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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67화 (1,067/1,559)

제1067화

이게 뭐하는 짓인지.

나는 그녀가 맞은 편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지켜보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끼면서 그녀가 말한 볶음밥을 만드는 데에 열중했다.

[달걀.]

“아. 알고 있어요.”

애초에 창조주. 즉 모든 생명의 어머니와 같은 그녀가 동물성 음식을 먹어도 되는가 생각을 해봤지만, 고개를 저었다.

지금 눈앞의 여신은 내가 아는 프리아 여신보다 일방적으로 인간성이 짙다. 즉. 저건 어떤 의미로 보면 프리아 여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휴가 같은 것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렇다면야…….

탁! 콰쟉!

깔끔한 소리와 함께 튕기듯 달걀을 까 넣자 그녀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고요히 나를 바라보았다.

물론 그녀의 저런 시선에도 하던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소금.]

“지금 할 겁니다.”

달칵-

근처에 있는 소금 통을 꺼내 그것을 뿌리려 하자 그녀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내게 다가오더니 내 소매를 가볍게 걷어붙이고는 다시 돌아간 뒤 엄지를 척 올렸다.

“…….”

계속 하라는 듯한 시선에 나는 짧게 혀를 차고 검지와 엄지로 소금을 집어 탁탁 털어 넣었다.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푹 숙인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몇 차례 끄덕인 뒤 다시 고개를 들었다.

“다 됐어요. 맛은 보장 못 해요. 나는 먹을 수만 있게 만들다 보니.”

먹을 수 있게 만드는 건 자신이 있지만, 맛은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이후 그녀는 내가 건네주는 볶음밥을 말없이 내려다보다 천천히 숟가락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음미하듯 숟가락을 입에 물었다.

고요한 침묵, 어째서인지 긴장이 되는 이 순간이었다.

왜 간단한 식사 대접일 뿐인데. 묘한 긴장감이 서리는지.

마치. 부모의 칭찬을 기다리는 아이 같은 느낌이 들어 기분이 묘해지는 느낌이었다.

[좋아.]

이윽고 그녀가 수첩에 글귀를 적어 주었다.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단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깔끔하게 먹어치운 후였다.

이후에도 그녀는 여러 가지를 내게 요구하려 했다.

정확히 이틀간 그녀는 알 수 없는 사심을 채우며 나를 괴롭혀댔다.

다만 나는 끝내 그녀의 요구에 모두 응해 주었고 그렇게 허무하게 이틀이 날아갔다.

약속한 사흘이 되는 날이 고작 반나절 남은 것이다.

“슬슬 가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벌써 다섯 번째 질문이었다.

말없이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있던 그녀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야 해.]

그녀가 말하는 갈 곳이 어디인지 모르지 않았다.

이곳으로 향하고 있는 검신 하레스를 막는 것.

그것이 메인이었다.

왜 그가 이곳으로 오는 것을 막아야 하는가. 나는 그 질문을 그녀에게 던진 적이 있었다.

그때 그녀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변수로 인해 비틀린 미래.]

즉. 하레스가 아르부트로 오는 이유는 순전히 나 때문이라는 소리였다.

괜히 신경이 쓰인 것인지. 고작 처음 만난 사이인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그라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었다.

* * *

“좋아. 부서지진 않겠다.”

고양이 가면을 얼굴에 쓴 채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를 반복하던 나는 나와 똑같은 가면을 쓰고 뒤에 서 있는 프리아 여신을 바라보았다.

“굳이 그거 쓸 필요 있어요?”

어차피 하레스는 그녀를 보지 못할 텐데. 이에 그녀는 수첩에 이렇게 적어주었다.

[같은 물건.]

“거, 알 수가 없네. 정말.”

내 말에 그녀는 또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는 짓이 묘하게 륀느와 흡사한 느낌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녀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기에 이 이상의 설전은 사실 의미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검신 하레스가 곧 지나갈 거라는 소리였다.

내 목적은.

그가 이 평원을 지나지 못하게 막는 것.

[오로지 검. 검술을 쓰지 마.]

거 어려운 요청이네요.

검술을 쓰지 말라는 말은 마령검이나 중검 그 어떤 것도 사용하지 말라는 뜻이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검술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면야 단순 피지컬로 찍어누르는 것도 가능하니 큰 상관은 없었다.

당장 현재의 하레스도 긴장하지 않으면 내게 당하는 상황인데 고작 과거의 풋내기가?

어림도 없지.

“그나저나 언제까지 기다립니까?”

내 물음에 그녀는 내가 가지고 온 자루 속에서 어떤 보드판을 꺼내 들었다.

단순한 체스였다.

“한판 붙자고요? 자신 있어요? 나도 수 싸움은 자신 있는데.”

기억력이 좋다는 건 이런 걸 뜻한다.

내 물음에 그녀는 말없이 말을 톡톡 올려놓았다.

그리고.

내 눈앞에서 비숍 하나와 룩, 하나를 빼버렸다.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명백히 나를 깔보는 그 행태에 열이 받은 내가 미소지었다.

“지고 나서 뭐라 해도 안 물려줍니다.”

내 말에 그녀는 조용히 다리를 겹치듯 앉은 채로 폰 하나를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약 10분이 흘렀을 때.

프리아 여신은 양손을 허리에 올린 채 가슴을 쭈욱 펴고 내게 턱짓을 했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그리고, 그런 그녀의 앞에 엎어진 나는 수차례 중얼거렸다.

이건 단순한 수 싸움의 수준이 아니었다.

“사기 치네 진짜! 이런게 어딨습니까!”

[여기].

“아니 이 양반아!”

단순히 수를 모조리 외우는 것을 넘어 그녀는 한 수 한 수에 모든 미래를 그것도 자신이 이기는 미래를 본 것처럼 움직였다.

한 치의 망설임 없는 그녀의 말의 움직임 때문에 조급해지기 시작하는 건 나였고, 끝내 나는 그녀가 말 두 개를 뺐음에도 이기지 못했다.

그랜드마스터? 알파고?

감히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오기가 붙어 그녀가 패배로 표정이 변하는 걸 보고 싶다는 집념이 생기기에 이르렀다.

“한 번 더 해요.”

내 말에 그녀는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나는 묘하게 저 무표정이 나를 비웃는듯한 미소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끈질기게 달라붙어 재전을 요구했지만, 그녀는 끝내 내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한 번 더 하자는 내 말을 무시한 채 어딘가를 가리켰기 때문이었다.

이에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 까마득히 먼 거리에서 누군가가 홀로 말을 타고 오는 게 보였다.

“개인적인 용무라 이건가?”

전투를 벌인다고 하면 저렇게 단신으로 달랑 오진 않았을 것이다.

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나를 만나기 위해서라는 데 왜 굳이 만난 지 하루도 안 된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스릉…….

결과적으로 바뀌는 건 없지만.

“자. 그럼.”

나는 우선적으로 손에 쥔 미스릴 검을 붕붕 흔들었다가 그대로 휘둘렀다.

아무런 조예도 담기지 않은 정석적인 휘두르기. 하지만 그 끝에는 오러 블레이드가 마치 포탄처럼 쏘아져 날아가 그가 타고 오고 있던 말을 정확하게 노렸다.

촤악!!! 히이이이잉!!!

가벼운 부상이지만 공격을 당한 말이 펄쩍 놀라 버둥거리자 당황한 그가 소리치는 게 멀리서 보인다.

이후 그는 오러 블레이드가 날아온 내 쪽을 한차례 보더니 말없이 검을 뽑아 들었다.

뭔가 대화는 필요 없다는 듯 검을 뽑아 드는 그를 보며 나는 어떻게 그에게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것을 모두 집어치웠다.

그리고는 미스릴 검 하나를 한 손으로 잡고 검 끝을 아래로 내린 채 기다렸다.

그렇게 대치하기를 잠시. 싸늘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던 그가 움직인다.

중검. 태산 가르기.

본능적으로 그의 검술을 눈치챈 나는 그에게 빠른 속도로 파고들었다.

중검은 압도적인 중량을 검에 실어 내리치는 힘에 몰빵한 검술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어지간해서 중검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건 위험한 짓이지만.

그동안 당한 게 있는데!

콰아아아아앙!!!

순식간에 내 손에 힘줄이 빠득 돋아남과 동시에 나는 어떤 검술도 담지 않은 단순 휘두르기로 그와 정면충돌했다.

내가 정면으로 파고들 거라곤 생각지 못했는지 조금 놀란 기색을 보인 그였지만 이내 자신의 힘을 믿는지 강하게 내리찍어 눌렀다.

결과는 역시 그의 예상과는 빗나가게 돌아갔다.

“이런 미친.”

그가 처음으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쩌어엉!!!

나와 싸우면서 칼디라스도 안 꺼내? 후회할 겁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의 검을 빗겨 쳐냈고, 설마 자신의 검에 이런 약점이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는지 그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목 조심하시고!!”

쌔애애애애액!!!

공기를 가르며 검이 날아들자 그 살기를 느낀 그가 황급히 검을 들어 목을 보호한다. 나를 우습게 본 대가는 좀 비싸게 먹히리라.

“그걸 속네!!”

콰아아앙!!

내 검의 폼멜 부분이 마치 주먹처럼 뻗어져 그의 명치에 고스란히 꽂혀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정확히 검신 하레스가 내게 검을 가르칠 때 자주 써먹었던 페이크를 그대로 그에게 돌려주었다.

당한 게 있으니 그대로 돌려줘야지.

“크윽…… 이 비열한 새끼.”

“그럼, 이걸 누구한테 배웠는데.”

당신한테 다 배운 거야 이 양반아.

약속한 사흘은 아직 시간이 꽤 남았으니 그때까지 우리 재미 좀 봅시다. 장인어른.

가면 아래로 보이는 내 입꼬리에 짜증 나는 미소가 걸리는 걸 본 그의 이마에 실핏줄이 돋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고개를 돌려 저 멀리 프리아 여신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곳을 보자 그녀는 치어리더들이 가지고 있을 법한 수술을 양손에 쥐고 무표정한 얼굴로 가볍게 흔들어대고 있었다.

* * *

“어쩔 수 없다. 원래 그가 아니면 우리끼리 하려고 했던 일이지 않나.”

“하지만…….”

“시간이 이렇게 된 이상 그를 기다리고 있다간 우리들의 리더가 죽는다. 그렇게 둘 수 없어.”

부대장인 발톤의 말에 저항군 세력들이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잘은 모르지만 적어도 처단부대 대장과 싸울 정도로 강한 이가 도와준다 하였다.

그 기회를 놓칠 수 없기에 저항군은 그의 도움을 덥석 물었지만 처형 시기가 앞당겨지면 별다른 수가 없었다.

그의 도움을 결국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다행이라면…….

“다행히, 처형장을 지키는 건 큰 전력이 없다고 합니다. 처단부대 대장들은 하나같이 국외로 활동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으니까요.”

처단부대 대장이 없어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이지만 그들만 없어도 기회를 엿볼 순 있었다.

“좋아. 그럼 가보자고.”

말톤은 데이비가 상사라고 말하던 프리아 여신이 건네준 붉은 돌멩이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안된다고 가지 말라고 말리는 듯한 스산한 붉은 빛이 일렁였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리더를 구하고 모두 탈출한다. 목숨을 걸어야 할지라도 말이다.

물론 그것이 함정인 줄은 전혀 모른 채로.

같은 시각.

처형장을 내려다보던 재상이 콧수염을 쓰윽 쓸어내렸다.

“그놈이 나타날 가능성은?”

“저항군과 손을 잡았다면 반드시 나타나겠지. 예전의 장난감이 아니다. 실시가 죽은 이상, 마냥 쉽게 보진 못할 터.”

한 사내의 말에 재상이 짜증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닉스!! 닉스는 언제 오는 거냐!”

“곧 올 거요.”

그 한마디에 재상은 느긋한 표정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래…… 초대 리치라는 그의 힘이라면 세상 무서울 게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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