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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91화 (991/1,559)

제 991화

드넓은 창공에 뜬 수백 개의 거대한 바위는 쉬지 않고 물을 끝없는 창공의 아래로 쏟아낸다.

오딘은 독특하게 이런 신선 바위 같은 풍경을 좋아했다.

아트렐리아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이곳은 사실 오딘이 천마 독고준의 그림을 보고 구현해낸 장소이기도 했다.

다만, 그녀가 상당히 공을 들여 만든 곳이다 보니 여타 영웅들이 주로 놀러 오곤 했다.

“끅! 고맙구만.”

“…….”

“덕분에 내기에서 이겨서 말이야. 설마 그놈이 그렇게 무식하면서도 뒤가 없는 짓을 할지는 몰랐지.”

“경솔하지만 결과적으로 대륙은 변할 거야.”

술을 벌컥벌컥 들이켜던 그가 허리춤에 있던 호리병을 그녀에게 휙 던졌다.

대나무로 만든 낚싯대를 연못에 던진 오딘이 그것을 한 손으로 받아 들었다.

“표정이 많이 좋아젔구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낄낄낄. 굴욕도 이런 굴욕이 있나. 한없이 약해 보이기만 하던 제자 놈에게 도움이나 받고.”

“…….”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이었지만 오딘은 이내 침묵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천하의 오딘도 사람은 사람이었구만. 끅!”

“속이나 긁으러 온 거면 돌아가.”

담담하게 말하며 호리병의 술을 벌컥벌컥 들이켠 그녀가 다시 낚시에 열중하자 독고준이 그녀의 곁에 털썩 걸터앉은 뒤 말했다.

“더이상 아트렐리아 대륙이 구속할 일은 없겠지.”

“지켜볼 뿐이야. 더 이상 저 땅은 내게 간섭할 힘이 없으니까.”

가장 강한 영웅 중에 하나였으나 스스로의 힘 때문에 스스로 구속을 당한 그녀였다.

“그래서. 그냥 넘길 건가?”

그런 그녀가 도움을 받은 것이다.

“제깟 놈이 이제 제 행복 찾고 은퇴하겠다는데 거기에 찬물을 시원하게 끼얹었으니. 그냥 넘기기엔 본인도 마음에 들지 않겠지.”

그 말에 오딘이 인상을 팍 찡그렸다.

“부끄럽다고 기절시켜놓고 그럴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얼마나 놀랐는지 다프네가 아주 경악을 하더군.”

“쓸데없는 소리 마. 대체 뭘 원하는 거야.”

“끅! 나는 뭐 딱히 원하는 건 없지. 다만, 빚을 지고 그냥 넘기기엔 마음에 걸리지 않겠느냐는 거지.”

“그래서?”

“뭔가 해줘야 하지 않겠…… 끅! 나는 건데.”

그가 낄낄거리며 품 안에서 작은 보따리를 꺼냈다.

“가서 줘라.”

“이게…… 뭔데?”

“보면 알겠지.”

그의 말에 오딘은 한없이 긴장한 얼굴로 보따리를 풀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온 물건을 보며 표정을 굳혔다.

“…….”

“푸하하하하하핫!!”

동시에 박장대소하는 독고준을 보며 오딘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대로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꺼져! 이딴 거 절대 안 해!!”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녀가 부들부들 떨었다.

“왜. 외설적인 것도 아니고, 좋은 문화잖아.”

“그래도 이건…….”

그녀의 손에 쥐어진 것은 빨간빛을 지닌 모자와 어떤 옷이었다.

* * *

따칵!! 꼴꼴꼴!!

사람이 거의 없는 고깃집에서 한 사내가 거침없이 소주를 소주잔에 부었다.

“아아…….”

지친 얼굴로 술잔을 보던 그는 이내 천천히 글라스를 들어 마시려 했다.

콱!!

하지만 누군가의 난입으로 인해 그의 행동은 멈춰질 수밖에 없었다.

“적당히 마시죠?”

“미성년자는 여기 출입금지인데?”

“고깃집에 미성년자고 뭐고가 어딨어요.”

사내는 잔뜩 뚱한 표정으로 눈앞에 나타난 아름다운 금발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열아홉…….”

“뭐라고요?”

“별거 아니야. 아가씨.”

잔에 담긴 소주를 톡 털어 넣는 그를 보며 소녀, 일리나는 천천히 그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그가 마시던 소주병을 빼앗아 빈 잔에 부었다.

하지만 소주잔을 들이키기도 전에 사내가 그녀의 행동을 막았다.

“이봐. 미성년자는 음주금지야.”

“이래 봬도 성년이에요. 당신이 마신 것보다 독한 술도 마셔봤으니 신경 끄시죠?”

“원래 성격이 그런가?”

그가 눈을 게슴츠레 뜨며 물었다.

“원래…… 그렇게 싸가지가 없나?”

그의 물음에 소주잔을 비운 일리나가 병을 들었다.

그리고 그의 잔에 따라주려던 순간.

술병을 치운 그가 글라스 잔을 내려놓으며 술병을 빼앗아 부었다.

“아주 중독이네.”

“남이사 신경 끄셔 아가씨.”

벌컥벌컥 들이키는 그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싸가지가 없는 게 아니에요. 화가 나 있는 거라고요.”

“화가 났다라…….”

“소중한 사람이 이번 일로 누명을 썼어요. 경찰 쪽에선 그 소중한 사람을 잡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죠. 워낙에 유약해서 벌레 하나 못 죽이는 착한 성격을 지닌 아이가요.”

그 말에 사내. 오 반장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원래 이 빌어먹을 세상이라는 건, 착한 놈들이 문제인 거야.”

“…….”

“착해서 무시당하고,”

그가 회한이 담긴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착해서 이용당하고, 착해서 묵살당하고, 착해서…….”

그의 눈에 분노가 서린다.

“살해당하는 거지.”

그가 고개를 들었다.

“아가씨. 세상이란 그런 거야. 예전에 티오니스 성자가 왔을 때 한 차례 높은 인간들이 입는 양복을 걸치고 멋대로 나라를 주무르던 인간들이 대거 쓸려나갔지.”

그가 한국을 구하겠다는 이유로 그런 건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행동은 그런 결과를 이뤄냈다.

“많이 변했어. 참 좋아졌지. 그런데 말이야…… 그 사건 이후로 숨어들었던 미친 개x끼들이 몇 년이 지나 날씨가 풀리니까 다시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 거야.”

그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당신은 어째서 이일을 이렇게 매달리는데요?”

“…….”

“뭐, 협상 없는 형사라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듣기로는 당신의 행동은 굉장히 과격하다 하더군요.”

일리나의 물음에 그가 조용히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술이나 받아. 이제 다 마지막이잖아.”

“말해봐요.”

“정의의 용사라도 돼? 쓸데없는 소리 말과 술이나 처마십시다. 아가씨.”

“행동이 정당화되지 못하는 시점에서 용사는 글러 먹었죠. 이봐요, 아저씨. 나는요. 정당함을 신조로 두고 살았어요. 개같은 살인자들도 적법한 절차를 밟은 뒤에 단두대로 보내 대가리를 날려버렸다고요.”

그녀가 화가 난 듯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도 누군가가 죽는 건 그리 내키지 않아. 그런데 이번엔 달라요.”

소중한 사람이 이용당했다.

“다른 이면 몰라도 그 아이는 아니야. 그 착하고 순진무구한 아이를 이용하는 놈은 그냥 둘 생각이 없어요.”

그 말에 오 반장은 조용히 술을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얼마 전 있었던 폐 창고습격에서 일리나는 맨손으로 저보다 키가 훨씬 큰 사내들의 사지를 모조리 분질러 놓았다.

사람과의 싸움에 굉장히 익숙한 전투였다.

각성자들은 인간을 초월한 힘을 내곤 한다.

하지만 눈앞의 소녀는…… 각성자와 일반인, 그리고 무기를 든 이까지 가리지 않고 박살 내버렸다.

처음엔 거부했으나 이제는 그녀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가씨. 사람 해치는 거…… 두렵지 않나?”

“두렵죠. 저도 좋지 않아요. 괴롭고요.”

“그럼 이제라도 손을…….”

“근데요. 내 소중한 동생 같은 아이를 그렇게 만든 놈이 발 뻗고 자는 꼴을 생각하면,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아.”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것이다.

“세상에 말이에요. 나쁜 새끼는 발 뻗고 자고 피해자는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죠.”

이번엔 그 입장을 바꿔줄 생각이다.

“지독하구만. 공론화시키지 않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겠지.”

공식적으로 주는 벌에는 한계가 있으니. 비공식적으로 부숴버리겠다고.

“그래서. 당신은 왜 그러는데요?”

“한 5년 전쯤이었나.”

그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내 아들놈이 살해당했어.”

“…….”

“범인은 잡혔지. 아들놈의 절친한 친구. 하지만 말이야. 그 친구 놈을 잡고 물어보니까…… 그렇게 말하더라.”

[아저씨!! 저 아니에요! 진짜 저 아니에요! 아저씨 경찰이잖아요! 승우 죽인 새끼 꼭 잡아줘요!]

엉엉 울며 말하던 그놈을 봤을 때.

처음엔 분노로 인해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고 나서 그의 무죄를 입증할 증거가 하나 나오면서 재심이 들어갔고, 다행히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었다.

“누가 뒤에서 농락한 거야. 기가 막히지? 지금도 잠만 자면 꿈을 꿔.”

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한다.

“아버지…… 아버지. 날 죽인 놈은 그놈이 아니야. 아버지. 아버지. 날 죽인 놈은 발 뻗고 자고 있어. 아버지…… 아버지…….”

그의 손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참 길게도 찾았지. 그러다가 이번에 기회를 찾은 거야.”

아들내미, 죄 없는 아들내미 죽인 그 개x식의 꼬리를.

그런데 경찰 당국과 검찰에서는 너무 깊게 파고들지 말라고 하네?

“내가 어떻게 참나.”

“이야기 들었어요. 상사를 아주 개 잡듯이 패셨다고.”

“킥킥킥…… 아가씨. 정보망이 상당하구만.”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속은 약속이지. 출발하자고.”

“술기운 깨드릴까요.”

“됐어.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정말로 사고 칠 것 같거든.”

“…….”

“따라와. 이제 끝을 내야지. 내 아들내미 죽이고, 아가씨의 소중한 이를 그 지경으로 만든 놈…… 잡아서 아주 갈기갈기 찢어발기게.”

그의 눈에 섬뜩한 살기가 어렸다.

* * *

어두운 산속 별장은 어두운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환하게 불빛을 비추고 있다.

그리고, 그런 별장의 주변엔 소속을 알 수 없는 검은 정장 차림의 남녀가 움직인다.

“이봐! 그놈들 아직도 못 잡았어?!”

“죄송합니다. 아직…… 제대로 된 신상도 파악이 되질 않아서…….”

퍼억!!

“당장 찾아!! 빌어먹을 내가 이런 일 때문에 여기까지 와야겠나!!”

어떤 인간의 외침이 들려왔다.

바깥에서 경호를 서던 이들이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아가씨. 준비됐나?”

“이미 됐어요.”

“각성자가 열둘. 그중에서도 상당한 실력을 지닌 놈이 많아. 어둠 속에서 이 망할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권력가 중에 하나지.”

“…….”

“시민들은 모르지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오 반장은 품 안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무기 소지 불법 국가 아니었어요?”

“각성자들도 무기 들고 다니는데 형사라고 없을까…….”

“대단하시네요.”

일리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시작하자고.”

그는 별장으로 향하는 전선이 숨겨진 바닥을 파헤친 뒤 검을 들이밀었다.

“갈기갈기 찢어발겨 버리자고.”

그의 눈이 흉흉하게 빛남과 동시에. 일리나가 가죽으로 된 장갑을 손에 끼었다.

동시에 오 반장의 손에 쥐어진 검이 별장으로 향하는 전력을 공급하는 전선을 끊어버렸다.

동시에 일리나가 서늘한 시선으로 별장을 보며 한 발 내디뎠다.

* * *

퍽!! 퍽!! 콰앙!!

바깥에서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별장 안에 있던 한 사내는 갑작스런 소리에 눈을 부릅뜨며 움찔거렸고 이내 어두워진 별장 내부를 벌벌 떨며 바라보았다.

“이…… 이봐!!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전기가 왜나가!!”

그가 바락바락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다는 듯 고요해진 것이다.

그럴 리가. 고위 각성자만 몇 명을 배치해놨는데.

그들이 이렇게 소리 없이 당할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박 의원님.”

“누…… 누구냐!!”

“처음 뵙겠습니다. 이 개x끼야.”

“…….”

“널 잡으려고 참 오랫동안 움직였다.”

그가 다가오며 검을 들이밀자 박 의원이라 불린 사내가 슬금슬금 물러났다.

그리고는 소리쳤다.

“나…… 나를 지켜라!! 어서!!!”

동시에 그의 뒤편 문이 벌컥 열리며 무표정한 얼굴에 각성자와는 다른 어떤 힘을 품은 이들이 빠르게 오 반장을 향해 날아든다.

서걱!!

하지만 그들은 갑작스런 검의 궤적에 그대로 노출되어버렸고, 손도 쓰지 못한 채 무너졌다.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안 그래 박 의원님?”

“이…… 이봐! 무,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진정하라고 진정하면 내가 다 설명…….”

“설명은 필요 없어.”

그 말과 함께 그가 미친놈처럼 박 의원에게 덤벼들었다.

“으아아아악!! 이러지 마!! 살려줘!! 나…… 난 아니야! 난 아니라고!!”

비명을 지르는 그를 보며 일리나는 차갑게 그를 응시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렸다.

“물고기?”

그녀의 눈에 보인 것은 그녀가 방금 쓰러뜨린 이들의 몸에서 몰래 빠져나와 합쳐지고 있는 어떤 생명체였다.

인간의 몸통에 물고기의 머리를 한 존재. 그 존재는 일리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그대로 굳어버렸다.

“비…… 빌어먹을. 방금 대부분의 분신체가 죽었는데?!”

비명을 지르는 별자리 피시즈는 얼마 전 한 인간에 의해 자신의 본체가 죽어버렸다.

지금 여기서 자신이 죽어버리면 자신 또한 캐프티콘 마갈궁이나 보병궁 아퀘리스처럼 빛을 잃고 죽어버릴 수 있었다.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그를 보며 일리나가 칼디라스를 비스듬히 들었다가 부드럽게 움직였다.

“데이비가 일을 잘 해결했나 보네. 마침 이쪽도 빌어먹을 원흉을 잡았으니.”

서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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