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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13화 (1,013/1,559)

제 1013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네 사람의 시선이 서로를 눈에 담았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나였다.

“구미호? 내가 헛것을 보나.”

“음…… 뭔가 재밌구나. 에이리아와 비슷한 과인 것 같은데.”

그런 내 물음에 현아는 식은땀을 흘리며 시선을 피했고 말없이 나를 노려보던 구미호 여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흐음…… 아니야. 도력은 비슷하지만 영혼의 색은 우치가 아니야.”

우치!

그녀의 말에 나는 본능적으로 그녀가 비녀의 주인임을 깨달았다.

그렇구나. 우치 그 양반이 벌벌 떨면서 도망치게 만든 장본인.

세상만사 두려울 게 없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그 자체인 우치가 그렇게 질겁하던 비녀의 주인이 어떤 작자인가 했는데.

아무래도 그녀였던 모양이다.

물론 그것은 추측일 뿐 확신은 아니지만 직감은 그녀가 맞는다고 부르짖는다.

“데이비. 또 몹쓸 장난을 떠올리는 표정이구나.”

“내가 언제.”

“쯧…….”

그런데 아무리 구미호라 할지라도 우치가 살던 시대부터 존재했다면 지금은 죽었을 텐데?

곰곰이 생각하던 나는 가장 먼저 든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실례지만.”

많은 생각 끝에 돌직구를 던진 것이다.

“연세가 얼마나 되십니까?”

침묵이 일었다.

* * *

우치라는 인물이 어쩌면 오빠의 전생의 삶일지도 모른다.

현재는 데이비 올 라운이라 불리지만 그는 과거 엄연히 신 현수라는 인간으로 존재했고, 환생을 통해 데이비가 되었다.

그렇다면? 현수가 되기 전에는 누구였는가.

현아가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건 그것이었다.

실제로 데이비의 전생은 성녀와는 다른 존재이며, 태초의 의지를 고스란히 강신시킬 수 있는 티오니스의 신녀, 프리아였지만. 그에 대한 기억이나 모든 것들은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애초에 우치가 전생이라는 판단부터 틀린 것이지만 현아가 그 진실을 알 리가 없다.

게다가 우치의 도력이라고 연이 말했을 때 데이비 본인도 모르는 과거가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혹여 그 본인이라면…….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너무 위험해.’

사람의 직감은 때때로 무서울 정도의 적중률을 보여준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우선 확인부터 합시다.”

말없이 연을 바라보던 데이비가 물었다.

“현아에게 걸린 매혹은 다 빼냈습니까?”

“흐응?”

“일단 제 사모 되시는 분일지도 모르니 정중하게 묻는데.”

담담하게 말한 데이비의 표정이 섬뜩한 기세를 띠었다.

“지금이라도 현아에게 매혹의 힘을 남겨놨으면 싹 다 치우세요, 안 그러면, 진짜 재미없어질 겁니다.”

웃는 얼굴. 하지만 당장이라도 그녀를 찢어버릴 것 같은 투기가 그녀를 압박해 들어갔다.

약간 창백해진 연이지만 정신력이 생각 이상으로 강했는지, 그녀는 쓴 표정을 지으면서도 물러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찢어버릴 것 같은 살기가 직접적으로 느껴지자, 보다 못한 현아는 벌떡 일어나 그를 말렸다.

“오, 오빠야, 그만해! 괜찮아! 난 멀쩡하다니까?”

“조용히 해. 내가 지금 너한테 묻는 걸로 보여?”

현아의 몸이 반사적으로 뱀 앞에 놓인 개구리처럼 우뚝 굳어버렸다.

본능적으로 그녀는 제 오빠의 심리를 눈치챘다.

굉장히 열받아 있다는 것을 말이다.

반면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던 연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하지만 나를 그런 무례한 악귀 취급하지 마. 난 그런 놈들 전부 손절했으니까.”

그녀가 짜증스레 중얼거린다.

“씨이…… 우치는 안 보이고 이상한 녀석들 투성이네…….”

“아니면 됐고요. 그나저나 우치를 찾으신다고.”

“오빠?”

불안함이 급증한 현아가 설마하는 표정으로 데이비를 바라보았지만 데이비는 상관없다는 듯 물었다.

“우치를 알아?!”

“알긴 알죠, 그래서 묻는 건데, 이 비녀. 당신 겁니까?”

장산범의 몸을 꿰뚫고 있던 비녀를 종이에 그려 주자 그녀가 말없이 그것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뭐야 이거? 붓도 아닌데 먹이 나오네?!”

“…….”

신기한 듯 데이비의 손에서 볼펜을 빼앗아 든 그녀가 눈을 반짝거렸다.

“저기 말이야. 이거 나주면 안 돼? 진짜 신기한데!”

“……필요하면 더 드릴게요.”

“진짜?! 고마워!”

즐거워하는 표정으로 그녀가 현아를 꽉 끌어안자 그녀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톡톡.

“우치 만나러 온 거 아닙니까?”

“아참, 내 정신 좀 봐. 맞아. 그 비녀. 내 거야.”

당첨이다.

“장산범도?”

“그 장모종?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도 맞아.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는 녀석이라 어렵지 않게 죽였어. 그 후에 비녀를 회수하기도 전에 기이한 틈으로 빨려 들어가서 정신차려보니까 이 근처였고.”

그녀가 담담하게 말했다.

“오…… 오빠. 그럼 오빠가 혹시 우치라거나 그런 건 아니지?”

“아니지, 왜?”

“아, 아니. 아니면 상관없고…… 그럼 아는 사람이야?”

“주술 담당 스승이야.”

내 대답이 그리 알맞은 대답이 아니었던 것일까.

현아는 복잡함이 드러나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잠깐만. 오빠 스승님이라고? 그럼 그 스승이라는 사람은 신라시대부터 계속 살아 있다는 거야?”

“맞아! 우치 지금 어디 있어?! 알고 있으면 알려줘! 사례는 꼭 할게!”

현아와 연의 물음에 데이비는 잠시 고민하다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간단하게 답했다.

“그 양반은 이미 예전에 죽었지. 지금은 없어.”

그것은 당연한 진실이었다.

오래전 존재했던 우치가 지금까지 살아있을 순 없으니까.

그 한마디에 연이 히히 웃어 보인다.

“그건 알지. 지금은 신라가 존재하던 시기보다 천 년은 더 흘렀다면서. 우치가 아무리 대단한 도사라도 그 긴 시간을 살지는 못해. 살 수 있어도 본인이 그걸 원하진 않겠지.”

그녀는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나는 상관없어, 우치의 영혼이 윤회에 들어서 새로이 환생했다면, 나는 그가 남자건 여자건 사랑하니까. 그보다 네 스승이라고 말하는 걸 보니 전생을 기억해 버렸나 보네? 이런 경우는 드문데…….”

“일단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녀의 말을 끊은 데이비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잔인한 대답을 내놓았다.

“환생도 안 했어요, 그 양반. 이제 이 세상에 완전히 없어. 나를 가르쳤던 건 그 양반 영혼이고.”

그 말에 연이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입을 뻐끔거렸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 * *

“빌어먹을! 안 돼! 이대로 있을순 없어.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해.”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 우치가 와들와들 떨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한심하다는 듯 보던 정복왕이자 팔라디아식 행성분열창의 창시자인 아스트레아가 혀를 쯧쯧 찼다.

“뭘 그렇게 쫄고 난리야. 사내새끼가 대범함이 없어서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너 새끼야! 넌 몰라서 그래! 안 되겠다. 안전한 장소를 골라서 숨은 다음에 아예 봉인하든지 해야지!”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난 그는 허리춤에 있는 봇짐에서 부적을 마구잡이로 꺼내기 시작한다.

“이거 아니야. 이것도 아니고…… 망할! 어디 처박아 놨더라…….”

“쯧쯧…… 저거 또 시작이다.”

한심하다는 듯 정령여제 유리아나가 혀를 차자 마왕이자 무왕이라 불리던 유르그가 재밌다는 듯 말했다.

“그럼 이렇게 된 거 내기나 할까?”

내기라는 말에 성녀 다프네와 오딘, 히포크리아 등등 대다수의 영웅들이 모여든다.

“뭔데? 뭔데? 또 재밌는 거야?”

신궁 아폴론을 떡으로 만들어 놓고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 다프네가 물었다.

“이번엔 종목이 뭔데?”

“얼마 전에 데이비가 비녀를 하나 가져왔지? 그 주인이 아무래도 중간계에 나타난 모양이다. 우치, 저놈을 저렇게 떨게 만든 여자가.”

유르그의 설명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비가 그녀를 만났을 때 놈이 어떻게 할지 치사하게 천리안 같은 거 쓰지 말고 직감으로 재미 보자고.”

그 설명을 들은 이들은 하나같이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주머니를 꺼내 들었다.

“이번에도 옥형석?”

“물론. 다만 나는 이번에 역베팅을 좀 해 봐야겠다. 데이비 그놈이 좀 또라이긴 해도 우치는 정말로 잘 따랐잖아.”

“그렇지. 잘 따르긴 했지.”

“그런 우치가 저렇게 무서워하는데 설마 만나게 하겠냐. 나는 데이비가 두 사람을 절대 만나게 하지 않는다에 옥형석 50개 건다.”

그 말에 다른 영웅들이 서로 시선을 모았다.

“그렇네. [히포크리아]와 [우치]는 데이비가 유별나게 잘 따랐으니까.”

그렇게 말한 다프네도 주머니를 내놓았다.

“나도 유르그와 같이 50개. 단, 나는 만나게 한다에 건다. 유르그 넌 아직 그 자식을 잘 모르는구나?”

“나도 마찬가지. 다프네와 같은 쪽으로.”

유르그의 설명에 영웅들이 일리가 있다며 모두 만나지 못하게 할 거라는 곳에 걸었다.

“그래 틀린 말 아니지. 하지만 그놈이 어디 공사구분 못 할만큼 막 되먹은 놈이냐? 게다가 우치가 저렇게 무서워하는데 지가 잘 따르던 놈이 저러는 거 보면 함부로 만나게 돕진 않겠지.”

유르그는 자신이 아는 논리를 들먹이며 아직 베팅하지 않은 영웅들에게 바람을 불어넣었다.

“선택은 너희 자유다.”

“저…… 저는 유르그 씨와 같이 역 베팅할게요. 100개.”

“끅! 행운의 여신이 선택했으면 결론 났네. 난 로아이아스와 정반대에 전부 박는다. 끅!”

“마! 내도 전부 이놈아하고 같은 곳에 건다! 데이비 그 망할 놈아 분명 수작 부린다에 내 손모가지 두 짝 다 걸어뿔기다.”

이전에 당한 게 있는지 천일야장 수르트가 부들부들 떨며 역정을 냈다.

귀를 후비적거리며 호리병에 든 독주를 벌컥벌컥 들이켜는 독고준을 보며 신의 영역에 있던 영웅들의 도박판이 다시 머리를 들었다.

“빌어먹을 기적 노리지 말고 그냥 평소대로 베팅했어야 하나…….”

뒤늦게 로아이아스와 같은 쪽으로 걸었던 유르그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투덜거렸다.

* * *

우치가 환생하지 않았다는 말에 그녀가 잠시 멍한 얼굴을 했다.

그녀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홀리기 때문에 그녀의 성이 [비] 라는 것까지만 들었다.

물론 이름이 무엇이건 상관은 없는 일이다.

“이봐, 인간. 나 장난 안 좋아해.”

“나도 장난치는 거 아닙니다. 사모. 천 년도 넘게 지났고, 우치는 예전에 죽었습니다.”

“하…… 그러니까 우치가 죽었고 환생도 하지 않았다고?”

“예.”

“아예 이 세상에 없다고?”

그 말에 내가 다시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의 눈이 세로로 찢어지며 뺨에 검은 수염 같은 문양이 드러났다.

콱!!!

동시에 여우불 같은 잔상을 일으키며 날아든 그녀가 귀를 날카롭게 세우며 내 멱살을 틀어잡는다.

“인간. 나 분명 말했어. 장난 안 좋아한다고.”

“나도 두 번 말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합니다.”

나를 노려보는 그녀에게 낮게 경고하자 페르세르크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털어냈다.

“그만두시게. 데이비의 잘못도 아닌데 엉뚱한 곳에서 화풀이를 하려는 게야?”

“…….”

그녀는 휘청거리더니 그대로 다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말도 안 돼.”

“그건 사실이니까 받아들이세요.”

“말이 안 되잖아! 그런 게 어딨어! 영혼이 환생을 안 하는 경우가 어딨냐고!”

그녀가 악을 쓰듯 소리쳤다.

동시에 그녀의 기운에 영향을 받듯 주변이 떨리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던 페르세르크가 손끝에 빛으로 된 나비를 만들어 흩뿌리더니 강제로 진정시켰다.

환생하지 않는 영혼은 없다.

하지만 그건 그녀가 특수한 사정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판단이었다.

“영혼은 무한히 환생을 거듭해. 그 과정에 예외는 없어.”

“그렇게 보이겠죠. 다만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1만 년 이상 환생하지 않는 영혼도 있으니.”

“네가 뭘 아는데!”

“당신 눈으로 보기에 내가 그냥 인간 같아 보입니까?”

그 물음에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오랜 시간 정기를 쌓아 도를 닦아온 구미호 같아 보였는데, 분명 내게서 다른 무언가가 보였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1만 년 전 티오니스의 신녀 프리아라는 존재였다고 했다.

하지만 그 후 나는 환생을 전혀 거치지 않았고, 신현수가 되었다.

1만 년의 공백이 생긴 것이다.

내 설명에 그녀가 눈동자를 파르르 떨었다.

“1만 년. 안 돼. 아무리 내가 장수한다지만 천 년도 봉인 때문에 살아남은 거지 오백 년 이상 살지 못해…….”

그녀는 1만 년을 기다릴 수 없다.

절망하기 시작한 그녀는 이내 눈물을 뚝뚝 떨구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이럴 순 없어…… 우치, 흐윽…….”

흐느끼기 시작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처량해 보였던 탓일까.

현아는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손수건을 손에 쥐고 내게 눈치를 줬다.

빨리 어떻게 좀 달래봐 이 망할 해삼,내장 같은 인간아.

그녀의 시선이 보내는 뜻은 대충 그렇게 느껴졌다.

“그런데 둘이 대체 무슨 관계입니까?”

단순히 부인이라고 하기엔 우치의 반응이 너무 격렬하지 않던가.

그런 내 의문에 그녀는 뚝뚝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며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무슨 관계긴! 부부사이니까 이렇게 그리워하는 거지!”

“부부 맞아요? 진짜?”

“맞는다니까!”

“그런데 우치는 왜 당신을 그렇게 무서워합니까?”

그 말에 그녀는 이제 딸꾹질까지 하며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몰라! 그냥 난 사랑한 것뿐인데 어느날 부터 자꾸 날 피하기 시작했을 뿐…… 잠깐만, 이상한데?”

그제야 그녀는 내가 한 말 속에 모순을 찾아낸 것 같았다.

생각은 신중하게. 결정했으면 행동은 거침없이.

나는 순식간에 결정을 내리고 그녀에게 동아줄을 던졌다.

“영혼이 환생하지 못하는 경우, 한 가지 케이스가 더 있는데 들어 볼래요?”

내가 한 말에는 힌트가 분명 있었다.

내가 천 년 전에 죽은 우치의 제자이며 그가 어떻게 됐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점.

그리고 우치가 그녀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들었다고 말한 오류들 까지.

그것들은 우치라는 영혼이 멀쩡히 존재하지 않는 이상 절대 불가능하다.

“이상한데? 너 거짓말한 거 아니야? 천 년 전에 죽은 인간이 어떻게 널 가르치고 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는 건데?”

“너무 당연한 일이잖아요. 영혼이 아직 멀쩡히 남아있으면 환생도 하지 않고 나와 이야기도 가능하겠지.”

그 한마디가 가져오는 파급력은 크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말하는 그녀를 향해 섬뜩하게 웃으며 검지와 엄지를 둥글게 말았다.

“아직…… 영혼이 살아 있다고…… 환생한 게 아니고 영혼으로 남아서?”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습니까. 사모.”

그제야 모두 이해한 듯 보였다.

내가 그녀를 도와 그를 만나게 해줄 수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네 말 진짜야?”

“대가가 만족스러우면 내가 그 양반 당신 앞에 다시 생포해드릴게.”

신의 영역은 신격을 지닌 나를 제외하고 임의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긴 시간은 아니더라도 작정하면 일주일 정도는 강제로 현신시켜둘 수 있다는 건 나도, 영웅들도 모두 아는 사실이다.

오딘과 다르게 우치처럼 영향력이 작은 신격이라면 더더욱.

스산한 내 미소를 보며 현아는 아직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은 듯 물었다.

“오빠, 그럼 그 우치라는 사람의 영혼이 아직 환생을 안 하고 있고, 오빠는 그 영혼과 접촉할 수 있다는 거야?”

“비슷하지. 어떻게 하실래요? 참고로 내가 안 도와주면 사모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 양반 못 만납니다.”

내 말에 페르세르크가 복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현신할 수 있다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페르세르크는 완전히 고민에 빠진 듯 했다.

“아직…… 살아 있다고…… 환생한 게 아닌 진짜 우치가…… 영혼으로?”

“그렇다니까. 아주 팔팔하게 잘 있습니다. 지금 아니면 협조 안 해요. 빨리 결정하세요.”

홍단이 청단이를 포함해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기위해 산타복을 구하러 왔다가 엄청난 구경거리가 생겼다.

고민하던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 대가가 뭔데?”

“그건 나중에 말씀 드릴게.”

강매 같지만 그 또한 상관없다!

아쉬운 건 그쪽이니.

사실 내가 그녀에게 바라는 건 그리 큰 게 아니었다.

아주 즐거운 구경거리! 억만금을 주어도 쉽게 구경 못 할 최고의 쇼가 깔끔한 대가가 되리라.

문득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환호성이 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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