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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74화 (1,074/1,559)

제1074화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베어버릴 것처럼 서슬 퍼런 기색을 내비치는 일리나의 모습에 프리아 여신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 말과 함께.

쿠우우웅!!!

상당한 폭음이 울려 퍼진다.

청단이와 홍단이 혹은 용신검 트와일라잇만 아니었다면 사실상 대륙 최고의 검이라 불렸어야 할 존재.

백은의 거검 칼디라스가 맹렬하게 울기 시작했다.

[굉장히 거슬리는 기분이야.]

칼디라스의 말대로였다.

영주성의 바깥으로 나온 그녀는 곧 하늘에 생겨난 다수의 균열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저게…… 뭐야?”

지구의 몬스터 균열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 몬스터 균열은 이미 페르세포나와 다프네로 인해 어느 정도 안정된 터라 지구를 제외하면 균열이 생겨날 수 없었다.

프리아 여신이 말한 저 방해의 근원이 뭔지는 알 길이 없다만 서서히 커지는 균열은 점차 마굴, 즉 헬의 몬스터 균열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당연히 균열의 등장에 하인스 영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혼란과 공포로 가득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균열이 일제히 한 장소로 모여들기 시작하며 합쳐지기 시작했고. 마치 블랙홀처럼 빛의 고리를 만들어내며 창공에 떠서 일렁거렸다.

그렇게 잠시 있었을까.

창공 높이 떠올라 고요하게 회전하던 블랙홀 같은 빛의 꼬리를 지닌 균열이 이내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슈슈슈슉!!

동시에 검은 빛줄기들이 마치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고.

그 시작은 영지의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하고 투명한 수관들이 부서지면서 시작되었다.

“꺄아아아악!!!”

쩌어엉!! 쩡!!

영지에 깔린 방어마법은 어지간한 마법은 모두 무시할 정도의 대 마법 방어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이 검은 빛줄기들은 그것들을 온전히 무시한 채 쏟아져 내렸다.

“흐읍!”

당연히 그것을 지켜볼 일리나가 아니었기에 그녀는 칼디라스를 오른손에 쥐고 교차하듯 당겼다.

그리고 오른발을 들었다가 강하게 내리찍으며 폭발적인 섬광을 하늘을 향해 방출했다.

[시공격검]

[일자 베기]

칼디라스는 거검이지만 그 길이는 2미터도 되지 않는 검이다.

하지만. 그녀가 휘두른 일검은 창공을 넘어 구름을 찢고 공간 전체를 절단시켜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내지른 일검은 쏟아지던 검은 줄기들을 모조리 갈라 흩어버렸다.

“마님!”

“몬미더 단장! 위병들을 나눠서 피해자와 파괴된 물질 손해를 파악해!”

“하오나 마님!”

“이후에 쏟아지는 건 전부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 피해자를 최소화하라고!”

그녀의 외침에 몬미더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였다.

“명을 받잡겠습니다!”

콰아앙!!

시공격검으로 한차례 베어버린 거대한 균열이다.

하지만 균열은 어째서인지 다시금 본래의 형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마치 일리나가 차원을 베었다가 본래대로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대체 저게 뭔지는 꼭 물어봐야겠네.”

슈슈슈슈슉!!

동시에 균열에서 또다시 검은 줄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정확히 영지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만, 그 목적지는 절반 이상이…….

“영주성!”

데이비가 있는 방향이었다.

지금 데이비는 중요한 마법을 진행 중이다.

그에게 큰 타격을 줄 거라곤 예상치 않지만 만에 하나라도 방해가 들어갔다가 마법이 잘못되면 그땐 돌이킬 수 없으리라.

“흐읍!”

이윽고 일리나가 건물의 벽을 박차 날아오르듯 검을 휘둘렀다.

동시에 거대한 뒤틀림이 또다시 줄기들을 베어냈지만 이번엔 두세 가닥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생각지 못하게 놓친 공격이라 그녀는 자신의 연습 부족을 탓하며 급히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그녀보다 더 빨리 나선 이가 있었다.

뿌드드득…….

쩌저저적!!

영주성에서 튀어나온 별을 머금은 밤하늘 색의 거대한 미노타우로스.

금우궁 타우르스가 검은 줄기를 향해 주먹을 내지른 것이다.

놈의 주먹은 허공에서 멈췄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주먹이 닿은 부분에 거대한 균열이 일어나며 그 충격파가 검은 줄기들을 일거에 흩어버린 것이다.

“타우르스!!”

대부분 적대관계였지만 처음부터 데이비와 손을 잡았던 괴짜 별자리.

금우궁 타우르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의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빠르게 착지한 일리나가 타우르스를 향해 소리치자 놈은 말없이 근육을 꿈틀거리고는 다시 한번 주먹을 말아 쥐었다가 균열을 향해 내질렀다.

쩌정!!!!

묵직한 충격음과 함께 창공에 떠 있던 거대 균열이 한 차례 일그러진다.

하지만 그 역시 균열을 부수진 못했다.

이에 타우르스는 일리나를 향해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였다.

“후우…… 머리 아프네. 저게 대체 뭐야.”

지잉!!! 콰아아앙!!!

이윽고 메가로드리아까지 난입했는지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며 흑색의 브레스가 날아들어 쏟아지는 검은 줄기들을 지워버렸다.

[정신 차려라!]

“아니 그래서 저게 뭔데!”

[내가 어찌 알겠나!]

맹렬한 속도로 날아오른 메가로드리아가 급기야 육탄 돌격으로 균열을 향해 들이박으려 들자 균열이 또 한차례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역시나 균열은 멈추지 않았다.

“저거…… 어쩐대?”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린 일리나가 메가로드리아를 바라본다.

공격은 먹히지만, 유효타가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이 세상에 흔히 보이는 공기 같은 느낌이었다.

베어도 다시 본래대로 돌아오는. 기현상이 아닌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이기에 부숴도 다시 본래의 형태로 돌아오는 것처럼 말이다.

문제는 균열을 부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계속해서 균열이 반격을 가한다는 점이었다.

빛의 꼬리를 맹렬하게 회전시키며 일렁거리는 그것을 보며 일리나는 자신의 검이 저 균열에 닿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공격검을 배운 이후로, 또 최근 2년 사이 데이비에게 검을 계속해서 배워온 그녀였다.

지금 그녀의 검 수준은 처음 데이비와 만났을 때와는 감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예리해져 있음에도 해결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슈슈슈슈슉!!

다시 한번 빛의 궤적이 쏟아지자 일리나는 혀를 차며 검을 튕겨 올렸다.

그리고는 허공을 박차 그대로 공간 채로 절단하며 빛의 줄기들을 모조리 갈라버렸다.

“후우…… 다행히 공격 자체가 위협적이진…….”

[멍청하긴!!]

그때였다.

일리나가 베어버린 빛의 줄기 파편이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그녀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허공에서는 당연히 회피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파편은 처음 쏟아지던 줄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날아들었고, 결국 일리나가 그 공격에 노출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당황한 그녀가 급히 신검의 힘을 끌어내려던 찰나.

세 쌍의 날개를 펄럭이며 섬광처럼 날아든 메가로드리아가 그녀를 대신하여 파편을 맞음으로써 공격을 상쇄시켰다.

“메기!!!”

[빌어먹을…… 세상의 규칙이었군…….]

그제야 뭔가를 이해한 듯 중얼거린 메가로드리아가 힘없이 추락했다.

환수왕은 하나하나가 제국급의 전력을 지니고 있다.

작정하면 환수왕 하나가 대륙을 멸절시키는 것도 가능하다는 소리였다.

물론, 지금의 메가로드리아는 단순히 대륙수준이 아닌 파괴자의 힘을 지니고 있지만 그런 그의 바람 장막을 순식간에 관통하며 그에게 큰 상처를 남긴 공격이 가벼울 리가 없었다.

쿠우우웅!!

거대한 종탑을 박살 내며 추락한 초거대 흑룡인 메가로드리아에게 급히 뛰어간 그녀는 단단하던 메가로드리아의 비늘이 찢기고 깃털에 피가 묻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조금만 참아! 앨리스 대주교님을…….”

[멍청한 것! 피해라!]

하지만 균열은 그녀를 그냥 둘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다시 한번 빛의 줄기가 쏟아지며 그녀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금우궁 타우르스의 주먹에 공간이 일그러지며 마치 빛이 굴절되듯 공격들이 빗나가 사라져버렸다.

“저게…… 대체 뭔데!”

[세상의 근본이다. 프리아 여신의 이면. 세상을 구성하는 절대 법칙…….]

메가로드리아의 설명에 일리나가 눈을 크게 뜨고 이를 악물었다.

프리아 여신이 말한 방해꾼은 의지를 가진 존재가 아니었다.

세상 그 자체며, 세상의 흐름 규칙에 방해가 되는 것을 말살하는 백혈구였다.

“데이비가 하는 마법이 규칙에 위배된다는 거야?”

[그거야 나도 모르지.]

균열은 점차 맹렬하게 회전했고, 그 공격에 일리나가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잡은 뒤 오른손에 칼디라스를 들고 폭발적인 신성력을 응축시키기 시작했다.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오며 그녀의 팔을 감쌀 정도로 강하게 빛을 방출했고, 일리나는 그런 균열을 보며 으르렁거렸다.

“백혈구건 뭐건 그건 모르겠고!”

데이비를 건드리게 두진 않을 거다.

그녀가 결연한 표정으로 전보다 수십 배로 늘어난 검은 빛의 줄기를 처단하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쿠우웅!!!

엄청난 폭음과 함께 창공에서 거대한 검기가 공간 채로 찢어발기며 일그러진다.

전보다 압도적으로 강해진 화력이었다.

당연히 그것을 막아냈다곤 하지만 무리하게 힘을 사용한 일리나의 표정도 그리 좋지 않았다.

“해도 해도 너무하네. 진짜…….”

이에 숨을 거칠게 고르며 비틀거린 일리나는 칼디라스를 지팡이 삼은 채 고개를 들어 검은 균열을 노려보았다.

아직도 멀쩡한 균열. 이곳에서 방어를 하고 있는 이들이 상대하기엔 저 균열은 상성이 너무 좋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시 한번 빛의 궤적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에 일리나는 무리하게 힘을 발현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충돌할수록 그녀는 어째서인지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상성이 좋지 않다! 막으려 들지 말고 피해라!]

“피하면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지 알고 하는 소리야?!”

그녀가 피하면 빛의 줄기는 곧장 영주성에 쏟아진다. 그렇다고 막자니 그 힘이 너무 치명적이었다.

그나마 별자리인 타우르스의 힘은 크게 상쇄가 되지 않지만, 일리나나 메가로드리아의 힘은 줄기와 충돌할수록 점차 약해져만 갔다.

“데이비가 끝낼 때까지 내가 버텨!”

오기가 발현한 일리나가 격하게 소리치며 칼디라스의 힘을 강제로 증폭시키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도 앞으로 두세 번 막아내면 그 이후는 정면으로 막기엔 힘들었다.

억울하지만 극도로 상성이 좋지 않았다.

상성.

참 웃긴 말이지만 이 상성이라는 단어는 데이비를 제외한 모든 존재에게 해당하는 단어일 것이다.

데이비가 그동안 절대적인 승률을 유지해왔던 것은 모든 방면에서 강대한 힘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실제로 주술이 없었다면 이그드라실과의 싸움에서도 이기지 못했을 테니까.

겁을 먹었으면서도 물러나지 않은 그녀가 결연한 각오를 다질 때였다.

사박…….

굉음이 가득 울려 퍼지는 이 영지 전체에 아주 작지만 선명하게 맨발로 풀밭을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동시에. 누군가가 스르륵 걸어 나오며 일리나의 검에 서린 검기를 강제로 해제시켜버렸다.

갑작스레 자신의 힘이 풀어헤쳐 지자 놀란 일리나가 털썩 주저앉은 채 고개를 돌렸다.

동시에 방금 몇 차례의 충돌로 약해진 힘이 다시금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당신이 어떻게…….”

“지금 이곳에 여신님이 와있어요.”

그 한마디에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 말하며 다가오는 그녀의 걸음 하나 하나에 긴 드레스가 질질 끌리듯 따라왔다.

“이제 괜찮아요. 여신님이 나를 불러주었으니. 그에 대한 대가는 지불할게요.”

상아색 머리칼의 아름다운 여성은 커다란 소매가 있는 옷으로 입을 가린 채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리고는 일리나의 앞을 막아서듯 서며 우아하게. 그리고 천천히 손을 뻗었다.

우우우우웅!!!

동시에 쏟아지던 검은 빛의 줄기들이 그녀의 손에서 생겨난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괴물 같은 힘이군…… 저 작은 구체에…….]

그녀, 로 아이아스의 손가락 끝에 모여든 구슬은 고작해야 작은 구슬 정도의 사이즈를 자랑했다.

하지만. 그 사이즈가 성운에 버금가는 질량을 머금고 있다면 절대 가볍게 여겨질 리가 없다.

그녀의 마법은 단순히 데스 로드, 혹은 사령 마법의 궤를 벗어난 지 오래였다.

물론, 여러 방면에선 오딘이 그녀보다 더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파괴 하나만큼은 자부심이 있으니 걱정 말아요.”

파괴라는 분야 하나만큼은 그 어떤 영웅도 그녀를 따라올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자…… 잠깐만요! 당신, 몸이?!”

서서히 투명해지기 시작하는 로 아이아스를 보며 일리나가 황급히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는 옅게 미소지을 뿐이었다.

“무리하게 힘을 사용한 대가로 역소환 되는 것뿐이니 걱정 말아요.”

애초에 그녀를 이렇게 온전한 힘을 발현할 수 있게 불러낸 것부터가 경악스러운 상황이니 말이다.

그녀는 천천히, 그리고 경쾌하게 검은 구슬을 떠밀 듯 손을 튕겼다.

그리고, 그렇게 밀려난 검은 구체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하늘 위를 향해 날아올랐다.

“저 균열…… 대체 뭐죠?”

“본래엔 있을 수 없는 현상이에요. 데이비가 과거에서 무슨 일을 한 게 원인인 것 같은데…….”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이 저지른 일을 제게 떠넘기지 말아 주세요. 프리아 여신님.”

그 말과 함께.

하늘 높이 떠오른 작디작은 검은 구체는 균열과 접촉했다.

동시에. 세상의 모든 시간이 멈춘듯한 착각이 일었다.

다만 그건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다.

소리와 빛. 냄새.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적인 일그러짐 끝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 조금, 힘드네요.”

그 한마디로 끝낼 만큼 가벼운 여파가 아니었다.

일리나는 문득 회랑의 영웅이고 뭐고 깐죽거리기 바쁜 데이비가 왜 로 아이아스에게만큼은 극도로 정중한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첫 이상형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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