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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33화 (1,033/1,559)

제 1033화

거대 균열의 출현.

미국 때와는 상황이 다른 일반적으로 알려진 평범한 균열이다.

특수한 힘도 없고 특수한 어떤 조건도 없다.

하지만.

너무 거대하다.

그것이 모두를 경악스럽게 만들었다.

기존의 균열이 몬스터 수백 마리를 품고 있다면 이런 균열은 최소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까지도 갈 수 있는 사이즈였다.

지구의 각성자 관계자들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거대 균열의 출현지 중 수도인 곳만 최소 세 곳 이상.

아직 균열에 큰 문제는 없지만 이대로 가다간 대규모 참사가 벌어지거나 치욕스러운 과거의 기억. 몬스터에게 도시를 점령당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높았다.

쾅!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 전에 대체 왜 저런 균열이 갑자기 생겼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맞아요.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없었습니다. 명백히 이례적인 사태입니다.”

세계 각국이 힘을 모아 창설한 기구인 국제 각성자 연합 기구에서는 현재 사태에 대해 기존의 국가 알력 싸움을 잠시 멈추고 모두가 협력하는 비상상태에 돌입했다.

물론 이 일을 빌미로 저들끼리 싸움을 벌이는 것이야 늘 있는 일이지만 지금은 이전에 비하면 애교에 가까웠다.

그만큼 지금 사태는 유례없는 초유의 다국가 사태였다.

“일전 미국에서 생겼던 특수한 균열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미국에서 발생한 균열에 비하면 그 수준은 약합니다. 하지만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며 저희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들도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동안 몬스터의 균열이야 여럿 존재했지만, 각성자들로도 상당수 대처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대부분 그런 전력을 보유하지 못한 국가에서도 타국 각성자를 불러와 클리어하는 등 여러 방면을 모색해왔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서로 힘을 보태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번에 러시아 측에서 먼저 조사를 해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어떻습니까.”

모두의 시선이 러시아 대변인에게 향하자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답했다.

“크게 이상점은 찾지 못했습니다. 초입부만 조사해보았습니다만 위험한 무언가가 있다고만 여길 뿐 맞닥뜨린 몬스터는 고작해야 하급몬스터들이 대부분이었죠.”

가장 먼저 발 빠르게 움직인 몇몇 국가 중 가장 규모가 거대한 조사대를 꾸린 게 러시아였다.

국력이 강한 만큼 당연한 일이지만 모두가 그 말을 쉽게 믿지는 않았다.

러시아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

하지만 그걸 캐물을 상황은 되지 못했다.

“애초에…… 이 빌어먹을 몬스터들은 대체 어디서 나타나는 겁니까.”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모두가 침묵했다.

알게 모르게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몬스터의 코어는 지구의 문명 발전에 여러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자원수단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그때 누군가가 홀린 듯 중얼거렸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몬스터들이…… 다른 곳에서 온 것이라면 어떨까요.”

“무슨…….”

“이를테면…… 티오니스에서 온 몬스터라든지.”

그 말에 주변이 술렁거렸다.

모두가 생각은 하되 함부로 내뱉지 않는 말이었다.

“티오니스라니…… 설마 티오니스의 성자가 자신들의 세상에 있는 몬스터를 이곳으로 보낸다는 뜻입니까?”

“그…… 그건 그냥 가능성의 일부일 뿐이지요.”

물론 현재 대부분의 국가가 티오니스와 우호 관계인 만큼 그런 발언에 대해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언제까지고 티오니스 성자의 위세에 눌려만 있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요시키 차관.”

요시키 차관.

일본은 과거 국제 각성자 연합이 창설됐을 때 발 빠르게 손을 걸쳐 상임 이사국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일본에서 온 이들 중 한 명은 바로 요시키 그룹의 현 총수인 요시키 차관. 바로 그였다.

“냉정하게 아주 냉정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여러분. 이론적으로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 많은 몬스터들이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나타나는 것 자체가요.”

요시키 차관은 연합 기구의 각국 사람들을 향해 그런 의문을 던지고는 침묵했다.

‘빌어먹을…… 망할. 어디 쪽이든 이득 없는 손해로군…….’

요시키 차관.

요시키 그룹의 총수이자 요시키 카사토의 아버지인 그는 현재 입맛이 쓸 수밖에 없었다.

견제와 혐오라는 건 상당한 무기가 되어주기 마련이지만 상대가 너무 나쁘다.

사실 그는 코오나의 후견인이 데이비라는 것도 계산에 넣어두었었다.

그래서 필요도 없는 코오나의 조부의 기업을 인수하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요시키와 코오나의 결혼을 허락한 것이고.

코오나의 후견인으로 데이비가 존재한다면 언젠가 요시키 그룹이 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터.

한국의 방사능 관련 문제처럼 일본에. 그것도 요시키 그룹을 통해 거대한 무언가를 얻을 가능성이 열린다.

당연히 그렇게 되면 요시키 그룹은 일본 내에서도 정부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굴지의 기업이 되는 것이다.

그런 복권인데. 뭐?

아들놈과 마찰을 빚어서 싸움이 터져?

후견인인 데이비가 보는 앞에서 그의 의남매를 험담하고 아직 미성년자인 코오나를 성추행했다고 한다.

물론 아들놈은 그게 아니라고, 망할 데이비 올 라운이 자신의 머리를 탈모로 만들고 시비를 걸었다 하지만 차관은 바보가 아니었다.

수하를 이용해 정보를 캐냈건만 그 내용이 가관이었다.

‘후…… 돌아버리겠군…… 잘못하다간 정말로 끝장나겠어…….’

이미 몇 차례 사례를 본 바 있었다.

데이비 올 라운이라는 인간은 겉보기엔 좋은 일을 많이 하지만 자신을 공격하는 존재는 가차 없이, 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너뜨려 버린다.

한국에서 벌써 두 차례나 그런 일이 존재하지 않았던가.

그라면 아들놈은 물론 자칫 그룹 전체를 무너뜨려 버릴 가능성도 높았다.

특히 지금 상황이라면!!

가장 좋은 방법은 아들 교육을 잘못 시켰다며 데이비 왕자와 다시 화해하는 컨셉을 잡는 것이지만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다.

아들놈이 그 사이에 또 사고를 친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적대적인 상황뿐.

이제 코오나는 손대기도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차라리 데이비 왕자의 입지를 줄여서 어떻게든 그를 견제할 수단을 만들어야 했다.

때마침 좋은 기회가 생기지 않았나.

데이비가 그렇게 나오고 나서 곧바로 세계 각지에 이런 말도 안 되는 균열이 생겼으니 그것을 물고 늘어지는 수밖에.

자신을 동조하는 인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데이비 왕자가 요시키 그룹을 어찌할 수단은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이었다.

물론 대부분 그 사실을 의심하면서도 함부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게다가 하필 티오니스 성자가 한국 태생인 신성 그룹의 차기 총수, 신 현아와 의남매 상태라면 혐한을 이용해 주가를 올리고 있는 요시키 그룹의 근본부터 어긋나버린다.

‘망할 그를 우리 진영 쪽으로 끌어들이려고 했건만…….’

“데이비 왕자가 마침 지구에 있으니 그를 불러 확인을 해보는 건 어떨는지요.”

“나는 손 떼겠소. 현재 한국은 부산지역에 나타난 균열을 처리하는 게 우선이요. 그리고 나는 데이비 왕자 본인의 인성을 믿습니다.”

“정치는 개인의 사견이 들어가면 안 되는 거 모르시오?”

“그럼 적대하시지요. 누가 옳든 나는 관심 없으니. 그리고, 이 일을 그에게 도움을 받아 이 일을 안전하게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오.”

한국 대통령의 단호한 말에

저 빌어먹을 조선인이…….

하여튼 한국은 도움이 안 되는구나!

그는 속으로 그렇게 욕지기를 뱉으면서도 자신과 동조하는 이들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나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증거도 없는데 의심을 하고 그와 사이가 틀어졌다고 합시다. 만약 이 균열이 현재 우리가 감당할 수 없다면 어찌하겠소.”

“하지만 그가 도와준다고 장담하지도 않았지요.”

어떻게든 물고 늘어져야 한다! 그래야 했다.

하지만.

덜컹!

갑작스레 문이 열리며 한두 명의 사내가 느긋한 걸음으로 실내로 들어오자 모두의 시선이 그들에게 몰렸다.

신성 그룹 총수! 그리고…… 티오니스 성자.

“데…… 데이비 왕자?! 당신이 이곳에 어떻게!”

요시키 차관은 아직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그의 출현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우선 이곳에 계신 분들께 먼저 공표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자리에 앉는 신성 그룹 총수와 다르게 곧바로 단상 위로 올라오는 데이비를 보며 현 의장인 미국 측에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먼저 이야기 된 게 없는 것으로…….”

“이번 일에 관해 설명해드리려는 겁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주실 순 있으시겠지요.”

암. 당연한 소리!

지금 그 일 때문에 모여있는데!

당장 비켜주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이에 미국 측에서도 급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우선 다들 이번 사태에 대해 상당히 곤혹스러우실 겁니다.”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갑자기 이런 균열이라니!”

“혹 알고 있는 게 있으신지요.”

그들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데이비가 잠시 고민한다. 그때를 요시키 차관은 놓치지 않았다.

“데이비 왕자님. 일본 상임이사국 대표 요시키 차관입니다.”

남들이 나서기도 전에 그가 손을 들어 발언권을 획득했다.

“말씀하세요. 요시키 차관.”

“우선 거짓 없이 대답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의 말에 데이비가 피식 웃어 보였다.

고작 10대 후반이면서. 세계 각지의 최고봉만 모인 이곳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여유를 부리는 모습.

그의 힘이나 입지를 생각하면 당연하겠지만 반대로 아직 어리기에 경험이 부족할 거라 생각하는 요시키였다.

“좋습니다. 사실대로 말하지요. 프리아 여신님의 이름을 걸고.”

담담한 대답에 주변에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넬타리드 신이 아니고요?”

“정확히는 프리아 여신이지요. 제 성흔은 그분에게서 받은 것이니. 저는 그분의 목자로서 자애를 퍼뜨릴 이유가 있습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지만 거짓은 아니었다.

데이비의 그런 대답에 그는 잠시 침묵하다 물었다.

“하면 믿고 묻겠습니다. 이번 사태. 데이비 왕자께서 유도한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습니다.”

“제가요.”

데이비가 고개를 주억거리자 신성 그룹의 총수가 눈을 부릅뜨며 항의하려 했다.

하지만 요시키 차관은 그를 비웃듯 다시 한번 말했다.

“사실대로 말씀해주십시오. 이번 사태. 제 아들놈을 파멸시키기 위해 당신이 만들어낸 것이 아닙니까?”

아들을 파멸시키기 위해!

그 외침에 주변의 술렁임이 더 커졌다.

“들었습니다. 제 아들놈의 약혼녀인 코오나 양의 후견인이 왕자님이라는 것을요.”

“그렇지요.”

“그 과정에서 뭔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싸움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제 아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당신이 전 세계인을 인질로 잡은 게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무례한 질문.

하지만 물러설 길이 없었다.

여기서 잘못되면 요시키 그룹은 대번에 무너진다.

차라리 매국노 소리를 듣더라도 이렇게 틈을 만들고 잘못되더라도 해외로 도피하는 방법을…….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반쯤은 맞았습니다.”

그 말에 회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설마 했는데 진짜였기 때문이었다.

“그게 무슨?!”

프랑스 쪽에서 당황한 듯 소리치며 벌떡 일어난다.

반대로 요시키 차관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역시 그가 맞았다. 그렇다면 요시키 카사토 놈을 위협하기 위해 인질극을 벌이는 이 같은 웃긴 짓은 더 이상 효과를 보지 못하……

“다만. 그 전에 먼저 설명부터 해드리죠.”

모든 것이 무너지려는 것처럼 삐걱거린다.

피식 웃은 데이비가 그를 향해 말한다.

“맞습니다. 당신의 아들을 파멸시키기 위한 것. 다만 인과가 조금 틀렸네요.”

빙그레 웃는 그의 미소에 알 수 없는 섬뜩함이 밀려온다.

“번거롭고 귀찮으니 사실대로 말해주겠습니다. 미성년자입니다. 제가 후견인으로 돕고 있는 아이는. 그런데 그런 아이를 정혼했다는 이유로 후견인의 앞에서 성추행하는 인간을 그냥 두라고요? 어림도 없는 소리죠.”

그의 미소에 요시키 차관은 핏대를 세우며 소리 질렀다.

“그렇다고 전 세계 국민을 인질로 내세…….”

“그건 틀렸습니다.”

데이비는 근처의 의자에 털썩 걸터앉은 뒤 다리를 꼬았다.

오만하기 그지없는 미소에 주변의 공기가 차갑게 식는다.

“하나 질문하지요. 흉신이 죽어 나자빠진 이후로 지구에 몬스터 균열 수준이 급속도로 떨어진 건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그 말에 긍정하는 기미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왜 그럴까요. 단순히 흉신이 뒤져버렸기 때문에?”

사실 그게 정론이었다.

하지만. 진실은 달랐다.

“아니죠. 흉신이 뒤져서 그것들이 약해질 것이었다면 지금쯤이면 몬스터는 이미 박멸되었어야겠죠. 하지만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죠? 그것들이 이제는 흉신과 관계없이 지구의 주인이 되기 위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 회장이 더욱 술렁였다.

“그래서 막아줬습니다. 흉신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기에.”

그는 말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 갔다.

반면 요시키 차관은 더 이상 그가 말하면 안 된다는 불안함이 엄습했다.

“균열이 생기는 원인은 지구에 생긴 마나의 불안정한 흐름이 어딘가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불안정한 흐름이 성장하지 않고 계속 하위급만 유지할까요?”

어림도 없는 소리.

“지금 나타나는 균열은 제가 그동안 지구에서 발생하지 못하게 막아둔 것들입니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하면 제가 계속해서 당신들의 문명이 회복하는 걸 보호해주고 있었다는 소리입니다.”

“그…… 그렇다면…….”

프랑스 측의 중얼거림에 데이비는 빙그레 웃으며 쐐기를 박았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말없이 막아온 건 제 독단이죠. 그러니 나머지 균열은 무상으로 모두 지워드릴 겁니다. 생색내려고 한 것도 아니고, 이제라도 알면 된 겁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것만 피하면 계속해서 티오니스는 당신들이 힘을 기를 때까지 무상에 가까운 대가로 계속해서 보호해줄 겁니다.”

단.

“당신 아들은 예외야.”

존대가 지워진 오만하기 그지없는 폭군 같은 말에 차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 사실이 일본 내에 알려진다면…….

미성년자를 후견인이 보는 앞에서 추행하다가 시비가 붙은 것 때문에 자신들이 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상황을 알게 되면.

정말 애같이 치졸하고 치사하기 그지없는 일방적인 외교방식. 하지만. 그것을 탓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지구를 보호해주는 건 티오니스라고 하지만 사실 정확히는 데이비 올 라운 일개 개인이 편의를 봐주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지금까지 무상으로 보호해준 그가 이제 와서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탓할 명분은 없었다.

하지만 요시키 차관은 멈출 수 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파멸밖에 없을 테니까.

“그…… 그동안 이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면 모두가 그것을 대비라도 했을 것이오!”

그의 필사적인 외침에 데이비가 고개를 기웃거렸다.

“내가 왜?”

“뭐…… 뭐?”

“당신은 내가 우스워 보이나? 도와주고 욕먹어도 허허 웃어넘길 만큼?”

“그…… 그건…….”

“본래라면 미리 공지하고, 지구가 자립할 때까지 계속해서 보호해줄 생각이었지만.”

그게 당신 아들 때문에 틀어진 거야.

“이…… 이건 너무 일방적입니다!”

차관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이에 데이비는 마석 하나를 툭 던졌다.

그러자 어떤 녹화된 장면이 나온다.

[지금이라도 코오나에게 가서 사과하고 전부 물러. 그럼 머리는 몰라도 용서는 해줄 테니.]

[웃기지 마라!! 빌어먹을! 미개한 조선년하고 가깝다더니 아주 천박하기 그지없구나! 네깟놈 도움 따위 어디에도 필요 없다!!]

패닉에 빠져 악을 쓰는 요시키 카사토의 모습이 고화질로 나타난다.

그가 조금만 냉정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발언이지만 그는 극도로 몰린 상황에서 아버지까지 돕지 않자 극도로 몰려있었다.

그 장면에 차관의 표정이 더없이 창백해진다. 거칠기 짝이 없는 그 일방적인 압박에 차관의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그에게 숙여서라도 어떻게든 지금 무마를 시켜야 한다. 이 사실을 국민들에게 들키면 그땐 일이 잘 풀려도 파멸밖에 남지 않는다!

물론. 그딴 것을 데이비가 그냥 둘리가 없었다.

“아참. 이거 개인방송 중인데. 괜찮죠? 어차피 전 세계에 공평하게 공개해야 하는 정보였으니.”

그것도.

“일본 채널에 연결한 개인방송. 이야 축하드립니다. 당신이 세계를 구할 열쇠를 쥐셨네.”

그 열쇠가 반대쪽은 파멸이라는 게 문제지만.

“내…… 내가 대체 어떻게 하길 바랍니까…….”

“글쎄요. 나는 뭐라 해도 지켜줄 생각이 없는데. 아 물론 일본에는 악감정은 없어요. 당신들이 있어서 그렇지.”

어디로도…… 도망갈 곳이 없다. 이대로 가다간 분노한 국민들에 의해 강제로 추방당하게 될 터.

아니 그전에 돌 맞아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문제는 이 사태가 전 세계로 공표되면서 어떤 국가도 그들을 받아주려 하지 않을 거라는 소리였다.

세계의 몬스터 균열의 진실 일부를 알아낸 상황에서 고작 몇 명을 위해 국민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인간은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끔찍한 결말이 기다린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로.

“본래 나는 힘이 있어도 그걸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최소 내가 떳떳해지기 전까지는.”

물론 그 기준점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근데 내가 싫은 놈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게 잘못된 건 아니잖아요? 운 좋은 줄 알아요. 미성년자 추행은 티오니스에서도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법전으로 머리통 깨질 때까지 맞는 범죄니까.”

눈앞의 청년은 너무도 잔인한 인간이었다.

차라리 다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그에게 고개를 숙였어야 했다.

차관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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