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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65화 (1,065/1,559)

제1065화

내 행동에 저항군들의 표정에 경악이 서린다.

반면 바위 위에 앉아 물장구를 치고 있던 프리아 여신은 여전히 물속의 물고기들만 바라볼 뿐이었다.

첨벙…….

얼굴에 맞아 다시 호숫가로 떨어진 물고기가 맹렬하게 도망친다.

뱀파이어 실시는 잠시 멍한 얼굴로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가만히 있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고 킥킥 웃기 시작했다.

“쿡…… 쿡쿡…….”

“이런 젠장!”

동시에 저항군들이 기겁하며 소리 질렀지만, 실시의 웃음소리는 더욱 짙어졌다.

“아하하하하!! 꺄하하하하!”

흡사 광인처럼 웃음을 터뜨린 그녀가 붉은 눈동자를 일렁거렸다.

동시에 그녀의 발치 주변으로 시뻘건 핏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좋아. 그렇게 놀고 싶다면 못할 것도 없지. 방법은 간단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핏물들이 기포를 일으키기 시작했고 이내 허공에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각기의 무기들로 변하기 시작했다.

“내가 공격하면, 너흰 피하는 거야.”

그녀의 미소가 점차 광기를 띠기 시작했다.

“어디 한번 재롱부려보렴.”

“젠장! 그걸 꺼내!”

그 말과 함께 저항군의 외침이 터져 나왔고, 허공으로 떠오른 무기들이 현란하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 * *

공격을 피할 틈조차 주지 않고 파고드는 공격은 그녀가 얼마나 자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그녀의 변덕으로 인해 포박에서 풀려난 저항군은 최우선으로 나를 보호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젠장 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 겁니까?! 죽고 싶어 환장했어요?!”

거대한 방패를 이용해 쏟아지는 무기를 막아내며 한 청년이 소리 질렀다.

“그녀를 자극해서 뭘 어쩌자는 겁니까!”

“악!”

“큭!? 지원을 불러! 이대로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다!”

“젠장 괴물 같은 년!”

그녀는 지독하게도 단번에 치명상을 입히지 않았다.

지금 뱀파이어 실시에게 지금 상황은 짜증 나는 벌레를 어떻게 더 괴롭힐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저항군 중 그나마 전투가 가능하던 이들조차 순식간에 제압된 상황에서 나는 프리아 여신만을 바라보았다.

“다 놀았어요?”

마치 전장 한복판에 마치 홀로 소풍이라도 나온 것처럼 내가 묻자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허락이 떨어졌다.

그녀를 믿겠다 하였으면 어떤 상황이건 그녀의 의도대로 움직여주는 게 맞으리라.

이후 나는 물기가 묻은 손을 툭툭 털며 옷에 스윽 닦아내고는 걸음을 옮겼다.

핏물이 가득해져 버린 호수의 몰골은 그리 보기 좋은 현상이 아니었다.

“꺄아아아악!!”

끝내 갈색 머리 소녀, 엘드나가 혈창에 의해 어깨가 꿰뚫리며 고정 당해버렸고, 뱀파이어 실시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순식간에 접근해 그녀의 목을 틀어잡았다.

끔찍한 고통에 그녀가 꺽꺽 소리를 낸다.

“인간은 참 나약해. 모든 점에서 벌레와 다를 바가 없지.”

일방적인 힘의 격차를 보여주며 빈정거린 그녀의 손으로 핏방울이 뭉쳐지며 거대한 톱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넌 어떤 울음소리를 내줄까?”

“크윽?!”

고통 속에서도 그녀가 저항하기 위해 손에 쥔 무기를 휘둘렀지만, 실시는 마치 어린아이 재롱을 받아주듯 손가락 하나로 그녀의 무기를 가볍게 쳐낼 뿐이었다.

“더 없어? 이게 전부야?”

“망할!!”

“우리가 왜 그동안 너희 저항군을 잡지 않았는지 알고 있니?”

“…….”

“언제든지 잡을 수 있기 때문이야. 혹시 유언이라도 있어?”

그녀의 물음에 엘드나가 차갑게 웃었다.

“지옥에나 떨어지시지.”

“애석하네.”

스릉!!!

이윽고 거대한 톱이 그녀의 목을 썰어버릴 것처럼 날아든다.

“엘드나!!”

격한 외침 속에서 엘드나는 고통에 대비하기 위해 눈을 꼭 감았다.

아니.

감으려 했다.

“…….”

나를 발견한 그녀의 눈이 크게 뜨여진다.

“내가 보내주면 지금은 살려준다고 했지.”

가볍게 발을 뻗어 그녀가 휘두른 톱을 막아낸 내가 말했다.

“너…….”

“뱀파이어들은 고질적으로 이게 문제야.”

자존심이 너무 높아서. 자신이 질 거라곤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는 거.

카가가각!! 쩌어엉!!

순식간에 톱의 방향을 비틀어 쳐낸 뒤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복부에 주먹을 쑤셔 박았다.

[천마공]

[혈마폭쇄장]

콰아아앙!!!

손을 한 바퀴 회전시키듯 꽂아 넣은 공격이 그대로 적중했고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퉁겨져 날아가 수차례 호수의 수면에 튕겼다.

그리고는 수심이 깊은 곳까지 튕겨 나가 그대로 잠겨버렸다.

“…….”

갑작스런 상황에 모두가 당황한 표정을 지은 채 나를 바라보았다.

모두가 현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모양새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몸을 가볍게 풀며 아공간을 뒤적거렸다.

홍단이 청단이를 데려왔어야 했는데.

퍼어어엉!!

그때 내게 맞고 튕겨 나갔던 뱀파이어 실시가 거대한 물 폭풍을 일으키며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손에는 지금껏 본 적 없던 길고 붉은 창이 쥐어져 있었다.

“감히 하찮은 인간 따…….”

철썩!!

격분한 그녀가 소리치기도 전에 파고든 내가 그녀의 뺨을 쳐올렸다.

물론, 그냥 손바닥으로 쳐올린 게 아니었다.

“어서 와, 물고기로 맞아보긴 처음이지? 아, 두 번짼가?”

커다란 물고기의 꼬리를 잡아 휘둘러 그녀를 후려친 것이다.

“이…… 이이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굴욕을 당했다고 여겼는지 그녀가 나를 향해 창을 찔러넣었다.

철썩!!!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순식간에 그녀의 뺨을 또다시 쳐올리자 그녀의 뺨이 놀랍게도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아…… 아파…….”

“아프지? 아프라고 때리는 거야.”

철썩!!!

“꺄악! 이 빌어먹을 인간이!”

급기야 이성을 놓아버린 그녀가 마구잡이로 공격해오지만 나는 정확히 틈을 파고들어 물고기로 그녀의 뺨을 후려갈겼다.

냉동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 어차피 상관없나.

신력으로 강화시킨 물고기는 그냥 물고기가 아니었다.

그 후에 벌어지는 것은 일방적인 구타였다.

그것도 멋들어진 싸움이 아닌 물고기의 비린내와 질척거리는 참혹한 구타현장.

“어…… 어떻게 뱀파이어에게 타격이?!”

“무슨……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야.”

나의 폭행을 바라보고 있던 이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중얼거렸다.

불사자. 재앙에 가까운 존재이며 재상이 보유한 처단부대 대장이다.

처단부대 대장의 경우 하나하나가 대륙의 그랜드마스터보다 강하다는 사실은 뱀파이어 실시의 싸움을 한번 지켜본 이들이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아아아아아악!!!”

격노를 참지 못하고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그녀가 핏방울을 일으켰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범위의 공격을 가해 반격 자체를 완전히 차단시키려는 것이다.

“안돼!!”

그것을 본 저항군 세력들이 비명을 내질렀지만 내 시선은 반쯤 살점이 뜯겨 나간 물고기에게 향해있었다.

“이건 안 되겠다.”

철썩!!!

그리고는 아공간에서 거대한 무언가를 꺼내 그대로 그녀의 복부에 휘둘러버렸다.

“커억…….”

좀 전과는 격이 다른 한방에 그녀가 기침을 토해내며 수차례 굴러 다시 호수에 잠겼다.

“역시 후려 패는 데엔 다랑어지.”

지구에 있을 때 참치를 선물해준답시고 잡았던 놈들 중 남은 것들이었다.

그 크기부터가 이런 호수에서 자라는 작은 물고기와 격이 달랐고, 아무것도 없이 그냥 휘둘러도 충분한 흉기가 될 만큼 단단하게 얼어있었다.

물론 그건 상관없는 일이었다.

물고기의 견고함은 물고기 전체를 감싼 신력이 알아서 강화를 시켜주고 있었으니까.

“회초리가 박살 나면 다른 걸 써야지.”

물고기 꼬리 부분을 잡고 그녀가 다시금 물 위로 떠 오르는 것을 기다리던 나는 그녀가 고개를 내밀기가 무섭게 수면 위에 발을 굴렀다.

수심만 수 미터에 달하는 깊이. 하지만 내 발은 전혀 수면 아래로 빠지지 않았다.

쩌저저저적!!

“이게 무슨?!”

그녀의 혈기를 완전히 무시한 채 주변을 피 채로 얼려버린 나는 몸을 낮춰 머리만 빠져나온 채 포박당해버린 실시를 향해 빙그레 웃었다.

“오른쪽 뺨을 맞았으면. 왼쪽 뺨도 내주어라.”

“…….”

“지구라는 곳에 말이야. 그런 말이 있어. 물론 난 왼쪽 뺨을 맞으면 오른쪽 강냉이를 모조리 털어버리는 쪽이지만. 넌 상관없잖아.”

“그…… 그만…… 그만해!”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처절하게 느끼는 그녀였지만 이미 늦었다.

“좀 전부터 계속 아가 아가 거리던데 말이야. 얼마 살지도 못한 뱀파이어 주제에.”

“크윽?!”

“됐고, 너희들 불사만 믿고 너무 날뛰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지?”

콰아앙!!

그대로 골프를 치듯 그녀의 머리통을 향해 다랑어를 휘두르자 그녀의 동공이 파르르 흔들리며 잠시 흰자위를 드러냈다가 본래대로 돌아왔다.

“미안한데 그건 일단 좀 봉인하자.”

“너…… 너 대체 정체가 뭐야.”

나를 향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가 소리 질렀다.

놀랄 만도 하지. 두려울 것 없는 강자로 군림해온 그녀가 일방적으로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이렇게 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궁금해?”

“…….”

“그럼 계속 궁금해해.”

콰아앙!!

다시 한번 참치를 후려친 나는 쌓인 스트레스가 팍팍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야. 너 튼튼하니까 좋다.”

그 한마디가 그렇게 소름 돋게 들린 것일까.

잠시 나와 눈이 마주친 저항군들의 표정이 바짝 얼어버리는 게 보인다.

이후 나는 실시를 무자비하게 구타했다.

신력이 섞인 탓에 타격이 그대로 관통하고 불사의 힘도 강제로 짓눌려 어찌할 수가 없다.

그녀에겐 재앙 그 자체였다.

게다가 그녀를 포박하고 있는 얼음은 단순히 얼음 같은데 도저히 깨지질 않았다.

“이익?! 어째서 이깟 얼음이!”

“이깟 얼음이라니. 이 얼음은 어지간한 금속보다 단단해. 마법이 우스워 보이냐?”

콰앙!!!

“걱정 마라. 너 가고 나면 나머지도 천천히 하나씩 다 보내줄 테니까. 우리 주신님에게 손을 대려 한 시점에서 어떤 자비도 바라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쾅!!!

이제는 안쓰러워 보일 정도로 얼굴이 퉁퉁 부어버린 그녀가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죽지 않았다. 마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고 말하듯 그녀가 눈을 부릅 뜨며 우물거리듯 소리쳤다.

“이젠 몰라! 이곳 전체를 날려버리는 한이 있어도 죽여버리겠어!!”

그 말과 함께 그녀의 전신이 액체처럼 변하더니 주변에 거대한 피의 폭풍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범위는 이 아르부트 왕국 전체를 감쌀 정도로 거대했다.

그리고, 그녀의 그런 선택에 나도 행동을 멈추었다.

촤아아악!!

액체가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몸을 액체화시켜 얼음에서 빠져나온 그녀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말했다.

“이 일대 모든 피는 나의 지배하에 있다. 몸이 안 움직이지? 이번엔 어디 네가 당해봐.”

좀전의 여유 따위는 이미 잃어버렸는지 그녀는 광기 어린 표정을 지으며 거대한 채찍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는 나를 향해 그것을 휘둘렀다.

“직접 간섭없이 모든 피를 공간 내에서 모두 조종한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모든 생명체는 피가 존재한다. 피가 없으면 과다출혈로 죽고 피가 없으면 육체 구석구석 산소와 영양분을 전해주지 못해 죽게 된다.

즉 피를 동결시켜버리는 것은 생명체에게 죽음을 선사하는 것과 같았다.

“아…… 안돼!!”

저항군 세력은 그녀가 이 정도의 힘을 숨기고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한 듯 소리 질렀다.

지금까지야 황당하게 그녀가 당하는 모습을 봤지만 이 정도 힘까지 꺼냈다면 나로서도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포식]

콰득!!

대기를 지배하던 무형의 기운이, 내 몸에서 흘러나온 보이지 않는 짐승에 의해 물어 뜯겨나간다.

“컥?! 무슨?!”

그 무형의 힘과 동기화하고 있던 그녀는 힘의 일부가 강제로 뜯겨나가자 당황한 듯 비틀거렸다.

“야. 네 힘 좋다?”

그 말과 함께 반격을 가하던 그녀가 굳어버렸다.

“마…… 말도 안 돼…… 인간이 어떻게 혈기를!!”

그녀의 괴성에 나는 빙그레 웃으며 다랑어를 들어 올렸다.

다만 이번엔 다랑어 전체에 검은 힘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궁금해?”

그 말에 그녀는 쉴 새 없이 눈동자를 떨며 악을 썼다.

“있을 수 없어! 있을 수 없다고! 이공간에서 나는 절대적이야! 내 명령에 따라! 내 의지에 따라 모든 생명체의 숨통을!…… 커헉?!”

그녀가 숨이 막히는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손에 침을 퉤퉤 뱉은 내가 양손으로 다랑어의 꼬리 부분을 잡고는 마치 야구선수가 풀스윙하듯 그녀의 복부를 향해 그것을 휘둘렀다.

콰앙!!!

“커헉…….”

“음……잘 안 죽네. 주신님. 힘 좀 빌립니다.”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내가 말하자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그녀의 힘이 연동되듯 내 등 뒤의 성흔이 찌르르 울렸다.

아. 이 묵직하고 서늘한 성흔의 감각. 신성 마법 깡패로 돌아갈 시간이다.

나는 참치를 던져버린 채 실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신께서 이르시되.”

내 말과 함께 프리아 여신이 수첩에 무언가를 적어 보여준다.

“엿이나 먹으라 하셨다.”

[그런 말은 하지 않아.]

아 몰라. 무슨 상관이야.

[신의 중지 손가락.]

[검지.]

그녀의 수첩에 글귀가 다시 적힌다.

“아 알았어요 검지 손가락.”

쿠우우웅!!!!!

쩌어엉!!! 새하얀 빛의 손가락이 낙하하여 그녀를 순식간에 감쌌고, 불사의 힘으로도 저항할 수 없는 일방적인 힘의 총량에 짓눌린 그녀는 멍한 얼굴로 천천히 빛에 휩싸여 먼지처럼 흩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저항군은 눈을 수차례 비볐다. 그중 엘드나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 뭐야…… 꿈인가?”

“꿈이겠지.”

현실도피는 좋지 않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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