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3화
카트린느의 상태를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건 역시 카트린느의 남편이자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다.
카트린느의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허겁지겁 늦은 시각에 찾아온 그는 기절해있는 카트린느의 상태를 보자마자 그대로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그리고, 간단하게 그녀의 상태를 전해 들은 뒤 오열하며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모습까지 보였다.
“정말 없어?”
나를 따라 이동하던 벨가가 튜나가 준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물어왔다.
“해결방법. 넌 이미 뭔가 알고 있는 눈치였는데.”
자연스레 어깨를 으쓱였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처리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어. 당장은 정보가 필요해.”
그녀를 과연 병자로 봐야 할까. 아니면 마법에 걸린 피해자로 봐야 할까.
어느 쪽이건 이럴 땐 물어보는 게 답이리라.
“그래서 내려오신 거잖아요. 안 그래요?”
나는 고개를 돌린 채 말했다.
시간이 멈춘 듯 주변은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규칙이 역변을 시작해. 주인이 바뀌어. 한번 어긋난 톱니바퀴가 연쇄 고장을 일으킬 거야.]
“역변?”
[태초의 권능과 신격이 나누어졌으니까. 새로운 구조가 필요해.]
즉. 프리아 여신과 연동되어있던 세계의 규칙이 프리아 여신이 황혼기에 들고 세상이 변하면서 새로운 규칙을 위해 탈피를 시작했다는 소리였다.
그 과정에서 한없이 약해지고, 한없이 불안정해진다.
“잠깐만요. 그럼 이게 다…….”
[자연스러운 변화. 이일은 너와…….]
태블릿이 잠시 멈춘다.
변화하지 않는 그 모습에 프리아 여신이 멍하니 나를 보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이내 눈을 살짝 크게 뜨더니 태블릿을 돌려 확인했고.
글귀가 변하지 않는 걸 확인한 뒤 주변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손 위에 빛으로 된 돌멩이 하나를 만들어낸 뒤…….
쾅쾅쾅!!
무자비하게 내리치기 시작했다.
치직!!
손만 한 돌로 내리치는데에도 멀쩡한 태블릿이 한차례 지직 소리를 내며 화면을 바꾼다.
[맞으면 말을 잘 들어.]
“아…… 예.”
그런 말 하면서 저를 왜 보시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회랑의 아이들.]
회랑의 영웅들과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그들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어.]
“이유는…… 우리가 당신의 권능을 나눠 가졌으니까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양손으로 엄지를 척 올린 그녀였다.
[행운을 빌어.]
“아니 힌트라도 좀 주시지요. 당신이 깨어나기 전까지 일을 봐주는 후임인데.”
[이미 알고 있어.]
그녀가 내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그러자 내 가슴께에서 빛이 나며 석판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거…….”
[오로지 너만이 할 수 있는 것.]
“당신은 안됩니까?”
[내가 나서면 안 돼. 오로지 너와. 회랑의 아이들만이 할 수 있어.]
탈피과정에 그녀의 손길이 닿으면 본말전도라는 뜻이었다.
석판은 태초의 포식자라는 존재에 대한 단서였다. 실제로 이것을 이용해 태초의 포식자. 변화한 베헤모스를 부른 바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게 뭐. 세계의 법칙이라도 삼키게 하라 이건가.
그건 아닐 텐데.
“그래서,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모르는걸 지레짐작하는 건 위험하다. 알고 있는 사실을 응용하는 건 몰라도 내 선택하나에 얼마나 많은 시스템이 변하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런 내 질문에 프리아 여신은 조용히 태블릿을 들어 보였다.
[회랑의 아이들이 석판의 공명점을 찾아줄 거야.]
보통이라면 이런 것도 알려주지 않았을 프리아 여신이다. 하지만 그녀는 내게 힌트를 넘어 길을 제시해주었다.
[그곳에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길 바라.]
* * *
하인스 영지는 내 걱정이 기우라고 말하듯 별문제가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현 상황을 숨길 순 없기에 나는 모두를 모아놓고 현 상황을 설명해준 뒤 조심하라 몇 차례 일렀다.
그리고, 입덧으로 지쳐있는 페르세르크를 진찰하며 그녀와 독대했다.
“퍽 귀찮게 되었구나…… 그보다 아이는?”
“건강해. 별문제 없어. 성장 속도를 보면 보통의 아이처럼 태어날 거야.”
“후훗…… 그랬으면 좋겠구나.”
“운동은 하고 있지? 네 몸을 생각하면 분만 자체는 문제가 없겠지만 아이는 네 몸과 달리 약하니까 자칫하다간 잘못될 수 있어.”
그땐 절개수술로 가야 할 것이다. 물론 확률은 한없이 낮겠지만.
“쿡쿡, 이 아이는 과연 어떻게 태어날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구나. 그보다 그대가 하는 일도 문제없이 해결돼야 할 터인데.”
페르세르크는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카트린느 대공의 일은 안타깝지만…… 그녀가 완전히 죽은 것도 아닐 터. 에이리아에게 알려서 그 아이를 슬프게 하는 건 그리 좋지 않겠지.”
카트린느 대공에 관한 이야기는 굳이 에이리아에게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카트린느가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라고 말하기엔 시기상조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영지에 도착한 직후 나는 벨가 녀석을 이용해 혹여 영지 내에 변화한 이가 있는지 알아보라 했다.
나는 제대로 판단이 되지 않지만 비슷한 영역. 즉 세계의 법칙으로부터 순환되어 나타난 녀석은 그 변화를 눈치챌 수 있으리라.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벨가 녀석은 딱히 변화한 이는 없다고 내게 좋은 소식을 건네왔다.
그나마 다행히 무분별하게 인간에게 변화가 일어나는 건 아닌 듯싶었다.
아니 내 예상이 맞다면 [아직은] 일 것이다.
아마 무분별하게 변하는 속도가 늘어날 터.
그 전에 일을 처리해야 했다.
“그대 말고는 불가능해?”
“가능했으면 벌써 넘겼지.”
누구 좋으라고 내가 붙잡고 있겠는가.
은퇴를 선언하고 편하게 살기는 개뿔. 이만한 대규모 문제 덩어리를 해소해두지 않은 건 참 골치 아픈 일이다.
“그나저나 다행이다.”
내가 페르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하자 그녀가 옅게 웃어 보였다.
“그렇구나. 카트린느 대공 같은 상황이 여기서도 벌어졌다면…….”
페르세르크나 일리나. 그리고 에이리아나 다리안, 에반젤린 그 외에도 영지에 있는 모두가 별문제가 없다는 건 제법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벨가의 눈으로 확인했을 때 문제가 되는 이는 없었다.
“그럼 언제부터 떠날 생각인 게야.”
“회랑에서 석판의 단서를 최대한 빨리 찾아준다고 하니까. 못해도 몇 시간은 걸릴 거야.”
단순히 석판의 공명으로 찾기엔 범위가 너무 넓다. 인맥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지.
현재 회랑의 영웅들은 각지 차원들을 담당하며 혹여 세계의 법칙이 탈피하면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억제하고 있었다.
저들만의 방법이 있는 모양인데. 티오니스는 그 깊이가 깊어서 지금 같은 피해가 난 것이라는 게 그들의 입장이었다.
“좋은 소식이 전해지면 좋으련만.”
당장은 기다리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나는 조용히 페르세르크의 배를 보며 말을 걸었다.
“네가 태어나기 전에 아빠가 일을 다 정리해놓을 테니 넌 네 엄마 속 그만 썩이고 잘 자라야 한다.”
페르세르크는 입덧이 상당한 편이었다.
그 때문에 아이로 인해서 스트레스를 제법 받았으리라.
어떤 고집불통이 튀어나오려고 입덧을 그리하는지…….
이후 피로로 인해 잠든 페르세르크를 뒤로 한 채 방을 나서자 에이리아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게 보였다.
“에이리아?”
설마 들은 건 아니겠지. 소리차단은 했지만 그래도 불안한 건 사실이었다.
“저…… 혹시 저 벨가라는 소년의 눈은 정확한가요?”
그런 내 부름에 에이리아는 잠시 고민하다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일단은 그럴 거야. 왜?”
“아무도…… 문제없었던 건 맞죠?”
그녀가 옅게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재차 물어왔다.
“왜 그래?”
뭔가 있는 건가 싶어 내가 다시 묻자 그녀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녜요. 그냥 제가 착각했나 봐요.”
그녀는 아니라며 부정했지만 나는 조금 그 작은 단서도 놓칠 수 없었다.
“무슨 일이야. 말해봐.”
내 말에 그녀가 한참을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천천히 말했다.
“저…… 그 변화라는 건 마스터의 경지에도 먹히는 건가요?”
“힘의 문제가 아니야. 생명체 모두에게 해당하는 일이니까.”
내 대답에 그녀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실은 전날…….”
치지지직!!
그때였다.
내 옆의 공간이 찢어지며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로 아이아스?”
“찾았어요. 데이비. 도와줄게요.”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도 아니고 로 아이아스가 직접 돕기로 나섰다면 문제 될만한 요소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로 아이아스는 익숙하게 허공을 비틀어 문을 열어냈다.
기존의 전이나 내가 차원을 찢는 것과 다른 방식의 균열이었다.
“잠깐만요, 에이리아. 하려던 말이 뭐야.”
“……아녜요 제가 착각했나 봐요.”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가 옅게 웃어 보였다.
“꼭, 다치지 말고 돌아오셔야 해요.”
그녀의 미소를 뒤로한 채 조용히 나는 로 아이아스가 열어젖힌 균열 너머로 몸을 옮겼다.
* * *
“걱정되나요?”
“안되면 거짓말이겠죠.”
“아폴론과 아스트레아가 당신의 곁을 중점적으로 지키고 있어요. 걱정 말아요. 그리고, 별자리 중 일부가 힘을 빌려주고 있으니.”
별자리. 강제로 싸움을 멈추게 만든 프리아 여신의 파편.
그들이 돕는다는 소리에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현재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별자리는 많이 없어요. 그중 당신과 손을 잡은 세 별자리가 당신을 돕기로 했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나를 안심시키듯 그녀가 웃어 보였다.
“그나저나 여긴 어디랍니까?”
거대한 섬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질문을 던지자 그녀는 한곳으로 시선을 보냈다.
그곳에는 마치 일광욕을 하듯 추욱 늘어진 인어가 하나 보인다.
“어? 데이비 님!”
나를 발견하고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드는 인어의 모습은 확실히 이질적이다.
인어라는 게 보통 동화에서나 나오는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실제로 존재한다.
그리고, 그녀는 내가 아는 인어라는 존재에 대한 상상을 박살 내기에 충분한 존재였다.
“데이비 님! 여긴 어쩐 일이에요?!”
“내가 묻고 싶은데.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뭐하긴요. 늘 그렇듯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죠. 물론 이대로 가다간 말라비틀어질 것 같긴 했지만.”
쉬지 않고 수다를 떨던 그녀가 물었다.
“아 참 데이비 님! 세발낙지가 탈모가 오면 뭔지 알아요?”
“몰라. 관심 없어. 안 들으련다.”
본능적으로 위기를 눈치챈 내가 거부했지만, 그녀의 주둥이를 막을 순 없었다.
“한발낙지! 왠지 알아요? 두발이 없어졌거든!”
“푸훕!”
그 한마디에 내 표정이 대뜸 일그러졌지만 의외의 소리가 내 정신을 강제로 각성시켰다.
“…….”
내 시선을 받은 로 아이아스는 커다란 소매가 달린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시선을 피해버렸다.
“……”
당연히 반응이 있으니 추가 타가 안 들어올 수가 없다.
“인간들이 만든 영화에 보면 대머리들이 굉장히 총을 잘 쏴요. 왠지 알아요?”
“아냐. 듣고 싶지 않아. 제발 부탁이니 그 입 좀 다물어.”
“한 발만 쏘면 되거든요! 두발이 없으니까!”
“…….”
끝내 입으로 재앙을 불사하는 인어 소야의 행동거지에 나는 아릿한 두통이 밀려오는 기분이 들었다.
“크흡…… 큽…….”
절로 허탈한 표정이 지어졌다.
“그나저나 데이비 님을 데려오신 건 그곳으로 가시는 거죠?”
“맞아요. 그곳으로 가야 해요.”
“네. 맡겨주세요”
헤실거리며 그녀가 손뼉을 친다.
그러자 그녀의 지느러미가 한차례 반짝이는 듯하더니 허공에 거품 같은 것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거품이 나를 감쌌을 때.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물줄기들이 나와 로 아이아스가 들어간 거품 방울을 인도하기 시작했다.
새카만 심해. 그 심해 속은 공포를 자극할 정도로 어두웠다.
하지만 로 아이아스도 나도 어두운 심해 너머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저건 뭘 하고 있는 거야…….”
내 시야에 거대한 흰수염 고래가 수염 같은 촉수를 사방으로 뻗어 혼비백산하고 있는 거대한 상어들을 낚아채고 있는 게 보였다.
단단한 피부에 어마어마한 턱을 지닌 상어들이지만 놈들은 베헤모스에게 어떤 적의도 보이지 못한 채 와들와들 떨고 있는 게 보일 지경이었다.
[덤벼라. 멍청한 송사리 놈들!]
저놈이 왜 저렇게 화가 났는지는 안 봐도 뻔하리라.
“수호자님! 그만하고 이리 오세요!”
그때 나와 로 아이아스가 들어있는 거품을 밀며 심해로 향하던 소야가 소리치자 베헤모스가 흠칫하며 촉수에 묶인 거대상어들을 집어 던져버렸다.
[왔군.]
“여긴…….”
이에 내가 주변을 둘러볼 즈음 로 아이아스가 말했다.
"좀 전 바닥에 있는 거대한 싱크홀을 봤나요?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구멍이지만 특수한 조건을 이루면 저 너머 어떤 공간으로 갈 수가 있어요. 당신이 가진 석판은 거기서 나온 거랍니다. 우린 이제 그곳으로 가게 되겠죠."
그녀가 빙그레 웃었다.
[그래서, 당신이 시킨 대로 하면 되는 것…… 이오?]
오만한 성격과 달리 로 아이아스에게 존댓말을 쓰는 베헤모스의 목소리가 옅게 떨렸다.
“부탁할게요.”
로 아이아스의 말에 베헤모스는 투덜거리지도 않고 입을 벌렸다,
아마 동물적인 감각으로 로 아이아스에게 허튼짓했다간 아작날 거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리라.
[계약자. 쓸데없는 짓 마라. 먹는다.]
그 말과 함께 녀석이 거대한 입을 벌려 한입에 거품을 삼켜버렸다.
[진입한다.]
이내, 그의 목소리가 입안 전체에 울려 퍼지며 옅은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게 뭔데요.”
“헤헤. 저도 몰라요.”
소야는 그저 놀러 가는 게 좋은지 헤실거렸다. 아무리 목구멍으로 넘길 게 아니라지만 한입에 삼켜졌는데도 저런 믿음이라니.
새삼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석판이 안도하는 곳으로 향하기 위해선 구멍으로 들어가야 할거에요.”
그녀는 잔잔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심해의 바닥. 끝이 보이지 않는. 사령안을 지니고도 안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럼 그냥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닙니까? 굳이 이놈이 삼켜야 하나?”
"그곳에 진입하기 위해선 수호자님의 힘이 필요하데요. 처음엔 수호자님의 지느러미 아래에 있는 문양이 뭔지 몰랐는데 열쇠였다나 봐요."
소야가 자신의 가슴을 펴며 자랑스레 말한다.
그걸 왜 네가 자랑스러워하는지 모르겠는데.
내 그런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야는 계속해서 설명했다. 베헤모스가 문양을 각성시킨 뒤 구멍으로 진입하면 열쇠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즉, 베헤모스의 힘을 이용하여 진입하지 않으면 그 구멍은 단순한 싱크홀에 그친다는 것이었다.
아마 베헤모스가 스스로 찾아낸 건 아닐 테니 그 사실을 알아낸 건 내 곁에 있는 로 아이아스일 것이다.
"찾느라 고생했어요."
이러니 뭔 짓을 해도 못 찾지.
대체 그 안에 뭐가 있기에.
내 의문에 로 아이아스는 자신이 추측하는 바를 말했다.
“내부에 뭐가 있는지는 몰라요. 하지만, 데이비. 우리들이 생각하기에 그곳에는 당신이 가진 포식의 힘을 온전하게 완성시켜줄 무언가가 있을 거예요.”
포식의 권능을 온전하게 완성시킬 무언가라……
“아니 그러면 내가 불청객이 아닌 거 아닙니까?”
나도 관련이 있는 것일 텐데.
“데이비. 데이비가 가진 포식의 권능은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 달라요. 비슷할 뿐이지.”
“어때요. 우리 수호자님 끝내주죠?”
“저놈 내 계약환수인데.”
“제 수호자님인데요?”
어린아이 같은 소유욕을 내비치며 소야가 혀를 쏙 내밀었다.
그때 큰 진동이 울려 퍼지며 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착했다.]
그리고, 거대한 베헤모스의 입이 벌어지며 연녹빛의 빛나는 광석이 박힌 거대한 신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른 나가라. 삼키지 않고 입에 머금고 있는 것도 쉽지 않다.]
녀석의 투덜거림에 나는 거품을 터뜨리고 가볍게 몸을 튕겼다.
정말 고요하면서도 기이한 느낌이 드는 장소였다.
“헤헤. 저희는 여기서 더 못 들어가요. 뭐라고 해야 하나……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뭐 그런…….”
소야의 설명에 내가 로 아이아스를 바라본다.
그녀 또한 그들과 함께 나를 기다릴 모양인 듯 보였다.
“데이비. 여기서 당신이 오기 전까지 결계를 유지하고 있을게요. 무사히 다녀와요.”
그녀가 손을 흔들어주자 나는 일단 내부에 뭐가 있건 한번 보자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금방 다녀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