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11화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으며 우치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벌떡 일어난다.
“아니지…… 아니야. 아직은 괜찮아.”
그렇게 말하며 그가 진지하게 나를 향해 말했다.
“데이비! 장산범이 죽었다고 했지?”
“그랬죠.”
“그래 그거면 됐다. 내가 처리하지 못한 게 장산범과 두억시니 단둘뿐이야. 두억시니를 네가 거두었고 장산점을 처리했다면.”
그가 파르르 떨었다.
“그 이상 파고들지 마라.”
“왜요?”
“야이 씨! 에라이 느자구 없는 새끼야! 하지 말라면 좀 하지 마!”
퍼엉!!
순식간에 연기가 터져 나오더니 그가 새의 형상으로 변해 사라져버린다.
황급히 벗어나 버리는 걸 보니 더 이상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엿보인다.
내가 나서야 하는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지만 그의 저런 태도를 보면…….
“아…… 괜히 조사하고 싶어지게.”
한가지는 분명히 확실해졌다. 우치는 비녀의 주인을 알고 있고, 비녀의 주인을 아주…… 아주 무서워한다는 것을.
“괜한 짓 하지 마라. 데이비. 저놈도 제 생각이 있으니 저러는 거겠지.”
“참고는 해둘게요. 그런데 오딘은 어디로 도망간 거야.”
“너, 볼일 있었던 거 아니냐?”
“다 해결했잖아요. 아까 그 비녀.”
내 말에 하레스는 대답 대신 하품을 쩍쩍하더니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고요한 분위기가 되어버린 회랑을 보며 나는 느긋하게 걸어 다시 공간을 열었다.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작정한 오딘을 찾는 건 지금으로선 불가능할 테니까.
* * *
두두두두두두두!!!
미친 듯이 평야를 가로지르며 도망치는 도깨비, 두억시니가 눈을 부릅떴다.
도깨비의 왕으로 인간에게 공포의 상징이 되었던 존재. 두억시니는 이곳에선 정말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렸다.
인간들은 놀라 하면서도 크게 그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물론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지금 그를 환장하게 만드는 건 뒤쪽으로 미친 듯이 전력 질주하듯 쫓아오는 경악스러운 토끼 때문이었다.
죽을 각오로 도망치는 데 성공했건만 저건 어떻게 알고 맹렬하게 추적해온다.
잡히면 죽는다.
혹은 후회할 거다. 이런게 아니었다.
저 빌어먹을 토끼는 이렇게 달리는 것조차 즐기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잡히면 스쿼트 3000개. 8세트.]
저 한마디만을 반복하고 있다!
두억시니는 자신이 느껴 본 적 없는 진짜 공포가 대뇌 전두엽까지 미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자신이 대체 무슨 잘못을 해서 이 지옥에 끌려온 것일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저 괴물 같은 근육 토끼가 캐슬메이트라는 사실이다. 그가 앞으로 머무를 성에 저놈이 있다!
즉…… 자신은 이제 평생 저놈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데이비의 말대로라면 차라리 즐기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건…….
-빌어먹을! 절대 잡힐 수 없다! 이대로 탈출을!
미친 듯이 내달리는 두억시니는 알지 못했다.
일직선으로 도망치고 있다고 생각한 것과 다르게 그는 하인스 영지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놈이 도망치듯 달리는 길은 한창 개발 중인 미개척지이며. 놈이 밟고 지나갈 때마다 그가 내뿜은 힘이 땅에 스며들어 땅의 지력을 높이고 있다는 것 또한 알지 못했다.
* * *
“아니야! 이거야!”
“아니야! 생긴 게 다르단 말이야!”
청단이와 홍단이는 애들이 좀 크더니 간혹 싸우는 모습을 보인다.
방 하나만 한 거대한 퍼즐을 바닥에 깔아놓고 서로 의견을 맞춰가며 하나하나 맞추던 청단이 홍단이가 싸우기 시작한다.
그런 두 아이의 싸움을 지켜보며 앉아있던 다리안이 아우! 거리며 퍼즐 조각을 입에 넣으려 하자 청단이 홍단이가 기겁하며 다리안을 말렸다.
“아, 안돼! 다리안!”
“그거 먹으면 지지!”
큼지막한 눈동자를 끔뻑거리며 청단이와 홍단이를 바라보던 다리안은 이내 환하게 미소지으며 홍단이에게 안겨들었고 이내 홍단이의 작은 손을 자신의 속으로 꼭 잡아 자신의 뺨에 가져다 대고는 즐거워했다.
이에 청단이가 울먹거리며 자신도 손을 뻗자 한참을 고민하던 다리안은 홍단이의 손 하나를 놓고 청단이의 손을 잡아 제 뺨에 대며 꺄르륵 웃는다.
“다리안 누나랑 같이 퍼즐 맞춰!”
“맞아 맞아!”
제 동생이라고 끔찍이도 아끼는 홍단이와 청단이의 제안이 나왔지만 정작 다리안은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 못 한 듯 그저 손장난을 치기 바빴다.
“다리안, 언니들 귀찮게 하면 안 돼.”
이윽고 세 사람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던 에반젤린이 헤헤 웃으며 다리안을 안아 들자 홍단이가 양 허리에 손을 올리며 대답한다.
“아니야. 다리안 귀찮게 하지 않아.”
“맞아맞아. 에린이도 같이 놀아! 퍼즐 너무 커!”
이놈의 퍼즐은 티오니스에 있는 장난감은 아니었다. 이것도 지구에서 데이비가 퍼즐을 만드는 업체를 찾아가 직접 주문 제작해온 물건이기도 했다.
퍼즐의 완성된 그림은 아직 전부 확인하지 못했지만, 홍단이와 청단이는 흥미를 붙이고 벌써 일주일 째 틈만 나면 이곳에 와서 퍼즐을 맞추고 있는 형국이었다.
“우웅…… 이거 홍단이 머리랑 비슷해!”
퍼즐의 맞춰진 일부분을 보며 청단이가 말하자 홍단이가 자신의 빨간 머리카락을 살며시 꼬며 헤헤 웃었다.
“이건 청다니랑 비슷해!”
“맞아맞아!”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는 제 언니들을 보며 에반젤린은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용사가 되고 싶어서 최근 훈련의 강도를 높이긴 했지만, 주기적으로 찾아와 제 언니와 다리안이 놀고 있는 이 방의 풍경을 그림으로 남기는 취미에도 한창 재미가 붙어있었다.
“아참! 언니들 아빠가 그랬는데. 지구엔 크리스마스가 있데!”
“크리스마스?”
“그게 모야?”
퍼즐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리는 두 아이의 모습에 에반젤린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응! 크리스마스! 잠시만, 분명 여기 있었어!”
그녀는 마침 생각났다는 듯 어딘가로 향하더니 그녀의 장난감이 보관되어있던 상자에서 작은 동화책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펼치며 말했다.
“겨울이 추워지고 새해가 오기 전에 빨간 옷을 입은 할아버지가 굴뚝을 타고 찾아온대!”
그 말에 홍단이와 청단이의 눈이 반짝인다.
“굴뚝!”
“겨울에 찾아와? 할아버지가?”
그녀들은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했다.
“하, 하지만 하라버지는 왕궁에…….”
“이곳엔 못 온다고 했서!”
순진무구한 두 아이의 말에 에반젤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왕궁에 할아버지말구! 빨간 옷을 입고 이~만한 보따리를 등에 진 할아버지가 온댔어.”
그 말에 홍단이와 청단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서로를 바라본다.
“하라버지가 왜 와?”
“맞아맞아.”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준데!”
선물!
그 한마디에 홍단이와 청단이의 눈이 부릅 뜨여졌다.
“서…… 선물!”
“진짜아?”
좀 전까지 혼란스러워하던 두 아이는 선물이라는 단어에 그대로 폭침했다!
“응! 산타할아버지는 때가 되면 세상 모든 아이들을 보다가~ 엄청 큰 썰매를 끄는 루돌프와 함께 하늘을 날아다닌대! 그리고 아이들에게 선물을 준다고 해!”
선물을 주는 할아버지에 대해 의아해하던 두 아이들은 금방 자신들이 받고 싶은 선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호, 홍단이는 닭꼬치가 먹고 싶은데…….”
“청단이는 오리고기가 맛있어!”
육식계를 서슴없이 드러내는 두 아이의 바람은 너무도 소박했다.
누가 보면 데이비가 못 먹게 막는 줄 알 정도로 말이다.
“에…… 에린! 그럼 할아버지 언제 와?”
“여기도 오는 거야?!”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며 두 아이가 외친다.
“홍단이는 닭꼬치 달라고 할 거야!”
“처, 청단이는 오리가 먹고 싶어!”
당당하게 자신의 바람을 요구하는 홍단이와 질 수 없다는 듯 용기를 내어 바램을 외치는 두 아이를 보며 동화책을 보던 에반젤린이 헤헤 웃었다.
“하지만 산타 할아버지는 착한 어린아이에게만 선물을 준데!”
그 말에 두 아이가 눈을 크게 뜨며 굳어버렸다.
“그리고 울지 않는 아이에게만 선물을 준데!”
그 말에 홍단이와 청단이는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조심스레 물었다.
“에……에린아. 그럼 싸우면 나쁜 아이야?”
“응…… 그렇지 않을까?”
“힝…….”
울먹거리는 홍단이를 청단이가 화들짝 놀라 말렸다.
“우…… 울면 안대! 울면 산타할아버지 안 오신댔어!”
“흡! 맞아! 울면 안대!”
이윽고 서로 꼬물거리며 귓속말로 속닥속닥하던 두 아이가 눈을 반짝인다.
“지금부터라도 착한 일을 하면 하, 할아버지 오지 않을까?”
“으음…… 글쎄? 아마 그렇지 않을까?”
에반젤린도 잘 알지 못하기에 자신의 바람을 답한다.
사실 그녀 또한 바라는 게 없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 나도 가지고 싶은 게 있는데.’
비록 육체 성장이 빠르고 정신도 보통의 인간에 비하면 월등히 빠르게 성장하지만, 그녀는 아직 아이의 정신에서 완전히 성장하지 않았다.
‘나도…… 가지고 싶은 게 있는데…….’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핫! 이럴 때가 아니야!”
그때 홍단이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총총 걸어가더니 놀이방의 한쪽 구석에 곱게 개어진 물건을 꺼내 제 허리에 찬 뒤 다리안을 제 등에 업었다.
홍단이의 체격이 워낙에 작은 터라 다리안을 등에 업은 상태로 보면 아이가 아이를 업고 있는 기묘한 모습이었지만 익숙한 듯한 모습이다.
“가자! 착한 일을 해야 해! 그래야 할아버지 온댔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해?”
청단이의 질문에 홍단이가 턱을 어루만지며 고민한다.
“으응, 음…… 그러니까아…….”
“아빠한테 뽀뽀하면 착한 아이가 되지 않을까아?”
“안돼! 그건 매일 하는 거잖아! 그것만으론 착한 어린이가 될 수 없어!”
“히잉…….”
침울한 표정을 지은 두 아이가 침묵한다. 에반젤린은 그런 언니들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캔버스 위에 그 모습을 담았다.
그때 청단이가 눈을 크게 뜨며 조심스레 말한다.
“조, 좋은 생각이 났어!”
* * *
우치는 도망치는 것 하나만큼은 완벽한 영웅이다.
결국, 그에게서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돌아온 나는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내게 후다닥 뛰어오는 에이미를 볼 수 있었다.
분명 그녀의 인생을 되찾아주기 위해 여러 가지로 지원을 하고 있는 터라 저렇게 일할 때 입는 복장을 입고 돌아다니진 않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그녀가 내게 달려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저하…….”
“왜 이래. 무슨 일이야.”
울먹거리는 모습을 보니 뭔가 심각한 일이라도 터진 모양이다.
내가 움찔하며 그녀를 향해 자초지종을 묻자 그녀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그게…… 몇 개만 구매하면 된다고 하셨는데…….”
울먹거리다 못해 이제는 눈물을 뚝뚝 흘리는 그녀였다.
“보…… 보석을 너무 많이 사서…….”
“많이 샀다고?”
청구서를 받아든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그 내역을 스르륵 훑었다.
“가공은 영지 드워프들이 해주기로 했을 텐데.”
어지간한 가공 전문가들이 만지는 것보다 보석가공에 일가견이 있는 드워프들이 세공하는 것이 외관이나 가치적으로는 더 높다. 그래서 그녀가 좋아할 만한 보석을 구매하라 하기도 했었다.
“…….”
“그게…… 3개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6개나 사버려서…….”
그녀가 말한 보석의 내역은 확실히 하나하나 저가의 품목은 없었다.
아마 에이리아와 페르세르크가 작정하고 추진한 탓이리라. 씀씀이가 굉장히 알뜰한 에이미가 이런 비싼 보석만 샀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이건 두 사람이 바람을 넣어 저가의 보석들은 아예 목록에서 빼버렸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네. 6개라…… 문제가 있네.”
“죄송합니다. 저하! 당장 가서 환불을…….”
“너무 적다.”
담담한 내 말에 그녀가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
“본녀와 에이리아가 그렇게 바람을 잡았는데도 방어력이 보통이 아니더구나. 진땀 뺀 게지.”
별에 별 설득을 다 해서 겨우 6개.
나는 한숨을 내쉬며 내역서를 품 안에 갈무리해 넣었다.
“대금은 치른다고 해. 그리고, 그 보석상에게 가서 상급품 목록 싹 가져오라 해. 내가 최소 20개는 준비하라 했는데 꼴랑 6개?”
“저…… 저하?!”
경악하는 에이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내가 그녀를 지나쳤다.
“일리나가 직접 맡기로 했으니 그 부분에 관해선 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게야. 그리고…….”
벙찐 에이미를 뒤로한 채 페르가 조용히 내게 의지를 보내왔다.
‘에이미가 마음에 둔 사람이 예전부터 있긴 한 모양이야.’
그 말에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잘됐네. 나중에 한번 보자고.”
“저하! 3개면! 3개도 과분해요! 제가 보석이라니요!”
“20개. 반론은 받지 않아.”
에이미의 저런 태도에 못 이겨 에이리아와 페르세르크가 물러난 모양인데.
어림도 없지. 암!
“저…… 저하.”
“30개.”
“흡?!”
기겁하는 그녀의 눈이 파르르 돌아간다. 보아하니 척 봐도 그 30개가 가지는 가격을 계산해 영지 예산을 굴려보고 있는 게 틀림 없어 보였다.
이 정도면 직업병이 분명하다.
“너, 너무 과하세요! 어떤 귀족도 상등품 보석을 그렇게까지 많이…….”
“40개.”
“저하아아아!!”
그래 봐야 고집의 싸움에서 누가 이길지는 뻔한 일이다.
결국, 에이미는 더 이상 늘어나는 것을 두 눈 뜨고 지켜볼 수 없다며 포기해버렸다.
40개라면 사실 굉장히 낭비에 가까운 행위지만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구나. 가끔씩 그대의 그런 무모한 돌격도 배울 필요가 있겠어.”
에이미와의 협상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페르세르크가 장난스레 웃어 보였다.
“일리나가 바톤터치 했으면 걱정은 없겠네.”
“참. 에이리아가 다리안을 찾고 있던데.”
“다리안? 홍단이가 데리고 있었던 거 같은데.”
“놀이방에서 전부 사라져서 찾고 있었던 모양인 게야.”
그녀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각기 일거리를 들고 부산스럽게 돌아다니는 사람들 사이로 다리안을 업은 채 아장아장 걸어가는 빨간 머리칼의 작은 소녀가 보인다.
“저기 있네. 그런데 뭐 하는 거지?”
눈에 비친 홍단이는 청단이와 빠르게 수신호를 보내더니 후다닥 달려가 무거운 짐을 옮기고 있는 하녀들과 시녀들에게 무언가 말한다.
그리고는 끙끙대며 물건을 들고 어디론가 향했고, 그것을 본 하녀들이 비명을 지르며 그녀들을 쫓기 시작했다.
“또 사고를 치고 있구나.”
“해맑게 웃으며 커다란 짐을 양손 높이 들고 내달리는 홍단이와 홍단이의 등에 업혀 꺄르륵 웃고 있는 다리안을 보며 창문을 연다.
“홍단아. 어딜 그렇게 가는 거야.”
내 물음에 후다닥 달리던 홍단이가 멈춰 서서 고개를 든다. 그리고는 헤헤 웃어 보였다.
“헤헤, 비미일~”
“비밀이야?”
“네에! 홍단이 지금 착한 일을 하는 건 비밀…… 앗차!”
입을 틀어막는 홍단이의 당황한 행동 때문에 녀석이 들고 있던 커다란 바구니가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으앙! 떨어졌어! 나쁜 아이가 되어버렸어!”
통곡하는 홍단이를 보며 나와 페르세르크는 서로를 바라보며 의문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 * *
현아는 현재 미국에서 생겨난 두 균열에 대한 정보를 받아 각국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녀의 오빠인 데이비가 처리해버린 탓에 균열은 싹 사라졌고, 미국의 여론은 다시 안정권에 들어섰지만 저런 균열이 또다시 생기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후우…… 푹 쉬고 싶다…….”
의도하지 않은 커다란 일 때문에 골치를 꽤나 썩었던 그녀였던 터라 그 피로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이기도 했다.
“저에요. 커피 한 잔만 좀 가져다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지친 음성으로 그녀가 핫라인을 통해 커피를 요청하기를 약 5분. 누군가가 그녀가 있는 미국 지부 집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검토하던 서류를 내려놓으며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시에 문이 열리며…….
묘한 향기가 주변에 퍼진다.
동시에 몽롱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멍해진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한 여인이었다.
“응? 우치의 도력을 쫓아왔는데 얘는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