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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01화 (1,100/1,559)

제1101화

자신을 울드라 말한 괴물의 등장. 놈의 본체는 진짜 울드가 아니라 울드의 유전자를 먹고 힘을 흉내 낸 가짜에 지나지 않는다.

“아하하하하하!!!”

같지만 다른 존재. 비슷한 클론이 이런 느낌일까.

카아아아앙!!

“역시. 몸 하나는 정말 단단하구나.”

나를 향해 달려든 울드를 막아낸 건 이실디였다.

“아무리 1만 년 동안이라지만 너무 많은 힘을 축적했는데…… 울드까지 복사할 수 있게 된 거야? 대체 무슨 짓을…….”

짜증스레 중얼거린 그녀가 힘으로 울드를 밀어낸 뒤 검을 쥐지 않은 손까지 마저 그립에 올리고 강하게 베어 올렸다.

콰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울드의 신형이 퉁겨져 날아가자 이실디가 짜증스레 혀를 찼다.

“저건 토트리아스 개체가 군집 단위로 뭉쳐진 결과물이야. 단순한 생명력 같은 면에서도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을 거고, 내가 처리할게. 아무래도 하이브를 보호하는 군체들은 모두 뭉쳐져서 울드로 변한…….”

쩌어엉!!

그녀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재차 공격해온 것은 울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공격을 맨손으로 막아내며 인상을 찡그린 그녀가 후방을 노린 또 하나의 심연의 공주를 노려보았다.

“하나가 아니라는 거지.”

허탈하게 웃는 그녀의 말대로 주변엔 다수의 심연의 공주들이 보였다.

울드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위협적인 존재가 심연의 공주가 아니던가.

처음 보는 심연의 공주들도 더러 섞여 있는 것으로 보아 과거에 죽었거나 내가 심연에 대폭발을 일으켰을 때 휩쓸린 심연의 공주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데이비. 들어가.”

품 안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검을 한차례 스윽 닦아낸 그녀가 말했다.

“여긴 내가 치울 테니.”

“보아하니 진짜와 힘 차이도 크게 안 나는 거 같은데.”

신도 아닌 고작 생명체 따위가 타나토스가 만들어낸 괴물급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지만, 눈앞에 현실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만큼 힘을 많이 축적했다는 거겠지. 조심해. 네 유전자라도 먹어치웠다간 어떻게 될지 몰라.”

“태생부터 힘을 가지고 있던 너희랑 달라서 괜찮다.”

담담하게 말하며 내가 울드의 뒤편으로 난 통로를 향해 걸어가려 하자 심연의 공주들이 일제히 나를 저지하기 위해 움직였다.

“진짜와 힘 차이가 얼마 안 난다고? 웃기는 소리. 저건 껍데기일 뿐이야.”

쩌억!!

나를 향해 덤벼드는 심연의 공주 하나를 반으로 갈라버리며 그녀가 코웃음을 쳤다.

“이깟 가짜들 수백이 몰려와도 이길 수 있으니까 가.”

같은 심연의 공주이면서 이렇게 힘 차이가 날 수 있는가.

이실디는 괜히 최상위 심연의 공주가 아닌 것 같았다.

“적어도 여기 있는 것들 중 하나만 빠져나가도 문제가 될 거 같긴 하네. 어떻게 이런 힘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 캐물어 봐야겠다만. 우선은 맡겨놓고 먼저 갈게.”

하이브만 처리되면 군체는 자연스레 흩어질 것이다.

즉, 여기 날뛰는 것들은 죄다 군체. 토트리아스 수백 수천이 모여 만들어진 놈들이니 하이브가 사라지는 순간 결속이 약해지고 흩어질 거라는 소리였다.

“흐흐…… 어딜 가려고?!”

그때 튕겨 나갔던 울드가 이실디를 무시하고 나를 향해 덤벼들었다.

처음 울드를 만났을 때. 내 주먹이 그녀에게 닿고 오히려 이쪽이 피해를 본 적이 있었다.

꽤 오래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내가 또 한 대 맞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뚜둑…… 콰아아앙!!!

엄청난 속도로 파고드는 울드의 얼굴을 한 손으로 낚아채 벽면에 처박아버리자 그녀가 추욱 늘어지는 게 보였다.

아무리 강해도 결국은 껍데기를 흉내 낸 것일 뿐이며, 이제 와서 울드 정도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것 또한 사실이리라.

“야. 똑바로 안 하냐?”

“뭐래! 알아서 처리하고 얼른 꺼져!”

이실디의 짜증스러운 외침에 나는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린 토트리아스의 군집을 던져버리고는 내부로 걸어 들어갔다.

이실디가 어그로를 제대로 끌기 시작했고 나는 어두컴컴한 지하로 계속해서 걸어 들어갔다.

아무리 힘을 축적한 토트리아스라도 역시 심연의 공주 다수를 복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 이상 방해꾼이 없다는 건 제법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지하 얼마나 더 내려온 것일까.

체감상 수백. 아니 수천 킬로미터 지하까지 내려가자 주변의 공기부터가 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공동의 중앙에 거대한 살점 덩어리가 꿈틀대고 있는 게 시야로 보이기 시작했다.

“네가 오버 브레인이구나.”

군집생명체인 토트리아스들을 조종하는 하나의 정신체.

말을 하진 못하지만, 놈들의 지능은 굉장히 생존과 자신들의 목적에 특화되어있다.

이실디와 베르단데가 설명하기로는 토트리아스의 존재 목적은 포식과 말살이었다.

타나토스의 손이 닿은 존재를 제외한 모든 생명체를 죽이는 것.

오버브레인이 놓인 바닥에 착지한 나는 이 유적 자체가 마치 오버브레인의 형성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더니.”

홍단이를 거둬들이고 이프리트로부터 받은 화검 레바테인을 꺼내든 나는 곧바로 이 망할 놈의 생명체를 죽이기 위해 몸 안의 힘을 깨워내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마라.]

이클립스의 용언은 여타 다른 용언과는 격이 다른 힘을 지니고 있다.

포식의 힘을 통해 먹어 치웠던 그녀의 힘을 방출하자 계속해서 꿈틀거리던 거대한 살점 덩어리 오버브레인이 크게 진동하며 무언가에 짓눌린 것처럼 압박되기 시작했다.

내가 용언의 힘으로 찍어누른 것은 하이브, 즉 오버브레인 자체였다.

놈의 정신체가 어디론가 도망치지 못하게.

본래라면 이렇게 내가 누르고 있는 동안 이실디가 이걸 처리하려 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얼른 끝내고 돌아가는 수밖에.

한 손에 화검을 또 한 손에 용언을 형상화시킨 힘을 끌어내어 왼손으로 짓누르고 오른손에 든 레바테인을 높게 들었다.

그러자 생명의 위기를 느꼈는지 놈의 저항이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버브레인 자체를 지키던 토트리아스 군체들은 모조리 이실디가 발을 묶어두고 있으니 방해꾼이 나타날 리가 없었다.

[움직이지 마라.]

다시 한번 의지가 담긴 용언이 터져나가자 저항하던 거대한 살덩어리가 한차례 크게 주춤하며 비틀거렸다.

급기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놈이 살점을 변형시켜 나를 공격하기 위해 촉수 다발을 만들어내 찔러 들어왔다.

하지만.

놈이 그렇게 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내게 준 후였다.

화륵…….

손에 쥐어진 모조리 불태우는 검인 화검 레바테인이 거대한 궤적을 남기며 낙하했고, 결국 오버브레인 살덩어리는 모조리 화마 속에 휩싸여 사라져갔다.

단순히 온도의 개념을 넘어선 화검의 강타에 기괴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놈의 촉수 끝부터 살점 덩어리의 근본까지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살구색을 띠던 살점은 이내 본래 토트리아스의 형태인 보랏빛 반투명한 슬라임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끝까지 저항하던 촉수들까지 모조리 화마에 휩싸이며 천천히 흘러내렸다.

안 그래도 화염 속성에 약한 생명체이다 보니 레바테인의 화염에 용언으로 짓눌린 터라 저항할 길이 없었으리라.

새까맣게 타다 못해 증발하기 시작하나 살점들을 보며 나는 조금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실디와 베르단데가 말했던 위험성이 가득한 생명체답지 않은 최후였다.

물론 그 두 여자가 말한 위험이라는 건 도망칠 길이 존재하고, 오버 브레인이 다수 존재할 때 박멸에 굉장히 힘을 쏟게 될 것이라 그런 말을 한 것이겠지만.

결과적으로 오버브레인은 이거 하나 뿐일 테고. 그마저도 방금 불태워버렸으니 더 이상의 군집 행동은 불가능할 터였다.

완전히 잿더미가 되어버린 흔적들을 보며 나는 미련 없이 이실디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뭐야. 벌써 끝이야?”

그때 구멍 저편에서 한쪽 팔에 피를 뚝뚝 흘리며 이실디가 다가왔다.

“뭐하다 다친 거야.”

“꼴에 걱정은…… 그냥 너무 수련을 게을리했나 봐.”

이실디의 말대로 그녀가 최근 훈련을 게을리한 것도 있다.

과거 대사형일 때와는 다르게 자신의 힘을 각성하면서 수련이 굉장히 더뎌졌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슬리지아조차 조심스러워하는 이실디에게 상처를 줄 정도라니 마냥 쉬운 적은 아닌가 싶었다.

“이상한 착각할까 봐 말해두는 건데. 이 빌어먹을 젤리 덩어리들은 나와 상성이 안 좋아.”

“누가 뭐라 했나?”

“네 눈을 후벼 파 버리고 싶을 지경이거든?”

그녀가 뺨을 부풀리면서 짜증을 토해냈다.

“그나저나. 이라면 이제 그놈들은 와해되는 건가?”

“하이브를 모두 잃은 토트리아스는 제대로 된 판단을 못 해. 아마 여기저기서 튀어나와서 제힘을 다루지도 못하고 대부분 자멸할 거야.”

그렇게 되면 좋겠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내가 이실디의 소매 부분을 걷어 올렸다.

“뭐…… 뭐야?!”

“치료해주잖아. 보면 몰라?”

신성력을 끌어올려 그녀에게 쏟아붓자 그녀의 팔에 난 작은 상처가 서서히 아물기 시작했다.

“예전엔 신성력으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몸이었을 텐데.”

“이제 심연의 공주가 아니라는 거지.”

“그나저나 타나토스 신이 사라져서 더 쉽게 처리된 감이 없잖아 있어.”

이실디가 잿더미가 되어버린 하이브를 둘러보며 말했다.

“타나토스 신이 살아있었다면 이렇게 쉽게 토벌되진 않았을 텐데 말이야. 아, 네가 그냥 강한 건가?”

“상성 차이지. 레바테인이 있으니까 이렇게 쉽게…….”

쿠우우웅!!!

벽면이 박살 나며 살점들이 쏟아져 내리고 그 안에서 쏟아진 토트리아스들이 엄청나게 겹치기 시작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재수가 옴 붙은 모양이었다.

“이실디. 하이브가 없으면 저놈들 합치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나?”

“조용히 해봐. 지금 내가 정말 재수 없는 생각이 떠올라 있으니.”

하이브와 오버브레인은 모조리 불타버렸다.

그런데 눈앞에 저기 저렇게 뭉치고 있는 놈들을 보면 섬뜩하게 한가지가 떠올랐다.

그녀가 검을 뽑아 들며 말했다.

“물어봐야 뻔한 대답이 들려오겠다만 혹시라도 모르니 대답해봐.”

“방금 전까진 아무것도 파장이 느껴지는 게 없었는데……”

“몇 갠데.”

“감지되는 것만 일곱, 전부 이 근처. 아무래도 방금 네가 태운 오버브레인은 근처의 하이브들을 숨기는 역할을 했던 거 같아.”

“고작 그 정도인데 심연의 공주들을 끄집어냈다고?”

“모르지. 아무리 1만 년 가까이 힘을 모아왔다곤 하지만 고작 하이브 하나를 지키기엔 너무 많은 전력인 것도 사실이니까.”

그녀의 중얼거림에 나는 절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이브가 그만큼 있다는 건 빌어먹을 토트리아스의 수가 상상 이상으로 많다는 것이었다.

* * *

데이비가 하이브를 박멸하고 있을 그 시각.

레이나와 그녀의 일행은 현재 바탄 왕국의 왕성에 도착하자마자 어디론가 끌려가기 시작했다.

국왕의 알현을 요청한 만큼 현 바탄의 국왕이 있는 곳으로 데려갈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이들은 말없이 인적이 드문 곳으로 그들을 데리고 간 것이다.

“내가 책을 많이 봐서 잘 알거든?”

“조용히 좀 해요.”

“이런 일이 벌어지면 꼭 누군가가 공격해온단 말이야.”

“바탄이 미치지 않고서야 저희를 공격한다고요? 흐음…….”

모르지아나의 대답에 막시모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하는 말이지. 실현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그랬다.

그랬어야 했는데.

스릉…….

“어이. 지금 이거 뭐 하는 짓이지?”

“원한은 없지만 죽어주셔야겠습니다.”

오러를 피워올리며 그들을 포위하는 기사들을 보며 막시모스가 말했다.

“아무래도 두 가지 중 하나인가보다.”

이 나라가 미쳤거나.

진짜 흑막이 따로 있거나.

“국왕이 아무리 미쳐도 이런 지시를 내릴 리가 없지. 그렇다면 우리가 죽어서 이득을 볼 수 있는 누군가가 이런 지시를 내렸다는 건데.”

스릉!!

검을 뽑아 드는 그들이 낮게 경고했다.

“저항하지 마십시오. 일대 영역은 전부 마나 억제 파장이 펼쳐져 있으니.”

“그런 말을 하는 것치고 니들은 멀쩡해 보인다만.”

막시모스가 오러 피스트. 즉 권강을 피워올리려 했다.

하지만 기사들의 말대로 마나가 그의 말을 잘 듣지 않았다.

“염병하네, 진짜.”

그의 짜증에 레이나는 조용히 물었다.

“국왕 폐하의 명인가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들을 보며 레이나 또한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 쪽이든 지금 사태가 정상이 아닌 건 확실히 알겠네요.”

스릉…….

이윽고 검을 뽑아 든 레이나의 검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마나 억제 파장이 퍼져있는 터라 그녀의 검에 오러가 머금어지는 건 본래 불가능해야 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존재했다.

레이나의 뒤를 봐주는 건 삼 제국 황제가 아니라.

데이비라는 사실을.

츠츠츠츳…… 콰앙!!!

이윽고 맹렬하게 움직이던 오러가 강하게 폭사 되며 응축되기 시작했고 이내 고밀도의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냈다.

“미안하지만 이런 정도에 당해줄 순 없겠어요. 폐하께 안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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