 어디서 본 건지 깨달았다.
“영지를 습격한 몬스터들!”
과거 이단심문회 3군단 집행관 힐데스노바와 처음 만났던 숲에서 본 몬스터들.
그들과 흡사하다.
“보여…….”
그녀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세로로 찢어졌다.
그녀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몬스터의 몸 안에서 빛나는 작은 구슬들을.
저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것들이 몬스터를 움직이고 있다.
치이이잉!!!
순식간에 칠흑의 검신을 지닌 용신검 트와일라잇을 꺼내 들었다.
과거엔 당했지만, 마스터의 벽을 넘어선 그녀에게 이제 이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번엔 민폐를 끼치지 않아.”
그녀의 말에도 몬스터들은 그녀를 향해 맹렬하게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 * *
쾅!! 쾅쾅!!
엄청난 폭음이 사방에서 울려 퍼진다.
먼 곳에서 싸우고 있는 메가로드리아와 샨드라미네아. 그리고 먼저 움직이며 주변을 정찰하고 있는 륀느의 기척이 느껴졌다.
에반젤린은 그녀의 힘을 극대화 시켜줄 수 있는 소중한 아빠의 선물, 용신검 트와일라잇을 휘둘러 검은 검붉은 검기를 일으키며 닥치는 대로 몬스터를 베어냈다.
아무리 어린 그녀라지만 그녀의 성장은 인간과 다르다.
‘이상해…… 이상해…….’
그들의 노림수가 정확히 누군지 알길은 없으나 몬스터의 습격이나 메가로드리아와 싸우고 있는 이들을 생각하면 절대 우연한 습격은 아니었다.
산적 같은 존재도 아닐 테고.
애초에 환수왕이나 륀느의 발목을 이리 묶고 있다는 점에서 적이 절대 약하지 않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하지만 이들이 대체 어디서 나왔고, 왜 또 자신을 노리는지는 그녀도 이해할 수 없었다.
‘죽이기 위해 덤벼드는 게 아니야…….’
육탄돌격으로 깔아뭉개 제압하려는 움직임이 많다.
아빠에게 배운 바로 이런 행동을 취하는 이들의 목적은 대부분이 생포.
즉. 몬스터들은 현재 그녀를 생포하려고 하는 것이다.
고블린 같은 독특한 몬스터는 산채로 사람을 잡아가는 습성이 있기에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사람을 잡아 산채로 뜯어먹는 오우거나 상위 몬스터들까지 그런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애초에 조종당하고 있는 시점을 생각하면 몬스터의 습성도 의미가 없지만 말이다.
왜 자신을 데려가려고 하는 것인가.
복잡하게 생각해보지만 지금 떠오르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자신을 납치하여 소중한 아빠를 힘들게 하려는 이들.
아이보다 성숙하지만, 아직 아이에 불과한 그녀라도 불같이 화를 내기엔 충분했다.
스릉…….
쇳소리를 내며 검을 역수로 틀어쥔 체 그녀가 검을 제 가슴께까지 들어 올렸다.
검 끝을 대각선 아래쪽으로 향하게 쥐자 검신으로부터 검붉게 변색된 오러 블레이드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몬스터는 미끼.
그렇다면 몬스터를 조종하는 존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감지에는 어떤 존재도 잡히지 않았다.
적재적소라는 말이 있다지만 메가로드리아와 샨드라미네아. 그리고 륀느와 충돌하고 있는 존재는 엄연히 그녀가 감당하기 힘든 적이 분명했다.
하지만.
자신은 뚫고 지나가려면 얼마든지 뚫고 지나갈 수 있는 적들이다.
그렇다면 자신을 노리는 게 아닌 것이 아닌가.
그것도 아니라면…….
‘시간을 끌고 있어.’
그렇게 생각한 그녀가 자세를 낮춘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
적들의 예상보다 빠르게 이곳을 돌파해 하인스 영지에 도달하는 것.
[마령검.]
[천충쌍아.]
그녀의 검이 한차례 번뜩인다.
동시에 그녀의 신형이 몬스터의 무리를 송곳으로 찔러 뚫듯 파고들었다.
-키아아아악!!
-카아아아악!!
정리가 아닌 돌파, 도주를 선택한 이상 오우거 정도 되는 몬스터가 그녀를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순식간에 적들을 돌파해 파고들자 우왕좌왕하던 몬스터들이 멈춘다.
마치 감당이 안 돼서 멈춘 것 같은 느낌이었다.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그녀는 차라리 잘된 것이라 생각했다.
이 속도를 유지한 채 쉬지 않고 달리면 이곳에서 하인스 영지까지의 거리는 약 30분.
그 과정에 민가는 없으니 피해도 없다.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챠르르르르르르륵!!!
어디선가 나온 황금빛 사슬들이 순식간에 그녀를 압박했다.
“꺅!”
[플레어!!]
비명을 지르며 허공에 들어 올려진 그녀는 사슬을 끊기 위해 마법을 발현했다.
하지만 사슬은 아무렇지도 않게 고열의 화염을 무시하고 그녀를 더욱 강하게 압박했다.
역시. 시간을 끄는 게 맞았다.
저벅…… 저벅…….
이윽고 그녀를 포박한 존재가 눈앞에 다가오자 고개를 든 에반젤린이 눈을 크게 떴다.
“너…… 넌?!”
그녀의 앞에 나타난 것은…….
뀨?
터질 것 같은 근육을 자랑하는 새하얀 토끼.
보팔레빗이었다.
[이 몸, 등장~ 어머 언니. 왜 그러고 있어?]
느끼하면서도 묵직한 목소리라 귀가 괴로워진다.
“보…… 보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에반젤린이 그를 불렀다.
[흐음…… 오빠야의 기척이 느껴져서 왔는데. 재밌는 게 있네.]
그렇게 말하며 보팔레빗이 그녀를 묶은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촤르르르르르륵!!!
갑자기 수십 가닥으로 불어난 금빛 사슬이 에반젤린에게서 빠져나와 보팔레빗을 철저하게 구속해버렸다.
[끙…… 뭐야 이거.]
짜증스레 움직여보지만, 촤르륵 거리는 소리를 내며 사슬은 더욱더 보팔레빗을 묶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슬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이가 나타났다.
그는 갈색의 피부를 지닌 어떤 남성이었다.
“소용없다. 그건 풀 수 없어.”
[좀 단단한데?]
“나는 반신. 물리력 따위로 끊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속박은 취미가 아닌데?]
“까불지 마. 네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다만 아무리 힘이 떨어진 나라도 이 사슬은 절대 못 풀어.”
그렇게 말한 갈색 피부의 사내가 빙그레 웃었다.
“처음 보는군. 고대용 아가씨.”
“당신은…… 뭐죠?”
그 물음에 갈색빛 피부의 사내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섬뜩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기괴한 목소리를 냈다.
[천갈궁, 스콜피오]
사내가 빙그레 웃었다.
섬뜩한 미소를 지어 보인 그가 기괴하게 뒤틀린 목소리로 말한다.
그의 육신이 서서히 부서지기 시작했다.
[육체가 벌써 붕괴하는군. 뭐 상관없겠지. 아가씨. 딱히 위해를 가하려는 건 아니야. 얌전히 나를 따라와라. 너를 보고 싶어 하는 이가 있으니.]
“그게 누군데요.”
[그건 가서 알아보자고. 제 목표를 잃어버린 그 불 도마뱀이 금방 나를 찾아낼 테니.]
“역시 당신이…….”
[이미 시작됐어. 그 바람을 다루는 흑룡은 물병자리 아퀘리스가. 세 쌍의 날개를 가진 상대는 쌍어궁 피시즈가 발을 묶었지. 널 도와줄 이는 이곳에 없어.]
별자리…….
그녀가 어깨너머로 들은바 있는 별자리는 저런 존재가 아니었다.
이들은 마치…….
본래의 형태를 벗어나 하나의 생명체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저항하는 보팔레빗을 더 강하게 묶어버린 뒤 지나쳐 걸어온 그가 에반젤린을 향해 손을 뻗는다.
주저앉은 채 천갈궁을 올려다보던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볼 수 있었다.
천갈궁의 뒤로 사슬에 포박되어있었던 보팔레빗이 그의 지근거리 까지 다가온 것을 말이다.
끼긱……끽!!!
끔찍한 소리를 내는 사슬 때문에 눈을 부릅 뜬 천갈궁이 고개를 돌렸다.
콰창!!!!
금빛의 사슬이 그의 근육에 당겨지며 팽팽하게 팽창했다가 그대로 끊어지며 충격파를 만들어냈다.
동시에 보팔레빗의 새하얗고 거대한 주먹이 그가 방금까지 서 있던 장소에 꽂혔다.
[무슨?!]
움직이기조차 쉽지 않게 포박된 사슬이었다.
하지만 보팔레빗은 그것을 힘으로 잡아당겨 끊어버린 것이다.
동시에 보팔레빗의 콩알 같은 붉은 눈이 섬뜩하게 번뜩였다.
[거기 전갈 오빠.]
느끼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보팔레빗이 몸에 묶여있던 나머지 사슬도 끊어버리며 다가온다.
[단 하루도 내 근육 단련을 멈추지 않지, 극도로 발달한 근육에서 나오는 힘은 때로는 한계를 벗어나는 법이야.]
[터무니없는…….]
기가 막힌 지 천갈궁이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그런 그를 향해 주먹을 당긴 보팔레빗의 거대한 주먹에 핏줄이 돋았다.
뿌득 소리가 나며 공간이 일그러진다.
[너…… 대체 뭐냐?]
우연찮게 이곳까지 찾아온 보팔레빗으로 인해 계획이 뒤틀어진다.
* * *
“오오 형제여!! 무언가를 느꼈는가?!”
-브우우우우우…….
기묘한 울림이 퍼졌다.
“12등급 근육의 기척? 인어 소야에게 들었다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알겠네! 우리의 동지가 분명하네! 그곳으로 가지!!”
고요한 숲속. 맨손으로 몬스터들을 찢어발겨 버린 금우궁 타우르스와 오크 대족장 쓰가 반색하며 숲 저편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