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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12화 (1,012/1,559)

제 1012화

몽롱한 얼굴을 한 현아를 향해 다가오던 여인은 인상을 묘하게 찌푸렸다.

“이상한데. 분명 우치의 주술이 맞는데.”

이리저리 돌아보며 품평하듯 현아를 돌아보는 그녀의 행동은 상당히 무례했지만, 현아는 그녀에게 어떤 불만도 내뱉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방안 가득 채운 어떤 미향이 그녀의 정신을 계속해서 몽롱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에이씨…… 이러면 최혼향은 아무 쓸모가 없잖아.”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에 그녀가 손을 튕기려던 찰나.

갑자기 현아의 몸에서 옅은 힘이 쏟아져 나오더니 천천히. 그리고 일괄적으로 주변의 향을 모조리 중화시켜버리기 시작했다.

“…….”

그 꼴을 놀란 듯 바라보는 흑발의 여인이었다.

“최혼향을 중화시켰다고? 얘 대체 뭐야?”

경악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던 그녀는 이내 정신을 차린 현아가 눈을 크게 뜨자 그대로 달려들어 그녀를 저지했다.

“자…… 잠깐만! 나 나쁜 사람 아니야!”

“누구시죠?!”

“끄응…… 길을 잘못 들었을 뿐이야. 아가씨. 혹시 우치라고 알아?”

우치라는 단어에 현아는 경계 어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우치?”

“몰라? 이렇게…… 막 이렇게 생겼는데.”

“네. 몰라요.”

“이상하네…… 분명 우치의 도력과 주술이었는데…….”

곰곰이 생각하며 그녀가 현아를 이리저리 훑었다.

“보아하니 주술을 배운 인간 같진 않고, 누가 걸어준 게 분명한데. 아가씨. 그 몸에 있는 주술 걸어준 인간, 알고 있어?”

그 물음에 현아가 한발 물러났다.

현아의 몸에 있는 방어 마법 같은 이형의 힘들은 대부분 데이비가 걸어놓은 것들이었다.

즉, 우치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눈앞의 그녀는 데이비를 찾아온 인물이라는 소리였다.

‘초면에 사람을 최면상태에 빠뜨리는 작자가 정상일 리 없어……’

오빠와 연관되어있는데 그 인간의 됨됨이가 이상하다면 괜히 알려줘서 문제를 일으킬 순 없다.

모른다고 잡아떼는 수밖에.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가 입을 열려는 그 순간.

여인이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다.

“흐윽…… 우치…… 어딜 간 거야…….”

“…….”

갑자기 서럽게 울기 시작하는 그녀를 보며 현아는 자신이 잘못 생각했나? 라는 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 * *

“자자. 천천히 들어요.”

현아는 현재 자신의 앞에 앉은 한복차림의 여성에게 디저트를 대접하고 있었다.

“음! 음! 이거 맛있다!”

그녀는 아주 블랙홀이 된 것처럼 현아가 건네주는 케이크들을 먹어치워 나갔다.

“푹신푹신하고 달아! 이런 건 처음 먹어봐!”

“케이크라는 거에요.”

“케이크? 처음 듣는 문자네?”

“영어니까요.”

“영어?”

“이 땅 인간들이 쓰는 언어.”

그 말에 그녀가 포크를 내려놓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어. 말도 안 되는 크기의 건물하며, 쇳덩어리가 스스로 굴러다니질 않나 인간들은 하나같이 색목인이고…….”

“이곳에선 오히려 당신이 더 이상하게 보일걸요?”

현아의 입장에선 이 여자가 대체 뭐하는 여자인지 의문이 들었다.

개량형에 가까운 한복을 입고 있는 동양풍의 미녀.

게다가 그녀의 몸에 걸린 데이비의 보호 마법 중 하나를 알고 있는듯한 눈치였다.

더 웃긴 점은 어디 깊은 산속에서 원시인 생활이라도 하다 왔는지 현대 문명에 굉장히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때 기분이 상당히 좋아졌는지 그녀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동시에 그녀의 머리 위로…….

검은 동물의 귀가 쫑긋하면서 생겨났다.

“어?”

분명히 어디서 본 것과 같다!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는 평소 일할 때 보이는 냉철한 이미지도 집어던진 채 탄성을 흘렸다.

‘맞아! 새언니의 귀!’

“나인테일!”

“응?”

“당신도 나인테일이에요?”

그녀가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나인테일이면 역시 그녀도 티오니스에서 온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던 찰나.

그녀가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기웃거렸다.

“무슨 소리야. 그게 뭔데.”

아니었나?

괜히 떨떠름해진 현아는 쓸데없이 부끄러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인간이 아니라는 건 처음부터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하지만 지금 솟아오른 귀나 본능적인 느낌은 아무리 봐도 에이리아와 쏙 빼닮아 있었다.

그런데 같은 종족이 아니라면…… 그녀는 대체 무엇일까.

“음음! 맛있어! 마음에 들어, 너 이름이 뭐야?”

“현아에요. 신 현아. 당신은요?”

“나는…… 음 이건 좀 애매하네. 그냥 구미호야.”

야시시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그녀를 보며 현아가 의문 어린 표정을 짓는다.

“구미호요? 그…… 꼬리 아홉 달린 여우?”

“잘 아네? 맞아. 나는 인간들이 두려워하고 갈망하는 존재. 구미호야.”

“뭐야…… 나인테일 맞잖아…….”

“아니 나인테일 아니라니까?! 구미호야 구미호!”

“그게 그거잖아요!”

괜히 짜증이 나버린 현아가 톡 쏘아붙였다.

“그래서 이름이 뭔데요.”

“안돼. 구미호의 이름을 함부로 알려주면 그 대상은 반드시 홀려버리니까. 넌 이렇게 맛있는 걸 줬으니 해칠 순 없잖아?”

이건 처음 듣는다.

“그럴 리가요. 제가 아는 나인테일은 그런 게 없었는데?”

“뭐? 구미호가 나 말고 또 있다고?”

“네.”

“그럴 리가…… 분명히 멸종했을 텐데…….”

갑작스레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린 그녀가 물었다.

“현아. 네가 말한 그 구미호. 이름이 뭐야?”

“에이리아. 에이리아 알 라운.”

본래는 린디스라는 성을 지니고 있지만, 혼인 후 성을 라운으로 바꾼 그녀였다.

“뭐야 그 긴 이름은.”

“당신 이름은 뭔데요?”

“아니 그러니까. 이름을 말하면 네가 홀려버린다니까?”

고집을 부리는 그녀의 말에 괜히 사기꾼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말해줘요. 뭔데요.”

이상하게 오기가 생겼다.

“후우……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닐 거야. 내 이름은…….”

그녀가 짧게 한숨을 내쉰다.

“연.”

그 한마디가 들려오기가 무섭게 현아의 몸이 우뚝 굳어버렸다.

“하…… 이럴 거 같더라니. 이래서 절대 이름은 말해주지 않는 건데.”

홀려버린 대상은 노예나 다름없다. 연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정기 구슬을 구현했고 현아의 매혹 상태를 풀기위해 도술을 발현했다.

아니 정확히는 하려 했다.

파직!!

“꺅! 아야야…… 뭐야 이거.”

갑작스런 스파크와 함께 현아가 휘청거리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뭐야…… 매혹을 스스로 풀었다고?!”

경악하는 연을 향해 현아가 끙끙 앓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였네요. 의심해서 미안해요.”

“너…… 대체 뭐야? 어떤 인간이나 도사도 매혹이 걸리고 난 후에는 스스로 푸는 경우는 없었는데…….”

아무리 여성끼리라지만 구미호의 이름은 그만한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더 놀란 듯 보였다.

“이건…… 음…… 설명이 좀 복잡하네요. 어쨌든 오빠가 걸어준 보호 때문일 거예요.”

“그래! 우치의 주술! 맞지?! 네게 주술을 걸어준 건 우치가 분명해!”

“우치는 아니고요. 데이비예요. 예전엔 신 현수였고.”

“환생일 수도 있잖아?”

환생이라는 말에 현아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환생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그건 아닐걸요.”

“흐음…… 아니야 분명해. 이 주술식은 우치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술식이야. 그나저나 세상 많이 바뀌었구나? 대체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거야?”

그녀의 물음에 현아는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당신 몇 살인데요?”

“나도 몰라. 긴 잠에 빠져있다가 일어나니까 세상이 변해있었으니까. 아참. 신라는 아직도 있어?”

가야라는 말에 현아는 머리가 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신라요? 설마……백제 신라할 때 그 신라?!”

“응! 예전엔 정말 많이 싸웠지…….”

“세상에. 내가 화석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네…….”

눈앞의 그녀가 거짓된 존재가 아니라는 건 알았는데. 너무 터무니없어서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아니…… 아니지. 애초에 오빠가 환생해서 타 세계에서 살아가는것부터가 이상하지.”

혼란 자체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애석하지만 당신이 찾는 그 우치라는 분은 예전에 죽었을 가능성이 높네요.”

그 말에 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게 무슨 뜻이야?”

“신라 백제면 벌써 천년은 더 된 이야기에요. 그리고 여긴 한반도도 아니고 미국 땅이고.”

애초에 한국의 영물이 왜 미국 땅에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나마 두억시니나 장산범에 대해서 데이비에게 들었기에 충격은 덜한 상황이지만 말이다.

“천년…… 천년이라…….”

복잡한 어조로 중얼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현아는 괜히 측은지심이 드는 것을 느꼈다.

보아하니 그녀에게 소중한 사람인 것 같은데. 천 년 전이면 이미 죽고 없을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슬퍼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괜히 위로를 해줘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에 그녀가 뭐라 말하려던 찰나.

연이 싱긋 웃었다.

“상관없어. 아니. 오히려 더 좋아.”

의외의 답변이었다.

“더 좋다고요?”

“응, 날 기억 못 하면 더 이상 도망치지도 않을 테니. 그런데 말이야. 네 몸에 있는 도술은 아무리 봐도 우치의 도술이거든? 나 그 사람 한번 소개시켜주면 안될까?”

어째서일까. 그 한마디가 너무 섬뜩하게 느껴지는 그녀였다.

“저기 말이에요 연 씨. 그 우치라는 사람이 만약에라도 환생을 했고요.”

천년이면 어쩌면 그녀의 오빠 데이비의 과거의 삶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연은 현아의 몸 안에 있는 데이비의 보호 마법을 우치의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그 사람을 만나면 어쩔 거에요?”

그 물음에 해맑게 웃던 그녀가 가볍게 답했다.

“어쩌긴. 이제는 진짜 도망 못 치게 묶어놓고 사랑해줄 거야.”

황홀한 표정을 짓는 그녀를 보며 현아는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절대 만나게 해선 안 되겠어!’

뭐가 됐건 눈앞의 그녀는 정상이 아닌 게 분명하다! 마침 데이비가 곧 이곳에 들릴 시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그녀를 당장 한국으로 보내서…….

“현아야. 산타 복장 좀 구해줘라.”

장난기 서린 느긋한 목소리에 현아가 우뚝 굳어버렸다.

아이고 화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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