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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26화 (1,026/1,559)

제 1026화

수천 년 가까이 원한을 쌓아온 원귀의 슬픔은 너무도 거대했다.

이 또한 우치가 쌓은 업이리라.

본래 이 정도 강렬한 원혼은 존재할 수가 없다.

아무리 한이 깊어도 원귀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은 그렇게 길 수가 없으니까.

귀신이 최근 귀신은 보이는데 조선 시대 귀신을 한국에서 보기 힘든 것처럼.

하지만, 페르세르크나 비연처럼 봉인과 비슷한 무언가로 시간을 건너뛴 영혼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부여의 무신, 이름을 잃어버린 자.

“자애로우신 프리…… 아니다. 어차피 자고 있을 텐데, 로 아이아스, 그리고 우치. 기도 받고 택배나 붙여주세요.”

신의 영역과 나 사이에 연결된 신격의 힘이 공명한다.

그들이 부여받은 권능이 허락을 한 것이다.

나는 경고하듯 못을 박았다.

“질문하나 하자. 여기서 내가 권능을 발현해 시스템에 널 간섭 시키면, 넌 더 이상 절대 윤회하지 못한다.”

그것은 일찍이 내가 받은 흐름 거부의 저주와 마찬가지.

내 말에 원귀의 구슬이 흔들리며 그의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상관없다.

“와신상담. 뜻은 알고 있나? 복수를 위해 참고 또 참는다는 뜻인데. 지금 네게 가장 적절할 거야.”

내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윤회의 권한을 포기한 대신 너는 한 가지를 얻을 것이다. 단 한 명. 그 한 명에 한해서 간섭할 권한을. 그걸 권능으로 허가한다.”

-받아들이겠다.

“네 이름은 지금부터 저승이다.”

내 말과 함께 그의 영혼이 변질되기 시작한다.

근원에 이르는 데스 로드 급 힘과 프리아 신의 권능, 신격이 그의 영혼을 개변시키기 시작했다.

페르세르크의 혼을 강제로 환골탈태시킬 때와 흡사하지만 그 방향이 달랐다.

레이나처럼 신의 사랑이 듬뿍 담긴 변화라고 하기엔 조금 빈약했다.

-저승이…….

그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네 임무는 지금부터 지구와 티오니스에 존재하는, 성불하지 못하는 혼을 윤회의 고리로 인도하는 것.”

즉. 나는 생명체가 지닌 고유의 절대 권한. 윤회의 권한을 대가로 받아. 그의 윤회를 완전히 박탈하는 것을 대가로 그에게 저승사자와 같은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아무리 신격이 있어도 불가능하지만, 프리아 여신의 권능, 그것도 세 개로 나눠진 권능이 만장일치로 끝나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판단됐다.

빛의 용사, 레이나와 흡사하지만 조금 다른 케이스.

“그 과정에서 단 한 명을 제외하고 어떤 사심도 담아선 안 될 거다. 또한, 지금부터 너는 원귀를 제외하고 세상에 어떤 간섭도 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묻는다. 후회는 없나?”

-그 혼을 잡아 갈기갈기 찢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좋아. 거래 성립이다.”

프리아 여신, 보고 있습니까? 융통성은 이런 겁니다. 이 여자야.

물론, 지구의 혼인 만큼 넬타리드의 허가도 받아야 하지만 마침 기다렸다는 듯 넬타리드의 성흔이 공명하며 내게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비록 태초신 급은 아니지만, 이 상황을 지켜본 그 또한 찬성표를 던졌다.

[평온의 성흔을 부여받은 자에게 묻겠다.]

성흔을 공명하며 그가 공적으로 내게 계시를 내렸다.

[태초신이 어찌 그 같은 존재를 만들지 않는지 알고 있다면…….]

“어떤 인간도 윤회의 권한을 빼앗지 않겠다는 그녀의 자비였겠죠.”

신의 생각은 인간이었던 나로선 온전히 이해하는 게 불가능하다.

내 대답에 계시는 더 이상 내려오지 않았다.

“지금부터 네게 영혼의 강에 출입할 권한이 생길 거야. 그곳은 모든 영혼이 거치는 장소다. 거기서 찾아. 네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 개x식을.”

저승이와 악연이 깊은 그 영혼은 너무도 오래전에 죽고 윤회의 과정을 거쳤다.

나로서는 쉽게 찾을 수 없지만. 하지만 원귀가 되고부터 계속해서 그를 찾아온 저승이라면.

반드시 알아볼 수 있을 거다.

내 계약을 받아들인 그의 형태가 변한다. 피 묻은 옷이 서서히 변하며 검은 정장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오래전 부여의 무신이 지금은 마치 깔끔한 회사원처럼 변한 것이다.

“오로지 너만 알아볼 수 있으니까. 네가 결정을 내려.”

그 말과 함께 그의 몸 안에서 새하얀 빛의 실타래가 흘러나왔다.

그에게 주어진. 영혼이 기본적으로 가지는 윤회의 권한이 담긴 막대한 힘의 구슬.

원귀의 서리와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르지만. 다른 방식으로 촉매제와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고유의 순수한 힘이었다.

이윽고 완전히 자신의 모습을 되찾은 이름 없는 무신. 저승이는 꽤 멀끔한 모습으로 내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나는 그동안 많은 이를 증오에 빠뜨려 헤쳤다. 그럼에도 나를 이렇게 도와주는가.

“착각 하는 게 있는데, 너 벌 받는 거야. 복수하나 하자고 윤회의 기회를 영원히 걷어차? 돌았냐?”

내 물음에 그는 답하지 않았다.

“네가 죄 없는 이들을 헤친 벌은 지금부터 스스로 갚고 청산하던지, 다시는 너와 같은 존재가 나오지 않게 만들어.”

그를 구원하면서, 그가 쌓은 업을 청산할 기회.

그게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부여의 무신. [---] 지금부터 저승이의 이름으로 위대하신 존재의 뜻을 이어받아 우주의 진리를 행하겠습니다.

정중한 말투와 함께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한 그가 흩어진다.

그 원한 꼭 풀 수 있기를 기도는 해주마.

그가 남기고 떠난 윤회의 근원, 진원의 힘을 내 손에 머금은 나는 처음 본 서리와 다르게 너무도 밝고 따스한 힘을 보며 그것을 갈무리했다.

[방법을 찾았군.]

두억시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평행 세계도, 가짜 원수도 아닌 진짜 그 영혼을 찾을 수 있게 해주었다지만 그 간신의 영혼은 그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생명체의 가장 큰 축복인 윤회를 거치지 못할 것이다.

나의 경우 흐름 거부의 저주로 인해 윤회에서 이탈 당한 케이스지만 스스로 이 기회를 버리는 건 절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매개체가 될 수 있나.”

“충분하다.”

언제 내 곁으로 온 것일까.

우치의 대답에 내가 인상을 찡그렸다.

“이걸로 됩니까? 원귀의 서리가 가진 냉기의 힘으로 각성시키려던 거 아니었어요?”

“원귀의 서리가 가진 힘은 이것과 비슷해. 아니 오히려 그게 이걸 흉내 낸 거지. 영적인 힘이라는 게 뭐 별건 줄 알아? 진기를 흉내 내는 것들이야. 넌 나가. 지금부터 이건 내가 만들어줄 테니까.”

진지하게 말하는 그를 보며 내가 물었다.

“떼먹는 거 아니죠?”

“내가 넌 줄 아냐!”

바락 소리치는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넌 사람을 뭘로 보는 거야!”

“형이요.”

“망할, 이제는 욕으로 들리기 시작하네.”

나는 그를 믿는다. 그렇기에 걱정하는 것뿐이다. 떼먹는 게 아닌가 하고. 이에 그는 한숨을 내쉬며 손을 휘휘 저어 보였다.

대꾸하기도 귀찮다는 듯한 태도였다.

“됐다. 어느 정도 활성화됐어. 이제 페르세르크 그 아이에게 먹여.”

* * *

이름을 잃어버린 첫 번째 저승사자. 저승이는 생명체의 근원인 윤회의 권한을 포기하고 사신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신, 저승사자. 어느 쪽이건 그 내용물은 같다.

죽은 영혼, 그중에서 윤회에 들지 못하는 존재를 윤회시키는 존재.

비록 그가 오랜 시간 원한을 품어온 상대는 그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상관없었다. 윤회의 권한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려 복수만을 갈고 닦았으니 말이다.

그가 존재하는 시간 내에 단 한 번이라도 그 영혼을 발견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윤회하는 엄청난 수의 영혼들이 보인다.

본래 인간이라면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뒤틀려버릴 만큼 방대한 양이었지만 그는 상관없었다.

그가 찾는 것은 오로지 하나였으니까.

지금 당장 그 영혼이 이곳에 없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것을 기다리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의 영혼이 오랜 시간의 영혼 인도로 마모되고 무너질지라도 그 목적은 절대 변함없으니 말이다.

그때 저승이의 눈에 어떤 이색적인 영혼이 들어왔다.

다른 영혼과 그리 차이는 없으나 업이 조금 많이 짙은 정도의 영혼.

하지만 다른 영혼과 별 차이가 없어도, 그에게만큼은 확실히 보였다.

자신의 염원이 닿는, 수천 년간 그가 찾고자 한 존재라는 것을.

선글라스를 스윽 벗은 저승이의 입가에 스산한 미소가 걸렸다.

-찾았다.

이렇게 바로 찾아낼 줄이야! 이것도 자신을 만들어준 위대한 존재의 안배인가.

물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원귀를 제외하고 다른 세상 모든 일에 간섭하지 못하는 그일지라도 오로지 그 영혼만큼은 간섭할 수 있으니 말이다.

콱!!!

그렇게 간섭할 수 있게 된 것도 원수였던 그 간신의 업이 너무 짙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윽고 영혼의 강 자체를 흐르는 영혼 중 하나를 잡아 끌어내자 그의 손길로 거무튀튀한 영혼 하나가 끌려 나왔다.

동시에 그 혼은 저승이의 앞에서 본래의 형태를 취하기 시작했다.

-아이 씨…… 뭐야.

짜증스레 중얼거리는 흉흉한 인상의 사내가 저승이를 노려보았다.

아마 그 간신이 환생에 환생을 거듭하고, 마지막으로 죽었을 때의 모습을 했으리라.

-네 손에 죽은 영혼이 참 많기도 하구나.

-댁 뭐야.

짜증스레 중얼거리는 그를 향해 저승이는 환하게 웃었다.

그래. 네놈은 영혼 단위로 변하지 않는구나. 그래서 오히려 감사한다.

그렇게 생각을 곱씹은 그는 그대로 손을 뻗어 사내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쿠웅!!!

동시에. 그가 겪었던 모든 기억을 그에게 심어 넣기 시작했다.

그 기억이 정말로 그 영혼이 지니고 있 기억이 맞다면. 무리 없이 그 기억이 스며들리라.

그리고, 그 결과는 성공이었다. 눈앞에 잡혀 나온 영혼은 저승이가 죽은 후로부터 그토록 오랜 시간 찾아 헤맸던 복수의 대상이었다.

-커헉?! 이게 무슨?!

-나를 봐라.

저승이가 안광을 일렁거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사내는 눈을 부릅뜬 채 소리쳤다.

-끄륵……끅?!

-나를 보아라!!

분노에 찬 저승이의 외침과 함께 그가 간직한 끔찍하고도 슬픈 기억이 그에게 스며들었다. 그러자 그의 내면에서 본래 잠겨있어야 할 전생의 기억이 강제로 각성된다.

본래 이것은 저승이의 권한으로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무언가의 힘이 그를 도와 기억을 되찾게 해주고 있었다.

-너……넌 부여 현이 아니더냐.

이상하게 본래 주입한 기억 이외의 기억도 돌아온 것처럼 그가 놀란 목소리를 냈다.

저승이가 하려 한 것은 그저 저승이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기억이었다.

하지만 사내는 저승이의 기억이 아닌 본래 자신의 기억을 깨워버렸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

-무…… 무슨?! 대체 네가 어떻게?!

-네놈 하나만을 찢어 죽이기 위해 이렇게 오랜 시간을 버텨왔다.

저승이는 복수의 환희에 서린 표정으로 그를 짓밟았고 이내 그의 영혼 자체를 잡아 천천히 찢어내며 말했다.

-내 복수는 절대 짧지 않을 거다. 각오 단단히 해라.

-자…… 잠깐?! 이건 말도 안 돼! 이런 무슨?!

영혼의 강에서 처절한 한 영혼의 절규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던 우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영혼의 강 내에서 저런 짓 하면 뒤처리는 내가 다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우치는 손에 든 어떤 열쇠를 핑그르르 던졌다가 받아냈다.

“그래도 속은 시원하니 이번만 용서해주마.”

저승이가 몰랐던, 데이비도 몰랐던.

그 어떤 무언가.

우치가 스산하게 웃었다.

“결국, 얻으셨네요. 본래 데이비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걸.”

“그놈 성격상 그렇겠죠.”

우치가 답했다.

“자. 그럼 복수가 끝나는 대로 어디 새로운 부하직원들 좀 늘려볼까.”

영혼의 강을 홀로 관리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며 투덜거리던 우치가 섬뜩하게 웃었다.

“데이비 넌 아직 멀었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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