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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21화 (1,021/1,559)

제 1021화

“서까지 같이 가시죠.”

“아니. 이봐. 지금 내가 여기 아주 중요한 일 때문에 왔다고!”

“아니 그러니까…… 그건 서에서 다 말씀해주시고.”

실랑이를 벌이는 우치와 경찰들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든 경찰에게 자신이 수상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설명하려 애쓰는 우치를 보다 짜증이 일어 최면을 걸까 했지만.

결국, 나는 손대지 않았다.

그가 곤란해하는 꼴을 보고 있으면 왜 이렇게 재미가 있는 건지.

결국, 참다못한 우치가 부적을 한 장 꺼내 들었다.

“뭡니까 그건.”

“뭐긴요. 이렇게 쓰는 거지.”

철썩!!

경찰의 이마에 부적을 붙여버린 우치였다.

순식간에 굳어버린 두 명의 경찰을 향해 우치가 말한다.

“돌아가라. 나는 이곳의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기 위해 온 것이니.”

“예…….”

공허한 얼굴로 대답하는 그에게서 다시 부적을 떼어주지만, 그는 휘적휘적 걸어가 차량에 탑승해 돌아갈 뿐이었다.

“후…… 귀찮게 됐다.”

“최면 걸지 말라면서, 자기는 하네.”

“아니 임마 이건…… 그 뭐냐. 공무집행이지 그래.”

애써 자기합리화를 하는 그였다.

“어쨌든. 일단 이 안으로 들어가야 해.”

“어떻게요.”

내 물음에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문을 다시 두드렸다.

“이봐! 다 알고 왔어. 문 열어!”

어휴 저 인간을 그냥…….

쾅쾅쾅!!

단단히 겁을 먹은 집주인이 잘도 나와주겠다.

이에 나는 그의 어깨를 잡아당기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거 민폐 그만 끼칩시다.”

“아니 그럼 어떻게 할 거냐. 문 부수고 들어가?”

“그럴까요?”

“좋아. 내게 맡겨라.”

그가 방울 가지를 꺼내 들었다.

[진 화열참주]

순식간에 그의 방울 가지에 화염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냥 경찰 이용해서 진입하는 게 더 좋았을 텐데.”

“아. 그런 방법이 있었네!”

내 말에 그가 생각이 난 듯 손뼉을 쳤다.

그렇게 약 5분 기다렸을까. 좀 전 우치가 쫓아낸 경찰들이 멍한 얼굴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자. 시키는 대로 한다 알겠나?”

그의 말에 경찰들은 공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초인종을 눌렀다.

“경찰입니다. 신고받고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잠시 기다렸을까.

이내 문이 열리며 그 안에서 여성이 나왔다.

“겨…… 경찰 아저씨. 그 사이비들은요?!”

“그게.”

경찰들은 잠시 멍하니 그녀를 보더니 이내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그들을 향해 우치가 입을 열려던 그 순간.

내가 그를 막아섰다.

그에게 맡기면 잘 될 것도 말아먹을 테니.

“우선 이렇게 막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경찰분들께는 따로 협조를 요청드렸습니다.

“대체…… 누구시길래…….”

“협조 좀 해주세요. 최근 잠을 거의 못 주무신 거 같은데.”

그녀의 눈 밑은 다크서클로 짙게 검어져 있었다.

“…….”

“밤중에 누가 자꾸 괴롭히죠? 그거 처리해주러 왔습니다. 뭐 종교권유 이런 것도 아니고 굿하라고 광고하는 것도 아니고요. 한 30분 정도만 협조해주면 금방 그놈 처리해드리지요.”

내 미소에 그녀는 한참을 고민하는 듯 침묵했다. 그리고는 이내 뭔가 짚이는 게 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야…….”

낡은 아파트 집안으로 들어서자 묘한 한기가 더욱 짙어진다.

보통 사람은 거의 느끼지 못하는 한기였지만 이놈은 대놓고 이 집 안에서 나와 우치를 경계하고 있었다.

“우치. 당신과 아는 원귀면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게다. 그 기세는 비슷한데 조금 다르네.”

이윽고 사과를 잘라내오는 그녀에게 물었다.

“언제부터였습니까?”

“네?”

“이렇게 잠 제대로 못 주무신 거.”

“한…… 2달 정도 된 거 같아요. 예전에도 조금 싸한 느낌은 들었지만 그래도 드문드문 그래서 굿도 해보고 용하다는 스님들을 불러보기도 했구요. 그것도 효과가 없으니 마나를 다루는 각성자분들을 초청해본 적도 있는데…….”

그녀는 그동안 자신이 겪은 힘든 일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뭐. 믿으라곤 안 하겠습니다만. 원래 이곳이 원귀의 봉인터라 어쩔 수가 없네요.”

“그럼…… 그 원귀를 처리해주러 오신 건가요?”

“일단은요.”

가볍게 긍정하자 그녀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수많은 무당분이나 용한 스님, 목사님들이 많이 왔지만요. 효과는 없었어요.”

“걱정 마세요. 일단은 전문가니까.”

담담하게 말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한번 둘러봐도 될까요?”

“네.”

나는 우선적으로 음기가 가장 강한 안쪽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예쁜 항아리를 발견했다.

“아…… 그건 전주인이 가지고 있던 물건이에요. 워낙에 예뻐서 보관…….”

“뻔뻔하게도 숨어있네.”

우치의 중얼거림에 나는 망설임 없이 항아리를 꺼내 내려다 놓았다.

“어떻게 할래요. 바로 끄집어낼까요?”

“그러던가.”

내 말에 우치가 어깨를 으쓱였다.

“저…… 무슨 말씀…….”

“이 안에 원귀가 있으니 매번 가위눌리는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우치가 익숙하게 부적 두 장을 철썩철썩 붙였다.

그러자 항아리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눈으로 목격한 주인은 눈을 크게 뜨며 벌떡 일어났다.

쾅!!!

동시에 방문이 강하게 닫혔고 창문이 닫힌 방안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뜨드드드득…… 뜨드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심장 고동 소리 같은 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마치 공포영화에서 귀신과 마주했을 때의 상황 같았다.

-사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악!!”

공포영화에서나 볼법한 귀신의 소리를 직접 들은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아버렸다.

그런 그녀를 부축하며 내가 말했다.

“얼른 처리하세요.”

“오냐.”

믿음이라곤 쥐뿔도 가지 않는 우치였지만 저래 봬도 그는 영혼의 강. 즉 영적인 존재를 다루는 힘을 지닌 존재.

감히 원귀가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야…… 그렇게 숨는다고…….”

콱!!!!

“내가 모를 줄 알았나?”

허공에 손을 뻗은 우치가 싸늘하게 웃자 그의 손끝으로 검은 연기 같은 것들이 모여들더니 이내 어떤 괴이한 형체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끔찍한 상처를 입은 남성의 모습이었다.

-끼이이이이익!!!

괴로워하는 원귀는 피눈물을 흘리며 손가락을 뚜둑 소리 나게 꺾었다.

하지만.

우치가 처음 설명한 것치고는 너무 미약한 힘이었다.

“흐음…….”

한참 동안 원귀를 노려보던 우치는 이내 부적 하나를 놈의 몸에 붙였다.

-키아아아아아악!!!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강력한 바람이 일었지만, 우치가 가소롭다는 듯 손짓을 하자 그것이 흩어지며 사라진다.

좀 전까지 마치 폴터가이스트 현상처럼 흔들리던 것들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됐다. 이제 이놈 쥐어짜면 돼.”

세 번째 재료가 생각보다 쉽게 모이는 듯했다.

하지만 일이라는 게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는 않더라.

* * *

아파트에 넓게 퍼져있던 음기는 모두 사라졌다.

너무 허무할 정도였지만 그냥 주술사도 아니고 우치가 작정하고 나서면 이런 원귀가 아니라 원귀의 왕이 와도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야 할 상황.

우치에게 있어서 공포영화는 단순 추적 스릴러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다.

귀신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이야 이거 맛있다.”

음기가 사라지고 집안을 꿉꿉하게 누르던 것들이 모두 사라지자 집주인은 뭐가 그리 고마운지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가시는 길에 드시라며 작은 시루떡까지 싸주는 친절을 보였다.

“세상이 말이야. 이렇게 퍽퍽해서 어떻게 살겠냐? 도와주겠다니까 문을 닫아버리질 않나.”

“내가 그 사람이었어도 문부터 걸어 잠갔을 겁니다. 그보다 그놈 꺼내봐요. 얼른 쥐어짜서 원귀의 서리를 뽑아내게.”

우치와 내게 있어서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귀신의 존재는 단순히 파밍에 필요한 수단에 불과했다.

주변에 부적을 몇 장 붙여 도망치지 못하게 막은 나는 우치가 부적을 이용해 놈을 해방시키자마자 중얼거렸다.

“이상한데. 이렇게 대화도 안될 정도로 하급한 놈이 아니었는데.”

“형이 강해진 거 아니에요?”

“아니야 임마. 내가 그런 것도 못 알아볼까.”

-끼아아아아아아아악!!!

구속에서 풀려나자마자 섬뜩한 비명을 내지르는 원귀를 보며 우치가 손을 들었다.

철썩!!!!

그리고 망설임 없이 원귀의 뺨을 후려쳤다.

“시끄러워.”

-꺽…… 꺽꺽…….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져 제 뺨을 부여잡고 버둥거리던 귀신이 눈을 부릅뜨며 나와 우치를 공포에 질려 바라본다.

그리고는 도망치려는 듯 기어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3초 준다. 다시 이리와.”

스르륵…….

끔찍한 형태의 귀신이었지만 그는 순식간에 몸을 기어 우치의 앞으로 다가왔다.

“야. 너 나 모르냐?”

모를 리가 없다. 놈을 이 땅에 봉인한 건 우치였으니까.

하지만 귀신은 전혀 우치를 모르는 눈치였다.

대답 대신 기이한 소리를 내는 그를 보며 우치가 다시 손을 들려던 찰나.

내가 그를 말렸다.

“아무리 원귀라지만 너무한 거 아닙니까? 좀 인도적으로 갑시다. 손찌검이 뭡니까.”

“아니 이게 최고의…… 아니다. 그래 그렇게 잘났으면 네가 해봐.”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귀신의 머리를 잡았다.

“3초 안에 대답 안 하면 재밌는 꼴을 볼 거다.”

[8위계]

[대 성화포]

우우우웅…….

내 손에 막대한 신성력이 모여들자 귀신이 경악하며 버둥거렸다.

-죄……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그래. 말할 줄 아네.”

-그…… 그게…….

성화포의 기세를 지우며 내가 빙그레 웃자 우치가 혀를 차며 나를 비웃었다.

“저 무식한 새끼 세상에 너 같은 또라이는 또 없을 거다.”

“있잖아요. 형.”

“이 새끼가!?”

악을 쓰는 우치를 무시한 채 내가 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동안 잘도 음기 빨아먹으면서 잘 지냈지? 내가 어지간해서 이 땅에선 큰 힘을 쓰긴 싫으니까, 서로 협조하자고. 넌 내게 원귀의 서리를 넘기고 성불하면 돼. 내가 고통 없이 성불시켜주마. 어때 쉽지?”

내 말에 그가 와들와들 떨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그…… 그게 제 힘은 전부 빼앗긴 탓에…….

“빼앗겨?”

-네…… 꽤 오래전에…… 힘을 전부 빼앗겼습니다요.

“흠…… 누가 빼앗아갔는데. 너 그래도 제법 큰 원귀였다면서.”

전쟁으로 수많은 인간이 죽고 그 원한들이 하나의 영혼에 모여 만들어진 원귀가 바로 눈앞의 이놈이었다.

그런데 이놈이 이토록 미약해질 정도로 힘을 빼앗길 정도면, 그놈은 제법 큰놈이라는 소리가 된다.

“그놈은 어디 있고, 어떤 놈인데.”

-아…… 안됩니다! 그놈이 얼마나 위험한 놈인데!!

“방금전까지 너도 사람 죽이려고 했어 이 새끼야!”

우치가 그의 뒤통수를 후려갈기자 그의 뒤통수 일부가 정화되어 연기가 휘날린다.

-끄아아아아아악!!!

“어허. 왜 자꾸 폭력적으로 나와요.”

그리고는 그의 머리를 틀어잡은 채 빙그레 웃었다.

“어디야. 안내해.”

-저…… 안 하면 안 될까요? 진짜 그년 너무 위험해서…….

“지금 네 눈앞에 있는 나와 우치가 더 위험할까. 아니면 그 잘난 잡귀가 더 위험할까.”

빙그레 웃는 내 손으로 아공간이 찢어지며 십자가형태의 롱기누스 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처신 잘하라고.”

-아…… 안내하겠습니다!! 그…… 수, 수란 여고라고……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터를 잡은 악랄한 원귀가 있습죠. 제 힘을 전부 빼앗아가 버려서…….

“안내해.”

-옙…….

그래. 그래야지.

* * *

“허억…… 허어억…… 허억!!!

음기가 가득하던 아파트에서 꽤 멀리 떨어진 어떤 폐교. 본래 이 근방엔 길도 많고 상가도 많았으나 학교가 폐교될 시점부터 귀신에 대한 소문이 나돌면서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지역이 되어버렸다.

수란 여고는 꽤 커다란 학교였지만 무엇 때문인지 이놈의 학교는 이제 진입하는 사람 하나 없을 정도로 흉흉한 장소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런 수란 여고를 찾아 심령스팟 탐험을 하던 한국대학교 심령 동아리 부원들 중 카메라를 당당하던 부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미친 듯이 복도를 내달렸다.

그와 같이 왔던 같은 동아리 부원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흩어졌다.

처음엔 장난이라 여겼다.

자신만 두고 모두 사라져버린 동아리원들이 자신을 놀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카메라에 섬뜩한 무언가가 선명하게 찍히기 전까지는…….

밤이 어두워져도 어차피 심령스팟은 심령스팟. 좀 으스스할 뿐 진짜 귀신이 있는 경우는 없으니까.

하지만 이런게 동아리 활동이고, 방송의 콘텐츠인 만큼 부장으로선 포기할 수 없는 흉가 중 하나이기도 했다.

입김이 나올 정도로 차가운 공기. 온몸에 돋는 끔찍한 오한. 그는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여긴 진짜다!

당장 나가야 한다!

“이…… 야…… 장난치지 마! 진짜 이 정도면 됐잖아!”

그가 울먹거리며 소리쳤다.

하지만 대답 대신 들려온 것은 커다란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였다.

“흐아아아아악!!”

바깥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벌써 깜깜해져 있었다.

달릴수록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든 그는 이제는 심령스팟 조사고 뭐고 이곳을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쾅!! 쾅쾅쾅!!!

그때였다. 갑작스런 굉음이 울려 퍼지며 점차 가까워졌고 부장은 눈을 부릅뜬 채 카메라를 들고 미친 듯이 달렸다.

그리고는 절대 들어가지 않았을 어떤 창고에 들어가 문을 닫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동아리원들의 생사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이곳은 분명히 귀신이 존재하고. 자칫하다간 자신이 죽게 생겼다.

게다가 더욱 섬뜩한 건 이곳은 귀신이 한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방송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폭주할 것처럼 채팅을 처대고 있었다.

[연출 개지리네……]

[진짜 연출 맞음? 너무 섬뜩한데?]

[아니 근데. 저기 한국 아님? 아직 해가 질 시간도 아닌데 왜케 깜깜함?]

[그것도 그렇네.]

[미친놈들 저게 뭐가 무섭다고. 오늘은 특별히 부모님이랑 같이 자야겠다.]

아직 섬뜩하다 말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을 보며 부장은 온몸을 와들와들 떨었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파악했다.

그때. 그런 그의 카메라에 무언가가 포착된다.

널브러진 책상 더미 너머에서 보이는…….

시뻘겋고 검은 눈동자.

“흐…… 흐아아아아아아아악!!!”

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지며 부장은 필사적으로 뒷걸음질 쳐 도망가려 했다.

하지만 그가 들어온 문은 어째서인지 굳게 잠겨있었고. 책상 더미 사이에서 보인 눈동자의 무언가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끔찍할 정도로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두 손과 두 발을 이용해 기괴하게 기어오는 귀신을 보며 채팅창이 난리가 나기 시작한다.

그때였다.

똑똑…….

갑자기 그가 등지고 있던 문밖에서 누군가가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또 누가 있는 것일까.

두려워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창문이 와장창 깨지며 그 사이로 누군가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야. 저 여자냐? 머리도 길고 딱 네 설명이랑 비슷한데.”

“아냐. 데이비, 저것도 잡귀야.”

“잡귀치곤 원념이 강한데요?”

“너 그 생기 구슬에 쓸 거면 저런 거로는 안 돼. 큰놈 찾아 큰놈.”

대화를 하는 두 사람을 보며 부장은 잠시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았다.

귀신은 아니다.

사람…… 사람이구나!

그가 소리 질러 그들을 부르려던 찰나.

“아 미안합니다. 하던 거 마저 하세요.”

잠시 대화하던 그는 곧 부장을 향해 어처구니없는 말을 던지고는 망설임 없이 등을 돌려버렸다.

“그냥 내버려 둡시다. 지들도 먹고 살겠다고 저러는데.”

미련 없이 등을 돌려 가버리는 그들을 보며 귀신과 부장은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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