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17화
밤이 밝고 달이 떠오른 하인스 영지는 여타 영지보다 밝은 편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런 영지도 모두가 잠에 빠져들며 어두워지고 마석 가로등을 제외하곤 빛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된다.
본래 영지 관리를 대신해주던 에이미가 현재 귀족으로서의 권리나 의무를 하나하나 이행하기 시작하면서 현재의 업무는 베르닐 시종장과 내가 다 해결하고 있다.
“어때 소문 효과가 좀 있어?”
아이나 헬리샤나를 이용하여 영지 전체에 어떤 소문을 암암리에 퍼뜨렸다.
일정 시기가 되면 붉은 옷을 입은 산타가 찾아와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준다는 그냥 우스갯소리로 할만한 이야기다.
하지만 선물을 받아버린다면?
어른은 몰라도 아이들에겐 큰 영향을 미치리라.
그런 작업을 해둔 건 사실 생각보다 오래된 것으로, 너무 크지 않게 그저 알음알음 퍼지도록 몇몇 영지민 대표들을 하인스 영지 대표문화를 주도한다.
“상당한 예산이 들어갈 겁니다. 저하.”
“애들 선물이야. 그 정도도 감담 못할 거였다면 하인스 아카데미나 내 취미생활 다 접어야지.”
“명 받잡겠습니다.”
“아참. 애들은?”
“전부 취침에 드셨습니다.”
“그래? 그럼 시작해보자.”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붉은 옷을 챙기자 베르닐 시종장이 숨을 크게 들이쉬며 고개를 돌렸다.
옅게 떨리는 것이 억지로 무언가를 참는 모습이었다.
“왜. 웃겨?”
“아, 아닙니다.”
* * *
“티미! 산타할아버지가 오실까?”
“흐응…… 착한 일 많이 했으니까 올 거야!”
하인스 영지 내의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얼마 전부터 돌기 시작한 어떤 소문으로 굉장히 들떠있는 상황이었다.
“티미! 타미! 어서 자렴! 안 그럼 고블린들이 잡아간다!”
“네에!”
“어휴 참 얘들은 머리맡에 웬 보자기를 놔두는 거야.”
신이 나서 산타라는 어떤 요정에 대해 떠들던 그들은 이내 부모의 말에 따라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어둡게 늦은 시각.
굴뚝 속에서 누군가가 스르륵 모습을 드러냈다.
“이야. 이거 주거침입인데.”
피식 웃으며 중얼거린 존재는 바로 데이비였다.
“어디 보자. 티미와 타미. 선물은 1번과 3번이네.”
주머니 속을 뒤적거리던 데이비는 이내 작은 상자 두 개를 아이들의 머리맡에 있는 보자기에 선물을 스르륵 넣었다.
동시에 데이비의 형체가 검은 안개처럼 흩어진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기에 그 누구도 데이비의 접근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후 다시 굴뚝을 통해 밖으로 나온 데이비는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아이나를 향해 물었다.
“대충 어떻게 하는지 알았지?”
“영지 은밀 정보부를 이렇게 쓰시겠다고요?”
“어.”
“……애들 선물 주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움직임 보이지 마세요. 휘하에 있는 녀석들이 보면 자괴감에 빠져서 괴로워할 겁니다.”
암살자들이 봤다면 이런데에 그런 엄청난 보법 쓰지 말라며 피를 토할 모습이지만 상관없었다.
붉은 옷을 입고 수염을 가지런히 정리한 데이비가 선물 보따리 중 일부를 건넸다.
“됐고. 너희도 움직여.”
하인스 영지의 영지민의 수를 생각하면 하룻밤 사이에 아이들에게 전부 선물을 가져다주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저…… 그런데 매해 이렇게 하면 예산과 인력낭비가 너무 심할 텐데요.”
“처음엔 문화를 퍼뜨리는 데에 집중해. 그다음부터는 알아서 될 테니. 그 전까지는 적당히 조율할 거야. 매해 모든 아이들이 받으면 의미가 퇴색되니까.”
데이비의 설명에 아이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쉰 후 입고 있던 붉은 산타 복장을 불편한 듯 이리저리 바라보았다.
“누가 보면 정말 부끄러운 의상이라 조금 그렇네요.”
“안 들켜야지. 누구 눈에 보이려고?”
“아뇨. 다녀오겠습니다.”
“애들 동심 부수지 마.”
“아이들에게 들킬 정도로 어리숙한 이들은 없습니다. 그런데 들키면요?”
“월급 삭감한다. 네 월급으로.”
“들키는 놈은 처리해야겠군요.”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그녀를 필두로 대륙을 유랑하다가 하인스 영지로 예속된 다크 엘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목의 성자 일로 인해 다크 엘프 중 많은 수가 아이나를 따라 하인스 영지에 스며든 것이 가장 큰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눈이 내리면 더 좋겠는데.”
눈을 내리게 하려면 영지 전체의 온도를 강제로 내려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던 중 데이비는 뭔가 떠오른 듯 손뼉을 쳤다.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양손에 빛의 덩어리들을 모은 뒤 그대로 움켜쥐었다가 다시 펼쳤다.
그러자 빛덩어리들이 더욱 맹렬하게 빛을 뿜기 시작했고 그대로 그것을 뭉쳐 반응시켰다.
그러자 구조가 변형된 빛의 구체들이 은은하게 빛내며 공명했고, 그는 그 두 개의 구체를 양손으로 뭉친 뒤 허공에 휙 던졌다.
파앙!!!
조용한 소리와 함께 쏘아져 올라간 빛은 이내 빛으로 따뜻한 눈이 되어 쏟아지기 시작했다.
“좋아.”
이후 데이비는 자신이 직접 가려 했던 집 총 30곳을 모두 순식간에 순회한 후 다시 본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세 부인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녀들은 이미 그가 올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미리 준비한 것들을 내놓았다.
“데이비. 여기 선물.”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주는 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홍단이나 청단이, 에반젤린에게 줄 선물을 대충 고를 수는 없었다.
“여기 홍단이 선물.”
아이들의 선물은 에이리아와 일리나. 그리고 페르세르크가 직접 준비했다.
“홍단이는 고기를 먹고 싶어 하더라.”
“거 바라는 거 한 번 소박하네.”
그런데 선물로 소고기 세트를 가져다 놓을 순 없는 법이다.
결국, 홍단이의 선물은 일리나가 짠 목도리가 되었다.
가장자리에 앉아서 얌전하게 하는 작업을 못 하는 일리나였기에 조금 엉성하긴 해도 그 안에 담긴 뜻은 제법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홍단이 선물은 이거에요”
이윽고 에이리아는 그녀와 같은 청록빛과 흡사한 비취로 만들어진 머리핀을 건네주었다.
“직접 만들어봤어요.”
“이걸? 언제 배웠는데?”
“헤헤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청단이의 선물과 홍단이의 선물이 포장되고 마지막으로 페르가 데이비게 작은 상자를 건넨다.
“에린이 아직 어릴 때 그대가 에린이를 안고 있던 사진이야. 지구의 카메라로 찍어서 여기선 구할 수 없는 게지.”
“아…… 괜찮네.”
사진 속의 에반젤린은 너무도 귀엽고 작은 아이였지만 지금의 에반젤린은 고대룡의 특성에 따라 육신이 엄청나게 성장했다.
대단한 선물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소박함은 교육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건 모두가 동의하는 사안이었다.
“그럼 다녀올게.”
“데이비. 륀느 선물은?”
“이미 준비해놨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창문을 타고 스르륵 이동했다.
* * *
홍단이 청단이는 검의 모습으로 나와 함께 움직일 때를 제외하면 보통 성 내에 있는 작은 놀이방에 있는 침대에서 잠들곤 한다.
무슨 연유였는지 홍단이와 청단이는 중간에 에반젤린을 두고 양쪽에서 꼭 끌어안은 채 잠들어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내게 사업아이템을 떠올리게 한 아이들답게 녀석들은 머리맡에 빨간색의 양말 같은 주머니를 하나씩 걸어놓은 모습이었다.
스르륵…… 스륵…….
커다란 보따리를 쥐고 조심스레 진입한 내가 양말을 들여다보았다.
[홍다니꺼]
철자가 틀린 글자지만 그것이 더욱 귀엽게 보였다.
그 외에도 각자 이름이 붙어있다.
귀엽게도 산타가 선물을 헷갈릴지도 모른다고 저리 적어놓은 모양이다.
절로 웃음이 나온 나는 미리 준비해둔 선물들을 각자의 양말 보따리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곤히 잠든 아이들의 뺨을 한 번씩 쓸어준 뒤 돌아서려던 그 순간.
어?
“산타. 발견”
내 앞에 인류의 구원자를 들고 날개를 펄럭이고 있는 륀느가 보인다.
“무슨.”
“제압 개시!”
지이잉!!!
동시에 륀느의 날개가 번뜩이더니 빛의 줄기들이 쏟아져 나와 그대로 나를 포박한다.
“지금!”
동시에 륀느가 외쳤고 잠들어있던 홍단이와 청단이 그리고 에반젤린이 동시에 눈을 부릅 뜨며 벌떡 일어난다.
“우와! 산타할아버지다!”
“진짜야! 선물 주러 오셨어!”
이것들이 설마…… 산타를 잡아서 선물을 강탈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
어처구니가 없어진 내가 륀느를 바라본다.
분장과 의상 수염으로 인한 위장 덕분에 나를 알아보진 못하는 게 다행이었다.
그냥 산타가 올 때까지 잠들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야 귀엽게 넘어갈 수 있지만, 세상에 어떤 어린이가 산타를 잡아서 그 선물 보따리를 독식하려는 생각을 했겠는가.
‘홍단이 청단이나 에린이는 아니야.’
그렇다면. 이 무식한 계획을 수립한 놈은 단 하나.
륀느.
“움직이지 않으면 유혈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거라 약속. 륀느가 신뢰를 높게 평가.”
이것들은 혼이 좀 나야 한다.
* * *
쾅!!!!
엄청난 폭발 소리가 들려오지만, 성을 지키는 기사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근무 태만이 아니라 내가 모조리 소리를 차단시켜버린 것이다.
순식간에 몸을 박차고 륀느의 사정권 밖으로 물러나자 녀석은 아주 기다렸다는 듯 내게 쏘아져 들어온다.
“륀느가 미사일 드롭킥을 채택!”
쩌어엉!!!!
아주 작정하고 공격하는 녀석과 반대로 홍단이 청단이는 신기한 듯 나를 바라보다 이내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내가 떨어뜨린 선물 보따리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우……우와! 선물이 가득해!”
전부 빈 상자지만 구색을 위해 가지고 있던 것들이다.
“지…… 징짜!”
“자, 잠깐만 언니! 정말로 할 거야?”
“으으…….”
마지막에 와서 고민을 하는 건지 홍단이와 청단이가 턱을 어루만지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거 나쁜 짓인데…….”
“그건…….”
보따리를 두고 고민하는 녀석들을 보며 나는 륀느의 돌진을 가볍게 흘려내듯 걷어냈다.
그리고는 빠르게 달려들어 보따리를 낚아챘다.
“앗!! 선물이!”
놀란 홍단이가 버둥거리다 벌떡 일어나 비틀거렸다.
그리고는 근처의 널브러진 장난감을 하나 밟고 그대로 넘어지려 했고 나는 반사적으로 보따리를 집어 던진 채 홍단이를 받아냈다.
아슬아슬하게 홍단이가 박살 난 벽 밖으로 떨어지지 않게 막자 나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홍단이는 검이 본체인 만큼 떨어진다고 크게 다칠 일은 없다지만 그래도 그걸 두고 볼 입장이 아니었다.
“아빠?”
그리고.
놀란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던 홍단이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수염 멀쩡하고, 위장 완벽한데.
어떻게 알아본 거지?
내가 잠시 멈칫하자 홍단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아빠…… 거짓말이었어. 산타할아버지 다 거짓말이었어!!”
결국, 울음을 터뜨리는 홍단이를 따라 청단이도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조용히 생각하던 륀느가 식은땀을 흘리며 무표정한 얼굴로 뒷걸음질 친다.
“데이비 님. 륀느는 아무것도 모른…….”
“동작 그만. 륀느 넌 이따가 보자.”
절대 해선 안 되는 것. 아이들에게 내가 나라는 것을 들키면 절대로 안 되기에 주도면밀하게 위장까지 했다.
하지만. 홍단이와 청단이는 그런 것을 제외하고도 나를 알아보고 말았다.
“아빠가 홍다니 속였서!”
엉엉 울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인 줄 알았던 산타할아버지가 거짓이었고, 선물을 주러 온 산타할아버지가 진짜가 아닌 아빠가 변장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홍단이 청단이가 받은 충격은 정말 거대했다.
당연 그것은 에반젤린도 마찬가지였다.
“아빠…….”
“어……어어?”
“산타할아버지는…… 없는 거예요?”
그녀는 몹시 슬픈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잘못은 아이들이 했지만 그건 그것이고 동심이 파괴된 충격은 별개의 문제였다.
이게 다 륀느 때문이다.
내가 륀느를 향해 무형의 압박을 가하자 녀석이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부렸다.
“산타할아버지는 없는 거야!”
결국, 홍단이가 세상이 떠나가듯 통곡하기 시작하자 나는 일단 두 아이를 달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였다.
차릉차릉차릉!!
어딘가에서 방울 소리가 울려 퍼진다.
엉엉 울던 아이들은 갑작스런 소리에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이내 모습을 드러낸 어떤 존재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와아…….”
놀랍게도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붉은 산타복을 입은 한 소녀였다.
금발을 길게 늘어뜨린 그녀는 얼굴을 가리기 위해 귀여운 동물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정체를 눈치챘다.
새하얀 털이 장식된 짧은 산타복. 언 듯 보면 귀여워 보이는 디자인을 한 복장을 하고 있던 이는 내 기억 속에 단 한 명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녀는 잠시 멍하니 상황을 지켜보더니 근처에 있는 공을 집어 들어 내게 휙 던져버리고는 홍단이와 청단이에게 선물을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에반젤린에게도 어떤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사람을 잡아서 물건을 빼앗는 건 나쁜 짓이야.”
담담한 말에 세 아이는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는 안 그럴 거지?”
“어…… 언니는 산타할아버지야?”
홍단이가 신기한 듯 묻자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여기 홍단이 청단이 그리고 에반젤린의 선물. 착한 일 많이 했지만, 마지막에 나쁜 짓을 해서 본래 선물을 안 주려고 했는데.”
“흑.”
“으앙! 잘못했어여!”
엉엉 우는 아이들을 보던 그녀가 말한다.
“그동안 많은 선행을 해왔으니 이번만 용서해주는 거야. 다신 안 그럴 거라고 약속해.”
“네!”
“다, 다신 안 그럴게요!”
그녀들의 말에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어준 그녀는 선물을 모두 건네준 뒤 반짝이는 별가루를 흩뿌렸다.
신의 영역의 영웅. 마법사 오딘.
그녀는 나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게 굉장히 낯간지러운지 안절부절못하더니 급히 도망치듯 사라져버렸다.
산타 복장을 할 때부터 알아봤지만 아마 상황을 도와주기 위해 급히 움직인 것이리라.
그러던 중 나는 그녀가 언제 건넸는지 모를 내 주머니에 찔러 넣어진 작은 상자를 보고 피식 웃었다.
직접 건네주면 어디 덧나나. 그새 넣고 도망갔네.
선물의 내용물은 알 길이 없지만 내심 그녀에게 고마운 기분이었다.
동시에 눈을 한번 감았다가 뜨자 그녀의 신형은 마치 빛이 된 것처럼 사라져있었다.
“선물…… 선물이야. 산타할아버지…… 아니 산타 언니는 있었어!”
“다행이야…… 용서받았서…….”
안도하는 두 아이를 보며 나는 쓰게 웃음 지었다.
“정말 산타가 와버렸네.”
“아빠?”
“홍단이 청단이가 착한 일 많이 해서 선물을 받았나 보다.”
내 말에 두 아이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 울먹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오 아빠아…….”
반성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효과가 좋았음을 깨달았다.
아직 달의 숲에 있는 뮤우에게도 선물을 전해주지 않았기에 계속 이곳에 있을 순 없었다.
“그래. 다시는 그러면 안 돼. 알았지?”
“네에…….”
나는 녀석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륀느를 흘깃 바라보았다.
동시에 륀느는 손에 쥐고 있던 선물 상자를 휙 던져버리고는 크로우바를 손에 쥔 채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크로우바도 잘못된 선택임을 인지하고 그것도 던져버린 뒤 뒷짐을 지며 필사적으로 딴청을 피웠다.
“륀느. 벽 고쳐놔라. 오늘 밤 안에.”
그렇게 말한 나는 두 아이와 에반젤린을 향해 말했다.
“안채로 가.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오늘은 같이 자자.”
내 말에 세 아이는 신이 난 듯 선물 보따리를 들고 후다닥 뛰어갔다.
“데…… 데이비 님.”
“넌 내가 이거 다 끝내고 보자. 디셉티콘 명령권 2주 압수다.”
“그…… 그것은?!”
애들을 꼬드겨서 산타를 포획하려고 들어?
홍단이 청단이와 에반젤린만 있었다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원흉은 분명 그녀에게 있다!
내 미소에 륀느는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어째서인지 굉장히 당황한듯한 느낌이었다.
하인스 영지의 선물 세례를 끝내고 이제 달의 숲과 황색 바위 부족으로 향하려던 찰나 나는 문득 궁금해져서 산타로 변장한 오딘이 주고 간 선물 상자를 열었다.
산타가 산타에게 선물을 받다니 퍽 우스워서 웃음이 나왔다.
달칵-
이윽고 길고 작은 상자를 개봉하자 그안에 어떤 구슬과 쪽지가 들어있는게 보였다.
[불태워버리겠어.]
“어?”
콰아아아아아아앙!!!!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바닥에 쓰러져서 대체 왜 내가 선물 대신 폭탄 마법을 받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