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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39화 (1,039/1,559)

제 1039화

몬스터들이 갑자기 어디론가 향한다고 했을 때. 그때 조금 의아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일정 지역에 분포하는 몬스터가 그렇게 몰려드는 경우는 처음이었으니까.

그리고. 회색 괴물로부터 도망칠 때 나타났던 몬스터 무리도 조금 이상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해가 되었다.

‘그것들은 도망치고 있었던 거야…….’

이곳의 약육강식형 몬스터들의 생존경쟁 따위는 아무렇게나 생각해도 좋을 정도로 위험한 적을 상대로 말이다.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야. 좀 떨어져라. 다 큰 녀석이 뭐하는 짓이야. 코 묻는다,”

“흐어어엉!”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난 것인지 그녀는 생각 이상으로 서럽게 울며 데이비에게 달라붙었다.

이에 데이비는 복잡한 표정을 짓다가도 이내 혀를 차고는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됐다. 됐어. 이제 괜찮다. 뚝 그쳐. 가능하면 페르가 방송을 안 봤으면 좋겠는데…….”

[지금 여왕님 두고 바람 핌?]

[와. 미성년자 꼬시는 실력 보소.]

[철컹철컹.]

“쫓겨나기 싫으면 닥쳐주세요.”

짜증스레 말하면서도 품 안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그녀의 얼굴에 묻은 피와 눈물을 닦아주는 그였다.

이 사람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한없이 잔인하다가도 자신의 선 안에 있는 이에겐 이토록 따스한데.

“됐으면 물러나. 몇 명이나 다친 거야.”

칼같이 자신을 떨쳐내는 데이비를 올려다보며 그녀가 복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당신은…….”

“티오니스 성자…….”

각성자들의 표정은 혼란이었다.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도망쳐요! 저놈은 진짜 괴물이야! 지금까지 본 놈들과 격이 다른…….”

격하게 외치는 몇몇 각성자들의 말에 데이비는 말없이 채팅창을 들여다보았다.

[어우야. 몰골이 말이 아니네.]

[진짜 제때에 도착해서 다행인 듯. 잘못하면 떼죽음 당할 뻔…….]

[근데 저거 왜 저렇게 생김? 너무 징그러운데…… 저거 탯줄하고 태반 아님?]

[미친…… 나 토할 거 같아.]

일부는 회색 괴물의 형태를 보며 기겁했고, 몇몇은 그 정체 모를 위압감에 두려움을 느낀 듯 보였다.

그리고 일부는…….

[최종 보스 같은 포스인데. 왜 긴장이 x나 안되죠?]

[리얼루다가 ㅋㅋㅋ]

쉴 새 없이 떠드는 이들의 말에는 긴장감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때 놈이 기괴하게 일그러진 입을 뻐끔거렸다.

[홀……른?]

고개를 갸웃거린 괴물의 목소리가 그의 귀에 닿았다.

“호? 말을 하네?”

[홀른…… 죽인다…… 홀른.]

어마어마한 압박감에 짓눌리면서도 놈은 몸을 일으키려 버둥거렸다.

[엄마…… 원수. 다프네…… 죽여.]

그 말과 함께 미소짓고 있던 데이비가 표정을 바꿨다.

분위기가 묘하게 차가워진 것을 느낀 코오나는 눈을 크게 뜬 채. 데이비를 바라보았다.

“방송. 잠시 끄겠습니다.”

웃음기 하나 없는 목소리.

그 말과 함께 그대로 옷에 부착해둔 카메라를 꺼버린 데이비가 물었다.

“쟤 뭐냐.”

-크아아아아악!!

압박에 저항하던 놈이 괴성을 내지른다. 이에 코오나가 무언가 소리치려던 찰나.

회색의 괴물이 입을 쩍 벌리더니 그 안에서 수십 가닥의 촉수들이 쏟아져 나와 데이비의 팔과 다리를 묶어버렸다. 그리고는 한입에 잡아먹으려는 것처럼 끌어당겼다.

[다프네…… 다프네!!]

다프네라 외치는 그 말에 데이비의 얼굴에 표정을 읽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변을 짓누르는 위압에 저항한 듯 녀석이 괴기스러운 비명을 재차 내질렀다.

각성자들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던 데이비가 이렇게 포박되어버리자 그들의 표정이 거무죽죽하게 죽어 들어갔다.

하지만.

그들은 알아야 했다. 이곳의 몬스터들이 어떤 놈들이고, 그런 놈들이 저항을 포기하고 도망칠 정도면 그들을 쫓아온 놈이 어떤 놈인지를.

“내가 아는 선에서 이런 생명체는 없는데.”

쿠우웅!!!!

천천히 끌려가던 데이비가 입을 열기가 무섭게 촉수가 파르르 떨리더니 그대로 불타올라 사라져 버렸다.

“너 신성력에 굉장히 취약하구나?”

마치 테스트를 해보듯 신성력을 끌어올리는 데이비의 행동을 본 놈이 괴성을 내지른다.

-갸아아아아악!!!

단순히 정신 압박만으로는 놈을 누를 수 없었다.

버서커화 상태. 혹은 너무 순수해서 차이가 뭔지 모르는 건지. 녀석은 단순한 생물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질적이었다.

“자세한 건 다프네에게 들어보면 되겠지.”

데이비는 연녹빛의 마석 하나를 꺼내 활성화 시켰다.

그리고 코오나에게 다가와 그녀에게 내밀었다.

“저기 저놈 보이지?”

“네…….”

어마어마한 적을 앞에 두고 여유를 부리는 모습에 허탈함까지 들 지경이었다.

“저놈 잘 찍어놔. 지금부터 하나하나 다 찍을 거니까. 아참.”

잠깐 떠오른 듯 그가 코오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우우웅!! 차아앙!!

동시에 그의 등 뒤로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오더니 깃털 같은 것이 허공을 흩날렸다.

그리고, 거기서 흘러나온 빛은 곧 코오나의 몸에 스며들었고 회복능력으로 아주 조금 회복시켜둔 몸이 완전히 멀쩡하게 변해버렸다.

“이제 좀 멀쩡하지? 하나도 놓치지 마. 나머지는 숨만 붙여놓는다.”

이에 그녀가 고개를 휙휙 돌려보자 죽지 않고 살아있던 이들의 몸이 엄청난 기적을 선보이듯 본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어떤 회복계통의 각성자도 이런 무식한 회복을 하진 못한다. 그건 그녀가 알프 온라인을 통해 과거 티오니스에 갔을 때도 본 적이 없는 경지였다.

이게 성흔을 지닌 자의 회복능력인가라며 자신의 몸을 살펴보는 이들을 시선에 담은 그녀는 조용히 숨을 골랐다.

공격성, 목소리, 공격 방식. 내구성. 그 외에 모든 것. 그가 부탁한 것을 담기 위해 그녀가 움직였다.

동시에 신성력을 양 주먹에 두른 데이비가 몸을 가볍게 풀었다.

뚜둑, 뚜둑 거리는 뼈 울림소리가 시원하게 울려 퍼진다.

“다른 균열엔 너 같은 놈이 없었으니 여기가 조금 특별한 건가? 한번 재롱 좀 피워봐라.”

가능하면 없었으면 싶었던 변수가 나타난 것이다.

데이비의 말과 함께 몸을 부르르 떨던 괴물은 마치 투정을 부리는 아이처럼 괴성을 내지르며 마구잡이로 덤벼들기 시작했다.

쩌어엉!!!

아이 같은 움직임과는 다르게 그 속도는 가히 섬광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렇게 날아든 놈은 정확히 데이비의 심장을 향해 손톱을 내질렀다.

금속은 물론 닿는 모든 것을 아무런 저항 없이 꿰뚫어버리는 손톱인 만큼 누군가는 그가 저렇게 여유 부리다가 당할 거라 생각이라도 했을 것이다.

“꺄악!”

하지만.

콰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그들이 예상한 장면과는 정반대의 모습이 펼쳐졌다.

-키아아아아아악!!

데이비가 그대로 놈에게 파고들더니 그대로 손톱을 낚아채 부러뜨려버린 것이다.

놈의 손톱 길이는 30센티 정도.

그 허리를 잡아 부러뜨리는 게 아니라 아예 뽑아버린 형태였다.

“거 애가 가지고 놀기엔 조금 위험한…….”

쉬리리리릭!! 서걱!!

하지만 이 괴물도 괜히 괴물이라 불리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모를 긴 꼬리가 데이비를 향해 날아들었고 데이비는 하던 말을 멈추고 잠시 물러났다.

“흠…… 변이에도 능숙하고. 대화는 불가능해 보이는데.”

말을 하기에 대화가 가능한가 했더니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홀……른……. 홀른…… 죽여.]

“신생아 수준인데.”

뭔가 생각을 마친 데이비가 발끝으로 땅을 톡톡 걷어찼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놈을 보더니 말했다.

“숨기는 게 많은 거 같으니. 나올 때까지만 좀 거칠게 가자.”

마치 아이를 타이르듯 한 말투지만 그 의미는 절대 부드럽지 않았다.

퍼어어어엉!!!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데이비의 주먹이 놈의 몸에 복부에 꽂혀 들어갔다.

깡마른 체격과 다르게 볼록하게 부풀어 오른 배가 일그러지며 놈은 괴기스러운 액체를 토해냈다.

치이이이익!!!

“으헉?! 이 자식 무슨 외계 생물체야 뭐야!”

피인지 위액인지 모를 무언가는 닥치는 대로 산화시켜버렸고 녹여내 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녹아내린 자리에선 기괴한 냄새가 퍼져나갔다.

명백히 위산이나 이런 것과는 다른 무언가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일방적인 공격이었다.

단순 존재감만으로도 각성자들을 짓누르던 회색 괴물이었지만 정작 그런 괴물을 짓누르는 한 인간 앞에서는 그저 살기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치는 존재일 뿐이었다.

“내가 꿈을 꾸나.”

“정말 격이 다르네…….”

각성자들 입장에선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강한 존재라는 건 몇 번이고 봐왔지만 지금 상황을 직접 대면해보니 그의 존재에 비해 자신들이 얼마나 초라한지 새삼 깨달을 수준이었다.

저게 각성한 것도 아닌 그냥 인간이라고.

단순 노력과 수련을 통해서 저기까지 올라간 인간이라고?

대체. 뭘 어떻게 얼마나 노력했기에 저런 괴물 같은 인간이 실존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었다.

물론 허탈함을 토해내는 인간만 있는 건 아니었다.

“진짜 저 사람이 도와주면 위험 균열 같은 건 아무 문제도 안 되겠네.”

“맞아…….”

누군가가 목숨을 걸고 인류의 존망을 저울에 올린 뒤 싸울 때. 누군가는 그런 적을 상대로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마냥 여유롭진 않아. 본래라면 순식간에 끝냈어야 하지만 그도 경계하느라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잖아.”

그때 각성자 중 하나가 분석하듯 말했다.

“그도 그렇네…….”

회색 괴물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음에도 그들은 그저 멍하니 상황을 지켜보며 토론하기에 바빴다.

‘아니에요…….’

반면 코오나는 알고 있었다. 이 인간이 지금 저 괴물을 죽일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그는 괴물을 상대로 정보를 뽑아내고 있었다.

놈의 행동, 특성, 그 외에 모든 것을. 일부러 틈을 만들어주고 일부러 몰아붙이고, 일부러 기회를 계속해서 부여한다.

그렇다고 그걸 눈치채지 못하는 각성자들을 타박할 생각은 없는 코오나였다.

“흠…… 신생아가 분명한데…….”

물론 데이비는 데이비대로 조금 의문스러웠다. 어떤 존재도 신생아부터 이렇게 강할 순 없다.

놈의 배꼽에 붙어있는 건 갓 태어난 아기임을 증명하는 듯한 탯줄이었다. 그렇다면 분명 이놈은 생식을 통해 태어난 아기가 분명한데. 갓 태어난 아기가 이만한 힘을 지니고 있다?

아예 만들어진 심연의 공주와는 조금 다르게 법칙에 따라 태어난 생명체치고는 너무 강했다.

게다가 그를 조금 궁금하게 만드는 괴물의 말.

다프네.

이놈이 대체 뭐하는 놈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계속해서 일었다.

데이비는 그렇게 생각을 하며 물었다.

“얘 뭐 특이점이 있었나?”

“그게…….”

데이비의 물음에 코오나가 화들짝 놀랐다.

“트, 특이점이요?”

“그래. 조금 이상하다는 뭐 그런 거.”

“딱히 없었어요. 다만. 저 괴물이 나오기 전에 엄청난 힘의 파장이…….”

“거기에서 나온 거란 말이지.”

힘 조절을 할 줄 모르는 아이는 분명했다.

“그럼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이제야 태어난 거라 봐도 무방하겠네.”

그렇게 생각한 데이비는 이 괴물이 태어나게 된 원인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조금 힘을 가하기 시작했다.

신성력에 효과가 있는 녀석이다.

녀석은 신성력이 서린 주먹에 맞아 팔 한쪽이 떨어져 나가자 펄쩍펄쩍 뛰며 기겁하더니 끝내 공격성을 억누르고 미친 듯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칠 지능도 있고. 코오나.”

코오나를 부른 데이비가 말했다.

“균열 밖으로 나가. 나머지는 내가 치울 테니까.”

“하…… 하지만 아직 몬스터가…….”

“호위 정도는 붙여주마. 그거 잘 가지고 있다가 내가 나가면 돌려줘.”

영상 마석을 가리키며 말한 데이비가 손을 튕겼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주변의 그림자 속에서 무언가가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약 서른에 달하는 스켈레톤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흐아악!!”

“모…… 몬스터!!”

이 대균열의 몬스터에게 이미 호되게 당한 각성자들은 갑자기 나타난 해골들을 보며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 그 해골들이 일반 몬스터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해골 중 하나의 손에 몬스터의 머리통이 들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부터 저 사람들 데리고 출구로 나가. 가는 김에 그놈도.”

딸깍, 딸깍!

입을 딱딱거리며 고개를 끄덕인 로드 스켈레톤들이 돌아선다.

“저…… 정말로 저희끼리 가나요?”

“해골로 호위해줄 테니 빨리 나가요.”

심드렁하게 손짓을 하는 데이비의 말에 안도감을 느끼는 그들이었지만 반대로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봐도 이놈들은 분명 언데드 계열의 몬스터였다.

갑자기 이놈들이 돌변해서 자신들을 죽이는 건 아닌가.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지금처럼 이미 몬스터에게 데일 대로 데인 각성자들이라면.

“그럼. 치우고 그냥 알아서 나갈래요?”

“아닙니다!”

서늘한 시선으로 데이비가 물어오자 상황판단이 빠른 각성자 중 하나가 급히 소리쳤다.

그리고는 주변에 있는 이들을 선동하여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뒤를 바라보던 데이비는 이내 허공에 손을 뻗은 뒤 말했다.

“홍단이, 청단이.”

우우우우우웅!!!!!

동시에 그의 몸에서 막대한 힘이 흘러나오더니 균열을 찢기 시작했고 그 균열 속에서 두 자루의 환검이 천천히 빠져나왔다.

검집 끝에서 두 아이의 마나가 흘러나오며 청색과 적색의 궤적이 흘러나왔다.

마치 춤을 추듯 두 검을 집어 든 데이비는 순식간에 두 자루의 검을 뽑아 든 뒤 검신을 보며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리고, 놈이 도망친 곳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회색의 괴물이 태어난 곳에 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도시에 이런 던전이라…….”

물론 폐허가 된 곳이니 문명의 흔적이 사라지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 석조 던전은 조금 이질적이었다.

나는 이곳으로 오는 길에 널브러진 수많은 몬스터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하나같이 순식간에 목덜미를 물어 뜯겨 사망한 놈들이다.

그런 만큼 놈들 중에 살아있는 놈은 없었다.

그 회색 괴물 놈이 가면서 물어뜯고 가기라도 한 것일까.

“먹어서 회복한다라.”

그곳에서 얻은 정보를 모두 챙긴 나는 천천히 석조 던전 내부로 들어갔다.

피인지 뭔지 모를 액체가 덕지덕지 붙어 퀴퀴한 냄새가 난다.

딱히 함정이나 몬스터가 추가로 있는 곳은 아니었다.

다만 이곳에도 시체는 즐비했다.

이놈들은 이곳을 배회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지키고 있었던 것일까.

죽은 위치를 보면 이놈들은 이곳을 배회하는 게 아니라 심부에 있는 무언가를 지키다가 죽은듯한 모습이었다.

“…….”

그리고. 그렇게 휑한 길을 따라 들어갔을 때.

나는 볼 수 있었다.

“프리아 님 맙소사. 더럽게 크네…….”

반경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공동의 중앙에 놓인 무언가는 회색 괴물과 흡사하지만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어마어마하게 긴 다리 그리고 6개의 팔. 괴기스럽게 길고 일그러진 머리와 8개의 뿔.

수백 개는 되어 보이는 꼬리까지.

그보다 더욱 흉측한 건 괴물의 몸 곳곳에 눈알 같은 것이 잔뜩 붙어있다는 점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환 공포증을 자극하는 형태이기도 했다.

다만 시체이기 때문인지 거대한 괴물의 몸에선 저 아기 같은 강대한 힘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

죽어서 오래되었거나. 아예 그런 힘이 없었거나.

“저기서 태어난 건가?”

막상 청단이와 홍단이를 들긴 했지만 사용할만한 일이 없다는 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를 일이다.

공동의 중앙에 있는 괴물의 배는 찢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괴물을 중심으로 사방에는 정체 모를 흙으로 이루어진 것들이 가득 세워져 있었다.

각기 형태가 다르지만 마치 산채로 흙 인형이 된 것처럼 굳어있는 괴물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엔 그 크기만 수십 미터에 달하는 초거대 괴물 흙인형도 존재했다.

마치 옥좌를 보는 듯한 풍경이었다.

-끄어어엉…… 끄어어엉!

그리고 그 시신의 곁에 달라붙은 회색의 괴물은 어미로 보이는 죽은 괴물에게 달라붙어 서럽게 통곡하고 있었다.

마치 아프다며 울부짖는 아이를 보는 기분이었다.

천천히 다가가자 놈은 내 기척을 느낀 듯 더욱 경련을 일으키며 와들와들 떨고 더욱 죽은 제 어미의 시체에 달라붙으려 했다.

아니 급기야 찢어진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려 했다.

한번 겁에 질린 아이는 처량할 정도로 두려워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 괴물을 살려놓는 건 이쪽도 곤란한 입장이었다.

저 괴물은 일단 베고. 그다음 이곳에 다프네를 강신시켜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검을 들려는 그 순간이었다.

-멈춰라. 침입자여.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오느냐.

-죽은 이의 안식을 방해하려 하는가.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물러가라.

중후한 목소리와 함께 내 곁으로 다수의 갑옷을 입은 존재들이 포위하듯 나타났다.

“……당신들.”

단순히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지만 그들의 안광은 인간이 아닌 것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하지만 내 시선을 잡은 건 그런 기사들의 형태가 아니었다.

기사들의 갑옷에 새겨진 엠블럼이 내 시선을 잡아끌었기 때문이었다.

“라스트 위스프?”

티오니스 대륙의 오지에 흩어져 극지에 있는 마물과 마물왕들을 감시하고 토벌하는 비밀 기사단 라스트 위스프.

각기 다른 엠블럼들이지만 거대한 괴물을 지키는 이 기사들의 엠블럼은 각기 다른 라스트 위스프 지부의 엠블럼들과 매우 흡사했다.

“뭐야 당신들.”

-죽은 이의 안식을 방해하지 마라.

“닥치고 비켜 망령들아. 눈에 저거 안 보여?”

물론, 그들이 뭘 했건 데이비에게 후진이라는 기어는 이미 고장 난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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