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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32화 (1,032/1,559)

제 1032화

극심한 통증에 인상을 찡그린 그가 나를 노려본다.

“앗…… 여긴 어떻게…….”

“네게 제안할 게 있어서 찾아왔는데. 눈앞에서 이런 꼴을 보면 그냥 둘 수가 있나.”

“크흠!”

그가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전후 사정, 그들의 관계를 떠나 미성년자에게 성희롱하려 했다는 걸 들켰으니 말이다.

“요시키 그룹의 요시키 카사토입니다. 당신은…… 티오니스 성자 데이비 올 라운입니까?”

“언제 봤다고 반말입니까.”

내 물음에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이내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아 죄송합니다. 조금 무례하기도 하고, 저는 지구 사람이라. 티오니스 문명에 대해선…….”

대놓고 니가 밀고 들어와 놓고 예의 차려주길 바라나 라는 말투였다.

제법 공격적일 수밖에.

반대 입장이라도 화는 날 것이다.

하지만 내가 격하게 놈의 팔을 낚아챈 이유가 있지 않은가.

“그래요. 무례. 좀 무례하긴 했네요.”

“…….”

“근데 남의 의동생을 눈앞에서 욕하고, 후원해주고 있는 아이를 대놓고 성추행하고 있는데 화가 안날 수가 있나.”

“무슨 소리죠?”

“무슨 소리긴. 당신이 직접 한 이야기들을 전부 되새겨 보시는걸 추천드릴까.”

“…….”

현아! 그 이름에 그가 눈을 크게 떴다. 현아라면 신성 그룹의 별이 아닌가.

고작 20대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굴지의 국제기업을 이끄는데 큰 손을 보태고 있는 여성. 현아는 놀랍게도 자신의 본래 직업보다 기업 경영에 더욱 천부적이었다.

삼촌은 그래서 그런 현아를 차기 기업의 총수로 점찍어놓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

물론 그 과정에서 연희 누나가 알게 모르게 엄청난 도움을 주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냉정하게 분석하면 연희 누나보다는 현아의 잠재력이 더 높은 게 사실이었다.

“의동생을 눈앞에서 욕하는데. 그걸 그냥 넘어가라고?”

적당히 구슬려보려고 했더니 이건 아니다.

나는 요시키에게서 코오나로 시선을 돌렸다.

“크흠…… 의동생인 줄은 몰랐습니다. 불쾌했다면 사과하지요.”

그때 상황판단을 빠르게 한 요시키가 선수를 쳤다.

“하지만 코오나는 일단 제 정혼자입니다. 한창 타오르는 커플이 하는 일을 방해하는 건 그리 좋은 판단은 아닌 듯하군요.”

“커플이라…….”

“아니면, 코오나에게 마음이라도 품고 계십니까?”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말은 이죽거림이었다.

“정혼자라 이겁니까?”

“그렇지요. 맞지, 코오나?”

이윽고 코오나에게 쐐기를 어서 박으라는 눈빛을 보내는 그의 모습에 코오나는 잠시 나와 그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숙였다.

그녀로서는 복잡한 표정이었다.

은근슬쩍 현아를 까내렸던 사실을 돌리려는 행동에 나는 웃음이 나왔다.

“코오나.”

내가 천천히 그녀를 불렀다.

“네.”

“대답.”

담담한 질문이었지만 그녀는 더욱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요시키가 짜증이 난 듯 말한다.

“왜 말을 못 해. 우리 정혼자라고. 아무리 티오니스 성자라곤 해도 이건 도가 넘지 않았나?”

그의 타박에도 코오나는 함부로 말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스스로 판단하는 습성이 조금 부족하다.

그러니 여기 끌려다니고 저기 끌려다니고 있겠지.

요시키는 정혼자간의 문제에 함부로 끼어든 내 행동을 물고 늘어져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실제로 여기서 코오나가 받아들이고, 그녀가 만약 맞다고 한다면 내가 사과할 수밖에 없게끔. 그리고, 그것을 빌미로 내 앞에서 현아를 험담했던 것을 유야무야 넘기려는 모양새였다.

그래 이 정도 임기응변이 있으니 한가락 하는 자리에 갔겠지.

하지만 그런 인간은 티오니스에도 차고 넘쳤다.

“코오나. 네 정혼자가 이 사람인 건 맞겠지?”

“……네.”

“방금 상황은 네가 원한 건가?”

“그건…….”

“알다시피 일단 나는 네 후견인이다. 알고 있겠지?”

“……네.”

코오나의 대답에 요시키가 눈을 크게 떴다.

단순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사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중동 쪽에서 내가 그녀와 엮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후견인이라는 말은 전혀 예상치 못한 듯했다.

후견인이라는 말은 그것이 가져다주는 여파가 크기 때문이었다.

“제가.”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는 우유부단한 멍청이.

하지만 그녀는 그녀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

“정혼자이기에 언젠가는 그런 일을 할 수 있어요. 그것으로 그를 타박할 생각은 없고요.”

“그래?”

요시키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하지만…….”

다만 곧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인상이 팍 찡그려졌다.

“이번 건 조금 도가 지나치셨어요.”

그녀의 말에 요시키가 인상을 찡그렸다.

“흥! 말할 가치도 없군.”

결국, 그는 도망을 택했다.

그런 그를 보며 내가 말했다.

“그냥 가시게?”

“뭐 더 할말이 있습니까? 더는 못 들어주겠군요. 세간에서 떠드는 소문도 다 거짓인 모양입니다.”

그의 이죽거림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가면 후회하실 텐데?”

“웃기는군요. 여긴 일본입니다. 당신 멋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그래요?”

“당연하지. 이 일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정부에 압박을 넣을 생각도 집어치우는 게 좋을 겁니다. 자국민인 나를 도왔으면 도왔지 당신을 돕진 않을 테니.”

이미 정부 커넥션이 있다는 말이었다.

그는 코웃음을 치며 돌아서 버렸다.

나는 그런 그를 그냥 내버려 두었다. 코오나의 조부에게 더 좋은 조건을 주고 강제로 정혼을 파혼시키는 것도 방법이지만 코오나의 조부라는 인간도 그리 좋은 감정이 가진 않았다.

그런 인간 좋으라고 뭘 내준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제 손녀딸의 의사를 개무시한 채 도구로 쓰는 인간은 티오니스건 이곳이건 이해해줄 생각이 없으니까.

사실 제일 내가 제일 화가 나는 건 요시키 같은 인간이 아니었다.

이 결정도 못 하고 우물쭈물하며 후견인도 믿지 못하는 코오나가 문제였지.

다만 그냥 보내긴 억울하니 오랜만에 선물이라도 드리리다.

아직 20대 중반이라고 했지.

네놈 머리에……

태양이 있으리라.

* * *

그가 도망치듯 사라져버린 뒤 말없이 그가 사라진 곳을 보고 있던 나는 륀느를 불렀다.

“륀느. 따라가서 감시해.”

“명령 이행.”

그녀가 날개를 펄럭이며 그대로 사라진다. 륀느 정도라면 들키지 않게 그가 개수작을 부리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나는 코오나를 돌아보았다.

“아비트 때문에 내가 널 후견인으로 봐주고 있다.”

“…….”

“솔직히 말해. 네가 원한 결과냐 이게?”

“……아니요.”

“솔직히 좀 화가 많이 나네. 싫은 티 그렇게 낸 주제에 네 후견인이 도와주려 하니까 물을 먹여?”

“…….”

당연히 그녀는 요시키 카사토와의 관계에 진심이 아니었다. 그 사실은 이미 해태를 통해 확인했고.

“네 조부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서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나?”

“…….”

이번엔 침묵으로 긍정했다.

이에 나는 다른 방향으로 질문을 던졌다.

“네 조부가 이제 괜찮다고 하면, 그땐 어떻게 할래.”

솔직히 말해서 그녀의 조부에게도 좋은 감정이 갈 순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물었다.

“할아버님께서 괜찮다고 하시면…….”

“열 받게 하네 진짜.”

짜증스레 일갈한 내가 그녀를 노려보았다.

“아비트가 아니었으면 방금 널 쳐냈을 거다.”

싸늘하게 노려보며 내가 말했다.

“해태가 아니었으면 도와주지도 않았을 것이고.”

“죄송합니다.”

“들어가 봐. 약속은 약속이니 지켜줬다만. 앞으로 널 도울 일은 없을 거라는 것만 알아둬.”

그녀를 돌려보낸 뒤 나는 느긋하게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현아야 나다.”

-어. 오빠? 뭐 벌써 사고 쳤어?

“아니 사고는 안 치고. 그냥 확인하려고. 요시키 그룹의 그 카사토라는 놈. 네게 개수작을 부린 적이 있냐?”

내 물음에 현아는 한참 고민하는 듯하다 대답했다.

-아. 기억났다. 그 좀팽이. 별거 없어. 그냥 엄한 생각 품기에 걷어낸 게 전부야.

“그 외엔?”

-음…… 별거 없어. 내가 신경 써야 할 것도 아니고. 아참. 오빠가 조사해보라 해서 이것저것 좀 알아봤거든?

“그런데?”

그때 그녀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왔다.

-일본. 요시키 그룹은 방산업체도 가지고 있는 거 알아?

“그게 왜?”

-증거가 없긴 한데…… 정황상 이 인간들이 몬스터를 실험해서 군사 무기로 만들고 있는 모양이야.

문득 나는 시대를 덮쳤던. 코오나가 처리했던 데미 가고일들을 떠올렸다.

몬스터에게 약을 투여하는 게 금기라고 할 순 없지만, 도의적인 문제에 걸리게 된다.

별로 나도 그리 달갑진 않고.

일본은 과거 2차 세계대전의 패전 이후 군대를 가지지 못한다는 법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이전 정부에서는 그것을 없애려고 노력한 바도 존재했다.

기존의 무기를 보유할 수 없다면.

남은 것은 다른 방법의 무력을 몰래 챙기는 것.

그것이 그들이 선택한 방법이다.

조금 묘한 낌새가 있긴 했다. 각성자의 대처도 늦었었으니까.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거면 돼.”

-또 무슨 짓을 하려고?

“그냥. 네 험담하는 놈 뭉개버리려고.”

담담한 내 말에 그녀가 질겁하는 표정이 훤히 상상되기 시작했다.

-오빠 성격 진짜 나쁘구나…….

“나는 말이다. 현아야.”

적대적인 인간까지 지켜줄 인간상이 못 된다.

* * *

도쿄 상공.

“저게…… 대체 뭐야…….”

사람들은 경악과 혼란 공포에 빠졌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아침에 도쿄 상공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균열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지금껏 나타난 여러 균열과는 격이 다른 균열.

그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는 지금껏 나타난 것과는 수준이 달랐다.

당연히 일본 정부에서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각성자를 함부로 투입하기도 어려운 사이즈에 힘을 지닌 균열이 수도 한복판에 떡하니 나타났으니까.

저게 제대로 활보한다면, 그때 생길 혼란은 경악스러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균열의 수준이었다.

어지간한 균열이라면 타국에서 생색이라도 내기 위해 달려들 테지만 놀랍게도 이 균열은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지게 만들었다.

물론 그 균열은 일본에서만 생긴 게 아니었다.

한국의 부산.

러시아의 모스크바.

프랑스 파리.

캐나다 동부지역.

아르헨티나. 등등.

세계 각지에서 동시에 나타났다.

갑작스런 거대균열의 등장에 세계여론이 혼란으로 들끓는다.

그 일이 생긴 이후 나는 요시키를 다시 찾았다.

그는 소리 없이 진입한 나를 보더니 핏발이 선 눈으로 내게 소리 질렀다.

“네놈!! 네놈이지!!!”

“내가 그냥 가면 후회한다고 그랬지.”

“이익!!”

“오늘 온건 그걸 말해주기 위해서야. 한번 지켜보라고. 당신이 싸움을 건 게 누군지 보여줄 테니.”

내 말에 그가 눈을 부릅떴다.

“설마…… 그 균열도 네놈이?!”

“설마. 내가 아무리 그래도 그런 짓까지 하려고.”

나는 아니었다.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다만. 네놈 때문에 내가 지구를 무상으로 보호해주던 걸 거둬들인 것뿐이야.”

어떤 힘을 발휘한 게 아니라 가하고 있던 힘을 거둔 것이기에 넬타리드 신에게 부담이 되는 건 오히려 적어진다.

사실 그가 그렇게 하건 안 하건 언젠가 이 균열들은 한 번쯤 해방을 시켜야 하지만 그게 지금 이 순간이 된 건 그의 공이 컸다.

그리고, 본래라면 내가 바로 처리했을 균열을 그냥 두는 것도 그의 공이 컸다.

“이…… 이 악마 같은 새끼!! 고작 그깟 일로!!”

그의 외침에 내가 빙그레 웃었다.

“그깟 일? 웃기고 있네. 미안한데 내가 뒤끝이 좀 세. 걱정 마라. 세상 그 누구도 다치지 않고 너만 파멸할 테니까.”

“이 사실을 누가 알게 되면 그 누구도 네놈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거다!!”

“그럼 교류 끝나는 거지 뭐.”

아쉬운 건 내가 아니다.

나는 프리아 여신처럼 평등한 신도 아니니 오히려 이기적인 신격이다.

그의 머리는…….

머리의 중앙이 훤하게 빛을 머금고 있었다.

깔끔한 원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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