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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85화 (1,085/1,559)

제1085화

튜나 드 머전트 공작가의 주인. 알베르타 왕국의 재상인 그녀는 나와 륀느에게 고급 객실을 제공했다.

챱챱 소리를 내며 특제 산양유를 맛보던 륀느는 아주 살판이 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급진 과자나 케이크 혹은 명물들을 아낌없이 대접해주는 이 저택에 상당히 호감이 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던 중 내가 녀석이 마시던 산양유를 바라보자 녀석이 반사적으로 그것을 숨겼다.

“안 뺏어가 맘껏 먹어.”

후르릅!

거 식탐하고는…….

어두운 밤이 짙게 깔렸음에도 창밖으로 보이는 저택은 바쁘기 그지없어 보였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인부들의 표정이 구겨져도 이상하지 않으련만. 그들의 얼굴엔 피로만 있을 뿐 불만은 없어 보였다.

아마 평시에 튜나 재상의 인망이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끼쳤으리라.

주인의 됨됨이를 보고 싶으면 하인을 보라는 말이 있는 것과 비슷했다.

“흐음…….”

고개를 돌려보니 재상의 집무실 또한 낮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애들이 일하기엔 너무 늦은 시각인데.”

과연 이게 하루 이틀 된 일일지는 모른다.

“데이비 님. 질문.”

“음?”

팥빵을 입에 문 륀느가 내게 다가왔다.

“데이비 님의 체류에 어떤 목적이 있는지에 대해 해명을 요청해.”

그녀의 말대로였다.

사실 내가 이곳에 온건 그동안 잘 거래해오던 알베르타 왕국의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싸움을 거는 거라면 그에 맞는 대응을 해줄 필요가 있고, 그게 아니면 적당히 조율하면 될 일이었다.

다만 중요한 것은 튜나 재상이 무역 분쟁을 일으킬 의도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녀 또한 내부의 정치소행에 휘말렸으니 사실 그녀를 타박할 마음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나는 진상 규명 후 받아낼 것만 받아내면 되는 일이니까.

그저 적이 많고 그들을 처리할 힘이 부족한 그녀를 동정할 뿐이다.

내게 전달되었어야 할 서신이 당도하지 않은 것을 알아챈 그녀는 나와 협상을 시도했다.

즉, 알베르타의 농산물은 아니더라도, 그에 맞는 동급의 가치를 지닌 타국의 식자재로 그 손해를 메워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대가로 공작가는 엄청난 자금손해를 봐야겠지만. 그녀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택했다.

“별건 없고, 정리되는 대로 떠날 거야. 가기 전에 선대 재상의 명복이나 빌어줄…… 아이나?”

그때 익숙한 기척이 느껴진다.

내 부름에 방금 전까지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스르륵 하며 다크엘프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리아와 닮았지만 하이 엘프가 아닌 존재. 메아리에서 나와 하인스 영지에 충성을 맹세한 그림자 수장.

그녀였다.

“필요한 정보가 있으실 거 같아서요.”

“이제 척하면 척이네.”

“일차적으로 알베르타 왕국 내의 권력 투쟁에 대해 조금 조사해봤습니다.”

그녀가 서류를 내밀었다.

그녀가 내민 서류에는 알베르타 왕실과 그 왕실을 지탱하는 가문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바르고 후작가. 그리고 머전트 공작가.

두 가문은 오래전부터 왕실을 중심으로 정적관계였다는 모양이었다.

단순히 보면 공작가가 상위의 계급이지만 바르고 후작가는 지방 귀족들을 규합하는 세력인 만큼 그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

“본래라면 머전트 공작가의 힘이 조금 더 강한 게 사실이었습니다. 국왕의 신임이 그를 향해 있었으니까요.”

머전트 공작은 타국에서도 유명한 인격자로 그의 이념은 [주변에 배고파하는 이가 없게 하라] 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실제로 그의 인성도 인성이지만 상업 수완도 굉장한 터라. 그가 재상으로 집권한 기간 알베르타 왕국은 엄청난 발전을 이루기도 했었다.

당연히 국왕의 신임도 대단할 수밖에.

문제는 그가 어느 날 갑자기 급사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병으로 죽었다고 하지 않았나?”

“겉으론 그렇습니다만. 관련 정보를 보던 중 조금 이상한 게 보였습니다. 제 판단으론…… 말씀드려도 될까요?”

그녀의 물음에 나는 흔쾌히 승낙했다.

“해봐.”

“암살이 분명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판단 근거는?”

“지병의 악화. 비슷하게 보이지만 시신에서 이상한 징후가 발견되었었다고 합니다. 지금이야 시신을 화장해버렸기 때문에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은밀한 흔적이 있었다더군요.”

“흔적이라…….”

“하인스 아카데미의 고르네오 남작이 편찬한 특수한 중독 증세와 매우 흡사한 경우더군요.”

아이나가 의술을 할 줄 알았던가. 내가 놀란 듯 그녀를 보자 그녀가 어깨를 으쓱였다.

“왜, 그렇게 보시죠?”

“네가 의학도 공부했나?”

“꿈이었습니다. 의술을 펼치는 것. 물론 지금은 정보나 캐러 다니는 더러운 암살자지만.”

“입 조심해. 아이나. 난 네가 납득하지 못 하는 일을 시킬 생각이 없다.”

내 허락 없이 진흙탕에 들어갈 생각 마라.

실제로 나는 그림자에게 그들이 납득하지 못할 일을 시킨 바가 없었다.

나는 서류를 마저 읽어보았다.

전말 자체는 참 뻔한 클리셰대로였다.

어린 재상을 질시한 바르고 후작이 그녀를 물어뜯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그녀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그녀를 지탱해 주는 건 전대 재상의 그림자였지만 알베르타의 왕위가 바뀌면서 그 또한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나마 수완이 좋은 그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위치와 가문의 명예를 지켜내고 있는 실정이었다.

문제는 국가 무역에 관해서 재상이 직접 주도 관리를 하다 보니 여기서 생긴 문제의 책임은 그녀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이 사태를 유도했다? 그럼 하인스 영지를 제외하고도 상당한 거래대상이 있을 텐데?”

“맞아요.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생긴 건 하인스 영지 하나뿐입니다. 그 이상 문제를 일으켰다간 튜나 재상을 끌어내리는 것을 넘어 알베르타 왕국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을 테니까요.”

어차피 손해를 본다면 차라리 가장 그녀의 입지를 흔들 수 있는 우량고객 중 가장 손해가 적으면서 효과가 타당한 하인스 영지를 물고 늘어진다.

그게 바르고 후작의 노린 수였으리라.

“확실히 정적을 끌어내리기엔 안성맞춤이긴 하지.”

당연히 이 사태에 직면한 튜나는 급히 하인스 영지에 서신을 보내 물량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 같다고 미리 공지를 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신용에 조금 문제가 생겨도 계약상 큰 차질은 없을 테니까.

“다른 이도 아니고, 신임할 수 있는 이를 통해 전달했을 겁니다. 다만, 그게 전달되지 않았죠.”

하인스 영지는 이런 사태에 대해 전혀 몰랐고. 현재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

“증거는 없지만 일단 정보를 종합해보면 그렇게 나옵니다.”

물론 이 사실을 그녀가 알아도 바르고 후작을 어찌할 순 없는 상황일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구경하고 뒷짐 지기엔 입맛이 썼다.

선대 머전트 공작은 나름대로 존경할만한 인물이었으면 내게는 조금 고마운 인사이기도 했다.

그는 과거 마족과의 전쟁으로 전쟁고아가 대량 발생했을 때. 하인스 영지에 무상으로 상당량의 물자를 보내준 적이 있었다.

그것도 공작가의 사비로.

내용은 간단했다. 대륙이 힘을 합쳐 마족을 몰아내는데 그 참전 용사들의 유가족들이 방치되는 걸 보고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말만 하는 인간은 많아. 손을 보태고 생색내는 인간도 있고, 그런데 이 영감은 장사치 주제에 어떤 생색도 원하는 바도 없이 무상으로 제공했어.”

그 덕분에 영지 복지에 큰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었다.

일방적으로 계약이 파기되었을 때. 영감이 노망이 났나라고 내가 말했던 것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정보가 있지만…… 튜나 재상. 생각 이상으로 정말 유능한 상인이더군요. 선대 재상이 죽고 흔들릴뻔한 경제를 단번에 휘어잡아 궤도에 올린 게 그녀였습니다.”

“흐음…… 조금 미숙해 보이던데.”

“그게 연기일 수도 있지요.”

“그렇다면 할 말 없지.”

확실히 거기서 그녀가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듯한 의욕을 보여주었으니 내가 받아준 것이다. 그게 연기라면, 튜나 재상은 태생부터 난 인간이라는 소리였다.

거기에 조금 놀아나긴 했지만, 까짓거 귀여운 재롱 정도로 봐주는 정도야.

“그럼 더 조사 되는 대로 찾아오겠습니다.”

이윽고 아이나가 처음 왔을 때처럼 흩어졌다. 이에 나는 말 없이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때였다.

스산한 바람이 창문이 닫힌 내 방안으로 스르륵 흘러들어왔다.

이에 륀느가 눈을 살짝 크게 뜨며 몸을 일으켰고 나는 말 없이 창밖을 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그런 내 눈에. 보통 인간이라면 보이지 않을 어떤 빛의 궤적이 보였다.

신격을 얻은 뒤로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흐름. 그것은 영혼의 흐름이었다.

“데이비 님?”

“여기 있어.”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뛰어내린 나는 궤적을 따라 저택의 뒤편에 있는 작고 아담한 정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 나는 피식 웃어 보였다.

명복을 빌어주려 했더니 그의 묘지까지 찾아갈 이유도 없어져 버렸다.

“영혼이 특수한 금제 없이 몇 달 이상 이렇게 구천에 체류하면 악귀가 됩니다.”

대답 없는 허공을 향해 내가 말했다.

“무슨 미련이 그렇게 남아서 가지도 못하고 여기 남아있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나는 어떤 작고 예쁜 나무의 앞에 섰다.

“머전트 재상.”

스르르르르륵…….

동시에 내 몸에서 흘러나온 사령 마나를 흡수한 빛이 모여들며 어떤 형체를 만들어냈다.

-오랜만입니다. 데이비 왕자.

“그러네요. 재상님. 그리 좋은 재회는 아니네요.”

내 말에 영혼은 들리지 않는 울림을 흘렸다.

희끄무리한 형체가 흩어지지 않도록 나는 사령 마나에 신력을 섞어 그의 형체를 고정시켰다.

-이건…… 어떻게 제 몸을…….

“나름 재주가 좋아서요. 혼과 대화하는 건 그리 어렵진 않아요.”

-놀랍군요…….

“물론, 당신이 이런 상황이니까 가능한 겁니다.”

나는 근처에 있는 과일나무에서 열매를 하나 따서 입에 물었다.

“맛있네요.”

-그 나무는 아이의 모친이 열심히 키우던 나무였으니까요. 튜나가 가장 아끼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그의 말에 나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재상, 당신이 원하는 건 뭡니까. 복수?”

아이나는 그가 지병이 아닌 암살을 당했다는 의혹을 내놓았다.

내 물음에 그의 영혼은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복수를 원한다 하시면, 받아주시겠습니까?

“글쎄요?”

내 대답에 그의 영혼이 옅게 웃어 보였다.

-복수 따위를 바라진 않습니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그저. 푸념하고 싶을 뿐.

그의 한숨 소리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오른손을 오른쪽 귀 뒤에다 가져다 대고 말했다.

“저승아. 열반주 하나 가져와라.”

-예?

내 혼잣말에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곁 허공이 찢어지며 퀭한 인상의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세상에 꼴이 왜 그래.”

-빌어먹을 양반이 자꾸 도망칩니다.

우치 그 인간, 도망치는 것 하나는 회랑 최고가 아닐 수 없다.

-여기 열반주…… 어라? 영혼이 왜 여기 있습니까? 인도할까요?

“아니. 당분간은 손대지 마. 일면식이 있던 영감이라.”

나와 저승이의 대화를 멍하니 바라보던 재상의 혼이 나를 향해 설명을 요구했다.

-저…… 저자는…… 뭡니까 왕자?

“재상을 윤회의 고리에 던져버릴 사신입니다.

-흡…….

“걱정 마세요. 지금은 손 안 댈 테니. 자, 자 받으세요. 묘비 앞에 술 뿌려본들 그게 어디 당신 목구멍에나 들어가겠습니까. 저승이가 만든 열반주는 혼령도 마실 수 있어요.”

주변에 결계를 친 뒤 자리에 앉아 한잔을 내밀자 그가 조심스레 내려와 형체화된 자신의 손으로 열반주의 잔을 잡았다.

-한데. 이곳에 온 목적은 달성하셨습니까.

“당신 따님이 해결해준다고 하고 이 늦은 시각까지 안 자고 있습니다.

-쯧쯧…… 미련한 것…….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전부 하…….

-크으! 쓰군! 맛이 기가 막혀!

이 양반이…….

나는 짧게 심호흡을 하고 참았다.

까짓거 귀신의 푸념하나 못 들어줄까.

하지만 이어진 것은 그의 놀라울 정도로 집요한 딸 자랑이었다.

재상은 딸아이를 엄격하게 가르친 거로 유명할 텐데. 결국, 겉으론 혼을 내면서도 속으론 자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튜나는 영특하고 정말 착한 아이입니다.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배고파하는 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정도로 심성이 고왔지요, 하지만, 하지만 나는 그렇기에 그 아이가 너무 걱정됩니다.

“그런 거 치곤 거의 인생 2회차 수준으로 박식하던데요.”

아이나가 그간 튜나 재상이 해온 업적들을 보여주었을 때 나는 심심찮게 감탄했다.

-크흐흐, 인생 2회차라니 신기한 표현이군요. 맞습니다. 제 어미를 일찍 잃고 그 아이가 한번 혼수상태에 빠진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유별나게 아이가 박식해지긴 했지요. 세상의 융통성을 얻었다고 할지…….

“그래서 재상이 내게 바라는 건 제가 그녀를 도와주는 겁니까?”

-들어주시는 겁니까?

“나는 재상을 정말 높게 평가합니다. 당신 같은 인격자는 세상에 그리 많지가 않거든요.”

내 웃음소리에 그가 허허 웃어 보였다.

-당신이 그렇게 말해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 몸이 없군요. 허허허허.

그냥 모른 체할까.

“거 못 본 사이에, 상당히 능청스러워지셨습니다.”

-허허, 크흡 그게 죽고 나니 생전의 위엄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후회도 되었습니다. 이리 갈 줄 알았다면 조금이라도 튜나에게 사랑한다 할 것을…….

당신의 그 생각을 크리아네스 국왕도 배웠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람이 죽으면 저렇게 털털해지나.

아마 그가 특별한 케이스일 것이다.

나는 대충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원래 명복만 빌어드리려 했는데. 기왕 이렇게 된 거 수지타산만 맞으면 해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제 딸아이를…….

그가 말했다.

-그 아이를 일주일만 가르쳐주십시오.

“구체적으로 말씀하세요. 내가 뭘 가르쳐드릴까요.”

-그 아이의 은사로서 그 아이에게 당신의 상업기술과 처세술을 가르쳐주시면 됩니다.

그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나는 물었다.

“수업료 제법 비싼데요.”

-마땅한 대가가 있습니다.

“믿겠습니다. 재상. 다만 제가 가르칠만한 게 있을는지는 모르겠네요.”

내 대답에 그가 허허 웃어 보였다.

-말을 듣지 않으면 엄하게 혼내셔도 좋습니다. 그 아이가 제가 없이 공작가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당당한 재상이 될 수 있도록.

그의 말에 나는 그의 영혼과 손을 맞잡았다.

“좋아요. 알베르타와의 거래도 적당히 잘 해결됐고, 당신의 얼굴을 보고 한번 해주는 겁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 어디 가십니까?

“처세술부터 가르칠 겁니다. 따라올래요?”

그렇게 말하자마자 나는 순식간에 결계를 거뒀고, 그의 영혼이 흩어지지 않게 단단히 고정시킨 후 그를 데리고 튜나의 집무실 창문을 벌컥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한 남성이 튜나의 손목을 잡고 있는 게 보였다.

-저…… 저자는?!

그 광경을 본 머전트 선대 재상이 격성을 내질렀지만, 당연히 그가 보일 리도 그의 목소리가 들릴 리도 없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사내가 튜나 드 머전트의 양팔을 제압해 벽에 몰아붙이고 있는 장면이었다.

“상인의 처세술 첫째.”

내가 그리 말하며 섬광처럼 파고들었다.

“진상에게 휘둘리지 마라.”

콰득!!

“끄아아아악!!

사내의 손목이 꺾이며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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