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16화
수많은 별의 강, 은하수와 같은 풍경을 지닌 영혼의 강.
신의 영역도, 그렇다고 중간계도 아닌. 현재로선 그 누구도 우치의 허락 없이 이 공간 안으로 침입할 수 없다.
신강과 비슷하지만, 단순히 숨는 것밖에 못 하는 신강 동굴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실제로 우치의 암자 중 하나가 이곳에 있으니 말이다.
말 그대로.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후우…… 큰일 날뻔했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그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데이비 한 놈도 문제지만 역시 불안감은 적중했다.
이 미친 작자들이 한통속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판단.
제각각 서로를 존중하는 방식을 가진 영웅들인 만큼 자신의 행동을 보고 적정선을 그을 줄 알았는데.
그게 전부 착각이었던가. 아니면 그들을 구워삶아 버린 데이비가 섬뜩한 것인가.
결과적인 일이지만 결국 승리의 과실은 우치가 쥐게 되었다.
한 번 당한 것은 두 번 당하지 않는다.
우치는 자신의 부적에 힘을 담아 영역 전체에 퍼뜨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영적인 존재가 거쳐 가는 통로인 영혼의 강 전체가 마치 그를 반기듯 공명하기 시작했다.
“좋아. 좋아.”
그는 마치 오랜 시간 떠나있다가 집으로 돌아온 것 같은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발걸음을 내디뎠다.
아니. 정확히는 내딛으려 했다.
“음. 데이비의 도력인데 이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인 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다. 조율 때문에 한 번 왔었지 그놈이.”
스르르륵…….
그렇게 말하던 우치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
뭔가 이해한 듯 벙찐 얼굴을 하고 있던 그는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굳어있다가 순식간에 몸을 날렸다.
아니, 정확히는 날려야 했다.
순식간에 그를 감싸는 새하얀 9개의 꼬리가 그를 휘감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오랜만이야.”
너무도 매혹적인 목소리다.
하지만 현재의 우치에겐 그 무엇보다 섬뜩한 목소리들렸다.
“서방님.”
“비…… 비 연. 네가 어떻게 여기에…….”
“처음부터 여기 있었는데?”
그의 앞에 나타난 새하얀 은빛의 여우의 말에 우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처, 처음부터라고?”
“응. 우치의 제자라고 했지? 그 인간이 이곳에서 하루 정도만 기다리면 될거라고.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왔네.”
그녀의 커다란 눈이 곱게 휘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내 우치를 휘감은 거대한 은빛의 여우가 빛에 휩싸이더니 새하얀 옷을 입은 아름다운 여성으로 변했다.
구미호 비 연.
티오니스의 나인테일 종족과 흡사하여 친척이라 불러도 되나 그 근본은 여우가 수행을 하여 인간이 된 모습이 바로 비 연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과거 우치와 연이 있었던 존재이며, 우치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여자였다.
“내가 잠든 이후로 천년이 넘게 지났나 봐. 나, 사실상 종족 역사상 가장 장수한 게 아닐까?”
그녀의 말은 도저히 귓가에 들려오지 않았다.
중요한 건 대체 그녀가 어떻게 이곳에 있냐는 점이었다.
“오작교…….”
오작교는 까마귀의 다리라 할 수 있다.
이 까마귀의 다리는 양쪽에서 서로를 향해 합쳐지는데. 그 꼴이 딱 지금 상황이 아닌가. 비 연은 특수한 길을 통하여 이곳으로 왔고, 우치도 스스로 이곳을 향해 왔으니.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구나!! 견우와 직녀 같은 같잖은 소리를 해댈 때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다!
비 연이 특수한 조건을 만족하여 잠시나마 도달할 수 있고, 우치가 중간계로 내려가지 않아도 되며.
작정하면 밖으로 도망치지 못하게 가둬버릴 수 있는 공간.
바로 차원의 틈새 중 하나인 영혼의 강이다.
“아……안돼 난 여길 나가겠어!”
비명을 지르며 그가 도력을 피워올렸다.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다. 데이비 이 빌어먹을 제자 놈이 영혼의 강과 신의 영역을 잇는 통로를 틀어막아 버리기 전에 나가기만 한다면…….
하지만 우치는 결국 제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그보다 먼저 비 연이 그를 끌어안고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바닥에 쓰러진 우치가 귀신이 달라붙은 사람처럼 기겁하며 몸을 파르르 떨고 비명을 내질렀다.
“흐아아악!!!”
“우치.”
하지만 우치의 예상과 다르게 비 연은 너무도 슬픈 목소리로 물었다.
그 목소리에 담긴 슬픔에 우치가 멈칫한다.
“시간이 너무 흘렀어.”
“…….”
“이제 남은 이는 하나도 없더라. [우담]도, [현선], [태홍], [인현], [박 선]까지.”
그녀의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이자 우치가 맹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건 이 여자의 사기다! 속임수가 분명하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그가 빠져나가기 위해 손을 꿈지럭거리려 들었다.
하지만 곧 이어지는 비 연의 말에 멈칫하고 말았다.
“이제 우치밖에 없어. 흑 가지마, 내 곁에 있어 줘.”
눈물 섞인 처연한 목소리에 우치는 멍한 얼굴로 그녀를 보다 시선을 돌렸다.
“쯧.”
그리고는 혀를 차며 저항을 풀었다. 필사적으로 도망치려던 힘을 잠시 흩어버린 것이다.
이토록 그녀가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던가. 비록 그녀를 두려워하지만 홀로 남겨진 그녀가 겪었을 지독한 고독은 아마 우치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지독했을지 모른다.
그러니 그녀가 이토록 약해…….
“지기는 우라질! 어디 사기를 치려고!”
“우치.”
쾅!!!
그가 악을 쓰며 일어나려 했지만 놀랍게도 비 연은 그를 힘으로 찍어눌러 버렸다.
우치가 그녀의 힘을 뿌리치지 못하는 건 의아한 일이었지만 우치는 이 일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마치 당연한 상황이라는 듯 말이다.
영속되는 매혹에 걸린 우치는 오로지 그녀 한 명을 상대로 힘을 제대로 쓸 수 없다.
비 연의 무력은 마냥 높은 편은 아니지만, 우치 한정으로는 일방적인 강자가 되는 것.
그 한 가지 사실이 우치가 비 연을 그토록 두려워하게 만드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 서방님 눈치가 참 빨라. 서방님 제자도 속아 넘어갔는데 말이야, 쿡쿡…… 우치, 그런데 말이야.”
그녀가 고개를 든다. 그리고 고개 숙여 울던 그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하지만 방금까지 서럽게 울던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스산한 미소마저 보일 지경이었다.
“야…… 우, 우리 말로 하자! 응?”
“왜 네 몸에서 다른 여자 냄새가 나?”
비 연의 눈이 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녀의 눈에 색채가 사라진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치, 아니 서방님. 뱃속에 여우불 스무 개 정도를 넣고 언제든지 폭발시킬 수 있게끔 주구를 만들어 눈앞에 보여줘야 말을 들을까? 응? 말 좀 해봐.”
“비……비 연. 일단 화내지 말고 침착하게…….”
“내가 화났다고? 응 화났어.”
담담하게 웃으며 그녀가 섬뜩한 말을 내뱉는다.
“뭘 잘못했는지는 알아?”
“………….”
퍼렇게 질린 우치가 와들와들 떨었다.
“응? 말해봐. 뭘 잘못했는데?”
색채가 완전히 사라진 공허한 눈을 한 채 비 연이 웃기 시작했다.
“이제 안 놓쳐. 내가 여기 있을 수 있는 5일. 어디에도 도망 못 가게 해줄게.”
어떤 경우에도 나만 떠오르고.
나만 바라보게.
이어지는 비 연의 말에 우치는 자신이 결국 지옥에 떨어졌음을 직감했다.
* * *
우치가 그렇게 비 연에게서 벗어난 건 5일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다시 만났을 때 비 연은 매우 행복한 표정이었으며 그녀의 피부는 마치 광이라도 낸 것처럼 반질반질한 느낌이었다.
반대로 우치의 경우 스스로 운신이 불가능하여 결국 검신 하레스와 정복왕 아스트레아가 직접 영혼의 강으로 진입해 작은 암자에 있던 그를 데려왔다.
“이게 사람이야 미라야.”
“와. 이건 좀…….”
인상을 찡그린 히포크리아가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여성은 부드럽게 대해야 한다며 매번 느끼한 말을 내뱉던 궁신 아폴론조차 퍼렇게 질린 얼굴로 물러났다.
“아주 기가 다 빨렸구나. 보통 같으면 복상사로 수십번은 죽었을 텐데.”
“쟤 죽어?”
“일단 그냥두면 꽤 오래 저렇게 있을 거야. 치료해볼 테니까 성수 좀 가져와 줘.”
그 당시엔 팝콘까지 뜯으며 낄낄거렸던 다른 이들조차 학을 뗀 표정으로 몸을 부르르 떨 정도로 우치는 완전히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이제 그만…… 누나…… 나 죽어…….”
마치 환상 속을 헤매듯 그가 중얼거리는 것을 들으며 다프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이건 데이비가 잘못했네.”
그런 다프네를 보며 독고준은 이 여자도 참 글러 먹었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당당하게 자신의 소견을 말했다.
“쯧쯧 못난 놈. 제 스승을 이 꼴로 만들다니.”
“패륜이야 패륜!”
뒤이어 다른 영웅들까지 가세했다.
데이비가 봤다면 아주 단체로 x랄을 한다며 혀를 찼을 광경이었다.
그들은 자신들도 재미있어서 우치를 팔아먹은 사실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그리고, 그런 꼴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오딘은 한숨을 내쉰 뒤 이전에 준비했던 짧은 치마로 된 산타 복장을 바라보았다.
“후우…….”
그리고는 이내 결심한 듯 그것들을 품에 들고 아공간에서 붉은색의 커다란 주머니를 꺼냈다.
* * *
추운 겨울이 되지만 하인스 영지는 그런 겨울의 추위와는 상관없는 삶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물론, 작물을 재배하는 장소를 제외하곤 주기적으로 환기를 시키듯 온도를 바꾸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이 추워서 못 견딜 정도의 추위는 애초에 차단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곧이야.”
“맞아! 내일이야 내일!”
홍단이와 청단이는 마치 음모를 작당하듯 모여 머리를 마주 대고 키득거렸다.
그리고 그런 그녀들의 곁에 륀느와 에반젤린이 앉아 고민했다.
“륀느 언니. 착한 일 많이 했어요?”
“륀느. 선행을 매우 높게 평가.”
“흐응…… 뭘 했는데요?”
“영지 근처의 고블린 부락을 발견. 인류의 구원자를 통한 매타작.”
그동안 홍단이와 청단이는 천을 이용해 등에 다리안을 업고 영지 곳곳을 쏘다니며 착한 일이라고 판단되는 모든 것들을 했다.
당연 두 아이가 해봐야 별 큰 사고가 터질 것도 없었고, 영주의 딸에게 일을 시킬 만큼 영지민들이 간이 큰 것도 아니었기에 적당히 의뢰를 주듯 맞장구를 쳐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두 아이는 영지 내에서도 굉장히 인기가 많은 만큼 여기저기서 환영을 받았지만 말이다.
산타의 존재를 굳게 믿는 홍단이와 청단이 이외에도 에반젤린과 륀느는 산타가 오면 어떤 선물을 받아야 하는가 고민에 빠져 있었다.
“홍단이랑 청단이는 착한 일 많이 했으니까.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많이 주실 거야!”
“맞아! 두 개 받을 거야!”
신이 난 두 아이의 말에 륀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데이터에 따르면 산타의 경우 선물을 무조건 하나만 전해준다고 판단.”
“응? 한 개만 주는 거야?”
“륀느가 그럴 가능성을 높게 평가. 정보에 따르면 2개 이상의 선물을 받은 이는 전무하다고 분석해.”
그녀의 말에 세 아이가 보란 듯이 추욱 늘어졌다.
“이럴 수가…… 열심히 했는데…….”
“청단이도. 엄청 노력 했는데에…….”
착한 일을 많이 할수록 더 많은 선물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두 아이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두 개…… 가지고 싶었는데…….”
풀이 죽은 채 중얼거리는 두 아이를 보며 륀느가 눈을 감았다.
그녀의 사고회로가 기계장치의 신. 그녀의 심장과 함께 맹렬하게 공명한다.
짧은 시간에 어마어마한 연산이 오가고 륀느가 눈을 번뜩였다.
“방법. 있음을 명시.”
“방법?”
“한 개 이상의 선물, 아니 대량의 선물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 가능성이 상당히 높음을 명시.”
륀느의 말에 에반젤린과 홍단이 청단이가 모두 눈을 반짝였다.
“진짜아? 어떻게 해? 링느!”
“어서 말해줘어!”
그 말에 륀느는 조용히 침묵하다 작은 팔을 들어 올렸다.
우우웅…….
동이세 그녀의 손등 위로 독특한 장치가 구현되었고 이내 빠르게 일렁이는 라이트 세이버를 뽑아냈다.
“산타를 납치. 그의 등에 있는 선물을 모두 노획할 것.”
륀느의 말에 홍단이와 청단이가 충격을 받은 눈을 했다.
“이…… 이럴 수가! 그런 방법이!”
“놀라워!”
손뼉을 짝짝 치며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며 에반젤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건 나쁜 짓이잖아. 산타할아버지는 나쁜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다고 하셨는데…….”
“선택의 여지가 있음을 확인. 륀느가 산타를 제압하면 나머지 모두가 달려들어 선물을 노획. 착한 일을 해서 1년에 한 번 선물을 받는 것. 그리고 노획 한 번으로 선물을 각자 10개 이상 챙길 경우.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게 오히려 싸게 먹힌다고 판단!”
륀느가 푸른 눈동자를 번뜩였다.
“그에 따른 작전 수립을 요청해.”
“흐응…….”
“하, 하지만 나쁜 아이가 되는데…….”
고민하는 세 아이였다.
하지만 곧 대량의 선물이라는 유혹에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륀느가 제압. 나머지는 빠르게 선물 회수.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해.”
“하지만 이렇게 하면 홍단이 청단이가 착한 일 한 게 소용없어.”
“맞아맞아.”
애써 정신을 다잡으려는 두 아이를 보며 륀느가 무표정한 얼굴로 쐐기를 박았다.
“그래서. 선물 많이 안 받을 건지 질문. 륀느는 계획을 실행. 홍단이 청단이는 선물 한 개. 륀느는 선물 10개. 륀느는 10년 치 선물 가불.”
무표정으로 놀리듯 말하는 걸 보며 홍단이가 뺨을 잔뜩 부풀렸다.
“링느 치사해!”
“맞아! 청단이도 선물 많이 받을 거야!”
결국, 넘어가버린 두 아이였다.
같은 시각.
티오니스에는 없지만, 산타에게 선물을 받는다는 말 하나에 푹 빠져서 영지를 쏘다니며 선행을 하고 다닌 홍단이와 청단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데이비는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되나?”
산타 복장과 같은 붉은색의 옷과 모자. 그리고 긴 수염을 끼우고 이리저리 움직여보는 데이비를 향해 일리나와 에이리아 그리고 페르세르크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역시 그게 필요하겠구나.”
“맞아요.”
순식간에 의기투합한 세 사람이 움직인다. 에이리아는 귀를 쫑긋거리며 거울을 들이밀었고, 일리나와 페르세르크는 지구의 분장 도구들을 마구잡이로 꺼내 들었다.
“데이비. 눈감고 100초만 헤아려. 그럼 다 끝나있을 게야.”
“거 말이 좀 그렇다?”
“문화를 퍼뜨릴 생각이니 영지 곳곳을 돌아다닐 거면, 널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까.”
데이비의 얼굴을 어지간하면 대부분의 인간들이 알고 있는 만큼 신중해야 했다.
“그런데 굳이 영지 전체에 이런 문화를 퍼뜨릴 이유가 있어?”
“산타는 종교개념보다는 요정의 느낌이 강하니까. 영지의 아이들은 곧 영지의 미래인 만큼 투자하는 거지.”
물론 다음부터는 대신 이 짓을 해줄 놈들이 있다.
바로. 아이나 헬리샤나를 필두로 하여 암암리에 움직이기에 최적화된 다크 엘프들.
다만 첫 번째 단추는 직접 끼우려는 그였다.
현재 그들은 홍단이 청단이가 모르게 산타 변장 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임의적으로 정해둔 밤이 깊어가기 시작했다.
륀느의 수작질로 인해 홍단이 청단이, 그리고 에반젤린이 무슨 계략을 꾸미고 있는지도 모른 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