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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31화 (1,031/1,559)

제 1031화

“나한테 왜 그랬어요?”

“…….”

“말해봐요. 나한테 왜 그랬어요?”

우치는 퀭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게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 건지 알면서 들고 튀었습니까?”

모르는 사이였다면 이 정도 선에서 그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당장 청단이 홍단이를 들고 찾아가 반드시 응징했을 터.

그럼에도 나는 그에게 물었다.

“왜 날 배신한 겁니까.”

나는 손에 쥐어진 힘이 반절이나 사라져버린 생기의 구슬을 바라보았다.

본래 힘의 반절.

이 정도면 과연 페르세르크에게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인 상황.

“자. 이것도 먹어봐.”

“오오…… 륀느가 새로운 미각 데이터를 높게 평가!”

유과를 오물거리며 세상 편하게 미식을 즐기고 있는 륀느나. 그런 륀느를 보며 우치와의 앞으로의 삶을 상상하고 행복하게 웃고 있는 비연과는 대비되는 풍경이었다.

“데이비.”

“형. 거짓 없이 말해주세요. 회랑의 인간들이 굉장히 부정적인 협조를 보일 때 뭔가 이유가 있다고는 생각하니까 이렇게 기다리는 겁니다.”

그러니 꼭 나를 납득시켜주세요. 이번엔 진짜 나도 그냥 못 넘어갑니다.

나의 그런 차가운 분노에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데이비. 우선 한가지 짚고 가지.”

“뭡니까.”

“너. 애가…… 아니다. 미안하게 됐다.”

그는 뭔가 말하고 싶어 했지만 이내 꾹 참았다.

“형.”

“받아라. 비록 힘의 반절은 내가 사용했지만 대신 조금 손을 봤다. 안정적으로 녹아들 거다.”

그는 더 이상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다.

“형. 계속 이럴 겁니까?”

“데이비.”

그가 나를 본다.

“하나만 물어보자.”

자리에서 일어나는 나를 향해 그가 물었다.

“너, 네 아버지와 달라질 거라 했지.”

“네?”

“넌 지금 네 아버지와 정말 다른 게 맞냐?”

그 물음에 나는 온몸에 냉수를 끼얹은 기분이 들었다.

그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라곤 전혀 생각지 않았다. 내가 놓친 무언가가 있구나.

그렇게 생각할 뿐.

“……다를 겁니다.”

결국, 나는 확신하지 못한 채 조용히 대답하고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데이비. 변명할 생각은 없지만 전부 널 위해서였다.”

그의 말에 나는 거짓이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무슨 이유로 그리하였건 그것은 다른 영웅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리라.

시간을 벌어서 내가 다른 쪽으로도 판단해볼 수 있도록.

문득 미우면서도 고마움이 느껴졌다.

그러니…….

“아. 그래도 비연은 여기 둘 겁니다. 형. 당분간 올라갈 생각하지 마세요. 어디 약을 팔려고”

“아 잠깐만! 그건 아니지!”

“아니긴 뭐가 아니야. 뭘 했건 형이 내 뒤통수 후려갈겼는데 내가 그냥 넘어갈 줄 알았습니까?”

그가 지구에 존재하는 한 그가 가진 힘이나 권능은 엄청난 부담이 된다.

하지만 나는 그의 권능과 힘 일부를 강제로 재워 그가 일정 공간 안에서 계속해서 현신해 있을 수 있도록 바꿔버렸다.

다수의 영웅이라면 불가능하겠지만. 스스로 이런 사태를 초래한 우치라면, 그를 대신해 영혼의 강을 조율해줄 노예 저승이가 있는 상황이라면 1년 정도는…….

“이봐! 정말 고마워! 우리 구미호는 은혜를 절대 잊지 않아!”

떠나려는 나를 따라 나온 비연이 귀와 꼬리를 살랑거리며 내게 고마움을 표했다.

“뭐, 두 사람 사이에 제가 왈가왈부하는 건 웃긴 일이지만.”

“응?”

“우치. 적당히 빨아먹으세요.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른다고 벼락부자 되는 거 아닙니다.”

“…….”

내 말에 그녀는 묘하게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그러다가 우치 영혼이 거덜 나면, 그땐 책임 못 져요.”

내 말에 비연은 한참을 고민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적당히 할게.”

그녀를 뒤로한 채 붕대가 감긴 맨발을 자박자박 내디디며 륀느가 내게 달라붙었다.

나는 그런 륀느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가볍게 워프 마법을 발현했다.

우치에게서 생기의 구슬을 얻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대로 페르세르크에게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영웅들도 우치의 반응도 영 미적지근한 것이 바로 사용하기엔 조금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우치가 했던 말은 조금 두서가 없었지만 묘하게 남아 내 심기를 거슬렀으니 말이다.

* * *

우물우물…….

기름진 꼬치를 양손에 든 채 오물거리는 륀느가 무감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데이비 님. 바로 복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설명을 요구해.”

“거래의 중요는 신뢰지. 안 한다고는 했는데 이렇게 해주면 어쩔 수야 있나.”

해태는 자신을 믿고 우치의 위치를 내게 알려주었다.

설마 다른 세상도 아니고 지구에 숨어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지만. 결국, 잡았으니 된 것이다.

문제는 이제 해태에게 받은 것을 돌려줄 때라는 점.

우치를 내팽개치고 다시 해태와 이야기를 나눴던 곳으로 돌아온 나는 녀석이 미리 알려준 코오나가 살고 있는 집을 멀리서 내려다보았다.

척 봐도 엄청나게 잘사는 집이라는 것을 티라도 내듯 괴물 같은 크기의 저택이었다.

물론, 당장 크기만 보면 하인스 영지의 성이 더 거대한 건 사실이지만 지구와 티오니스는 문화부터가 다르니까.

“어, 현아야.”

-응 오빠. 알아봐달라고 한 건 스마트폰에 보내준 게 전부야.

“생각보다 정보가 많네.”

-코오나 양은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유명한 각성자 중 하나니까. 특히 우리 쪽에서도 그녀와 꽤 좋은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고.“

코오나는 어린 나이에 맞지 않게 세계급 각성자 중 하나다.

단순 무력의 수준도 대단하지만, 그녀의 힘은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냈으니 말이다.

-코오나 양은 일본의 자랑거리라 불릴 정도니까. 그거 알지? 천재 육성프로젝트.

천재 육성 프로젝트.

한때 일본에서 유명했던 시스템이기도 했다.

국가 차원에서 한 명을 극도로 밀어주는 것.

-뭐. 그 아이는 밀어주든 밀어주지 않든 두각을 드러내긴 했을 거야.

코오나 본인은 말하려 하지 않는다. 당연히 해태에게 협조하는 걸 그리 원치 않기에 더는 해태를 불러내려 하지도 않을 것이고.

“흐음…… 도산위기라…….”

각성자 관련 사업을 하는 코오나의 조부는 과거 상당한 크기의 기업을 이끄는 대표였다.

하지만 그것도 다 과거의 일이었다.

일국의 범위를 넘어선 국제기업, 그것도 넬타리드 교단과의 합작으로 힘을 키우던 신성 그룹과 무리하게 경쟁을 한 탓에 상당한 손해를 연이어보게 된 그의 기업은 결국 휘청거리게 되었고, 현재는 상당히 위험한 수준까지 떨어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그는 기업을 살릴 무기로써 자신의 손녀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코오나와 현재 상당한 입지를 날리고 있는 요시키 기업의 차기 총수로 내정된 젊은 청년 요시키 카사토의 정략혼을 추진시킨 것이다.

상당한 투자 기업 또한 병행하는 요시키 기업은 상당한 크기와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코오나의 조부가 이끄는 기업을 원했고 그 정략혼을 받아들였다.

즉 코오나는 조부가 추진한 정략혼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정략혼이라는 게 마냥 나쁜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얼굴도 모르는 사람끼리 결혼할 수도 있다지만 정략결혼이 반드시 파국이 되는 것도 아니며, 티오니스에서는 의외로 정략혼으로 만나 서로를 사랑하게 된 이들도 굉장히 많이 존재한다.

문제는 요시키 카사토의 인성이었다.

마를 멸하는 신수 해태.

그놈이 질겁할 정도로 어두운 속내를 풍기는 사내.

겉보기엔 지적이고 멀쩡하지만, 그 속내가 끔찍할 정도로 어두운 사내와 결혼하게 되면 코오나의 남은 인생이 어찌 될지 뻔하다는 게 해태의 입장이었다.

아마 요시키가 코오나를 정략혼 대상으로 받아들인 건 기업도 기업이지만 현재의 코오나를 어떻게든 이용해보려는 계략도 분명 엿보였다.

해태가 바라는 것은 코오나가 지옥이 뻔한 정략혼을 하지 않게 막아달라는 것.

코오나가 해태와 싸운 이유는 해태가 그 인간을 죽이려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여튼 이런 면에선 진짜 꽉 막힌 성격이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집안에서 이 남자랑 결혼하라 한다고 덥석 받아들이냐.”

“데이비 님이 할 말은 아니라고 판단.”

“지구는 지구의 문화가 있는 거야 임마. 그리고, 그거 같이 먹으려고 샀는데 그새 다 처먹었냐?!”

내 외침에 륀느는 보란 듯이 양손에 든 꼬치를 작은 입안에 쏙 넣고 오물거렸다.

“내놔! 임마! 치사하게 혼자 먹고!”

“으므므므므!!”

입을 꽉 다문 채 버티는 륀느의 식탐은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오죽하면 하인스 영지에서 륀느의 식비 청구서를 본 에이미가 기겁하였겠는가.

겉보기에도 굉장히 무감각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코오나답게 그녀는 제 조부의 이런 요구를 거부하지 않았다.

그녀를 먹이고 키워준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리라.

“이거 웃기네. 괜히 끼어 들어봐야 완전히 오지랖이잖아.”

사실 방법은 쉽다. 요시키 기업이 굳이 코오나와 정략혼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무언가를 쥐여주면 되니까.

하지만 그렇게 해야 할 이유도 찾지 못했고, 할 생각도 없었다.

물론 코오나의 조부도 한 가닥 하는 인간인 건 분명했다.

제 손녀를 도구로 써먹을 생각을 한 것은 그였을 테니.

묘하게…….

“기분이 더럽네.”

일단 도와줄 생각이 있으니 도와는 주겠다만. 그냥 손해 보는 장사는 영 거치적거리기 그지없었다.

부우우웅…….

그때였다.

저 멀리서 고급스러운 차 한 대가 들어오더니 이내 두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

코오나와 이전에 봤던 사내. 요시키였다.

“감사합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가 빙그레 웃었다.

“아니. 나도 즐거웠다.”

웃는 얼굴로 말한 그가 손에 든 무언가를 내밀었다.

“네 조부님께 전해드려. 선물이다.”

“네.”

“아참. 아버지께서 조만간 널 보자고 하신다.”

“시간을 비워둘게요.”

“그래. 그렇게 고분고분해야지.”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간 그가 코오나의 턱을 잡아 천천히 올렸다.

그런 마당에도 코오나는 다 포기하기라도 한 듯 저항하지 않고 그저 요시키를 바라보았다.

“이 결혼은 서로에게 좋을 거다. 너는 우리 요시키 그룹의 도움을 받아 더욱더 이름을 날리게 될거다. 중동의 알하자드 왕자처럼 세계에서 지정하는 10대 각성자 중 하나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겠지.”

“…….”

“그리고, 나는 네 이름을 이용해 우리 가문을 더욱더 크게 만들 거다. 신성 그룹은 국제기업이라지만 그 대표는 한국인 출신이지. 한국도 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건 뭐야.”

“그건…….”

“난 한국을 그리 좋아하진 않거든.”

피식 웃으며 말하는 그였다.

“예전에 신성 그룹의 차기 총수와 한번 어떻게 선을 이어보려 했었는데 말이야.”

“…….”

“잘 안되더라고. 미개한 반도 출신이…….”

원래 가까운 국가일수록 사이가 나쁜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은 오래전부터 서로를 미워하는 세력들이 상당수 존재했으니 말이다.

요시키 그룹이나 요시키 카사토 본인도 스스로가 혐한이라는 것을 숨기진 않았다.

대꾸하지 않은 채 조용히 그를 올려다보는 코오나를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녀의 턱을 잡아끌었다.

그리고는 입을 맞추려 들었다.

하지만 코오나가 그 직전에 손을 뻗어 그를 밀어냄으로써 무산되어버렸다.

“이러지 마세요. 결혼 후에는 몰라도 키스는…….”

“……비싸게 굴기는.”

“죄송합니다.”

“눈치는 빨라서 좋구나. 그래. 어차피 기다리는 감이라고 생각하자고. 하지만…….”

그렇게 말한 그가 코오나를 품에 당겼다.

그리고 그녀의 등에서부터 천천히 손을 쓸어내려 간다.

“키스가 아니면 상관없지?”

코오나는 조금 불쾌한 티를 냈지만 저항하지 않았다. 여기서 저항해서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어찌 될지 잘 아는 모습이었다.

그때였다.

텁…….

코오나의 엉덩이 쪽으로 내려가던 그의 손을 붙잡은 내가 빙그레 웃었다.

“얘 아직 미성년자 아닌가?”

“넌 또 뭔…….”

갑작스런 목소리에 짜증스레 고개를 돌린 그가 나를 보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다…… 당신은?! 커헉!!”

나를 보고 깜짝 놀란 그가 순간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비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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