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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06화 (1,105/1,559)

제1106화

석판과 내 포식의 권능이 공명한다.

다르지만 비슷하며, 이질적이지만 묘하게 같다.

거대한 폭탄처럼 잠들어있던 내면의 모든 것이 해방되려 하고 있는 벨가를 똑바로 시야에 담은 내 목소리에 바닥에서 황금빛의 빛으로 된 원이 나타났다.

쩌억!!

동시에 폭이 수십 미터는 될법한 거대한 빛으로 된 흰수염 고래의 형상이 나타나 입을 쩍 벌렸다.

이내 그대로 벨가를 물어버린 뒤 사정없이 흔들었다가 하늘로 던져버렸다.

“베…… 벨가!”

그 모습에 튜나가 비명을 지르지만, 빛으로 된 베헤모스의 입은 그것을 망설임 없이 떨어지는 벨가를 한입에 삼켜버렸다.

그와 함께 폭주하던 힘의 파장도 허무할 정도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나는 환수 소환사. 즉 내 스승인 셰인의 유전자를 몸 안에 간직했다.

그탓에 환수와 계약할 수 있게 되었고 삼 환수왕 중 하나인 베헤모스를 다루게 되었지만, 베헤모스가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저 태초의 포식자라는 힘에 대해선 잘 알지도 다루는 방법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석판을 쥐었을 때. 포식의 권능과 공명하며 어째서인지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입에 벨가를 삼켜버린 거대한 흰수염 고래를 멍하니 바라보던 튜나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때였다.

“뱉어내.”

-퉤!!

동시에 거대한 흰수염 고래의 입이 오므려지더니 이내 침을 뱉듯 무언가를 뱉어내 버렸다.

그리고는 내게 불만을 표하듯 짧게 그르렁거리고는 사라져버렸다.

저놈은 베헤모스가 분명했다.

하지만 프리아 여신이 불러낸 완전한 것과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조금, 더 불안전한 느낌인데.’

애초에 내가 이 힘을 다룰 수 있는 것부터가 조금 의문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이윽고 자신의 할 일을 마치고 완전히 사라져버리자 튜나는 바닥에 쓰러진 어떤 형체. 다름 아닌 벨가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사…… 살아있어!”

그리고는 놀란 듯 나를 바라본다.

벨가의 육신은 회색빛으로 일그러져있었지만 지금 녀석은 처음 만났을 때처럼 꾀죄죄하고 왜소한 체격의 소년이 되어있었다.

“벨가! 벨가!”

튜나가 황급히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정신이 들어?!”

그녀의 외침에 벨가의 얼굴이 살짝 찡그려졌다.

“끄응…….”

그리고는 멍한 듯 눈을 천천히 뜨며 튜나를 바라보았다.

“아…….”

그리고, 본능적으로 배를 문질렀다.

“배가…… 많이 안 고파…….”

그가 살아있음을 확인한 튜나가 눈물을 뚝뚝 흘린다.

“육포…… 있어?”

녀석의 물음에 튜나는 녀석의 머리에 알밤을 넣으며 소리쳤다.

“지금 이 상황에 먹을게 생각이 나?!”

“배고파…….”

“기, 기다려봐!”

그리고는 황급히 자신의 주머니 속에서 비상 육포를 하나 꺼내주었다.

일국의 재상이 매번 저렇게 육포를 휴대하고 다니는 건 제법 놀라운 광경이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폭주하던 힘이…….”

“다 먹어치웠어. 토트리아스도, 저놈 안에 있던 폭주하던 정신체도.”

즉. 지금의 벨가는 온전히 저 녀석 혼자라는 소리였다.

“그게 가능할 리가…….”

“나도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지.”

맹렬하게 광채를 내뿜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침묵하는 석판을 보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언젠가는 한번 조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저 녀석 그냥 둬도 괜찮은가요?”

일단 이 사태의 주범이 바로 저 녀석이었다.

실제로 토트리아스들의 하이브 마인드가 벨가이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의 벨가에게서 토트리아스와의 연결점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경련하던 힘의 파장도 모조리 사라져버렸다.

이게 당신이 말한 구원일지, 말살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결과적으로 할 수 있는걸 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본래대로라면 벨가도 제거 대상이었다.

하지만 나는 벨가의 통제를 튜나에게 한 번 정도는 맡겨봐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안일한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배고파하던 소년과 그런 소년에게 먹을걸 건네주던 소녀.

내 눈에 비친 벨가는 프리아 여신의 아바타를 지우기 위한 백혈구와는 조금 다르게 비쳤다.

* * *

바탄 왕국은 전쟁을 막되 이번 피해의 진상을 알베르타에게 떠넘겨야 했다.

토트리아스의 출현으로 바탄에서 입은 피해는 말도 못 할 정도로 거대했으니 말이다.

자업자득이라곤 하지만 결국 중반부턴 그들도 반쯤은 놀아난 꼴이 아닐 수 없다.

그 탓일까.

바탄의 왕자는 튜나에게 공격의 범인인 벨가와 튜나의 관계를 빌미 삼아 피해보상을 요청했다.

물론, 트릭 백작이 튜나를 살해했던 사실과 개조 인간에 대한 것은 끝까지 함구하려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말이다.

당연 이 상태면 알베르타가 독박을 쓸 수 있는 상황이지만 튜나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녀석이 아니었다.

고작 십 대 소녀에게선 나올 수 없는 자연스러운 위압을 뿜어내며 그녀는 바탄을 끝도없이 몰아쳤다.

그 원료는 다름 아닌 바탄이 비밀리에 알베르타에서 실험한 개조인간 실험과 고대 유적의 괴물에 대한 실험이었다.

바탄에서 실험한 괴물이 유출되어 벨가를 먹어치웠고, 거기에 노출된 벨가가 바탄을 공격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쟁으로도 번질 수 있는 재상의 암살시도에 대해서도 같이 언급하며 바탄 왕자의 진을 빼놓았다.

당연히 바탄에선 증거가 없다며 버틸 수밖에 없었지만, 정신을 제압당해있는 터라 주도면밀하게 모든 것을 숨기지 못한 바탄은 끝내 꼬리를 잡혔다.

자칫 대륙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두 국가의 알력 싸움 끝에 승리를 쟁취한 것은 다름 아닌 튜나였다.

본래라면 튜나를 끊임없이 방해하여 전쟁을 유도하게 하려는 자들이 있어야 했지만, 튜나는 일부러 죽은 척을 연기하며 그들을 하나하나 면밀하게 잡아냈고 모조리 잡아 들인 후였다.

벨가가 삼켜지고 난 이후의 바탄은 사실상 사정이 바뀌었다.

전쟁을 지속하게 하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토트리아스의 군체들을 막는 게 우선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토트리아스들이 무력화된 이상 전쟁을 암암리에 원해왔던 바탄 국왕의 입장에선 전쟁을 지속하는 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활로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왕은 끝내 전쟁을 멈추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대로 전쟁을 지속해서 국제비난을 받는 것 따위가 이유가 아니었다.

아마. 전쟁을 준비하던 자신의 욕심으로 아들을 잃어버린 상심이 그 원인이 되었으리라.

결국, 협상은 얼마나 배상을 받아내느냐와 얼마나 배상을 최소화하느냐의 싸움으로 번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튜나가 어지간한 장사치 이상의 노련함을 지니고 있다는 것.

바탄의 왕자는 아주 영혼이 털리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래, 누가 가르쳤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뭐해?”

알베르타에서 바탄이 몰래 실험을 저지르던 고대유적의 잔재.

멀리서 그곳을 조사하는 알베르타의 병사들과 학자들을 바라보던 일리나가 나를 바라보았다.

“네가 나선 일로 문제가 되는 건 없어?”

“없게 만들어야지.”

내 대답에 그녀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알베르타에선 저 고대유적에서 추가적으로 발견할 만한 것이 있는지 조사 중이었겠지만 나는 노아스를 이용해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흔적을 묻어버렸다.

아무리 용써봐야 찾을 수 있는 건 없으리라.

“이 일. 배후가 있다더라.”

“그래. 알베르타 쪽은 청소했고, 바탄도 청소가 됐지만, 이 사태의 원흉은 분명 있어.”

알카 후작.

증거는 없지만, 그가 주범일 거라고 생각 중이다.

이에 나는 린디스 제국의 황제. 데오르트 황제에게 이 사태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하나뿐이었다.

-알카 후작은 제국을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 어쭙잖은 일로 그를 문책하는 건 불가하다.

그 말만 했다면 이쪽에서도 기분이 상당히 상했을 테지만 이어지는 말에 나는 손을 놓았다.

-다만. 요즘 카트린느 대공이 불온한 움직임을 찾고 있더군. 반역에 해당하는 행동은 아무리 기둥이라도 죽을 수밖에.

린디스 제국의 황제가 아무나 해먹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즉 린디스의 건은 내부에서 처리하게끔 맡겨두면 될 일이라는 소리였다.

“레이나?”

“그녀도 이곳이 신경 쓰였는지 와서 보고 있었어.”

그녀는 저 멀리 홀로 선 채 파괴된 흔적들을 조사하는 튜나를 바라보는 레이나를 가리켰다.

레이나 또한 토트리아스가 튀어나올까 걱정을 했으리라.

반면 이 사태를 돕기 위해 나왔던 베르단데와 이실디는 언제 왔냐는 듯 냉큼 신목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실디는 자잘한 부상으로 인해 얼른 돌아가고 싶다는 말만 반복했고 베르단데는 아들의 생일을 놓칠 수 없다는 말을 앵무새마냥 반복했다.

물론 딱히 잡아둘 이유가 없기에 그녀들을 돌려보냈으니 남은 건 레이나뿐이었다.

“그녀가 행복해 보여?”

“그렇진 않겠지.”

그녀는 원치 않게 전쟁에 휘말렸고 오랜 시간을 고통받아왔다.

그렇게 죽어간 후 이곳에서 눈을 떴고, 이곳에서 일리나도 그런 끔찍한 결말을 맞기 전에 막으려 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을 버려야 했고, 자신의 영혼을 저당잡아야 했으니까.

“튜나 재상과 벨가라고 했나? 둘을 본 뒤로 그녀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어.”

그 두 사람에게서 무엇을 본 것일까.

처음 레이나를 되살렸을 때 그녀는 평화가 자리 잡은 이 대륙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했지만 나는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우웅…… 엄마아…… 슬퍼?”

“아냐. 홍단아.”

품 안에 비비적거리며 파고드는 홍단이를 꼭 끌어안은 채 그녀가 내게 물었다.

“그녀를 저렇게 힘들게 하는 게 뭐라고 생각해?”

그녀는 레이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다른 이들은 다 알아도 그녀만큼은 몰랐다.

그래서 더욱 레이나가 씁쓸해 보였던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글쎄. 뭐가 되었건 본인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면 그건 오지랖이야.”

그녀가 도와달라고 말한다면, 나는 얼마든지 도와줄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저렇게 참고 버티고 있다면 그저 스스로 더욱 절실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내가 볼 때 말이야.”

그때 일리나가 손뼉을 쳤다.

“네가 볼 때?”

“그녀는 아직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서일지도 몰라. 정착할 곳 없이 저렇게 떠돌기만 하니까. 아무리 용사라지만 그건 굉장히 힘들고 지치는 일일 텐데.”

그녀의 뜬금없는 소리에 내가 황당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내가 좀 도와 줘볼까?”

장난스레 웃으며 물어오는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던 나는 그대로 입술을 이용해 그녀의 입을 틀어막아 버렸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아…….”

일리나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는 이내 내 넥타이를 잡아 입을 맞춘다.

“와! 엄마 아빠 입술박치기!”

당연히 일리나의 품에 안겨있던 홍단이가 신이나 소리치자 그녀가 당황한 듯 허둥지둥거렸다.

“호, 홍단아?”

“홍다니도 해줘! 요기! 요기 입술박치기!”

홍단이가 팔짝팔짝 뛰며 소리치자 옆에서 얌전히 서 있던 청단이가 톡톡 홍단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에 고개를 돌리자마자 그대로 홍단이의 뺨에 입을 맞춘다.

“이…… 입술박치기!”

화들짝 놀란 홍단이는 멍하니 청단이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일리나에게 칭얼거렸다.

“홍단이랑 청단이 전부! 입술박치기!”

“저…… 얘…… 얘들아?”

제 입술을 톡톡 두드리며 꺄르륵 웃는 녀석의 모습에 일리나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결국, 일리나는 두 아이의 뺨에 입술을 맞춰주고 나서야 둘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정말 궁금했던 건데. 넌 그녀에 대해선 굉장히 배려가 강하네.”

그녀의 물음에 나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비록 지금은 다른 이가 됐지만, 저 레이나가 너와 같은 동일인물이며 다른 세계선에서 왔다는 걸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대체 그녀는 네게 뭐야?”

“그건…….”

“사랑하는 사이라고 하기엔 미묘하게 다른데.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기엔 과하게 신경을 써주잖아. 현국에 있는 그 숲도 현재 그녀에게 내어주지 않았어?”

“소유권은 이쪽에 있지만. 그녀에게 그곳에서 지내도 된다고 한 건 맞아.”

쓸데없이 눈치가 빠르긴.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그녀가 나를 게슴츠레 바라보았다.

“생각해보면 참 이상하네. 왜 그녀에 대해선 아무 말도 안 해주는데?”

“알면 그렇게 좋진 않을걸?”

“그걸 왜 네가 판단해. 그건 내가 판단하는 거지.”

그녀의 날카로운 추궁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왜 말해주지 않는데?”

그녀가 재차 물어왔다.

이에 나는 지금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답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네가 생각하는 안 좋은 건 아니야. 다만. 그녀가 원하면 나는 가능한 도와주고 싶어.”

내 말에 일리나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행복하게 해줘. 솔직히 남 같지가 않아.”

나는 절로 쓴웃음이 나왔다.

남 같을 수가 있나. 본인인데.

그래, 너 맞아.

다만, 일리나의 말대로 지금 레이나의 모습은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괴로워 보였다.

조만간 회의를 한번 소집해야겠네.

* * *

전쟁이 멈추고 협상이 종결되었다.

이번 일로 튜나는 알베르타 왕국에서 상당한 입지를 지닐 수 있었고 바탄은 향후 수십 년간은 엄한 생각은 품을 수도 없을 만큼 큰 배상을 치러야 했다.

그 과정에서 튜나의 암살시도에 관한 일로 굉장히 시끄러웠으나 그것까지 데이비가 신경 쓸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이곳에서 반쯤 흐지부지되듯 묻힌 문제가 있었다.

바로 이 사태를 주도한 린디스의 고위귀족이었다.

알카 후작.

린디스의 한 축을 담당하는 대귀족으로 그의 권위는 단순 후작이라는 자리에서 멈추는 수준이 아니었다.

알카 후작가는 오래전부터 전쟁물자를 팔아온 가문이었다.

최근엔 전쟁이 굉장히 줄어든 탓에 돈을 벌 기회가 줄어든 그는 린디스 제국을 움직이는 게 쉽지 않게 되자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단 한 번의 위험부담을 안고 가는 것으로 최대한의 이득을 볼 수 있다고 판단된 것이 바로 알베르타와 바탄의 불화였다.

“흔적은 소리 없이 처리했겠지.”

중후하고 무거운 음성으로 그가 중얼거리자 뒤편에 있던 집사가 고개를 숙여 보였다.

“예. 꼬리는 확실히 잘랐으니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쯧. 잘되어가던 계획이 이렇게 비틀리다니.”

그는 전쟁이 벌어지길 바랐다.

그것도 아주 큰. 세계 규모의 전쟁이.

어차피 전쟁이 벌어진다 해도 린디스 제국이 무너질 가능성은 낮았다.

삼제국을 필두로 크고 작은 왕국들이 엎어지고 뒤처지고를 반복할 테니까.

그 과정에서 그는 전쟁물자를 팔아넘기면 그만이었다.

그것이 재력이 될 것이고 그의 힘이 되어줄 테니까.

현재 재력이 부족해진 틈을 타 현 황제가 수인족을 상당히 포용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니 그 망할 불여우가 날뛰고 있는 거겠지만.”

착잡하게 중얼거린 그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후작 각하. 카트린느 대공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대공이? 몸이 좋지 않으니 다음에 찾아오시라 전해라.”

쾅!!!

후작의 명령에 집사가 돌아서려 했지만, 그보다 문이 먼저 쾅 소리를 내며 열린다.

그리고 문 너머엔 타오를 듯한 머리카락을 지닌 활발해 보이며 강한 인상의 여인이 씨익 웃고 있는 게 보였다.

“이게 무슨 짓이오. 대공. 아무리 대공이라곤 하나…….”

“됐고. 알카 후작. 좋은 말로 할 때 따라와 주셔야겠는데.”

그녀의 미소에 알카 후작이 담담하게 눈을 꿈틀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요. 어딜 간단 말인가.”

“뭐 별건 없고.”

카트린느 대공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진다.

“국가 반역자를 처넣으시라는 폐하의 명이시다.”

카트린느 대공의 머리카락이 일렁이듯 반짝인다.

* * *

“아이 참! 수호자님! 또 어딜 다녀오신 거예요!”

[응? 난 분명 자고 있었는데!]

“아니에요! 또 빛으로 변하시더니 사라지셨다가 나타나신 거예요! 수호자님만 믿고 심해에 있던 메가로돈에게 얼마나 까불었는데…… 저 완전히 너덜너덜하게 찢겨 나갈뻔한 거 알아요?”

[어떤 놈이! 데려와라!!]

“당연히 수호자님을 보고 다 튀었죠. 이씨 처음부터 같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 어라?”

베헤모스의 몸을 빙글빙글 선회하던 인어 소야가 코피를 스윽 닦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수호자님. 이거 기이한 문양이 더 커졌네요?”

[엉? 가렵다! 좀 긁어봐라! 그리고 심해로 간다! 그 망할 놈들을 오늘 전부 삼켜버려야겠군.]

베헤모스는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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