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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07화 (1,007/1,559)

제 1007화

놈이 정신을 통해 내 내면을 들여다 보려 할 때. 나는 의도하지 않게 놈의 일부를 볼 수 있었다.

놈은 설마 내가 역으로 놈을 들여다볼 거라곤 생각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 덕분일까, 나는 놈의 기억 속에서 가장 강렬했던 어떤 무언가를 엿보는 데에 성공했다.

[널 두려워하고 배신했다고.]

[멍청한 놈들이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인간을 미워하지 마라. 비록 지금은 어쩔 수 없지만 한 번만 더 믿어봐라.]

[긴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땐 반드시 달라져 있을 거다.]

[내가 약속하마.]

[내가 누구냐고?]

[천상천하, 내 앞에 두려울 것 없을지니. 내가 바로 천외천의 도사, 우치다.]

장난스레 웃는 그 미소의 기억을 보며 나는 씨익 웃었다.

도사 우치는 회랑 내에서도 굉장한 사고뭉치로 유명하다. 물론, 그 사고도 생전에 비하면 굉장히 얌전한 편이지만 말이다.

도사 우치. 흑역사를 내가 높게 평가.

어떤 걸 뜯어낼까.

곰곰이 생각하고 있던 찰나 두억시니가 갑작스레 포효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네놈이 나를 감히 속이려 드느냐!!!

“속이다니. 남의 속 들여다봤으면 그게 거짓인지 진실인지는 네가 제일 잘 알겠지.”

-우치, 그놈은 나를 속였다. 나를 끝내 믿어준 적조차 나를 속였다!! 변하는 건 없다 이 말이다!! 인간은 여전히 어리석고 우리는 영원히 같은 자리를 맴돌 것이다!

격분한 그의 주변으로 검은 기류들이 흘러나온다.

이윽고 거대한 방망이를 휘두르자 그 끝에서 검은 기류들이 모여들며 대량의 작은 도깨비와 아우타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이 균열은 기본적인 균열과 다르다.

“그 양반은 널 속인 적이 없어.”

-네놈은…… 네놈은 대체 누구냐! 누구이기에 그놈과 나에 대해 아는 척을 하냔 말이다!!

그의 방망이가 나를 가리키기가 무섭게 아우타와 작은 도깨비들이 덤벼든다.

굳이 청단이나 홍단이를 선택하진 않았다. 애초에 인간형태로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데리고 오기도 애매했거니와 실제로 데려온다 할지라도 눈앞의 도깨비를 죽이면 나도 곤란하다.

그저…… 죽지 않을 만큼만 팰 작정이라면 살상력이 높은 두 아이는 오히려 조절이 쉽지 않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

나는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던 도깨비 왕 두억시니가 인상을 찡그린 채 마구잡이로 도망치는 걸 목격할 수 있었다.

자신이 만들어낸 피조물을 이용해 시간을 벌려는 수작인 듯 보였지만.

푸욱!!!

내 주변으로 모여든 검은 기류의 창이 일순간 놈들을 꿰뚫으며 모두 지워버렸다.

각성자들은 계속해서 몰아붙였던 아우타들이 일순간 쓸려나간 것이다.

놈의 등을 통해 느껴지는 건 단 하나뿐이다.

혼란.

봉인되기 전 가장 위험한 적이었으나. 세상에서 유일하게 도깨비 왕 두억시니의 본심을 알아준 존재가 연관되어있었으니 말이다.

-그럴 리 없다! 그럴 리 없어!!

당황한 듯 도망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마냥 쫓아가지 않고 주변에 쓰러진 이들을 스윽 훑었다.

그리고는 한 손을 휘젓듯 신성 마법을 발현한다.

[8위계 성마법]

[하이 리커버리]

백색의 빛이 퍼져나가며 수많은 깃털들이 흩날리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쓰러져 의식을 잃고 있던 각성자 중 생존자들은 이내 천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다.

“크윽…….”

그중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크리스 마텐이었다.

그는 고통스런 표정을 지어 보이며 끙끙대고 일어나며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그를 구한 것도 사실상 반쯤 그가 의식을 놓았을 때였다.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멍하니 있는 그를 시작으로 이윽고 다른 생존자들도 서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회복이 불가능한 이들은 딱히 없었다. 뭉개진 상처는 회복이 더디긴 하지만 부상을 당해 완전히 아물어버린 것과는 별개의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멍하니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던 그들은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그때 그런 그들의 앞으로 한 각성자가 나섰다.

내가 처음 아우타와 작은 도깨비들 사이에서 구해냈던 A급 각성자였다.

“다들 정신이 드나요?”

“메리 양?”

“운이 좋았어요.”

차분하게 말한 그녀가 설명을 덧붙였다.

“이 분이 조금만 늦게 도착했어도 다 죽었을 테니.”

그 말에 반박할 수 있는 이는 단 하나도 없었다.

S급 각성자는 기본적으로 튼튼해서 살아남았지 A급의 절반 이상이 이미 사망했다. 더 없을 정도로 엄청난 손실을 본 것이다.

그중 이 사태를 유도한 더스크의 표정은 파랗게 질려있었다.

“이봐. 더스크…… 할 말 없나?”

그때 가만히 있던 알버트 패치가 묻자 와들와들 떨고 있던 더스크가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 그것이…….”

콱!!!

한 각성자가 달려들어 그의 멱살을 잡았다.

“막무가내로 들어오자고 제시한 건 당신이잖나! 뭐라고 말해보라고! 대체 그 짧은 시간 안에 몇 명이나 죽었나!!”

그 외침에 더스크는 눈동자의 떨림을 주체하지 못한 채 입만 뻐끔거렸다.

“말해보라고!! 당신을 믿고 따라왔는데 내 동생이 죽었어!!”

격분한 한 A급 각성자의 울분에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존심이 강했을 뿐 대형참사를 바란 게 아니었을 테니까.

물론 내 입장에선 기가 막힐 뿐이다.

“조용히 해 이 양반들아.”

내 말에 그들이 움찔거렸다.

“내 입장에선 당신들 전부 똑같아.”

하나같이 다를 게 없다. 그런 마당에 한사람에게 잘못을 몰아가는 건 어느 집단이나 똑같구나.

주변에 있는 바위에 걸터앉은 내가 그들을 향해 물었다.

“들어가지 말라고 분명 내가 화신을 보낸 거로 기억하는데.”

“…….”

“당신들. 이 균열에 대해 잘 알고 있나?”

“그것은.”

“균열의 존재 방식이나 힘을 끌어모으는 매커니즘, 혹은 균열 자체가 만들어내는 현상의 이상 같은 것들.”

“모르잖아. 그런데 왜 전문가 말을 개무시하는데?”

내 말에 그들은 꿀 먹은 벙어리마냥 침묵했다.

“당신네들은 균열을 부수면 그만이지만 정부 인사들은 그 균열을 조사해서 당신네 같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균열을 공략할 수 있게 하는 사람들이야.”

“……그건.”

“아직 할말이 남았나? 내가 오지 않았으면 당신들은 여기서 전부 죽었다. 그뿐만이 아니야.”

이 균열은 일반 균열이 아닌 두억시니라는 거대한 존재가 자신을 가둬놓은 공간이다.

“당신들 때문에 튀어나간 두억시니가 날뛸 테고 베헤모스가 놈을 제압하기 전까지 수백만, 혹은 수천만이 죽어 나가겠지.”

그렇게 되면 나 또한 두억시니를 구원할 수 없게 된다.

“망할, 할말이 없군.”

크리스 마텐이 쓴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됐고. 방해되니까 나가세요.”

이어서 나는 주작 불닭이와 백호 흰둥이를 소환해 그들 곁에 붙였다.

-끼이이이익!!!

타오르는 화염과 함께 나타난 불닭이를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던 각성자들은 이내 녀석이 더스크를 바라보자 긴장한 듯 침묵했다.

-끼이이익!!

동시에 불닭이가 눈을 번뜩이더니 맹렬하게 더스크를 쪼아버렸다.

“우억!! 억!!”

비명과 함께 나뒹구는 그를 강렬하게 응징해버린 불닭이는 한참 후에야 만족한 듯 고개를 들고는 코웃음을 치며 앞장선다.

“이 양반들 데리고 나가.”

“저…… 정말로 저 존재들만 있는 겁니까?”

“마음에 안 들면 따라오시던가.”

애초에 그 망할 근육 토끼를 안 붙인 것만으로 다행인 줄 알아야지.

내 감정에 영향을 받아 상당히 화가 나 있음을 어필하는 불닭이와 다르게 도도한 x신 그 자체인 흰둥이는 말없이 한 각성자를 바라본다.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호랑이가 자신을 바라보자 두려운 표정을 짓고 있던 한 각성자는 흰둥이가 몸을 일으키더니 천천히 앞발을 내밀자 두려운 표정으로 주춤거렸다.

텁!

동시에 흰둥이가 그의 얼굴을 앞발로 툭 눌러버리고는 다시 물러나자 벙찐 표정을 짓는다.

대체 쟤는 뭘 하고 싶었던 걸까.

흰둥이를 한심하게 바라보던 나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

“결벽증 환자. 일 시작해라.”

내 말과 함께 하늘에서 황금빛 섬광들이 다시금 쏟아지기 시작했다.

* * *

-그럴 리 없다! 그럴 리 없어!

두억시니는 허겁지겁 내달렸다. 현재 그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했다.

애초에 자신이 왜 도망치고 있는 것인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우치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리고 그 인간의 내부에 있는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무언가를 보았을 때. 본능적인 두려움에 휩싸여 움직인 게 전부였다.

-크으!!

쿠우웅!!

거대한 체구를 이용해 내달리던 그는 방해가 되는 거목을 단숨에 부러뜨리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긴장한 듯 숲 저편을 바라보았다.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놈은 이곳으로 오고 있다.

-그래. 우치는 죽었다. 놈은 약속을 어겼어.

도깨비 두억시니는 스스로 다독이듯 중얼거리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는 거대한 도깨비방망이를 한 손에 든 채 안광을 번뜩였다.

-네놈이 그와 정말 관련이 있는지도 상관없다. 나는 인간을 모두 벌할 것이다.

인간은 자신을 두려워하고 배신했다. 우치는 다시 깨어났을 땐 세상이 변해있을 것이며 그때쯤엔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배척하지 않는 이들이 있을 거라 했다.

도깨비 두억시니는 머리가 나쁘지 않다. 인간이 두려워하는 건 자신의 크기나 생김새 때문이라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그가 끔찍이도 기억에서 지우고 싶어 하는 배척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었다.

그래서 인간들을 봤을 때 폭주해버린 것이었다.

한데 저 인간은 뭐란 말인가.

우치의 제자라고 하더니. 그 스승에 그 제자라고. 전혀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것 때문에 정말로 혼란스러웠다.

막연하게 그럴까 했지만 사실 정말로 그런 인간이 우치 이외에 또 존재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오래전 지구에서 도깨비 두억시니는 공포의 대상이었고 가까이할 수 없는 존재였다.

“너는 해로운 존재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너는 위험한 존재다.”

오히려 구했을 뿐인데.

인간은 그를 배척하고 두려워했으며 죽이려 했다.

서서히 다가오는 작은 인간을 보며 그는 이를 악물었다.

-닥쳐라! 나를 더 이상 우롱하지 마라!

“우롱하다니. 말은 똑바로 해야지.”

-인간과 나는 절대 공존할 수 없다! 네놈도 결국 네놈의 힘에 대한 오만으로 인해 나를 두려워하지 않을 뿐! 인간은 시간이 지나도 결국은 변하지 않는다!

그가 격하게 외치며 방망이를 높게 들었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기이한 춤을 추며 놈이 펄쩍펄쩍 뛰기 시작한다.

동시에 주변의 풍경이 마치 타오르는 지옥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도깨비를 우습게 보지 마라. 인간! 네놈은 겉보기엔 위험해 보이지만 결국 우치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물일 뿐이다!

놈을 향해 내가 침묵하자 공간을 완전히 활성화한 그가 안광을 번뜩였다.

-내가 그 사실을 바로잡아주지. 이 공간 안에서 네놈은 나를 죽일 수 없다!

불사라 알려진 존재. 두억시니.

놈의 진면목은 바로 이 공간에 있었다. 자신의 고유영역 [도깨비 터]

이 공간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놈의 의지에 따라 움직인다.

사실 그 모든 것이 놈의 주술로부터 이어지는 것이지만 말이다.

“인간이 모두 같지는 않아. 널 두려워한 인간은 그놈들이다.”

-같잖은…….

“같은 소리나 하려고 온 건 아니야.”

담담하게 말하며 데이비는 부적을 두어 장 꺼내 들었다.

“별거 없어. 나랑 함께 가자. 널 괴롭히는 놈은 내가 죄다 혼내주마. 내가 있는 곳은 말이다. 생리적으로 너보다 더 혐오감이 드는 또라이들도 있거든. 네 스펙 정도로 우리 영지민을 놀라게 하긴 어려울걸.”

그 말에 두억시니는 움찔거렸다.

본래 두억시니는 천중원 쪽으로 넘어가야 할 존재였다.

하지만 봉인이 그것을 방해했고, 이곳에 남은 몇 안 되는 초월종이 된 것이다.

이를테면 불멸의 존재라는 소문이 있는 인어 소야 같은.

그 설명에 두억시니가 코웃음을 쳤다.

-웃기지 마라. 나는 인간의 절망과 좌절에서 태어난 존재다. 태생부터가 인간과 엮일 수 없다.

“그건 네가 정하는 게 아니야. 받아들이는 사람이 정하는 거지.”

내가 괜찮다는데 왜 염x이야.

그렇게 말하며 데이비가 거리낌 없이 부적을 허공에 던졌다.

[특급 주술]

[괴신 강림]

[천하대장군]

-어리석은 놈! 이 공간 안에서 주술을 쓰는 걸 허락한 적 따위 없다!

“니 허락 같은 거 필요 없어.”

담담하게 대답한 데이비가 아공간에서 방울 가지를 꺼내는 순간 두억시니는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뜨여졌다.

-그 방울 가지는?!

“익숙하지?”

쿠웅!!!

이윽고 두억시니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데이비의 주술이 발현되기 시작한다.

그의 등 뒤로 거대한 갑주를 입은 장군의 형상을 한 거인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천하대장군은 두억시니가 가지고 있던 것과 흡사한 도깨비방망이를 꺼내 들었다.

-……우치…….

그제야 현실을 직시한 두억시니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내며 나타난 천하대장군은 마치 숙적이라도 만난 것처럼 두억시니를 향해 기세를 방출하기 시작했다.

이에 두억시니 또한 천하대장군을 뭉개버리기 위해 제 힘을 끌어올리려 했다.

곧 이어지는 데이비의 행동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촵!!

새하얀 부적 한 장이 천하대장군의 미간에 착 달라붙으며 모든 것이 침묵에 휩싸였다.

두억시니는 멍한 표정을 지었고 천하대장군은 이게 무슨 짓이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너, 지난번에 들어가면서 나한테 시원하게 엿을 날려주더라?”

데이비는 잊지 않았다.

천하대장군이 과거 사라지기 전 데이비를 향해 중지 손가락을 멕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잊었을 줄 알았지 새끼야.”

-갸아아아아아악!!

기괴한 비명과 함께 천하대장군이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흩어진다.

동시에 놈이 가지고 있던 거대한 도깨비방망이만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주술을 사용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그 주술로 불러낸 존재를 부적으로 강제 송환시켜버리다니 이게 뭐하는 짓인가.

그렇게 생각하던 두억시니였다.

-뭐하는 짓이지? 우연이나마 주술을 발현했으면서 그걸 다시 지운다고?

“누가 우연이래. 약 먹었냐?”

느긋하게 말하며 거대한 도깨비방망이를 손에 가져다 대자 그 크기가 조금 줄어들어 손으로 쥘 정도로 변했다.

그래 봐야 그 길이나 두께가 인간의 수배는 될법한 사이즈가 되었지만 말이다.

“난 아직 주술을 제대로 쓰지도 않았는데.”

-하! 어디 덤벼봐라! 네놈의 주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콰아아앙!!!

다시 침묵이 인다.

데이비가 휘두른 도깨비방망이가 단순한 물리력에 의해 공간을 일그러뜨려 버린다.

-…….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침묵하는 그를 향해 데이비가 빙그레 웃었다.

“주술이야. 물리속성이지만.”

-아…… 잠깐만.

“잠깐은 나발. 네 입장 생각하기 귀찮으니까 지금부터 널 내게 종속시킬 거다. 좋든 싫든 넌 내 꺼야 이제.”

콰앙!!!

온몸에 오한이 돋을 정도로 섬뜩한 일격이 또 한 번 내리쳐졌다.

급히 몸을 던져 피한다.

저거 맞으면 절대 곱게 끝나지 않는다!! 두억시니는 우치에게조차 느껴 본 적 없던 막연한 두려움이 온몸을 잠식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 그럼 다음 주술 간다.”

[고급 망령 정화술.]

긴장한 두억시니의 뺨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물리]

-이…… 이이 미친!!

비명을 내지르며 그가 엉거주춤 몸을 비틀고 피해냈다.

빠아아아아악!!!

하지만 도깨비방망이는 그대로 두억시니의 등에 적중했고 그는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끄아아아악!! 뼈! 뼈 맞았다! 그, 그만!

“어허. 움직이지 마! 뼈 부러진다.”

스산하게 웃으며 거대한 도깨비방망이를 한 손에 든 채 어깨에 걸치듯 올려놓은 데이비를 보며 두억시니는 생각했다.

-우치, 네 장담대로 인간은 변했구나…….

하지만 이런 변화를 바랬던 건 아니란 말이다!!

격한 그의 외침은 곧 비명으로 뒤바뀌었다.

* * *

“야.”

-…….

“죽은척하지 마라.”

-예…… 옙…….

고분고분한 대답이 들려온다.

“확 씨!”

-흐아아아악!!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며 애처롭게 주저앉아버리는 녀석을 보며 나는 조용히 물었다.

“여기 말고 다른 구역도 네가 만든 거냐?”

균열 자체가 비슷하던데.

그런 내 물음에 두억시니는 잔뜩 겁에 질린 듯 조용히 대답했다.

-자…… 잘 모르겠다.

고분고분한 그의 대답에 내가 고개를 기웃거렸다.

“반말 나오네?”

-잘 모르시겠습니다.

헛웃음이 나온다.

“압존법 말아먹었냐?”

-잘 모르겠습니다.

“목소리 봐라.”

-잘 모르겠습니다!!!

온 전신에 멍이 든 그가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모르긴 왜 몰라. 그거 모르면 도깨비 생활 끝나나?”

빠악!!

-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던 놈이 소리쳤다.

-비…… 빌어먹을 우치!!! 이런 미친놈을 보내지 말란 말이다!!

같은 시각.

균열 밖으로 나온 이들은 균열 전체를 뒤흔드는 엄청난 파장을 보며 한가지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티오니스 성자와 그 괴물의 싸움이 극도로 격해지고 있구나 하며 말이다.

이후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미국은 현 시간부로 초국가 비상상태에 돌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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