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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20화 (1,020/1,559)

제 1020화

“뭐해?”

스르륵 나타난 비 연이 나를 향해 묻는다.

“아…… 별거 아닙니다. 그냥 이거 생각보다 잘 안 움직이네요.”

커다란 마법진 위에 생기의 구슬을 올려놓고 조율하고 있는 나를 비 연이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나도 생기의 구슬을 보는 건 처음이라 어떻게 다루는지는 몰라.”

“당신 같은 케이스가 어디 흔합니까.”

내 대답에 그녀는 신기한 듯 생기의 구슬과 그 구슬을 생명력으로 조율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왜 그게 필요하지? 내가 보기에 너는 이미 어마어마한 생명력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나는 이 생기의 구슬이 품고 있는 생명력 이상으로 방대한 힘을 멋대로 조율할 수 있다.

굳이 생기의 구슬을 얻을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신의 권능중 일부까지 지니고 있으니 무엇을 했건 생기의 구슬에 버금가는 힘을 내 스스로 만들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가 다루는 생명력은 가능성이 너무 많습니다. 그거 하나하나 조율하고 있다간 시간 내에 못 맞추는 건 물론이고, 잘못했다간 이쪽도 골치 아파요.”

내 대답에 비 연은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거 아직 힘이 모자란 거 같은데?”

“그래 보이네요. 뭔가 다른 재료가 필요한가…….”

“뭘 만들려고 하는지 알려줘도 되는 거 아니야? 네 덕분에 우치를 만났으니 이런 도움 정도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

그녀는 내게 제법 호의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만나고 싶어 했던 우치를 내 도움을 받아 만났으니 말이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해. 도와줄 테니.”

“어디로 갈 겁니까?”

“당분간 정기가 좋은 산에서 지낼 거야.”

그녀는 제법 만족스러운 듯 꼬리를 살랑거렸다.

“그런데 구미호는 꼬리를 반려 이외에 보이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누가 그래?”

세상이 다르니 그 문화도 다르다는 것인지.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그렇게 비 연이 떠나고 다시 일에 집중하고 있던 찰나였다.

공간이 찢어지며 누군가가 나타난다.

“갔냐?”

형이 거기서 왜 나와?

“안 사요.”

모습을 현신시키던 그를 강제로 돌려보내려 하자 그가 힘으로 나를 밀어내며 눈을 부릅떴다.

“야. 너 나랑 할 말 많다. 그치, 어?”

“아. 보험 안 해요. 가입 안 해.”

“보험은 얼어 뒤질! 너 이 새끼 비 연이 네 곁에서 떨어지는 날만 기다렸다!”

결국, 현신에 성공한 그가 내게 달려들었다.

비 연이 떠나고 완전히 미라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나마 회복을 거친 탓인지 상당히 피곤해 보였다.

“그거 내놔!”

“어허! 왜 이러실까!”

그가 눈을 부라리며 다시금 달려들었다. 그럼에도 주술을 사용하지 않는 건 그가 그만큼 지쳐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야! 너 몸보신할 게 뭐가 있다고 그래! 날 줘! 그거라도 있어야 내가 살 수 있으니까!”

“이건 내 껍니다.”

“그게 어떻게 완전히 니 꺼냐! 니 스승 팔아먹고 얻은 거잖냐!”

대놓고 바닥에 드러누워 땡깡을 피우는 그를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회랑의 영웅들 중 가장 무게감이 없는 양반.

바로 이 양반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잘 따랐던 것도 사실이지만.

바닥에 드러누워 아주 땡깡을 피워대던 그는 당장 물러날 기미가 없어 보였다.

이에 나는 주변에 고요 마법 사일런스의 장막을 펼친 뒤 말했다.

“이거 페르세르크에게 쓸 겁니다.”

“…….”

동시에 땡깡을 피우던 그가 표정을 굳히더니 상체를 일으켰다.

“너 설마…….”

그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정말로 할 거냐?”

“해야죠. 나도 눈치가 있는데.”

“……하…… 씨 이러면 달라고도 못 하겠네.”

머리를 긁적인 그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구슬에 손을 뻗었다.

“텄다. 지금 이대로는 안 돼.”

도력을 피워올려 구슬을 보던 그가 말했다.

“휴면상태야. 이걸 제대로 쓰고 싶으면 재료가 더 필요하다.”

그동안 내가 아무런 진행도 못 하고 있던 참이었기에 그의 말은 꽤 내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재료요?”

“아마 구하기 힘들걸? 절대 못 구해.”

그가 손사래를 치며 나를 놀리자 인상이 찡그려진다.

“아니 그래서 뭔데요.”

“인어의 비늘.”

“이거요?”

내 말에 그가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는 떨리는 손으로 내가 꺼낸 인어, 소야의 비늘을 집어 들었다.

“데이비.”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그가 내게 말한다.

“이거, 하나 더 없냐?”

없어 이 양반아. 이 와중에도 자기 몸보신밖에 생각이 없어요.

* * *

인어 소야가 내게 건네준 비늘이 이렇게 쓰일 줄 몰랐다.

우치의 도력에 반응한 소야의 비늘은 마치 빛 가루처럼 흩어지며 푸른 생기의 구슬에 스며들었다.

인어의 육신은 불사의 영약이라는 소문이 있다.

그게 온전한 사실은 아니지만, 그녀의 꼬리지느러미 비늘은 상당한 힘을 품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인간이 왜 노화가 되고 수명이 있다고 생각하냐.”

“육신의 재생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죽음이란 재생의 한계를 넘었기에 죽는 것이다.

“인어의 비늘은 그 재생력에 한해선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지. 그 힘을 이용해서 생기의 구슬을 깨우는 거다.”

그가 도력을 한 차례 튕기자 빛이 일어나며 푸른 생기의 구슬이 더욱 크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확실히 처음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었다.

“설마 더 필요합니까?”

“인어의 비늘은 얻고 싶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야. 네게 이걸 준 그 인어는 아마 백 년 치 자신의 생명력을 뜯어준 걸 거다.”

그의 말에 나는 소야에게 괜히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사실 재료는 하나 더 필요해.”

일렁이는 구슬의 주변에 부적을 붙여 현 상황을 유지시킨 뒤 그가 내게 물었다.

“데이비. 정말 할 거냐? 실수하면 돌이킬 수 없는 슬픔이 될거다. 그녀와의 관계가 한순간에 박살 날 수도 있다.”

“실패 안 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 단호한 대답에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비 연. 3년에 한 번.”

“3년이요? 안 되지 안돼. 1년.”

“2년.”

“어허. 그런 게 어딨습니까. 어느 부부가 2년에 한 번씩 만나요. 1년도 긴데.”

“넌 그년을 몰라서 그래. 네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나는 안 도와줄 거다.”

“…….”

고집을 내세우는 그를 보며 한참을 고민했을까.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2년. 그 이하는 절대 안 돼.”

“좋아요. 2년 합시다.”

비 연에겐 미안하지만 당장은 이쪽이 우선이니.

“그리고, 네 동생 상태가 말이 아니던데.”

“설마 그 정도일 줄 몰랐죠.”

저러다가 결혼도 안 하고 평생 연구만 하다가 죽을 거 같아서 섬뜩할 지경이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방에 가둬놓고 게임만 시키고 있어요. 제법 흥미로워하던데.”

“……좋지 않은데…….”

그렇게 중얼거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와. 마지막 재료는 내가 있는 곳을 아니까.”

“그게 뭔데요?”

내 물음에 우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원귀의 서리.”

* * *

원귀의 서리란 인간이 죽어 윤회에 들지 못하고 귀신이 되어 남은 존재들이 오랜 시간 존재하면서 품는 에너지다.

비록 원귀의 서리라고 불리는 만큼 굉장히 위험한 힘이지만 그게 생기의 구슬과 엮이면 중화반응이 일어나면서 꽤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뜻이었다.

우치는 검은 정장에 검은 선글라스를 쓴 채 갖은 폼이란 폼은 다잡으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휴……저 인간을 내가 모른척할 수도 없고.”

나를 발견한 뒤 손을 흔드는 그를 향해 다가가며 내가 묻는다.

“아니, 그래서. 왜 그 꼴입니까.”

“세상이 변하면 변할 줄도 알아야지.”

선글라스를 벗으며 그가 앞에 놓인 람보르기니에 고갯짓을 했다.

“저거 니 꺼지? 괜히 시선 모으지 말고 인식저해 건 다음에 시동 걸어.”

“어디로 갑니까?”

“강원도. 내 후손 중에 아직까지 제사를 지내주는 놈들이 있다더라.”

“잠시만요. 에오니샤에게 말이나 하고 오게.”

나는 별장에 남아 방안에서 [어두운 영혼3]이라는 게임에 몰입하고 있는 에오니샤를 발견했다.

“악!! 이 치사한 놈들!! 이게 왜 맞아?!”

비명을 지르며 패드를 집어 던지려다 참는 에오니샤를 보며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냥 둬도 되겠다.

결국,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치와 함께 차에 올랐다.

부아아아앙!!!

우치의 대략적인 안내와 내비게이션을 통해 도로를 내달린다.

맹렬한 속도로 내달리는 와중에도 주변의 차량들은 근처에 가까이 오지도 않았다.

“역시. 내 패기에 쫄아서 다들 물러나는구만.”

“워낙 비싼 차라서 사고 나는 순간 난리가 나니까 알아서 피하는 겁니다.”

비록 비싼 차량을 선호하는 건 아니지만 수억씩 하는 차량을 타고 다니면 사실 운전이 굉장히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게 의도하지 않은 드라이브를 즐기며 고속도로를 달렸을까.

나는 우치의 안내에 따라 강원도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이곳은 말이야. 예전에 내가 어떤 특급 원귀를 정화한 곳이야. 그런데 그때 당시엔 워낙에 풋내기 시절이라 제대로 정화를 못 했거든.”

“아파트뿐인데요?”

그가 나를 안내한 곳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동네의 낡은 아파트였다.

“당연히 시간이 지나면 바뀌지. 따라오기나 해.”

그는 아파트 내부로 들어가며 말했다.

“이곳에 아직 그 원귀 놈의 사념이 남아있어. 원귀의 서리는 깊을수록 그 상성이 좋으니까 이곳에 있는 사념도 정리할 겸 네가 원하는 것도 얻을 수 있지.”

그는 부적 한 장을 들어 이리저리 살피더니 이내 어느 쪽을 가리켰다.

“저 집이다. 내 장담하는데. 이 집에 사는 인간들은 귀신 때문에 굉장히 고통을 받았을 거다.”

그의 설명에 나는 조용히 스마트폰을 들어 아파트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다.

귀신아파트.

아파트 이름을 검색하자마자 뜨는 여러 가지 괴담들이 보인다.

그냥 헛소리는 아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보아하니 아파트가 만들어질 때부터 말이 많았다고 하네요. 투신자살에. 의문사. 금실이 좋았던 부부가 어느 날 손도끼를 들고 서로를 찍어 죽였다는 소문도 있고. 덕분에 집값도 말이 아니라는 모양입니다.”

“뭘 그런걸 신경 써. 다만. 그놈의 사념을 얻기 위해선 일단 이 근방 주민들의 협조를 받아야겠지? 여기서 내가 전문 주술사의 위엄을 보여주마.”

주민에게 최면을 거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는 당당하게 걸어 나가더니 나를 옆에 세워 두고 낡은 아파트의 문을 두드렸다.

“여기다. 실례합니다!!”

저 양반을 누가 신급 존재라고 생각이나 할까.

당당하게 문을 두드리는 그를 무시한 채 주변을 둘러보자 사이한 영력이 느껴지는 게 보였다.

그냥 정화하는 것은 쉽지만 나는 힘이 너무 강해서 잘못했다간 원귀의 서리를 얻지도 못하고 정화시켜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직접 나선 것이다.

“누구세요?”

이윽고 안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우치는 자신만만하게 나를 바라본다.

“잘 보고 배워라. 데이비. 네가 중간계를 조율할 거면 이런 것도 할 줄 알아야 해.”

“지구는 넬타리드가 알아서 할 텐데요.”

“그 신은 유지만 할 뿐 이런 건 건드리지 않아.”

그렇게 말하며 그는 목을 가다듬었다.

그래. 당대 최고 주술사의 실력이나 한번 보자.

그렇게 생각하며 가만히 기다리자 그는 곧 아파트 문이 열리며 모습을 드러낸 여성을 향해 느긋하게 웃어 보였다.

씨익 웃는 그를 보며 여성이 떨떠름하게 올려보자 우치가 당당하게 그녀를 한방에 협조하게 만들 말을 내뱉었다.

“도를 아십니까?”

쾅!!

철문이 닫혀버리고 우치는 잠시 침묵했다.

“거 배우기 쉽네요. 도를 아십니까. 그런데 이거 쓸모있는 겁니까?”

내 물음에 그가 시뻘게진 얼굴로 소리 질렀다.

“시끄러 임마!”

“비켜봐요. 그냥 최면 걸어서 협조하게 만들게.”

“야 이 새끼야! 니가 사람 새끼냐?! 원귀한테 시달린 사람은 정신력이 낮아서 네가 최면 잘못 걸면 오히려 안 좋아!”

“아 그럼 빨리 해결하던가! 그리고, 정신력 낮은 건 신성 마법으로 해결 가능합니다.”

“됐고, 넌 보기나 해!”

내 짜증에 그가 인상을 찡그렸다.

“이상하네…… 이게 아닌가? 그럼…… 이보세요! 좋은 말씀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쾅쾅쾅!!

문을 두드리며 그가 소리쳤지만, 안에선 어떤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위이이이잉!!! 위이이잉!!

경찰이 그와 나를 찾아왔다.

“형 믿은 내가 x신이지.”

내가 한껏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아파트 전역에 감도는 싸한 음기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여기 원귀인지 뭔지의 사념이 있는 건 알겠네.”

“끄응…… 옛날엔 그냥 무속인의 사당 하나가 있었는데…… 어쩌다가 이런 아파트가 들어서서는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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