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36화
선처라는 게 어떤 의미로는 굉장히 안도할 수 있는 말이지만. 총리의 입장에선 의심부터 할 수밖에 없었다.
왜 선처를 여기서 하냐는 것인가!!
빌어먹을 요시키 그룹 때문에 이게 뭔 난리인지! 총리는 몇 번밖에 본 적 없는 요시키 그룹의 차기 총수를 떠올리며 이를 부득 갈았다.
눈앞의 인간 데이비 올 라운은 기본적인 외교방법이 먹히지 않는 인간이다.
어떤 의미로는 폭군에 가까웠고, 어떤 의미로는 속을 알 수 없는 인간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런 그의 행동을 비난할 수는 없었다.
현 상황이 어떻건 그동안 데이비 올 라운이라는 인간이 계속해서 지구 전체를 보호하고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었으니까.
선의로, 대가 없이 보호해주고 있던 인간에게 왜 그랬냐고 해본들 돌아오는 시선은 진짜 뻔뻔하다는 말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일면의 여론에선 데이비 왕자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치기 어린 행동을 벌이는 것뿐이다. 혹은 이런 경우 어른스럽게 대처해야 한다는 특유의 여론이 나돌지만, 그것은 일부일 뿐이었다.
평소에 잘 화내지 않는 사람이 화를 낼 때가 가장 무섭다고 했던가.
그렇게 그와 척을 지고 단교를 하는 순간.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당장 초입부만을 조사하러 보낸 선발대에게서 균열 내부의 난이도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말이다.
입장한 다수의 각성자 중 벌써 3분지 1이 사망한 상황.
상황이 좋지 않았다.
“자세히…… 들려주십시오.”
“별거 없어요. 지금 벌써 균열 내부에 각성자들이 들어간 거로 알고 있습니다.”
“예…… 본래라면 벌써 복귀해야 하건만…….”
“복귀하지 않고 있죠?”
“짚이시는 바가 있으신지요.”
그 물음에 데이비는 어깨를 으쓱였다.
“모릅니다. 그런데 명백히 이상 현상인 건 맞겠죠.”
“그럼…….”
“그들도 구할 겸 균열 처리는 해드릴게요. 단, 조건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한 데이비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놈. 균열에 데리고 가겠습니다.”
갑자기?
그런 의아한 행동에 데이비를 본 총리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리고 그놈의 신변은 제가 지켜주겠습니다. 믿기 힘들면…… 까짓거 선을 연결해서 내부 상황을 개인방송으로 띄워드릴게요.”
죽이지 않겠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물론 그가 정말로 돕지 않겠다고 하면 없는 죄목이라도 찾아서 그를 쳐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개인방송을 통해서 내부의 상황을 보여주고 그를 지켜주겠다고 한다.
대체 왜? 뭘 노리고?
그의 머릿속이 혼란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해서…… 왕자께 이득이 있습니까?”
“그냥. 기회를 주는 겁니다. 그가 기준에 부합하면.”
피식 웃은 데이비가 차갑게. 그리고 단호하게 답했다.
“정식으로 사과를 받는 것으로 끝내겠습니다.”
마치.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 * *
도쿄 상공에 나타난 대규모 균열.
그곳에 들어가기 전 나는 개인방송의 설정을 이리저리 만진 뒤 마법진을 발현시켰다.
“륀느. 여기서 이거 잘 지키고 있어. 혹여라도 부서지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내 말에 륀느는 마법진이 서린 기둥을 톡톡 두드렸다.
“륀느의 방어능력. 매우 높게 평가.”
“좋아.”
상공에서 나타난 균열은 마치 물이 흐르듯 지상으로 기이한 빛의 길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바로 이곳이 각성자들이 진입한 길이리라.
이번 일로 인해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은 현 상황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이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
“어이. 따라와.”
“내…… 내가 왜.”
두꺼운 모자를 뒤집어쓰고 추레한 점퍼를 뒤집어쓴 그가 내게 말했다.
“내가 왜 네놈 말을…….”
“아직 정신 못 차렸네.”
싸늘하게 그를 노려보자 그가 움찔거렸다.
“기회 주는 거다. 네가 그 기회를 잘 살리면 나는 너를 살려줄 거다. 다만 그게 아니면.”
지구의 어떤 누가 보호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너를 죽여 없앤다.
“고작 그깟 일로…….”
“그깟 일? 정신 못 차리고 있는 모양인데. 코오나는 네까짓 게 그렇게 대해도 될 아이가 아니야.”
고대룡 아비트가 세상을 조율하기 위해 사역했던 아이.
그만큼 그 아이는 세상에 큰 은혜를 끼쳤다.
그리고. 코오나는 필사적으로 하인스 영지를 찾아와 내 상황을 알렸고, 그 덕에 일리나가 나를 붉은 공허에서 끌어낸 적이 있었다.
그냥 넘기는 인연은 아니라는 소리였다.
“따라와.”
내 말에 그는 뭐 씹은 표정으로 천천히 따라 들어왔다.
하지만 나를 노려보는 그의 눈빛은 당장이라도 찔러죽일 것 같은 살기였다.
그래. 네가 그러면 그렇지.
“자. 그럼. 잘 보입니까?”
이윽고 개인방송을 켠 내가 빙그레 웃자 수많은 시청자들의 댓글이 올라온다.
“그동안 균열 내부의 장면은 미리 저장한 것밖에 못 봤죠? 화질도 이상하게 안좋고?”
[리얼]
[무슨 방해파장인가 뭔가 있다던데.]
“놀랍게도 내 방송엔 그런 거 없으니까 고화질로 볼 수 있을 겁니다.”
개인방송을 통해 결백을 증명한다던 말.
사실 그건 핑계였다.
다수의 균열이 나타났고 다수의 국가가 대균열을 탐사했지만, 그 자세한 내용에 대해선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아니 정확히는 세상에 공표되지 않았다. 자국 각성자의 저력을 숨기기 위한 것도 있고 정보통제도 있으니까.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공포는 오싹하게만 느껴질 뿐 실질적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조금 잔혹한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지만 균열 밖으로 튀어나온 몬스터를 사냥하는 게 하나의 스포츠처럼 인식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별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다.
“그럼 입장하겠습니다. 잘들 살아있어야 할 텐데.”
[그런데 왜 갑자기 도와주는 거임?]
[맞다. 안 돕는다고 하지 않음?]
[아니 이 인간들아 그래도 사람 목숨이 걸렸는데…… 그리고,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솔직히 티오니스 성자가 원인이잖아. 시작은]
[그걸 티오니스 성자가 해결해줘야 할 이유가 어딨는데. 목숨 맡겨놨음? X나 뻔뻔하네.]
[지금 돈 한 푼 안 받고 구호 활동하는데 말 저렇게 하네. 내가 본인이었으면 당장 엎었다.]
계속해서 올라오는 채팅을 피식 웃으며 본 나는 요시키 카사토를 향해 말했다.
“따라와.”
“대체 내가 이안에 들어가서 뭘 하길 바라는 거지? 당신은 날 죽일 생각인가?”
“글쎄. 목숨 정도는 붙여놓을 테니 걱정 마라. 지금 내가 널 데리고 가는 이유는 단순히 시험해보고 싶은 게 있을 뿐이니까.”
본래라면 요시키 카사토의 아버지인 요시키 차관이 이 상황을 말려야겠지만, 그는 놀랍게도 자신의 아들의 꼬리를 자르는 데 급급해 있었다.
놀라운 결과긴 하지만 새삼스럽진 않다.
이윽고 내부로 진입하기가 무섭게 익숙하면서도 오싹한 기운이 주변에 감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주변 형태가 펼쳐졌다.
“흐음…….”
눈앞에 보인 광경은 마치 종말을 앞둔 도시 같은 모습이었다.
균열 내부의 형태는 인간의 감정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허상이지만 현실. 이곳에서는 그런 게 당연했다.
보통은 숲인 경우가 많은데. 파괴된 도시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큭…… 이게 무슨 냄새…….”
매캐한 냄새에 요시키 카사토가 작게 중얼거렸다.
“우선 말하는 거지만 본래 돕지 않으려고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방송을 보는 수많은 사람들을 향해 말한다.
“그런데. 기회 정도는 줘도 될거 같아서요. 방송을 켜는 이유도 뭐…… 내가 핑계 대고 죽이는 게 아닌가 확인 차원에서 보여주는 것이고.”
“히이익!!”
그렇게 말하며 오딘의 스태프 초월의 종언을 꺼내든 나는 가볍게 스태프를 바닥에 두드렸다.
크그그그그그그그그…….
바닥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데스 로드의 이름으로 명한다. 일어나라.]
[9서클 사령 마법]
[로드 스켈레톤 레이지.]
검신 하레스가 깡패 같은 만렙 해골이라 부른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긴 장검을 든 해골은 겉보기엔 굉장히 왜소하고 별거 없어 보였다.
하지만.
로드 스켈레톤의 저력은 마스터 10명과 싸워도 이길 수 있는 괴물 같은 놈들이라는 게 현실이다.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간 것인지 다수의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거대한 데몬 형태의 몬스터들은 대놓고 침을 질질 흘리며 나와 요시키 카사토를 향해 다가왔고. 나는 그런 놈들을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
“전진.”
서걱!!
최전방에 있던 해골의 검이 번뜩임과 동시에 다수의 데몬들의 머리통이 떨어져 나간다.
“따라와.”
그 후 나는 겁에 질려있는 요시키 카사토를 향해 싸늘하게 몰아붙인 뒤 걸어 나갔다.
* * *
요시키 카사토는 날벼락을 맞은 상황이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크아아아앙!!
“으아아아악!!”
현재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한가지.
이 빌어먹을 놈이 자신을 데리고 이 위험한 균열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대체 그가 뭘 노리는 건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왜 자신이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가.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는 속으로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채팅창은 간혹 지진이나 갑작스러운 몬스터의 출현으로 그가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 때마다 비웃음으로 가득 찼다.
저들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실제로 그 하나 때문에 피해를 본 이들도 많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면 안 되지! 나쁜 놈은 저놈인데!!
‘죽일까? 죽일 수 있을까?’
그의 눈이 살기로 번들거렸다.
자신의 탄탄대로 인생을 뒤흔들어놓은 그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이 균열에 들어온 이후 그게 더 심해진 기분이 들었다.
현재 데이비 올 라운은 괴물 같은 해골들을 일으켜 전진시키고 본인은 보호받는 이 없이 느긋하게 서 있다.
초심자인 그가 봐도 빈틈투성이. 당장 뒤에서 칼로 찔러버리면 죽지 않을까.
아무리 그래도 그도 결국은 사람인데. 심장에 칼 맞고 살 수 있을 리가 없다.
물론 그는 그것을 당장 행동에 옮기진 못했다.
당장이라도 그를 죽여버리고 싶은 감정이 점점 강해지고는 있지만, 그에게 덤벼들어 죽일 수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죽이면 안 된다. 같은 생각은 이미 저만치 날아간 지 오래였다.
그의 인생을 망가뜨리고, 머리를 이 꼴로 만들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게 만든 그를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런 살심은 점점 계속 올라갈 뿐 답답하게 해결책이 나오진 않았다.
그는 느긋하게. 그리고 천천히 전진하며 몬스터들을 보이는 대로 부수고 죽이고 있었다.
“흐으…… 흐으!!”
숨이 거칠어지고 핏발이 선 눈으로 데이비를 노려보던 그는 급기야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스산하게 웃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이거면 흔적도 없이 놈을 죽일 수 있어.’
이곳의 몬스터는 그 수나 위험성이 엄청나다 들었다.
데이비 올 라운이 단번에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각성자들을 구하러 가지 않는 것은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깊게 들었다.
그도 이곳의 몬스터들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사냥하고 있었으니까.
해골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수 앞에 장사가 없다.
괴기스럽게 웃어 보인 그가 슬금슬금 물러났다.
그리고는 품 안에서 어떤 향 같은 것을 꺼내 활성화 시킨 뒤 남들이 보지 못하게 휙 던져버렸다.
그리고 다른 어떤 물건을 꺼내 손에 쥐었다.
머릿속에서 당장 사용하라고, 당장 이걸 이용해서 그를 죽이라고 외치는 것만 같았다.
충동은 강해지고 이성이 마비되며 엔돌핀이 돌며 그를 자극했다.
그래. 이건 다 저놈이 잘못한 것이다. 자신은 잘못이 없다.
저 빌어먹을 놈이 감히 내 인생을 망가뜨렸다!
요시키 그룹에서 비밀리에 실험하고 만들어낸 비윤리적인 결산물인 몬스터를 유인하는 특수한 향으로 효과는 간단했다.
몬스터들을 유인한다. 그 거리는 향이 닿는 범위까지이지만 반쯤 실패작이라 거리 조절이 잘되지 않는다.
본래 이 발명품은 과거 지구에 있던 어떤 조직의 연구 기록을 훔쳐서 얻어낸 것이었다.
데이비 올 라운에 의해 궤멸한 조직이지만 그들이 남긴 흔적 중 일부는 분명히 요시키 그룹에서 챙겼다.
몬스터를 길들이는 연구도 그 때문에 시행된 것이었다.
정부가 바뀌면서 연구를 비밀리에 진행해야 했기에 조금 손이 가긴 했지만, 그 결과물은 분명 존재했다.
일본에 막대한 군사력을 가져다줄 황금알! 제국주의의 사상을 지닌 요시키 가문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카드였다.
이 향은 한번 활성화하면 반경 수 킬로미터 내에 모든 몬스터들을 끌어모아 버리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남들이 보지 못하게 그런 짓을 저지른 요시키는 살기 섞인 미소를 지은 채 데이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물었다.
“이봐. 왜 몬스터를 바로 처리하지 않는 거지?”
“왜긴. 여기 몬스터들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지? 나도 위험해서 하나하나 처리하고 있잖아. 대뜸 몰려오면 너나 나나 다 죽는 거야.”
그 말에 요시키는 속으로 스산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의심 따위 하지 않았다. 그저 죽일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에 더욱 충동만 강해졌다.
‘그래. 웃어라. 그게 네 마지막이 될 테니.’
수많은 몬스터에게 둘러싸이면 아무리 그라도, 저 해골들이라도 어쩔 수 없으리라.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잡는 건 몰라도 소문대로 수백 수천 수만 마리가 동시에 몰려든다면?
그 결과는 뻔할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면 그도 몬스터에게 죽임을 당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그것도 이미 예견해두고 보험을 준비했다.
몬스터의 공격성을 억제하는 향 또한 이미 품 안에 숨겨놓고 있었으니 말이다.
몬스터를 대량으로 불러 그를 죽인 뒤 겁에 질린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면 된다.
흔적은 없고 놈을 죽일 수 있으리라.
구오오오오오오!!!
벌써부터 효과가 있는지 멀지 않은 곳에서 엄청난 소리와 함께 진동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지금까지의 행동 자체가 이미 데이비의 함정이라는 것을 말이다.
“결국,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닌가 봅니다.”
그가 그렇게 말했다.
콰아앙!!!
동시에 저 멀리서 새까맣게 몬스터들이 몰려오는 게 보였다.
뉴스에서 본 특A급 몬스터는 기본이고 그보다 더 위험해 보이는 놈들까지 보인다.
죽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모든 것은 그의 생각대로만 돌아가지 않았다.
“사람 고쳐 쓰면 안 된다는 말. 누구한테 하는 이야기 같냐.”
그냥 채팅창에 대답을 해준 게 아니었나?
요시키는 갑작스레 들기 시작한 불안함에 인상을 찡그렸다.
일반인인 그에게 데이비 올 라운의 무력은 조금 특정하기 힘들었다.
강한 건 알지만 그래도 인간인데? 라는 생각이 더 강한 것이다.
그런데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머릿속에 감돌기 시작한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그가 가지고 있던 장비의 채팅창에서도 물음표가 계속해서 올라온다. 상황을 이해 못 한 것이다.
하지만 곧 이어진 데이비의 말에 그는 자신이 함정에 빠졌음을 알 수 있었다.
“널 두고 하는 말이다. 참고로 이 균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계속해서 증폭시키는 미세먼지가 계속 떠돌거든. 아마 지금 나를 죽이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을 거다.”
그게 무슨?!
놀란 그가 소리쳤다.
“무슨 헛소리냐?!”
“정확히는 모든 대균열이 다 그렇지. 인간의 감정을 흔들어서 증폭시킨다는 소리다.”
즉.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생각이 더욱 증폭되고 용감한 생각을 하면 더욱 용감해지고 살심을 품으면 더욱 살심이 짙어진다는 소리였다.
그런 걸 요시키가 알 리가 없었다.
“네가 나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말이다. 시험은 탈락이다. 이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