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15화
신강으로 만들어진 동굴에 자신을 봉인함으로써 버티기 모드에 들어간 우치는 동굴의 시간이 약 10년 정도 흘렀을 때 동굴의 바깥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신강이라는 특수 물질 자체가 굉장히 독특한 소재인 만큼 존재하게 만들기 위해선 계속해서 유지되는 힘이 필요하다.
필요한 준비를 모두 갖춰놓았다면 금속 자체를 반영구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지만, 비 연의 출현은 너무도 급작스럽게 이루어진 만큼 어쩔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시간이 조금만 있었어도…….”
10년.
그 긴 시간을 숨어지낸 그의 눈이 번들거린다.
“이쯤 되면 포기하겠지.”
그그그그그극!!!
굳게 닫힌 문을 열며 모습을 드러내자 그동안 보지 못한 빛이 그를 감싸는 게 보였다.
“후우, 다시는 못 할 짓이네.”
하지만 똑같은 상황을 다시 겪어야 한다면 그는 망설임 없이 다시 10년이고 20년이고 처박힐 자신이 있었다.
본래 이번에도 이렇게 나올 생각이 없었지만, 신강이 무적에 가까운 방공 능력을 지녀 주는 데에 반해 다급하게 만든 터라 유지에도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10년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1분 1초를 아까워하는 데이비가 이곳에서 버티고 있을 리가 없다.
“흐…… 흐흐흐…… 흐흐흐! 데이비. 인생이란 인내하는 거다. 버티면 광명이 온다 이 말이야.”
시원한 공기를 양팔을 벌려 맞으며 그가 도포 자락을 흩날렸다.
“그 인내를 못 참고 먼저 포기하는 놈은 피를 보는 거지. 흐흐…… 흐흐!! 하하하하하하하!!!”
광소하는 그는 마치 독립을 이뤄낸 식민지국의 국민처럼 기뻐 보였다.
곧 들려오는 목소리만 아니라면 말이다.
“형처럼요?”
“…….”
[1급 대주술]
[주박계]
[천주멸계]
쿵!!!
기다렸다는 듯 엄청난 양의 도력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허공에서 검은 기둥이 하나둘 생겨난다.
그리고 천여 개에 가까운 기둥들이 생겨나며 일제히 동굴을 감싸듯 추락했고, 동굴이 아닌 동굴 주변의 공간을 모조리 봉해버렸다.
주술인 이상 해제하는 건 그도 가능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대로 굳어버린 우치가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그곳에는 안대를 천천히 쓰고 있는 작은 키의 오딘과.
느긋하게 앉아 킥킥 웃고 있는 악마 같은 제자 놈이 있었다.
“데, 데이비?”
“예. 오랜만이죠? 그런데 나는 10시간밖에 안 돼서 굳이 오랜만이랄게 없는데”
“뭐?”
그럴 리가. 분명 시간을 알려주는 장치도 10여 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고 말했다.
“하 설마?!”
뭔가 번뜩인 그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오딘을 바라본다. 그러자 그녀는 귀찮다는 듯 혀를 차고는 쏘아붙였다.
“빨리 튀어나오지 뭔데 10년이나 처박혀있어. 귀찮게 시리. 너 때문에 내가 천년은 더 늙은 기분이야.”
생각지 못한 조력자의 존재에 우치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 * *
콰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대기가 뒤틀린다.
우치는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손가락 사이사이에 끼운 부적을 멈추지 않고 날려 보냈다.
쉬리리릭 콰아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저 멀리서 날아든 섬광들이 우치가 날려 보낸 부적과 충돌하며 대기 전체를 뒤흔들었다.
하나하나가 경악스러운 존재인 영웅들이다.
하지만 우치의 힘으로는 도저히 저 괴물 같은 꼬맹이 마법사를 어찌할 수단이 없었다.
헤라클래스가 사라졌고, 오딘이 흑안을 풀어버린 이상 사실상 현 신의 영역에서 가장 강한 것은 로 아이아스이며, 그 밑으로 오딘이 존재하게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다른 존재들이 약한 것은 아니지만 오딘의 힘은 규격을 한참 전에 넘어선 후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으악! 빌어먹을!”
콰아앙!!!
허공이 찢어지며 거대한 흙의 주먹이 날아들어 그를 낚아채려 한다.
빌어먹을 데이비까지 가세하며 그를 추격하고 있다.
신의 영역은 넓지만 그래 봐야 신의 영역.
우치가 도망칠 수 있는 곳에는 한계가 있었다.
문제는 이 빌어먹을 두 사람이 아주 작정하고 그를 몰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곳을 떠나 강제로 힘을 소모하여 중간계로 내려가게끔.
‘어림도 없다! 암!’
데이비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여기서 저 두 싸이코를 피해 중간계로 내려가는 순간 데이비는 분명히 로 아이아스를 이용해서 신의 영역으로 돌아오는 길을 한동안 틀어막아 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는 순간 독 안에 든 쥐가 될 것이며, 그는 비 연의 사정권 안에 들어서게 된다.
신의 영역 내에서 도망을 치던지. 아니면, 저들을 전부 이기던지 방법은 둘 뿐이었다.
[특급 주술]
[천개]
데이비가 구현한 힘을 피해내고 움직이지 않은 채 가만히 서서 포격을 가하고 있는 오딘의 섬뜩한 공격을 피해낸다.
그리고는 부적 스무 장을 허공에 뿌리며 빠르게 손뼉을 쳤다.
“견우와 직녀가 이렇게 만나기 힘들어서야 씁니까.”
“견우직녀는 얼어 죽을!”
아, 신라 쪽이면 아사달인가?
헛소리를 내뱉으며 그를 쫓아오는 데이비를 보며 우치가 눈을 부릅뜨고 주술을 마무리 지었다.
동시에 하늘이 열리기 시작하며 그 안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주귀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가 관장하는 영적인 존재들을 강제로 끌어낸 것이다.
순식간에 파도처럼 쏟아지기 시작하는 주귀들은 곧 모습을 드러낸 데이비를 향해 날아들었다.
“너 이 새끼!! 너 이 악랄한 새끼!”
“왜 이러실까.”
“스승을 배신하고, 이렇게 하극상이라도 벌이라고 가르치든?! 누가 그렇게 가르치디!”
그의 악 섞인 외침에 데이비가 빙그레 웃으며 손을 튕긴다.
동시에 신창 롱기누스가 십자가의 형태를 취한 채 모습을 드러냈다.
“형이요.”
“이 새끼가?!”
[8위계 성마법]
[대 성화포]
쩌어엉!!!!
막대한 섬광이 주귀들을 일순간 쓸어버리자 우치가 짧게 혀를 차며 부적을 몇 장 더 던지고 섭선을 펼쳤다.
퍼엉!!!
동시에 그의 섭선이 움직이는 것을 따라 수많은 문자가 씐 부적을 감은 밧줄들이 날아들어 성화포를 문자 그대로 묶어버리고 데이비까지 제어하기 시작했다.
[주박계]
[대 금]
쿠우웅!!!
그리고 뒤이어 날아든 주술이 발현되며 거대한 기둥이 데이비의 좌우에 낙하했고 엄청난 스파크와 함께 밧줄과 엮이며 데이비를 묶었다.
“왕급 악귀를 봉인할 때 쓰는 걸 나한테 씁니까? 양심이 어디 갔습니까?”
데이비가 짜증스레 중얼거리자 우치가 그대로 가운뎃손가락을 올렸다.
“이것도 저것도 네가 하는 짓 보고 너한테 배웠다 이 망아지 같은 놈아!”
가운뎃손가락을 제대로 보여주며 거리를 벌린 우치는 다리를 벌린 채 바닥에 손을 강하게 짚고 무언가를 끄집어내듯 끌어올렸다.
[특급 주술]
[현현계]
[적뇌용신]
보통 부적을 매개로 주술을 발휘하는 게 정석이건만 우치는 이미 그런 수준을 아득히 넘어 의지로 천재지변 급 주술을 마구잡이로 끌어내고 있었다.
일순간 주변의 모든 주술적인 힘을 강제로 동결시킨 붉은 용이 안광을 번뜩이며 빙그르르 돌 듯 모습을 드러낸다.
“다치게 하고 싶지 않으니 얌전히 중간계로 돌아가라.”
“매개체 없이 특급 주술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건 진짜 사기 아니에요?”
“주술 말고 다른 힘도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네가 할 말은 아니지. 네가 예전보다 강해진 건 알겠는데 이미 이 주변은 전부 내 영역이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공간을 장악한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양보해도 될 게 있고 안되는 게 있는 거다. 비 연에게 나는 죽었다고 전해.”
“아니 그래 주박술 [대금]은 이해하겠는데. [적룡]은 너무하네요. 이거 중간계에서 떨어지면 나라 하나 증발하는 위력인…….”
“데이비.”
데이비의 말을 끊은 우치가 두려움과 광기 섞인 얼굴로 손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너 협박할 때 하늘에 메테오 띄워놓고 이빨 까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냐?”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더니.
“넌 할 말 없어 이 새끼야.”
콰아앙!!!
붉은 뇌광이 거대한 동양풍 용의 형태를 취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후…….”
이에 한숨을 내쉰 데이비가 움직이는 손을 까딱여 부적 석 장을 꺼내 흩뿌렸다.
그러자 주력을 강제로 제어하고 있는 우치의 힘에 의해 강제로 부적이 찢겨 나간다.
[용언]
쿠웅!!
“이…… 이 새끼가?!”
[뒈져버려라.]
순식간에 별자리 캐프티콘의 힘을 이용해 방어능력이 발현된다.
다가오는 모든 것에 두려움을 부여하여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힘.
비록 우치의 고유 주술을 완전히 막을 순 없지만, 속도가 느려진 것으로도 데이비의 용언이 완성되는 데엔 충분했다.
콰지지지직!!!
우치의 도력을 머금고 있는 적뇌룡이 멈칫하더니 서서히 흩어지듯 부서졌다.
“이 썩을…… 으악!!”
데이비에게 정신을 팔고 있던 우치는 곧이어 날아드는 새까만 화염구를 비명까지 지르며 피해냈다.
“망할 오딘을 깜빡하고 있었어.”
급히 그가 손뼉을 쳤다.
그리고는 손을 깍지 낀 채 본래라면 부적 없이 불가능한 주술을 펼쳤다.
“천하대장군!!!”
쿠웅!!!
대기가 뒤틀리며 우치의 등 뒤로 감색의 갑주를 입은 거대한 거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데이비의 천하대장군과는 다르게 명령을 잘 듣는 우치의 소환신은 곧이어 거대한 도깨비방망이를 높이 들어 올렸다,
“아, 어차피 끌려갈 건데 그만합시다. 추하게시리!”
“닥쳐 임마! 대체 왜 비 연의 앞에 나를 못 끌고 가서 안달인데!”
“부인이 남편을 만나고 싶어 하는걸 도와주는 게 뭐 잘못됐습니까?”
“넌 그 여자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알아야 됩니까?”
그 물음에 우치가 멈칫했다.
“거짓말 아니잖아요.”
“…….”
“그리고 형.”
데이비가 빙그레 웃었다.
“받은 게 있어서 사실 형이 어떻게 되건 일단 거래는 성사시켜줘야 합니다.”
“다른 놈들이 범 새끼를 만들어놨구나!”
“어허! 말은 똑바로 하셔야지.”
형에게 다 배운 겁니다.
열이 받을 대로 받은 우치가 섭선을 휘저음과 동시에 그가 소환한 거대한 천하대장군의 방망이가 지상을 내리쳐 모조리 파괴해 나갔다.
* * *
천하대장군의 공격 여파로 대지가 뒤틀리고 어마어마한 먼지구름이 일었다.
퍼덕퍼덕퍼덕!!
제비의 모습을 한 채 음속을 수십 배나 넘는 속도로 돌파한 우치는 데이비와 오딘의 사정권 밖으로 도망치는 데 성공했다.
아무리 그래도 역시 데이비에게 거친 수단을 쓸 수는 없었다.
다른 영웅들은 가차 없었지만, 그는 치명적인 살상용 주술들을 모두 아꼈으니 말이다.
이곳은 처음 와보는 곳이지만 지금 중요한 건 저놈과 오딘에게 잡혀서 중간계로 끌려 내려가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데이비가 포기할 때까지 도망치기만 하면 된다.
오딘의 가세는 조금 의외였지만 그녀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편이니까.
“참 멀리도 도망친다.”
그때 그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이에 우치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다프네와 천마 독고준이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뭐야. 두 사람이 왜 여기 있냐.”
“아니 뭐 별건 아니고, 여기 절경이 끝내주니까. 이 아저씨랑 같이 한잔하려고 온 거지.”
회랑 최고의 술고래 독고준. 그리고 그에 미치진 못하지만 경악스러운 말술을 보여주는 성녀 다프네였다.
두 사람의 조합은 그리 신기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한가.
“그런데 어디 가는 길?”
“빌어먹을 데이비 놈이 내 뒤통수를 깠으니 튀는 거지! 오딘까지 동원해서 나를 엿먹이려 들어?”
“흐음…….”
독고준이 열반주를 벌컥벌컥 들이키자 다프네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러네. 오딘이 솔직히 데이비를 도와주는 건 조금 의외긴 하지.”
“이봐. 너희들이라도 좀 도와달라고. 비 연 그거 완전히 미친년이야! 절대 만나면 안 된다고!”
우치의 발작적인 외침에 다프네가 몸을 풀며 일으켰다.
“사실은 나도 같은 생각이야.”
“진짜로?”
“당연히 거짓말이지, 이 눈알을 쪽 빨아먹어 버릴 놈아.”
거친 입담을 토해내며 다프네가 환한 표정을 지었다.
[9위계 최후 성마법]
[신의 사슬]
촤르르르르륵!!!!!
쩌엉!!
순식간에 금빛 사슬들이 그를 포박한다.
하지만 우치는 이런 것도 다 예상했다는 듯 씨익 웃으며 부적을 꺼내 들었다.
“하! 내가 이럴 줄 알고 미리 준비를…….”
서걱!!
하지만 이어지는 섬광과 함께 우치의 부적들이 모조리 잘려나갔다.
“아니 미친! 당신은 또 왜?!”
사슬 때문에 손동작도 만들 수 없고 부적도 봉했다. 두 개가 없어도 주술을 사용할 순 있지만 그걸 두고 볼 두 인간이 아니었다.
“솔직히 데이비가 하는 일을 돕고 안 돕고는 별로 관심 없는데.”
다프네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배시시 웃었다.
“이런 재미있는 광경을 못 보면 재미없잖아. 그러니까.”
빙그레 웃으며 다프네가 성녀 같은 미소를 지었다.
“포기하고 끌려 내려가.”
“빌어먹을!!”
우치가 악을 쓰며 벗어나려 하지만 모든 것이 그의 편이 아니었다.
곧이어 공간이 찢어지며 데이비와 오딘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 뒤를 따라 훌쩍거리는 로 아이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괴롭힐 의도는 없지만…….”
너무 재미있어 보여서…….
로 아이아스의 악의 없는 사과에 우치는 헛웃음을 흘렸다.
“대체 언제 다 매수한 거야.”
“매수라니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리를 하시네.”
피식 웃은 데이비가 말한다.
“여기 이 양반들 전부 형과 비 연 그 구미호가 만났을 때 볼 난장판 하나 구경하려고 협조하고 있는 겁니다.”
회랑에서 오래 썩어온 분이 왜 이러실까 아마추어같이.
데이비의 말에 우치가 고개를 푹 숙였다.
“하…….”
이 모든 게 그의 수작질. 아니 애초에 영웅들의 배신은 이미 예상한 바였다.
중간계로 끌려 내려가지 않고 여기서 버텨본들 이렇게 제압당한 상태에서는 본말전도 그 자체였다.
아무리 우치가 최고의 주술사라 할지라도 이곳의 영웅들 전체를 상대로는 어찌할 수단이 없었다.
“하…… 야 데이비.”
그때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인 우치가 말한다.
“예?”
“지금 영웅들 전부 이곳에 모은 거지? 그렇지?”
“그렇죠? 하던 일 다 멈추고 다 여기 모였어요. 형 하는 거 구경하려고.”
피식 비웃음이 서린 대답에 우치가 이를 빠득 갈았다.
“그래. 잘했다.”
“예?”
“너 내가 10년간 그 굴속에 처박혀서 아무것도 안 한 줄 알았냐?”
“설마?!”
데이비가 눈을 부릅뜬다.
하지만 이미 우치의 손에는 독특하게 생긴 태극문양의 부적이 번뜩이고 있었다.
“잘 있어라. 새끼야! 영적 공간에 손대는 놈이 하나도 안 남고 다 이리로 튀어왔다면, 우선권은 전부 내가 가져간다!”
그 말과 함께 주술이 발현되며 우치의 형태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신의 영역도 위험하고, 중간계도 더 위험하다면 그 두 곳이 아닌 곳으로 도망치면 된다! 다른 영웅들이나 데이비가 쉽게 쫓아올 수 없는 곳으로.
본래 영웅들이 번갈아 가면서 각 공간을 관리하지만 모두 이곳에 모였기에 그곳은 관리하는 존재가 비어있다.
우치가 한번 들어가서 틀어막으면 다른 영웅들도 손을 댈 수 없다. 신강 때와는 다르게 말이다.
몸이 거의 투명해진 우치가 씨익 웃으며 망연자실한 데이비를 향해 비웃음을 던졌다.
“나중에 보자 새끼야. 비 연의 문제가 해결되면 그때 나하고 면담 좀 하자고.”
그 말에 데이비는 그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형은 머리가 좋은데. 너무 좋아서 오히려 너무 뻔하더라.”
방금까지 낭패를 봤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데이비의 표정이 순식간에 본래대로 돌아온다.
“견우와 직녀는 오작교 위에서 만나는 법인데. 이 양반이 그걸 모르네.”
그가 도망칠 수 있는 공간은 하나뿐.
문제는 그곳은 신의 영역과 다르게 데이비의 임의대로 누군가를 데려다 놓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자. 영혼의 강 틀어막읍시다. 이 양반 못 나오게.”
뒤늦게 그곳에서 자신이 속았음을 깨달았을지라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