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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00화 (1,000/1,559)

제 1000화

* * *

“데이비. 한창 클 나잇대의 소녀가 저런 거나 마시면서 밤새우면 피부에 얼마나 안 좋은지 모르지?”

연구소 내부로 들어오며 일리나가 내게 타박을 가해왔다.

“에오니샤도 티아라 양도 한창때의 소녀인데 너무하잖아 이건.”

“괜찮아. 평생 주름 하나 안 생길 정도로 케어해놨으니.”

불로. 사실 완전한 불로는 불가능할지 몰라도 정령의 축복을 임의적으로 강하게 주입해두면 인간의 모습은 바뀔 수 있다.

정령계까지 가서 그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내가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축복이기도 하다.

“그래도 저 각성제는 좀 그렇네.”

각성을 시켜주는 대신 사람의 몸을 망친다.

“그러면 안 되지. 내가 직접 하나 새로 만들어야겠다. 몸에도 좋은 거로.”

그래야 더 부담 없이 갈아 넣지.

“그냥 적당히 굴리는 거로는 안 돼?”

묘하게 애교가 섞인 그 부탁에 나는 빙그레 웃었다.

정해진 대답을 그렇게 내놓는다.

“어. 안돼.”

에오니샤는 그야말로 굉장한 재능을 지니고 있다.

그런 그녀는 20살이 될 즈음엔 대륙에서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대단한 연구원이 되리라.

리네스 왕비가 남긴 것 중 세상에 크게 기여하는게 하나 정도는 있었구나 싶었다.

“엇? 오셨네요!”

그때 나를 발견하고 달려온 티아라가 나를 올려다본다.

붉은 머리칼을 흩날리며 뛰어온 그녀는 품 안에 든 서류뭉치를 내게 건네주었다.

“마침 잘됐다. 피드백 한 번 해주실래요?”

“어디 보자…….”

그녀가 건넨 서류에는 어떻게 원전의 폐기물을 중화시키고 재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자료가 쓰여있었다.

유르기안 대륙에서 우선적으로 가져온 물건을 통해 중화제를 만든 건 좋았다.

유르기안에는 있으나 지구에는 없고, 지구에는 있으나 유르기안엔 없는 두 소재가 합금이 되면서 강대한 중화 효과를 일으킨다.

그리고. 티아라와 에오니샤를 포함한 연구원들은 그것을 촉매로 이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만들어진 촉매는 상온에서는 큰 효과가 없어요. 하지만. 밀폐된 공간 안에서 1:2.8의 비율로 넣고 진공상태로 만들어준 뒤 1시간 단위로 질소를 일정량 투여해주면 질소와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방사능이 가진 고유의 원소 구조가 변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중화가 되고 이내 사람이 가지고 있어도 안전한 물질이 된다.

“지구의 연구 장비들은 정말 대단해요. 마법으로도 비슷한 것들이 있지만 마나 없이 단순한 과학력으로 이렇게까지 만든 걸 보면 굉장히 놀라게 되네요.”

티아라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네. 그 짧은 시간에 만들어낼 줄 몰랐는데.”

“사실 만들어냈다고 하기보다는 응용인데요.”

티아라가 빙그레 웃었다.

“가르쳐주신 거잖아요. 비공정 아스가르드를 만들 때.”

유르기안 대륙에서 과거 수입해왔던 소재를 통해 원자 로드를 만들 때 나는 에디손 기술고문과 티아라에게 상당량의 전문 기술을 전수했다.

생각해보면 그 방식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자세하게 파고들면 하나하나 모두가 다르긴 하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확실히 비슷한 점이 없잖아 있다.

그런 그때 내 시선에 어떤 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사람들은?”

“아. 일본? 그쪽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하네요.”

“일본은 왜?”

한국이 일본과 기술협약을 맺고 있는 건 알고 있지만, 그것도 이제 협약기간이 다됐다는 말을 현아를 통해 들은 적이 있다.

그들은 말없이 연구소의 건물을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한 뒤 조용히 물러났다.

“우선 이 부분과 이 부분은 조금 계산이 틀렸어. 당장은 문제가 없는 데 문제가 누적되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까 새로 해봐.”

“흐응…… 그러네요. 좋아요. 생각보다 재밌기도 하고. 이곳 교수님들과 의논해볼게요.”

“그래.”

나는 정식적인 계약서 작성을 위해 대통령을 만나고자 청와대를 찾았다.

“멈춰주십시오. 이곳은…… 헙!”

나를 발견한 이가 눈을 부릅 떴다.

“대통령께 전달해주실래요? 계약 건으로 찾아왔다고.”

세상에 어떤 국빈이 이렇게 걸어서 청와대를 찾는단 말인가.

그런 내 기상천외한 행동에 놀라 하면서도 생각보다 절차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연락이 내부로 들어갔고. 이내 내부에서 누군가가 헐레벌떡 모습을 드러냈다.

“헉…… 헉…… 어서 오십시오. 데이비 왕자님. 비서실장입니다.”

“반갑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언제 여유가 되시는지 물어도 될까요.”

“본래 예정은 꽉 차 있습니다만. 마침 왕자님과 관련된 사안으로 인해 일본 외교관과 현재 회담 중이십니다.”

“그래요? 일본에서?”

그러고 보니 연구소 쪽에 일본에서 온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아는 현 대통령은 이렇게 먹기 좋은 파이를 남과 갈라 먹는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바짝 긴장한 비서실장을 따라 청와대 내부로 들어간 나는 비서실장의 안내에 따라 접견용 룸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그곳에 있던 두 사람이 나를 반긴다.

“아. 어서 오세요. 데이비 왕자님.”

“반갑습니다. 일본에서 온 와키자카 사토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와키자카 씨.”

“오오…… 데이비 왕자님께서는 굉장히 다국적 문화에 박식하시군요.”

그가 하하 웃으며 악수를 청하자 나는 담담하게 그의 손을 마주 잡아주었다.

일본도 최근 한차례 정권이 바뀌었다고 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죽도록 일본과 중국 한국 삼국이 서로 싸워왔지만, 지금은 겉으로 드러나는 분쟁은 피하고 있는 입장이기도 했다.

“말씀 나누시는데 제가 방해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닙니다. 마침 왕자님의 의견도 필요했습니다.”

천 대통령의 말에 내가 고개를 기웃하며 물었다.

이후 나는 자리에 앉아 양측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어디서 정보가 새나갔는지 일본 측에서 방사능 폐기물 중화 기술에 관해서 전해 들었고, 한일 기술협약을 빌미로 공동 연구를 제의해왔다는 점이었다.

“아시겠지만 저희 일본은 우수한 연구원을 다수보유하고 있습니다. 서로 손익만 잘 맞는다면 지금 기획하고 있는 것보다 더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자부합니다.”

그는 자국의 기술력을 우선적으로 선전하며 내게 설명해왔다.

“비록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양국 무역 문제로 인해 유감스러운 일도 있었습니다만. 정권도 바뀌었습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은 과거의 일을 어느 정도 청산하고 다시 사이가 좋아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와키자카 사토의 말에 내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좀 전 연구소 쪽에서 본 일본 분들이 같이 온 분들인가 보네요.”

“네? 그럴 리가요. 아직 아무것도…….”

의아한 듯 중얼거린 그가 눈을 크게 떴다.

무언가 짚이는 게 있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곧 이내 표정을 지우고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뭐. 그건 한국과 교역을 맺은 상황이니. 그 후의 연구문제는 한국과 처리하시는 게 좋겠네요. 저는 교역에 대한 자세한 계약서를 작성하러 온 것이니까요.”

“아…… 그렇다면 그 교역을 저희 일본과도…….”

“그건 좀 더 생각해볼게요. 딱히 일본이든 한국이든 상관은 없지만, 이쪽은 거래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니까요.”

내 대답에 사토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한국과 일본의 골 같은 건 현재 내게는 관심 밖의 분야였다.

“대통령께서도 제가 제안드린 점을 모쪼록 검토해주시면 양국의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 부분은 조금 더 검토를 해본 후 답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회담이 막바지였는지 와키자카 사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허허 웃어 보였다.

“하면 저는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후 그가 떠나가고 나는 대통령과 서류 한 장을 내려놓고 서로의 직인을 찍었다.

“검토해본 결과 이 거래는 한국과 티오니스 양측에 큰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참. 공식적인 기자회견에 혹시…….”

“그 부분은 따로 발표하는 쪽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요?”

“하면…… 사진이라도.”

“뭐. 알겠습니다.”

정치라는 게 이래서 귀찮은 점이 많다.

대통령과 악수를 하는 자세 그대로 사진 몇 장을 남긴 나는 계약서 중 한 장을 그에게 넘기고 같은 양의 계약서를 보관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원전이 가지는 큰 문제점을 차단할 수 있었네요.”

“아마 타국에서 절대 그냥 두진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요. 기술력에 관해서 상당히 비집고 들어올 겁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미국과 일본이다.

그중 일본의 경우 오래전 지진과 몬스터의 습격으로 원전 폭파 사고가 있었다.

몬스터가 주기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현시점에서 원전은 자칫하면 거대한 시한폭탄이 될 수 있기에 중화 시스템은 그야말로 최고의 안전 보험이나 다름없었다.

“아마 그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겠네요.”

그건 한국이 알아서 할 일이고.

결과적으로 나는 거래만 잘되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박 의원은 이미 거래 내용대로 아주 철저하게 묻어버렸고, 그가 절망의 끝에 다다랐을 즈음 나는 다음 지옥을 보여주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좀 전 연구소 쪽에서 일본 측 인사들을 보셨다고요.”

“예. 듣기로는 일본 측에서 기술협약 때문에 답사를 했다고 하더군요.”

“흐음…… 저희는 아직 아무런 이야기도 진전시킨 적이 없는데 말이죠.”

대통령이 눈을 감았다.

“현 정부와 다른 방향을 추구하는 이들이 움직이는 모양이군요,”

“현 정부와 다른?”

“네. 현 일본 정부는 외교를 통해 타국과 사이가 좋아지는 쪽을 원하고 있습니다만. 바로 이전 대의 총리만 해도 상당히 한국과 마찰을 많이 빚었으니까요.”

대통령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일방 시선이라……그럴 만도 하네요. 국가의 사이가 나빠지면 각국을 혐오하는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으니.”

“문제는 정권이 바뀌면서 대립이 심해졌다는 점이겠죠. 후우…… 한국이나 일본이나 사람이 많이 모이면 목소리는 다양하게 나올 수밖에 없겠지요.”

어느 나라건 극단적인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은 존재한다.

당장 과거에 내가 한국인으로 살았을 때.

그때만 해도 인터넷만 열면 일본과 한국이 서로를 견제하고 깎아내리기 바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직접 일본여행을 다녀온 현아가 알려준 대로, 그런 사람도 있지만, 한국에 좋은 시선을 지닌 이도 많다는 게 그 결론이었다.

사람은 제각각 다른 법이니까.

“그렇겠네요.”

“혹 이 부분에 관해서 생각해두고 계신 건……”

“아, 우선 선 그어드리는 말씀이지만 저는 어느 쪽 편도 아닙니다. 사실 까놓고 극우 세력이든 한국의 일부세력이 결탁해서 서로 손을 잡고 기술력을 빼돌리든 뭐든 관심 없는 분야입니다.”

“…….”

“그건 한국과 일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겠지요?”

“그러네요.”

나는 기술력을 협조해주는 것까지 할 뿐이다. 그 이후의 기술이 어떻게 쓰일지는 지구에서 알아서 할 일이니까.

에오니샤와 티아라를 협약시켜준 건 사실 정확히 지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티오니스의 녹연 문제 해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한국 측에서 제공하는 식량은 이 정도로 조율을…….”

천 대통령의 입장에선 굉장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국산 식량을 대량으로 팔아 엄청난 자금적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농수산업 그리고 축산업이 발전하면 시장이 커지게 되고 그것은 곧 민심의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 일단은요. 계약서대로 정확히 5년 후에 그 양을 다시 조율하든지 하지요.”

“예 알겠습니다. 배웅은…….”

“괜찮습니다. 찾아올 땐 예의상 정문을 타고 왔지만 돌아갈 때까지 그럴 필요는 없으니까요.”

내 대답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참. 미국의 드럼퍼 대통령이 당신과 꼭 만나고 싶어 합니다.”

“그래요?”

“네. 혹시 회담을 잡으실 생각이 있으신지요.”

“글쎄요. 딱히 생각해둔 건 없는데.”

고민하던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신다면 약속을 잡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놔드리겠습니다.”

“아. 괜찮아요. 미국으로 날아가면 되니까.”

내 대답에 그가 쓰게 웃어 보였다.

“혹시…… 미국에도 같은 기술을 넘기실 겁니까?”

“그건 왜 묻습니까?”

“사실 저희 입장에선 기술을 독점할수록 이득이니까요.”

“숨기진 않으시네요.”

내 말에 그가 하하 웃었다.

“당연하지요. 일단 한국의 대통령이니까요.”

이후 자잘한 조율을 마친 나는 그대로 공간을 넘었다.

그리고, 대규모 마법을 발현했다.

연구소 쪽에서 보였던 이들이 조금 신경 쓰이지만 그들도 정신이 온전히 박힌 놈들이라면, 굳이 나를 건드리진 않으리라.

이윽고 순식간에 공간을 뛰어넘는다.

태평양은 엄청나게 먼 거리지만 사실 지구 어디에 있건 좌표만 기억하고 있다면 안전하게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게 현재 내 상태였다.

물론 바로 미국 본토로 날아가진 않았다.

연구소에 들려 심심해 죽으려 드는 일리나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데이비…… 데이트 가자…….”

“미국으로 갈까?”

“응? 진짜 가게?”

“그래. 오래간만에 데이트나 하자.”

내 말에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내 팔에 팔짱을 끼고 들어왔다.

“아참. 현아 아가씨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음? 그 오징어가 왜.”

“사랑스러운 여동생을 오징어라 부르진 말지?”

“오징어가 오징어지 뭐가 문제야.”

현실 남매란 거 이런 거다.

“이번에 야구 시즌이 열리는데. 시구를 해줄 수 있느냐고 묻더라.”

“시구?”

“응. 그냥 공만 던지면 된다는데…….”

“용케도 요청하네. 그래서 하기로 했고?”

“일단 생각은 해본다고 했는데. 그 야구라는 거 재밌어 보이더라.”

“그럼 해. 대신. 포수 죽이진 말고.”

마스터급 초인. 그것도 일리나는 그런 마스터급을 예전에 넘어서서 이제는 검선의 경지조차 넘어서고 있다. 지구에 있는 육체 각성자들조차 맨손으로 찢어발기는 강자가 되어버린 것이 그녀라는 소리였다.

시공격검을 배운 것으로 이렇게 강해진다는 건 상당히 억울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잘못 던지면 포수가 글러브 채로 관통당할걸?”

“그럴 일 없어.”

이윽고 나는 망설임 없이 다시 워프 마법을 발현했다.

스팡!!!

이윽고 창공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한국과는 다른 이색적인 도시가 눈에 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와…… 여긴 건물이 정말 높다…….”

지상에 가볍게 내려서서 거리로 나오기가 무섭게 검은 복면을 쓴 어떤 남자가 소리를 지른다.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이 년은 죽어!!!”

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로 한 금발 여성을 잡고 소리 지르는 한 남성으로 인해 일리나와 내 시선이 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했다.

대충 상황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와. 나 저거 영화에서 봤어. 인질극이지?”

“영화가 아니라 어디든 자주 봤잖아.”

“저기서 이제 히어로가 나타나는 거야. 그리고 어셈블을 외치면…….”

그녀의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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