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06화
S급 각성자이자 미국의 가장 유명한 각성자 중 하나인 크리스 마텐.
그리고 육체 강화계의 더스크.
원거리 화력계통의 각성자 셀리나 보튼. 광범위 뇌격 마법을 다루는 알버트 패치. 마지막으로 근접계통의 각성 능력을 지닌 타국 출신의 아마조바치 보르네시오 이 다섯 사람이 흩어진 건 아니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30여 명이나 되던 A급 각성자들도 그러했다.
처음 그들이 균열에 진입했을 때 그들은 본능적으로 전신을 짓누르는 무형의 기운에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게이트가 위험한 건 들어서 알고 있다. 검출된 파장 수치가 일방적으로 높은 균열이라는 것도 본적이 있다.
하지만. 그래 봐야 균열이다. 지금껏 S급 각성자들을, 그것도 이만한 숫자를 크게 위협하는 균열은 거의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실제로 처음 긴장한 채 들어온 그들의 생각과 다르게 작은 도깨비 같은 형상의 괴물들은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자신감이 붙은 그들은 점차 과감하게 탐사를 진행했고 대체 무엇이 초기의 조사대들을 전멸시켰는지 이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스크는 거기서 역시 별거 없었다며 투정을 부렸다.
괜히 쫄아서 물러나기엔 생각보다 별거 없었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엔 많은 시간도 필요하지 않았다. 기괴한 복장을 한 듯한 망령 같은 것들이 나타나면서부터였다.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며 덤벼드는 물리력을 지닌 망령의 힘에 각성자들은 서서히 고전하기 시작했고. 기어이 A급 중 일곱이 희생당하면서 뭔가 잘못되었음을 확실히 인지했다.
한 마리만 해도 위험하기 그지없는데 그런 놈이 열 마리 넘게 출몰한 결과였다.
상황의 심각성을 눈치챈 그들은 그제야 이놈의 균열이 보스가 존재하지 않는 강한 몬스터가 다수 나오는 특수 던전임을 깨달았다.
즉, 그들은 필드에서 다수의 중간 보스들을 마주친 것이다.
일방적인 공격이 시작되고 방어에 급급하며 진형을 짜기에 바빴던 그들이었다.
처음 당황한 행동 때문에 몇몇 A급 각성자는 흩어지고 말았고 남은 이들은 그런 망령을 피해 내부로 더욱 깊숙이 몰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들은 볼 수 있었다.
-뭐야 이 피라미들은.
이곳은 보스가 없는 대신 중간보스급 몬스터가 다수 나오는 균열이 아니었다.
강하다고 생각한 망령 급 괴물들이 끝이 아니었다.
그들의 앞에 나타나 자신을 두억시니라 소개한 거대한 존재는 자신을 두억시니라 말하며 각성자들을 일방적으로 유린하기 시작했다.
절반 이상의 A급 각성자들이 사망했고 S급 각정자 중에서도 다수의 사상자가 나고 말았다.
그나마도 운이 좋았던 것이다.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두억시니는 당장 그들을 때려죽이지 않고 마치 가지고 놀 듯 설렁설렁 상대했고 미국 최고의 각성자 중 하나라 불리는 크리스 마텐이 제 목숨을 바쳐가며 모두를 지키려 했기에 그나마 살아남은 것이다.
문제는 이 이후 발생했다. 더스크가 두억시니의 심기를 건드려버린 것.
열이 받은 두억시니는 A급 각성자 중 남은 생존자들을 모조리 곤죽으로 만들어버렸고 이전까지는 마치 장난이었다라고 말하듯 일방적으로 그들을 짓밟기 시작했다.
셀리나는 팔이 완전히 으깨져 버려 기절해버렸고 알버트 패치는 두억시니가 집어던진 거대한 금속 창에 복부가 관통당해 땅에 고정되어버렸다.
아마조바치 보르네시오는 그런 두사람을 지키려다 결국 머리통이 터지고 말았다.
“…….”
그나마 정신을 차리고 있던 더스크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 자신도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이 얼마나 무서운 짓을 했는지 모르지 않았다.
-두려움이 느껴지네.
자리에 주저앉은 채 셀리나의 머리를 틀어잡고 있던 그가 스산하게 웃으며 더스크를 향해 말했다.
놈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인간의 언어가 아니었지만, 그 의지가 정확히 전달되어왔다.
-그래. 두려워해야지. 인간은 나약한 존재니까. 그래 어디 보자.
놈은 마치 장난감을 본 것처럼 흥미롭게 더스크를 바라보았다.
-죄책감을 느끼는구나. 단편적인 맛은…… 그래. 네가 모두를 이곳으로 데려온 장본인이로구나.
“아…… 아아아…….”
기다리라고 할 때 기다릴걸. 설마 이만큼 위험한 괴물이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데이비 왕자가 있다면 쉽진 않겠지만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무너지진 않으리라.
-어쨌든 감사는 해야겠군. 너희들이 이곳으로 들어와 준 덕분에 나도 힘을 모두 되찾았으니. 그 보답으로 이곳에 오자고 한 네놈은 살려주지.
인간의 정신을 간파하여 대략적인 정보를 얻어내는 괴물 두억시니에게 이미 겁에 질린 더스크의 정신은 너무도 쉽게 파고들 수 있는 부류였다.
“아…… 아아악…….”
고통스러워하는 셀리나의 머리를 잡은 채 던져버린 두억시니가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는 거대한 도깨비방망이를 어깨 위에 올린 채 걸음을 내디뎠다.
“물론, 내게서 파생된 놈들이 널 살려둘지는 잘 모르겠다만.”
-끼이이이이익!!
-까아아아악?!!
“으…… 으으…… 아아…… 으아아!!”
끔찍한 비명과 함께 서른 마리 이상의 망령들이 모여드는 걸 보며 더스크는 패닉에 빠져 제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내질렀다.
이렇게 위험한 곳인 줄 알았다면 모두를 선동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균열은 상상 이상으로 위험했고, 이건 인류 종말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본능적인 직감이 솟아났다.
‘우리끼리 들어와선 안 됐어…… 데이비 왕자의 힘까지 빌려야 겨우 맞서볼 만한 존재였어……’
두려움에 가득 찬 그가 패닉에 빠져있자 망령들은 마치 맛있는 먹이를 먹으려는 듯 서서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망령 아우타들이 그를 먹어치우려던 그 순간.
“흐랴아아아아압!!”
쩌어엉!!!
숲속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튕겨 나오더니 그대로 아우타들을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후우…… 후우…….”
피투성이가 된 채 걸어 나오는 사내는 다름 아닌 크리스 마텐이었다.
그는 온몸에 입은 부상을 겨우 억누르며 걸어 나온 뒤 말했다.
“빌어먹을…… 이래서 들어오는 게 아니었어.”
“크…… 크리스…….”
“이봐. 움직일 수 있나?”
크리스는 이 와중에도 이겨야 한다는 판단이었지만 더스크는 이미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후였다.
“이렇게 된 이상 우리끼리 이 상황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알고 있나?”
“못…… 못 이겨…… 이건 못 이긴다고!!”
두려움에 잠식된 그가 격하게 소리쳤다.
“이제 망했어. 인류는 종말을 맞이할 거라고! 빌어먹을 티오니스 성자라고 별 게 있을 거 같아?! 저건 못 이겨! 자네도 봤잖나! 처음부터 저놈은 우리를 가지고 장난칠 생각밖에 없었다는 것을!”
퍼어엉!!!
그 외침에 크리스가 뭐라 소리치려던 찰나.
거무튀튀한 무언가가 날아들어 그대로 크리스를 후려쳐 숲속으로 날려버렸다.
-아…… 역겨울 정도로 두려워하는구나.
두억시니는 기분이 상한 듯 중얼거리며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는 이를 딱딱 부딪치며 와들와들 떠는 더스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무리 인간이 싫어도 너 같은 건 좀 마음에 안 든다. 그냥 죽어라.
그 말과 함께 두억시니의 거대한 주먹이 내리쳐졌다.
저 단단한 주먹은 곧 그의 머리통을 으깨리라. 아무리 무형의 힘을 다루는 크리스라도 방금전의 일격은 견뎌낼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게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을 때.
파직.
어디선가 김이 빠지는듯한 스파크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하늘에 황금빛이 가득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이건?!
깜짝 놀란 두억시니가 고개를 들기가 무섭게 구름 사이의 하늘에서 어마어마한 힘이 응집된 정화 브레스가 놈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황룡의 브레스!
두억시니는 본능적으로 그 정체를 눈치채고 도깨비방망이를 휘둘렀다.
쩌어어엉!!
단순 화력 면에선 황룡이 강할지 모르지만, 두억시니는 주술에 한해선 괴물에 가까운 힘을 낸다.
황룡과는 상성이 나쁜 것이다.
이윽고 자신의 공격이 빗겨나갔다 여겼는지 구름 사이에서 거대한 금빛의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두억시니는 대놓고 적의를 드러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마치 불구대천의 원수를 만난 것처럼 두억시니는 황룡을 향해 적의를 발산했고 황룡도 마찬가지로 두억시니를 향해 적의를 드러냈다.
간단한 자극으로도 싸움으로 번질 일촉즉발의 상황.
둘의 싸움을 강제로 중재시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핵죽창.”
쩌저저적!! 쩌어엉!!
그 목소리는 황룡이 낸 것이 아니었다.
반대로 숲 저편에서 들려왔다. 작지만 선명한 소리.
그리고, 섬뜩한 기류가 느껴지자 두억시니는 본능적으로 황룡에게서 시선을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방망이를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황룡이 내뿜는 브레스와는 비슷하면서 계통이 다른 금빛의 섬광은 그의 반응속도를 아득히 넘어 놈의 명치를 관통해버렸다.
-어…… 어어…….
당황한 듯 두억시니가 비틀거렸다.
눈을 꽉 감았던 더스크는 곧 들려온 소리에 눈을 부릅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억시니의 가슴을 관통하고 지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황금빛의 창은 두억시니의 뒤에 있던 거대한 바위에 박혀 황금빛의 뇌기를 내뿜고 있었다.
묵빛의 창.
그 창은 절대 각성자들이 가지고 있던 무기가 아니었다.
“인류의 종말 좋아하고 있네. 영화에서 당신 같은 인간을 두고 뭐라고 하는지 알아?”
느긋한 목소리에 그가 떨리는 몸을 겨우 진정시키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20대 정도 되어 보이는 흑발에 붉은 눈을 지닌 한 청년이 기절한 크리스의 뒷덜미를 한 손에 잡아 질질 끌고 오고 있었다.
티오니스 성자.
타세계의 왕자, 데이비 올 라운.
그였다.
“내가 세시간 동안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한 게 우스웠나 보지?”
싸늘하게 일갈하는 그를 보며 더스크는 할 말을 잃은 채 입을 쩍 벌렸다.
-이놈!!!!
그때 몸을 관통당한 두억시니가 격분하며 거대한 방망이를 휘두르려 했다.
무방비 상태로 저런 공격에 노출되면 그 어떤 생명체도 버티지 못하리라.
하지만.
콰직!!
바위에 처박힌 창이 다시 한번 뇌광을 뿜으며 그대로 그의 손으로 돌아왔고.
높이 팔을 든 두억시니의 나머지 팔도 잿더미로 만들어버리며 돌아온다.
“이야기하는 거 안 보이나? 넌 조금 이따가 봐줄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섬뜩한 살기.
형용 못할 어마어마한 압박감.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두려움.
방금 전 두억시니에게서 느낀 두려움보다 더 두려운 건 없다고 생각했던 더스크는 저도 모르게 멍하니 입을 벌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크아아아아아!!! 네놈은 뭐냐!! 감히 겁도 없이 나를 공격해?!
격하게 외친 그가 괴성을 내지르자 사라졌던 육신이 순식간에 복구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오른쪽 팔에 핏줄이 돋을 정도로 강하게 주먹을 말아쥔 놈이 데이비를 향해 주먹을 내뻗는다.
위험!
입 밖으로 위험하다는 말이 튀어나가기도 전에 벌어진 순식간의 일이었다.
하지만 데이비는 손에 쥔 것들을 미련 없이 놓으며 그대로 점프하듯 파고들었고 제 몸보다 더 큰 주먹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짚었다.
“하이파이브.”
콰아아아아앙!!!!
두억시니의 상체가 완전히 증발하듯 날아가 버렸다.
* * *
죽은 이도 대다수 보인다. 이미 한발 늦었다는 것이다.
애초에 당연한 결과였다.
상대는 회랑의 영웅, 주술사 우치가 봉인한 고대의 생명체.
정확한 형태에 대해선 알지 못하지만 동양에서 주로 알려진 도깨비는 바로 이놈을 뜻하는 말이다.
필요 이상으로 잔인하지는 않다.
[사흉수에 대해선 알지? 도철, 궁기, 도올, 혼돈 그런 것과 비슷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엄청나게 오래전부터 인간의 민간신앙이 만들어낸 하나의 의식체라 할 수 있지. 놈의 힘은 강해.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 좌절 같은 것이 응집되어 만들어진 존재니까. 물론 내 손에 봉인되긴 했다만.]
[문제 많은 놈이에요?]
[최고의 문제아 중 하나지. 황룡하곤 사이가 극도로 안 좋아.]
[형처럼요?]
[……네 마음대로 지껄여라.]
도깨비 두억시니.
사실 이 도깨비 두억시니는 우치가 봉인하거나 처리한 수많은 존재 중에서도 조금 독특한 존재라 할 수 있다.
“꼴이 말이 아니네.”
하반신만 남아 멈춰버린 두억시니를 보며 내가 중얼거렸다.
[두억시니도 알고 보면 불쌍한 놈이야.]
우치가 했던 말은 들어서만 알뿐 사실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본래 두억시니는 인간의 절망에서 태어났으나 인간과 가까워지고 친해지려 한 도깨비였다.
지구의 오래된 설화중 도깨비가 착한 인간을 돕고 나쁜 인간을 응징했다는 이야기.
단순히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런 두억시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그를 배신하며 그의 방망이를 빼앗고 그가 살던 곳에 소와 닭의 피를 뿌렸다.
배신감에 치를 떤 그는 당장 자신을 배신한 인간들을 모조리 찢어 죽였고 결국 그는 악한 요괴로 취급되었다.
분노에 몸을 맡겨버린 놈은 결국 그렇게 우치와 만났고, 놈의 상태를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우치는 그를 굳이 죽이지 않고 봉인했다.
[약속을 하나 했다. 인간은 나약하지 않다. 네가 다시 깨어났을 때. 널 영원히 친구로 여겨줄 수 있는 강인한 인간이 있을 수도 있으니.]
오랜 시간 봉인된 놈이 당장 모조리 찢어 죽이지 않고 이들을 반절 살려놓은 것도 사실은 그 때문이었으리라.
“주…… 죽은 거야?”
더스크가 멍하니 중얼거리자 나는 그를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조금만 늦었어도 전부 죽은 거다. 알고 있나?”
“…….”
“알아들었으면 비켜. 방해된다.”
조용히 일갈하며 걸어 나간 나는 하반신만 남은 두억시니를 올려다보았다.
동시에 놈의 몸에 거품 같은 것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내 놈의 상체가 서서히 복구되기 시작했다. 인간의 슬픔이나 시기, 분노, 절망 같은 마이너스 감정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다.
간단한 편법으로 넘길 수 있는 오딘의 경우보다 어떤 의미로는 더욱 지독한 태생의 저주나 다름없었다.
-그르르르르…….
이윽고 완전히 부활한 두억시니는 좀전의 여유는 모두 버린 채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런 그를 올려다보며 내가 물었다.
“다시 깨어나서 맡는 공기는 어때. 두억시니.”
-인간. 나를 알고 있나?
“잘 알지.”
놈은 누군가가 자신을 가지고 노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그러니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척을 하는 내 존재는 그의 자존심을 시원하게 건드리리라.
-감히 내 앞에서 나에 대해 아는척하지 마라. 나약한 인간. 우치는 약속을 어겼다. 따라서 나는 나약하고 자기보다 강한 존재를 두려워하고 배척할 줄밖에 모르는 인간을 모두 말살하겠다.
놈이 눈을 번뜩였다.
-우선은 네 그 자신감의 근원부터 파악해주지. 네놈이 누구인지 또 어떤 놈인지! 내 앞에서 네놈의 정신 방벽은 하나도 부질없는 종잇조각일지니!!
“…….”
-두려워해라! 내가 네놈의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을 두려워해라!!
흉포한 성질과 다르게 생각보다 굉장히 파괴적이지 않은 방법이다.
놈은 인간의 마음으로 태어난 존재. 그런 만큼 인간의 정신에 굉장히 예리하게 파고들 수 있다.
아마 놈은 나를 읽어드림으로써 내가 놈의 위에 있지 못하게 하기 위해 제 힘을 발휘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쳐둔 함정이었다.
보고 싶으면 봐라.
내가 누구고, 어떤 존재이며,
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이윽고 놈의 전신에서 뻗어져 나온 무형의 기운이 나와 싱크로를 맞추며 연결되었다가 순식간에 끊어졌다.
내가 끊은 게 아니고, 어떤 힘이 방어한 것도 아니었다.
놈이…… 스스로 끊어냈다.
-어?
털썩…….
그가 주춤거리더니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너…… 너 뭐야.
좀 전까지 각성자들을 상대로 일방적인 유린을 하던 도깨비 두억시니, 그의 얼굴은 경악. 의문 그리고 공포로 물들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