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10화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된다.
위험한 존재들이 가득한 장소라곤 하지만 이전의 두억시니 균열과는 달랐다.
“허…….”
드럼퍼 대통령의 직속 호위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 릭 바스텀은 허탈한 표정으로 숲 전체의 적들을. 아니 숲 자체를 갈아버리고 있는 거대한 골렘 부대를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인간, 대체 뭘 더 꺼내려는 것일까.
정작 본인은 움직이지도 않는데 그가 불러낸 골렘들이 닥치는 대로 학살을 하고 있다.
약한 몬스터라면 이해라도 할 수 있지만, 상대는 고위 각성자들도 당황할 힘과 체력을 지닌 놈들도 가득했다.
드럼퍼 대통령은 그를 통해 데이비 올 라운이라는 인간이 가진 저력에 관해 면밀히 보고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에 따라 겉으로는 보좌라는 명목으로 따라온 그였기에 데이비라는 존재의 무력을 이렇게 볼 수 있는 건 좋지만…….
‘생각 이상으로 너무 터무니없다…….’
그와 처음 만났을 때 화가 나 있던 그를 보고 두려움을 느낀 자신을 조금 미련하게 여긴 적도 있었다. 그래도 인간인데. 왜 그렇게 기세에 겁을 먹었었나.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그런 판단은 정말 옳은 판단이었음을 깨닫는 데엔 많은 시간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말입니다.”
검은 티에 청바지 하나만 입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걸어 나가던 데이비가 고개를 슬쩍 돌렸다.
“51구역에 뭘 숨기고 있는지 알아요?”
그 물음에 릭은 쓴웃음을 지었다.
“글쎄요. 저도 아는 건 별로 없어서…….”
“그렇겠죠?”
묘한 미소에 섬뜩함이 밀려왔다.
저 인간이 정말 몰라서 묻는 걸까. 아니면 다른 뭔가가 있는 것일까.
오만 생각이 들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키아아아아악!!
끔찍한 형태를 한 기괴한 괴물들이 숲속에서 기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대부분 접근 자체가 차단되고 있지만 그중 일부는 그들의 저지를 뚫고 릭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비키세요.”
이에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있던 데이비가 손을 빼며 그를 뒤로 밀었고 마치 뺨따귀를 치듯 한쪽 팔을 가볍게 흔든 뒤 강하게 허공을 쳐올렸다.
휘이잉 터어어엉!!!
거대한 소닉붐 같은 소리와 함께 무형의 폭풍이 쏘아져 나간다.
콰아아아앙!!!!
동시에 저지를 뚫고 필사적으로 다가온 기괴한 괴물 아귀들이 그대로 고깃조각이 되듯 쓸려나갔다.
“…….”
릭은 멍한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빨리 오세요. 뒤처지면 버리고 갑니다.”
“아…… 넵!”
마치 새로 전입한 신병마냥 군기가 바짝 들어 빠르게 쫓아가는 그는 식은땀을 흘렸다.
방금 회색 피부의 비쩍 마른 괴물들을 손으로 훑어 날려버린 건 단순히 완력이 아니었다.
그렇게 보일 뿐. 그의 손에서 순간적으로 모여든 폭풍은 미국에서 자주 발생하는 초대형 토네이도가 우스워 보일 정도의 힘이 서려 있었으니 말이다.
‘저 인간…… 대체 뭐야…….’
과거 각성자들이 티오니스에 유입되었을 때 그들에게서 티오니스의 정보를 들은 적은 있었다.
마법과 검이 존재할 뿐 사실 그곳의 인간도 마냥 지구와 다를 게 없다.
즉, 저 인간이 독특한 케이스라는 말이었다.
경지로 설명이 불가능한 위치.
사실상 최고위 존재.
릭은 온몸에 돋는 오한에 파르르 떨면서 창백해진 얼굴로 걸어 나갔다.
그가 자신들과 적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그저 안도할 뿐이다.
* * *
키이이잉!!!
-카아악!!
거대한 힘이 응집된 곳으로 갔을 즈음. 메가트론의 마나 전기톱에 의해 갈려 나간다.
최후의 저항까지 무너뜨린 나는 장산범의 것이라 호언장담하는 두억시니의 안내에 따라 놈이 있는 곳에 도달한 것이다.
-장산범은 악랄하기 그지없지! 여기서 멀지 않다! 놈의 기척이 강해지고 있어!
두억시니의 목소리에 따라 그렇게 숲 너머의 거대한 동굴이었다.
“이 안인가 보네요.”
이윽고 릭이 긴장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가려 하자 나는 그의 뒷덜미를 잡아당겼다.
“윽?!”
“잠시만요.”
미소를 지운 채 걸어 들어간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작은 광구들이 다수 허공에 만들어지더니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이게…… 뭐야…….”
그의 눈에 비친 것은 거대한 존재가 벽면에 꽂힌 채 죽어있는 모습이었다.
바닥은 피가 잔뜩 묻은 새하얀 털로 가득하다.
호랑이와 흡사한 동물이라고 하기엔 너무 긴 몸을 지닌 괴물은 몸에 무언가를 관통당한 채 고요히 침묵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장산범?!
경악한 두억시니가 소리쳤다.
이에 내가 카드를 꺼내 허공에 던지자 두억시니가 그대로 실체화하더니 3미터 정도 되는 크기로 몸을 조절했다.
쿵!! 쿵!!
갑작스레 나타난 두억시니의 존재에 놀랄 법도 하건만 이제 릭은 내가 뭘 꺼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별말을 하지 않는다.
-죽었다…… 확실해.
놈이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장산범의 영역 아니었나?”
-맞다. 이 공간 자체가 그놈의 힘으로 만들어진 장소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주인 놈이 뒈져버렸다는 거지.”
천천히 다가가 놈의 시신을 이리저리 건드리자 릭이 섬뜩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그러다가 저놈이 움직이기라도 하면…….”
“이미 죽은 놈입니다.”
시체는 깔끔하게 죽었다. 그 원흉은…….
“비녀?”
문득 기이한 비녀가 놈의 가슴팍에 꽂혀 있는 것을 발견한 나는 그 비녀를 손에 쥔 채 당겼다.
파직!!
마치 거부하듯 비녀가 내게 힘을 발산한다. 마치 꺼져! 라고 말하듯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놈의 저항을 무시한 채 비녀를 완전히 뽑아버렸다.
퍼석!!
동시에 비녀에 의해 고정되어있던 장산범의 시신은 완전히 먼지처럼 흩어졌다.
놈의 시신을 고정시키고 있었던 것이었다.
동시에 균열이 클리어된 것처럼 나가는 틈이 생겨났고 세상 자체가 아주 천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끄…… 끝난 겁니까?”
“누가 보스를 먼저 치워버린 모양이네요.”
이 비녀는 대체 누구의 것인가.
“어이 두억시니.”
-왜.
“이거, 아는 거 없나?”
-모른다. 흔해빠진 비녀 따위 하나하나 기억할 리가 있나.
놈의 대답에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 비녀를 아공간에서 꺼낸 천으로 감싼 뒤 부적 한 장을 붙여 봉인하고 틈 밖으로 걸어 나왔다.
두억시니 때와 다르게 이번 균열은 찝찝함만을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 * *
51구역의 균열은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에 그로 인해 생긴 혼란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관련 정보를 알고 있는 이들은 정보를 은폐하면서 저 균열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상당히 골치를 썩이고 있는 형국이었다.
“각하. 복귀했습니다.”
“오. 왔는가.”
미국의 현 대통령 드럼퍼는 눈에 띄게 반색하며 자신에게 다가온 릭 바스텀을 맞은편에 앉혔다.
“그래. 균열이 사라졌다는 보고는 먼저 받았네.”
“조금 어처구니없긴 하지만요.”
쓰게 말하며 자리에 앉은 그가 드럼퍼를 바라본다.
“그래. 큰 문제는 없던가?”
“네. 오히려 너무 순조로워서…….”
“그거 다행이군. 거래의 대가를 두 번 모두 사용해버린 건 아쉽지만…… 세간에는 도움을 받을 권리를 한 번만 양도받았다고 발표해야겠어.”
입맛을 쓰게 다시며 그가 물었다.
“그래. 그에 대해 알아낸 건 더 없는가. 이를테면…….”
드럼퍼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의 힘의 원천이라든지. 그가 그 정도로 강한 게 진실인지. 그의 약점은 없는지.”
그 물음에 릭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티오니스는 괜찮다.
하지만.
“각하. 제 소신대로 보고 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해보게. 그에 대한 모든 것을. 보고 느낀 대로.”
“그의 약점을 캐는 짓은…….”
식은땀을 흘리며 릭이 떨리는 손을 꽉 부여잡았다.
“포기하십시오. 그건 인간이 아닙니다.”
두려움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그 표정에 드럼퍼 대통령이 눈을 크게 떴다.
미국의 사실상 비밀병기인 릭 바스텀이다.
최고의 각성자라 불리는 크리스 마텐을 가장 높게 치긴 하지만 사실 릭 바스텀은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했을 때 현재 미국에서 가장 강한 각성자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싸우고 온 것도 아닌데 겁에 질린 것이다.
“그는 일인군단이라는 평가가 전혀 틀리지 않을 만큼의 힘과 부하를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릭은 당시의 일을 되짚듯 회상하며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자네가…… 나서도?”
“제가 그와 맞선다면…… 생각도 하기 싫지만 그래도 맞선다고 가정했을 때…….”
릭이 단호하게 답했다.
“1초도 못 버틸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는 손짓 한 번으로 재앙을 만들어내는 존재입니다. 아무리 냉정하게 약점이나 파고들 부분을 찾으려 해도 제 눈으론 도저히…….”
자존심이 깎이는 소리지만 그토록 강한 존재라면 오히려 버티는 게 용할 지경이었다.
“그는 인간이 아닙니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진짜 초월적인 무언가에요. 각하. 그에게 매수되어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릭 자네…….”
“며칠만 휴가를 다녀오겠습니다…… 아직도 떨림이 가시질 않아요.”
S급 각성자를 곁에 두는 것만으로 저렇게 두려움에 질리게 할 정도라는 말에 드럼퍼 대통령은 앓는 소리를 냈다.
* * *
두억시니는 장산범의 죽음 때문에 조금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두억시니와 다르게 장산범은 악랄한 성정을 지닌 귀신이다.
나 또한 장산범의 존재는 살려둘 생각이 없었기에 그의 죽음은 별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누가 죽였냐는 거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알아서 죽어줬으면 된 거겠지.”
결과적으로 우치가 남겨놓은 두 가지 과제를 모두 해결했으니 더 이상 손댈 것은 없다. 조금 찝찝한 부분이 있지만 그건 후에 신의 영역에 올라가 우치 본인에게 직접 들으면 될 일이었다.
파지지직!!!
두억시니를 마계로 보내기 전 하인스 영지에 잠시 체류시키기로 한 나는 놈을 데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앞으로 네가 지낼 곳에 있을 룸메이트…… 아니다 캐슬메이트가 이곳에 있어.”
커다란 창고 같은 건물을 가리키며 내가 말하자 3미터 정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던 두억시니가 인상을 찌푸렸다.
-신기한 세상이군. 처음 보는 것들 투성이야. 그리고…… 뭐냐 이 위화감은.”
묘한 표정을 지는 두억시니의 물음에 나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이내 거대한 문을 밀어 열고는 고개를 까딱였다.
“인사해. 보팔레빗이다.”
그 말에 당당하게 그 내부로 걸어 들어간 두억시니는 곧 그 안에 있는 존재를 보자마자 우뚝 굳어버렸다.
“뀨?”
터질듯한 근육을 가진 새하얀 2족 보행형 토끼가 별을 가득 머금은 소, 금우궁 타우르스와 함께 미친 듯이 덤벨을 들고 펌핑을 하고있는 장면이 그의 눈에 포착되었다.
두 괴이한 존재가 그를 말없이 바라보자 두억시니 또한 마치 기 싸움이라도 하듯 그 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돌린다.
-음. 내가 올 곳을 잘못 찾았군. 나가볼…….
“뀨.”
하지만 두억시니의 몸은 순식간에 다가온 타우르스와 보팔레빗에게 양팔을 붙잡힌 후였다.
“이야. 벌써 친해진 거야? 축하해.”
-아…… 아니 잠깐! 이거 뭔가 잘못된…….
“보팔레빗. 마계에 갈 녀석이다. 앞으로 너와 함께 있을 테니 친해져 둬라.”
내 말에 보팔레빗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에게 덤벨을 들이밀자 두억시니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을 도깨비 왕으로서 겁 없이 살아온 절대 강자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 이봐! 난 괜찮다! 굳이 녹아들지 않아도 되니 나를 다시 그 빌어먹을 부적 안에 넣…….
“뀨.”
덤벨을 더욱 들이밀며 버둥거리는 두억시니를 질질 끌고 안으로 들어가는 두 놈을 보며 나는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다.
“아니 괜찮다니까. 너도 힘 좋아하잖아. 쟤들하고 취향도 맞네.”
-아니 잠깐만! 이건 아닌 것 같다! 사…… 살려다오!!
“힘내봐. 어차피 같이 살아야 할 캐슬메이트인데.”
-으…… 으아아아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두억시니는 마치 공포영화에서 귀신에게 다리를 붙잡혀 끌려들어 가는 이처럼 창고 안쪽으로 끌려 들어가 버렸다.
“좋아. 도깨비 놈은 해결했고.”
만족스레 그곳을 빠져나온 나는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걸어 나갔다.
“와…… 잔인하네…….”
“페르에게 가 있어. 확인만 하고 나도 합류할게. 에이미의 상황에 대해 확인도 해봐야 하니까.”
“응. 알았어.”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뒤로하고 나는 공간을 찢었다.
아직 지구에 에오니샤와 티아라가 남았지만 스스로 연구를 마무리한 후에 돌아오겠다고 말했으니 굳이 지금 데려올 필요는 없다. 다만 물어볼 필요는 있었다.
파지지직!!
공간을 찢으며 신의 영역에 들어서자 익숙한 공간이 보인다.
오딘의 암자.
거대한 바위가 하늘에 뜬 형태의 하늘 암자이며 오딘이 홀로 낚시를 즐기는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한 나는 오딘의 꼴을 보고 굳어버렸다.
“푸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학!! 나 죽네! 진짜 나 죽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고 있는 우치는 본래 내 목적이었지만 지금 그보다 더 충격적인 장면이 눈앞에 보였다.
“…….”
“…….”
한켠에는 검신 하레스가 추욱 늘어진 게 보이고 우치는 눈앞에 있는 작은 여성을 보며 진짜 정신없이 웃어대고 있었다.
퍼억!!
그리고, 그 대상인 오딘에게 처절하게 응징당한다.
“웃지 마.”
“넵.”
단호한 한마디에 우치가 단답형으로 대답하며 물러났다.
“그래서. 그건 왜 입고 있는 겁니까. 산타 어르신. 크리스마스는 지구의 문화인데?”
“다…… 닥쳐!!”
퍼억!!!
새빨간 산타복이지만 여성이라고 말하듯 짧은 치마로 바뀐 디자인이다.
붉은 모자에 새하얀 털 장식이 되어있는 새빨간 복장. 작은 체격과는 분수에 맞지 않는다고 느낄 만큼 허벅지까지밖에 가리지 않는 치마에 새하얀 다리가 엄청난 괴리감을 불러온다.
섹시함이라곤 티끌도 찾아볼 수 없는, 오히려 앙증맞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내가 아는 오딘은 죽어도 저런 걸 입을 인간군상이 아닌데…….
누군가의 취향이 가득 담긴 그 의상을 내게 들켰다는 사실 때문인지 오딘은 망설임 없이 나를 걷어차 버리고는 시뻘게진 얼굴로 후다닥 도망가버렸다.
마음에 안 들면 나를 불태워버리거나 절벽 밖으로 던져버리는 것과 다르게 너무도 부끄러워하는 듯한 반응이었다.
“아하하하하하하하!!”
그 상황이 재밌는지 미친 듯이 웃던 우치가 손사래를 쳤다.
“하아…… 진짜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이렇게 재밌는 걸 눈앞에서 직접 보게 될 줄이야. 만상의 여흥이 전부 여기 있구나.”
그의 말에 나는 조용히 그를 보다 아공간에서 비녀를 던졌다. 장산범에게 꽂혀있었던 비녀였다.
“엉? 이건 뭐…….”
동시에 그것을 받아들고 천을 푼 그가 눈을 부릅뜨며 굳어버린다.
“하레스. 그래서 오딘은 왜 저러고 있는 겁니까.”
그 물음에 바닥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던 하레스가 대답했다.
“독고준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서 네게 어떻게 보답할지 고민하다가 저러고 있는 거지.”
아트렐리아에서 나는 그녀의 슬픔을 해결한 바 있었으니 말이다.
“저 자존심 강한 마법사가 자존심 꺾고 산타 행세라도 해보려고 하던 참에 들켰으니 어지간히도 부끄러울 수밖에.”
웃는 얼굴 거의 본 적 없던 오딘이 당황하여 벌게진 얼굴로 후다닥 도망가는 꼴은 확실히 신기한 광경이었다.
“데이비…… 너 이거. 어디서 가져온 거냐.”
우치가 식은땀을 흘리며 내게 물었다.
두억시니는 모른듯한데. 우치는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주워왔습니다.”
장산범의 몸을 관통하고 있던 건데.
내 말에 그가 손을 파르르 떤다. 명백한 공포였다.
“아, 아 이런 미친, 이건 아니잖아. 이 또라이 같은 게…….”
자주 화를 내고, 웃고 하는 그였지만 저렇게 당황하며 공포에 빠진 건 나도 처음 보았다.
왜 저래 저 양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