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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79화 (1,079/1,559)

제1079화

“어휴, 사고를 몰고 다니네.”

한숨을 푸욱 내쉰 다프네가 손가락 위에 빛으로 된 나비를 올려놓고 가만히 있는 프리아 여신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프리아 여신의 아바타가 신의 성소에 자리를 잡은 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

신적인 존재가 한 자리를 꿰찬 꼴이지만 언제는 그러지 않았던가.

“저거 그냥 둘 거야? 저 정도 사안이면 직접 간섭해야 하는 거 아닌가?”

언제 왔는지 작은 낚싯대를 어깨에 짊어진 채 다가온 오딘이 묻자 나비를 가지고 장난치던 프리아 여신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태블릿에 글귀를 출력했다.

[무서워.]

“개뿔이 무섭기는. 사기도 적당히 쳐야지.”

[와들와들.]

무표정한 얼굴로 전혀 두려운 기색도 내비치지 않고 저런 말을 태블릿에 써서 보여주고 있는 꼴이 기가 막힌 지 오딘은 차갑게 프리아 여신을 노려보다 몸을 돌렸다.

“적당히 해. 저거 전부 당신 때문에 생겨난 거니까.”

차갑게 일갈하고 돌아서는 그녀를 프리아 여신은 말없이 바라보다 조용히 태블릿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태블릿의 화면에 손을 살짝 올렸다가 뺐다. 그러자 그곳에는 어떤 사진이 출력되기 시작했다.

무표정한 프리아 여신과 상당히 불만이 가득한 표정의 데이비가 같이 앉아 투닥거리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었다.

* * *

스르륵…….

이놈의 힘은 기이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도약이라도 한 것 같은 형태였다.

나는 멀찍이서 다시 자리를 잡은 소년을 바라보았다.

“끄으으…….”

뭔가 굉장히 기분이 나빠지기라도 했는지 몸을 비척거리던 소년이 비척거렸다.

“뭐야…… 아프잖아. 망할…….”

그의 표정은 짜증과 혼란으로 뒤섞여 있었다.

“왜 아픈 거지…… 너 뭐야.”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한 시선이 서린 그 물음에 나는 그저 한 발 내디뎠다.

이에 그가 주춤거리며 물러났다가 인상을 왈칵 찡그렸다.

“사람 우습게 보는 것도 정도 것이지!!”

대체 어떤 부분이 그의 심기를 건드렸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격분한 그는 갑작스레 그 자리에서 흩어지듯 사라졌다가 멀지 않은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동이 아닌 전에 가까운 형태였다.

그것도. 시간과 관련된.

스슥…… 슥. 스슥…….

그의 형태가 여기서 나타났다가 저기서 나타나길 반복한다.

“아아아! 화가 난다!!”

갑작스레 분노 조절 장애가 걸린 것처럼 날뛰기 시작하던 그의 눈빛에 살기가 감돌았다.

동시에 그의 형체가 일순간 사라졌고.

카가가각!!!

내가 두른 신력의 장막이 강하게 긁히는 소리가 났다.

현재 이 장소는 마나가 강제로 동결되어 있다.

그런 만큼 당장 내가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힘은 마나를 제외한 것에 있었다.

물론, 최근엔 신력을 굉장히 주로 사용하고 있는 꼴이라는 걸 부정할 수가 없었다.

반응할 새도 없이 들어온 공격을 보며 내가 천천히 손을 뻗어 그를 낚아채려던 그 순간.

카가가각!!

이번엔 뒤편에서 기괴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신력의 장막이 강렬하게 흔들렸다.

“왜!! 왜 안 먹히는데!!”

악을 쓰면서 소리 지르는 그는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공격 자체가 먹히지 않고 있었다.

사실상 저놈의 특수한 공격을 방어할 수단이 없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할만한 일이었다.

“조사 좀 해봐야겠는데.”

뭐가 됐건 왼쪽 뺨을 치는 놈을 그냥 둘 생각은 없었다.

나는 악을 지르며 덤벼드는 그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가 순간적으로 나타나 공격을 가한 그 순간.

카가가가각!!

엄청난 스파크를 일으키며 그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내고 팔을 낚아챘다.

무리하게 시도한 것이라 대량의 신력이 빠져나갔지만, 이놈의 힘으로는 여전히 닿지 않았다.

-먹어라.

쿠웅!!

내 몸 안에 있던 무형의 기운이 그의 내면에 있는 무언가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끔찍한 비명과 함께 그가 온몸을 버둥거리며 발광을 하기 시작했다.

인간처럼 보이지만 이놈은 정신체. 포식의 특성으로 먹어치우면 그 영향이 그대로 그에게 전해지는 모양이었다.

“이건 못쓰겠네.”

먹어치우기가 무섭게 정신을 잠식하는 공복의 광기가 나를 건드리기 시작하자 나는 미련 없이 그 힘을 폐기해버렸다.

그리고는 바닥에 쓰러진 채 끙끙거리고 있는 그에게 다가가 주먹을 들었다.

“오…… 오지마…… 오지마!!”

자신의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는데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지는 공포를 제공한다.

겁에 질려버린 소년이 뒷걸음질 치며 소리 지르지만 나는 천천히 걸어가며 아공간에서 너클을 하나 꺼내 손에 끼웠다.

“아…… 안돼!!”

“돼!”

콰앙!!

정신체라도 놈들에게 타격이 유효하다는 걸 깨달은 이상 거리낄 것은 없었다.

일격에 정신을 잃어버리고 늘어진 그를 바라보던 나는 역시 신기함을 숨기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

“신기하네.”

“데이비 님. 생존자 확인.”

그때 륀느가 물주머니를 손에 쥔 채 한 사내를 질질 끌고 다가왔다.

산채의 두목인 포그. 다른 이는 단번에 죽여버렸지만, 그는 일부러 죽이지 않은 선에서 끝낸 것이다.

“그놈 말고는 필요 없으니까. 노아스! 나머지는 다 묻어버려! 그리고 륀느는 여기 남아서 나머지를 확인하고.”

내 말에 륀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 *

영지로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본 것은 난장판이 된 영지의 모습이었다.

“망할.”

절로 쓴소리가 나왔다.

“저…… 저하!!”

“…….”

나를 발견하고 허겁지겁 달려오는 위병들. 그리고 여기저기 부상을 입고 끙끙대고 있는 이들이 보인다.

“사상자는?”

“그것이…….”

“보고 똑바로 올려 몬미더.”

싸늘한 내 목소리에 움찔거린 몬미더가 조용히 답했다.

“사망자 다섯. 중상자가 70. 경상자는 500이 넘습니다.”

“……다섯이나 죽었다고.”

싸늘하게 중얼거린 내 목소리에 몬미더는 고개를 숙여 보였다.

“체류하고 있던 도마뱀 새끼들이나 타우르스는 뭘 했는데.”

“그것이…… 그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그 정도 피해가…….”

그들조차 없었다면 엄청난 피해가 생겼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상대적으로 마나에 의존하는 드래곤들이 그들에게 타격을 주었을 리 만무하니 결국 보호하는 데에 급급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타우르스는?

“그놈이 밀릴 리가 없을 텐데.”

“죽여주십시오. 저하! 저하께서 맡기신 영지의 치안을 제대로 막지 못했나이다!”

“죽여주십시오. 저하!”

일제히 머리를 숙이는 그들을 보며 나는 대뜸 소리 질렀다.

“그딴 소리 할 시간 있으면 당장 추가 부상자부터 챙겨 이 새끼들아!”

“예…… 예!!”

“움직여!!”

이후 빠르게 흩어지는 그들을 보던 내가 몬미더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몬미더.”

“으억!! 예 저하…….”

“페르세르크는?”

“그것이…….”

표정이 어두워지는 그의 얼굴을 본 내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똑바로 말해.”

“죄송합니다. 저하……”

그 한마디에 피가 일순간 차갑게 식고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들었다.

* * *

영주성에 돌아갔을 때 내가 본 것은 팔에 붕대를 감고 있는 페르세르크와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손으로 이마를 지탱하고 있는 일리나의 모습이 있었다.

“페르!”

내 부름에 그녀가 흠칫 놀라며 나를 본다.

“다친 곳은?”

“본녀보다 일리나를 걱정해.”

그녀의 말에 내가 흠칫 놀라며 일리나를 바라보자 일리나가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미안해 데이비. 언니를 다치게 했어…….”

그녀의 말에 성큼성큼 다가간 나는 그녀의 팔을 잡아 들었고 그대로 소매를 걷어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손목에 생긴 커다랗게 할퀴어진 듯한 상처를 말이다.

“어떤 새끼야.”

차갑게 일갈하는 내 물음에 그녀는 침묵했다.

“이미 그녀는 도망쳤어.”

그녀의 말에 나는 내가 잡아 온 소년을 떠올렸다.

자신의 동지들이 이곳을 공격했다 하였던가.

하인스 영지 대부분은 마나를 통한 다양한 방어마법을 두르고 있다.

문제는 이번 침략자들은 그런 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영향을 받되 그 효율이 낮았다.

마치 심연처럼.

하지만 그건 심연처럼 다른 계통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만난 그놈들은 하나같이 이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로 만들어진 정신체. 통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었다.

“도망쳤다고?”

“응. 에이리아에게도 습격자가 갔던 모양이야. 그…… 하얀 토끼.”

“보팔레빗.”

“그래. 그 녀석과 에반젤린이 막긴 했는데 자칫하면 큰일 날뻔했어.”

“에반젤린과 에이리아는?”

“에반젤린은 부상자들을 옮기는 걸 돕고 있어. 에이리아는 치료 중이고.”

일리나의 팔에 회복마법을 천천히 부어 넣자 약간의 저항감이 있지만,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윽고 새하얀 팔이 본래대로 돌아오자 그녀는 만족스러운 듯 자리에서 일어나 거침없이 입을 맞춰왔다.

“안 다쳐서 다행이야.”

“그놈들 강했어?”

“강한 건 아닌데…… 뭐라고 해야 하지…….”

“기이하게 안 맞는다고 해야 하겠지.”

페르세르크의 말에 나는 역시 영지를 습격한 놈들도 같은 케이스라는 것을 깨달았다.

보통의 상식과 다른 비틀림을 지닌 정신체라면 시공격검을 들고 있어도 마냥 여유를 부릴 순 없었을 것이다.

이후 페르세르크의 팔도 똑같이 치료한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다 보고 있을 텐데. 사람 폭발하는 거 보기 싫으면 당장 튀어와요.”

그 말과 함께 방금전까지 아무것도 없던 커다란 옷장이 조금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푸른 머리칼의 무표정한 여성이 천천히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그 새끼들 뭡니까.”

내 물음에 그녀는 잠시 침묵하다 답했다.

[백혈구.]

“백혈구?”

백혈구는…… 잘못된 것을 잡아내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였다.

[다만 잘못되어서 뒤틀린 백혈구.]

“……백혈병입니까?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내 대답에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태블릿을 조용히 내밀었다.

그곳에는 프리아 여신과 비슷한 이모티콘이 엉엉 울며 빌고 있는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화낼 거야?]

“화낼 거야 이 양반아! 이리와!!”

내가 벌떡 일어나서 소리치자 그녀가 움찔거리더니 장롱 속으로 쏙 사라져 버렸다.

“데이비. 그만해. 아무리 그래도 너무 불경하잖아.”

일리나의 타박에 나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래서요. 그것들이 왜 당신을 찾는데요.”

내 물음에 그녀가 다시 고개를 빼꼼 내민다.

[내가 암세포니까. 그리고, 그 백혈구를 비틀리게 만든 것은 너와 나.]

그 말에 나는 순간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세상을 이루는 근본인 프리아 여신을 암세포라 할 수가 있는가 싶었다.

“제가 만들었다고요?”

[신벌을 내리지 않았고 그로 인해 오랜 시간 축적된 증오는 그곳에서 정화되지 못하고 갈 곳을 잃었어.]

…….

그 말에 나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아이고 머리야.”

과거의 나비효과가 이렇게 돌아오고 있었다.

“더 좋은 미래가 될거라면서요.”

이게 더 좋은 미래입니까? 내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나를 믿어?]

“…….”

그 한마디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지금은 모르겠네요.”

“그럼 지금 날뛰는 건 대체 누가 만들어내는 겁니까. 그 백혈구요.”

내 말에 그녀는 시선을 아래로 살짝 내리깔았다가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작은 손으로 문을 붙잡고 아주 조금만 고개만 내민 채 그녀가 말했다.

[세계를 이루는 법칙.]

프리아 여신의 이면이며 그녀와 함께 세상을 구축하는 시스템.

그것이라면 프리아 여신에게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하리라.

머리가 찡하게 울리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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