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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68화 (1,068/1,559)

제1068화

아르부트 왕국의 재상은 반란분자인 저항군의 리더, 붉은 전갈의 처형식을 앞당겼다.

본래대로라면 시간을 좀 더 유예를 둘 계획이었지만 돌연 재상은 그 처형 시기를 조금 앞당겼다.

현재 재상은 감옥에 포박된 붉은 전갈을 마주하고 있었다.

“크흐흐. 조급해질수록 무리수를 두게 되는 법이지.”

“쓰레기 같은 자식.”

“허허. 이 나라를 좀먹는 반란군의 수괴에서 나온 말치고는 논리가 맞지 않는군. 평화로운 이 나라를 흔들고 있는 자네가 할 말인가.”

“구역질 나는 속내를 숨긴 썩어버린 나라가 어디가 평화롭다는 거냐!!”

끔찍한 고문의 흔적 속에서도 사내의 눈빛은 죽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움직일 수만 있다면 철창을 빠져나가 재상의 목덜미를 찢어버리고 싶다는 살기가 짙게 퍼져나 왔다.

이에 재상의 곁에 있던 거구의 사내가 나서려 하자 재상이 말렸다.

“됐네. 됐어. 어차피 약해질 대로 약해진 놈. 여기서 더 했다간 처형 전에 죽을 테지.”

그는 느긋하게 수염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붉은 전갈. 그의 힘은 사실 재상의 입장에서 보기에 크게 보잘것없다. 그를 당황케 하려면 최소한 대륙의 그랜드마스터 정도는 와야 할 테니까.

그런 그가 붉은 전갈을 저토록 죽이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가 바로 재상이 가장 우려하는 상징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모든 걸 포기하고 내 밑으로 들어오면 부귀영화가 기다릴 텐데 말이야.”

“인류를 등진 네놈에게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다.”

“흥. 뭐 편한 대로 하라지. 처형식이 앞당겨지면 네 부하 잔당들이 널 구하기 위해 나타날 거다.”

“…….”

“하지만 처단부대가 매복하고 있다면?”

콰앙!!

그 말에 붉은 전갈이 서슬 퍼런 시선을 보내며 마구잡이로 날뛰었다.

“크흐흐흐흐 걱정 마라. 네 눈앞에서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죽여줄 테니. 널 저주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비참하게 죽어갈 것이다.”

“재상!!!”

“크흐흐흐, 그러고 보니. 네 동생이 있었지.”

“동생은 건드리지 마라!!”

“그래. 죽이진 않으마. 그리 미색이 고운 아이는 잘 보기 힘드니.”

그 말에 붉은 전갈이 악을 쓰며 그에게 덤벼들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내가 몸 구석구석.”

재상의 입가에 잔인하고 끔찍한 미소가 걸렸다.

“돌봐주마.”

“재상님. 준비됐습니다.”

“좋아. 시작해. 아, 이놈들 동지애는 대단하다고 했던가?”

“예,”

“판자를 준비해. 아직 잡혀있는 저항군 놈들을 매달아라. 방패로 자신들의 동지가 걸려있는데도 공격을 할 수 있는지 한번 보고 싶군. 크흐흐흐.”

악마가 연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 * *

카아아앙!! 캉!!

엄청난 소음과 함께 검이 휘둘러진다.

백은의 거검 칼디라스와. 기이한 오러가 덧씌워진 평범한 미스릴검이 쉬지 않고 부딪혔다.

카아앙!! 캉!!

퍼어엉!!

하지만 백은의 거검이 훨씬 좋음에도 불구하고 하레스는 좀처럼 승기를 잡을 수가 없었다.

“하아…… 돌아버리겠군.”

아니, 승기를 잡을 수가 없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버티고 있는 게 한계인 상황.

명백히 실력 차이가 나고 있었다.

“계속해서 전형적인 검술을 쓰는 게 아니야. 너, 그냥 마구잡이로 그때그때 맞춰서 횡베기와 종베기만 사용하고 있구나.”

“눈치 빠르시네.”

“가짜와 진짜를 뒤섞는 복잡한 검술도 아니야. 특수한 방식의 힘을 검에 담는 것도 아니다.”

마령검은 내공을 검에 담는다. 중검은 대량의 중량을 검에 담는다. 하지만 현재 나는 그 어떤 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오러 블레이드로 검만 강화시켜서 그와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었다.

[젠장! 저거 뭐야?! 왜 이렇게 단단한 건데!!]

칼디라스의 외침이 들려왔다.

“왜긴. 쓰는 사람 역량 차이지.”

[너…… 너 내 말을 어떻게?!]

자신의 말을 듣는 게 경악스러운지 칼디라스가 소리친다. 하레스도 적잖이 놀란듯한 표정이었다.

“칼디라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나?”

“이런. 실수했네.”

검의 형태인 칼디라스의 목소리는 칼디라스가 주인으로 인정한 존재. 그리고, 칼디라스를 검으로 현신시킨 자들만 들을 수 있다.

즉, 칼디라스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뜻은. 그 두 가지를 뜻하는 것과 같았다.

“너…… 대체 정체가 뭐야.”

생각지 못한 실수에 내가 속으로 앗차하고 있던 찰나.

멀리서 조용히 선 채 양손에 수술을 들고 영혼 없이 흔들어대고 있던 프리아 여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어떤 것도 알려주면 안 된다.

그가 현재 아르부트 왕국으로 향하는 건 오로지 나라는 존재로 인한 이레귤러. 절대 불가능했다.

“이기면, 알려줄게요.”

담담하게 말한 나는 검을 가볍게 내렸다.

[시공격검. 그 원형.]

그때 프리아 여신이 수첩에 무언가를 적어 보인다. 그녀와 나의 거리는 못 해도 수백 미터. 검신 하레스조차 프리아 여신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건만, 그만한 거리에 있음에도 그녀의 수첩에 적힌 글귀는 너무도 선명하게 보였다.

설마…….

나는 그녀가 적은 글귀를 보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힘으로 찍어누르는 검술이라니. 그런 주제에 너무할 정도로 예리해.”

“본래 검술이라는 건 베고 막는 걸 전문적으로 발전시킨 것뿐이니까요.”

“할 말이 없군.”

“슬슬 물러나 줬으면 하는데요.”

“……미안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다면, 나를 쓰러뜨리게. 하지만 지금 방식으론 어림도 없을 터.”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 한 번입니다.”

“뭐?”

“보여줄 테니 잘 새겨두시라고.”

그 말과 함께 나는, 한때 포식의 권능으로 먹어치웠던 시공격검을 강제로 발현했다.

나와 맞지 않는 검술임에도 불구하고 포식의 권능은 그것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내 검 끝으로 마나의 흐름이 심상찮게 변하기 시작하자 그는 침을 꿀꺽 삼킨 뒤 나를 향해 물었다.

“그게 뭐지?”

“이름은, 당신이 지으세요.”

“뭐?”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검에 폭발적인 기류를 끌어모았다.

그리고, 긴장한 채 양손으로 칼디라스를 잡고 어마어마한 중량을 끌어모으는 그를 향해 한 발 내디뎠다.

쿠웅!!

압도적인 중량이 서려 한 발 내딛는 그의 발이 주변 대지를 뒤틀기 시작한다.

그리고, 엄청난 파편을 비산시키며 내게 파고들어 왔다.

정면충돌이면 일대 지형을 바꿔버릴 정도의 힘. 회랑에 오기 전에도 이만한 힘이라니, 새삼 그의 수준이 놀라운 정도였다.

“이런 데 고작 그런 뱀파이어가 제 잘난 맛에 떠들었으니…….”

한숨을 푸욱 내쉰 내가 가볍게 움직였다.

그리고, 눈이 부실 정도의 섬광이 일순간 충돌하며 그가 구현할 수 있는 현재의 중검 최상위 일격과. 고작 형태만 끌어낸 사실상 검신 하레스의 최종 비기. 시공격검이 내 손에서 구현되며 충돌했다.

쩌엉!!!

압도적인 중량이 서린 검과 완성되면 차원까지 갈라버리는 시공격검은 제대로 충돌하기 전 허공에서 그 여파만으로 서로 힘겨루기를 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본 하레스는 기합을 내지르며 더욱더 강하게 몰아붙였다.

역시 신검 칼디라스. 시공격검을 썼음에도 칼디라스의 검신은 단단하게 버텨냈다.

하지만.

“크윽?!”

스걱! 쩌엉!!

무리하게 힘을 주면서 밸런스가 무너지고, 그 사이로 파고든 내가 검을 빗겨 휘둘렀을 때.

그는 행동을 멈췄다.

동시에.

그의 뒤편 허공이 눈에 띄게 잘려나가며 비틀어졌고, 엄청난 바람이 그 잘려나간 틈 사이로 넘어간다.

하레스가 언젠가 만들어야 할 시공격검을 왜 지금 내가 그에게 보여줘야 하는 건지. 사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프리아 여신은 그것을 요구했고. 내가 알고 있는 본래의 미래에서 크게 뒤틀리지 않으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내기 위해 나는 온전히 그것을 완성시킬 의무가 있었다.

쩌적…… 쩡!!!

제대로 되지 않은 원형만 가진 시공격검의 여파로 인해 내가 가지고 있던 미스릴 제 검이 박살 난다.

허공에 흩날리는 미스릴 파편들을 보며 나는 공간 확장 주머니를 이용해 그 파편들을 허공에서 회수했다.

이 비싼 걸 그냥 버리면 쓰나.

시공격검을 보이라고 했을 때

육체에 부상은 생기지 않았지만, 기력이 잘려나가 버린 그는 당장 더 이상 싸움을 지속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털썩…….

그렇게 쓰러져 버린 그를 바라보던 내가 말없이 몸을 돌리자. 그가 내게 물어왔다.

“마지막으로 묻는데. 자네, 진짜 정체가 뭔가.”

“이방인입니다. 곧 이 세상에서 없어질 이방인.”

“하…… 그 검술. 보아하니 완성된 게 아닌 것 같던데.”

“당신이 완성해보세요.”

그 말에 그는 더 이상 말할 기력도 남지 않았는지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파괴된 평원에 뻗어버린 그를 그냥 두는 건 위험할 수도 있지만. 뭐 무슨 상관이랴.

나는 슬쩍 흘러내리려는 고양이 가면을 고쳐 쓰려다 인상을 찡그렸다.

“하여튼 괴물 같은 인간.”

고양이 가면의 한쪽 끝이 툭! 하며 끊어지는 걸 보며 나는 허탈하게 웃어 보였다.

너무 봐줬나…….

* * *

프리아 여신이 하레스에게 시공격검의 원형을 보여주라고 한 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이에 그녀를 안아 든 채 돌아가면서 묻자 그녀는 그 이유를 간단히 알려주었다.

본래 나와 만나지 않은 하레스는 아르부트 왕국이 아닌 정반대 쪽으로 향해야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어떤 기연을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얻은 힌트로 시공격검이라는 초유의 검술을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한다.

문제는 그 기연이 지금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것. 즉. 그는 영원히 시공격검의 힌트를 얻을 기회를 놓친 것이다.

나로 인해서.

그래서 내가 그것을 대신 보여줌으로써 조금 변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나은 미래를 만들어냈다.

“그럼 아르부트 왕국은요?”

내 물음에 그녀가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아르부트 왕국은 당신의 아바타가 죽으면서 신벌이 떨어진 곳 아닙니까?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된 왕국. 그러니까. 여기서 내가 재상만 쳐낸다고 달라지는 게 없을 텐데요.”

본래대로라면 아르부트 왕국을 그녀 대신 내 손으로 박살 내야 했다.

당연히 그렇게 되면 죄 없는 시민은 물론, 저항군까지 모조리 내가 처단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굳이 저항군을 도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 그런 의문에 그녀는 잠시 침묵하다 수첩에 무언가를 적어주었다.

[업어줘.]

“…….”

말이 안 통하네, 이 양반.

한숨을 내쉰 나는 그녀를 조심스레 내려놓은 뒤 등을 돌렸다.

그러자 그녀가 조용히 다가와 내 등에 조심스레 업혔다.

“솔직히 믿으라고 하니까 믿긴 하는데…….”

말을 하던 나는 문득 저항군의 본거지가 미묘하게 조용한 느낌을 받았다.

“사람이 적네.”

그 한마디에 많은 생각이 오고 갔다.

성체에 남은 이들은 대부분 전투가 불가능한 환자나 그들을 돌보는 이들뿐이었다.

“…….”

말없이 그들을 바라보길 한참. 갑작스레 문이 벌컥 열리며 전신에 붕대를 감은 갈색 머리 저항군 소녀 엘드나가 허겁지겁 뛰쳐나오다 내 앞에 푹 쓰러졌다.

그런 그녀가 바닥에 쓰러질까 부축하듯 안아주자 프리아 여신이 수첩을 들어 올린다.

[-920점.]

아니 이 양반이 진짜.

뚱한 표정을 짓는 그녀를 무시한 채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도와줘요! 도와줘요!”

그녀는 반쯤 패닉에 빠진 얼굴로 내게 계속해서 반복해서 소리쳤다.

“제발…… 제발 도와줘요! 제발! 함정이었어…… 함정이었다구요! 빌어먹을 재상이 함정을 팠어!”

그녀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소리쳤다.

내가 떠난 후 재상이 처형 시기를 갑자기 앞당겼다는 모양이었다. 이에 저항군 측에선 리더인 붉은 전갈을 잃을 수 없다고 판단했고, 무리하게 구출 작전을 감행했다.

준비가 미흡한 채로 시행된 강자를 향한 습격.

인질의 구출은 결과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너무도 뻔한 이야기였다.

“제발 도와줘요!! 이대로 가다간 전부 죽게 될거야!!”

그녀의 필사적인 외침에 나는 프리아 여신을 바라보았다.

처형일시가 당겨진 탓에 조급하게 굴다가 함정에 빠진 이들. 멍청하다 욕할 순 있지만, 마냥 비웃을 순 없었다.

“애초에 그곳에 호위 병력도 별로 없다면서.”

물론, 그 물음을 던지면서도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반란군의 수괴를 처형하는데 지금 상황을 예상 못 할 리가 없었다.

재상은 아마 본래 전력은 어딘가에 숨겨놓고 유인한 것이리라.

“멍청한 작자들…….”

쓰게 중얼거린 내가 프리아 여신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예견한 시간은 정확히 몇 초가 지나고 있었다.

모든 것을 예견한 섬뜩할 정도의 시간 맞춤에 나는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약속을 지켜. 네 스스로의 약속과. 이들과 한 약속 모두.]

약속은 두 가지지만, 목적은 같다.

감히 프리아 여신을 건드린 빌어먹을 재상을 처단하기로 한 것.

그 한마디. 그 약속이 누굴 향한 약속인지 내가 모를 순 없었다.

비록 그녀 때문이고 나도 같은 목적이었기에 받아들였지만, 눈앞에서 내게 호의적이던 인간들이 죽어 나가는 건 그리 달갑지 않았으니까.

[좌표.]

이윽고 수첩에 어떤 숫자가 쓰이기 시작했고, 나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 좌표로 공간을 뛰어넘었다.

스팡!!!!

동시에 주변 풍경이 일순간 변하기 시작했고.

이내 내 눈앞에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거대한 붉은 장막이었고, 마치 그 누구의 접근도, 내부에서 탈출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듯한 장막이었다.

그 장막은 일대 전체를 감싸고 있었기에 어느 방향으로도 내가 진입할 틈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장막을 보면서도 천천히 발을 튕기며 주변을 돌다 서서히 가속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거리를 배회했을 때. 망설임 없이 위치를 고정하고 폭발적인 속도로 파고들었다.

극도로 예리해진 시야에. 한 소녀를 감싸며 검에 베이면서도 버티고 있는 사내가 보였다. 내게 도움을 요청했던 저항군의 부 리더. 실상 반란군의 부대장인 말톤이었다.

그는 팔이 잘려나가고 온몸에 검이 꽂히면서도 한 소녀를 감싸고 있었다.

“안돼!! 안돼!!!”

처형대에 묶인 채 절규하고 있는 붉은 전갈의 외침에도 말톤은 눈을 감은 채 묵묵히 그 검들을 모두 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경이적인 생명력이지만. 그것도 한계.

이내 그를 유린하듯 찌르던 거구의 사내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오러 블레이드를 검에 둘렀고, 그대로 말톤의 목을 치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화르르륵.

[마왕 유르그 식(式) 군중 제어기]

[명치 X나 세게 치기]

쩌적…….

지근거리까지 검을 휘두른 거구 사내의 눈이 크게 뜨여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모두가 반응할 틈도 없이 장막을 박살 내며 난입한 내 오른손에 머금어진 붉은 권강이 정확히 그의 명치에 꽂혔다.

충격파 하나 없이 고요하게 박힌 주먹은 정말로 별 볼 일 없어 보였다.

실제로 내게 맞은 그가 뭔 모기가 물었나 라는 표정을 지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게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깨닫는 데엔 오랜 시간도 필요하지 않았다.

약 3초.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고요하던 광장은 곧 거대한 충격음과 함께 경악스러운 변화를 일으켰다.

뒤늦게 찾아온 충격파가 대지를 뒤틀고 공간을 깨부수며 일대 전체를 완전히 붕괴시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가장 경악스러운 건, 충격파로 박살 나는 대지나 건물이 아니었다.

공간 전체에 그 균열이 확산되어, 아공간도 아닌데 마치 아공간을 열었던 것처럼 허공에 균열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 일격에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고 있던 재상의 곁에 있던 이들이 모조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까지 포식자의 위치에 앉아 느긋하게 지켜만 보던 이들이었다.

그런 내 행동을 보며 프리아 여신이 수첩을 스윽 들어 올린다.

[930점.]

10점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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