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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18화 (1,117/1,559)

제1118화

아직도 온전한 정체를 알 수 없는 포식의 권능은 게걸스레 세계를 이루는 기둥까지도 뿌리째 뽑아먹어 버렸다.

세계의 법칙의 형체를 거대한 톱니 구조로 구현화시킨 뒤 비틀린 톱니들을 먹어치워 제거하고 빠르게 조율, 변형시켜 적용시킨 뒤 다시 본래대로 방출하여 내뱉는다.

강화된 포식의 권능은 힘을 멋대로 조율하고 다시 방출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아니 정확히 이 힘이 세계의 법칙에 한해서 가능한 상황이겠지만…… 세계의 규칙을 공식적으로 간섭할 수 있다는 건 놀랄만한 일이긴 했다.

하지만 마냥 일이 쉽게 풀리진 않을 듯 보였다.

내부로 들어갈수록 단순히 힘에 의존할 수가 없다.

겉보기엔 단순한 톱니바퀴 같지만, 저것은 일개 자아를 가진 존재가 이해할 수 없는 엄청난 정보의 집합체였다.

아무리 신격을 얻어도 내 머리로는 아직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런 마당에 이미 망가진 정보를 종합하여 원래 정보를 추론하고 다시 재 구축하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내가 본래 형태를 구현하거나 비슷하게 구현해내는 건 어디까지나 근원의 옥좌가 가진 힘의 특성이나 내 안에 있는 프리아 여신의 권능 덕분이리라.

이걸로 확실해졌다.

에반젤린을 포함해 카트린느 대공 같은 이들의 정신이 뒤바뀌어버린 것은 정확히 프리아 여신의 힘이 빠져나가면서 고장 나버린 톱니가 일으킨 트러블이었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이 톱니들을 본래 형태로 구현해내야 했다.

하지만 정보가 부족하다.

이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마냥 나 혼자서 이 일을 해결할 생각은 없었다.

안 되는 건 빠르게 손절하고 전문가를 불러야 하는 법.

프리아 여신의 권능이 열쇠가 되어준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사용하리라.

내 의도를 눈치챈 로 아이아스는 그녀 특유의 마법인 영혼 접속을 이용해 나와 그녀, 그리고 회랑에서 기다리고 있을 모든 영웅들을 연결시켰다.

그들 하나하나가 프리아 여신의 권능을 가지고 있으니 그 권능들을 모두 이용하면 해결할 수 있으리라.

애초에 프리아 여신은 내게 말했다. 자신이 아닌. 나와, 영웅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즉 나 혼자서 끙끙대봐야 해결책이 나올 리가 없다.

뒤틀린 톱니들이 하나하나 재구축 되기 시작한다.

작업을 진행하는 건 나였지만 그에 필요한 정보나 권한을 빌려주는 건 나와 접속된 영웅들이었다.

즉. 정보 처리는 프리아 여신의 권능을 한자리에 모은 영웅들이.

그 정보를 토대로 본래 형태로 되돌리는 건 내가 할 일이다.

그때 등 뒤에서 포근한 감촉이 느껴져 왔다.

“로 아이아스 누님?”

“고생했어요.”

그 말과 함께 그녀의 권능을 잠시 양도받은 나는 그 힘을 재료 삼아 마지막 톱니를 재변형시켜 적용시켰다.

“후우…….”

마치 장시간 숨을 참았다가 내뱉은 것처럼 길게 내뿜어진 숨소리가 길게 퍼져나갔다.

“어떻게든 됐네요. 솔직히 권능의 덕을 보긴 봤어도, 혼자 했으면 아마 감당 못했을 거 같습니다.”

내 말에 로 아이아스는 말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고생했어요.”

“그런데. 이건 그냥 둬도 괜찮은 거죠?”

“겉보기만 톱니처럼 보이는 거지 사실은 거대한 정보의 집합체에요. 레이나 양 본인을 평행선이 아닌 이세계에서 태어난 천족으로 고정시켰으니 이제 문제가 되진 않을 거랍니다.”

평행선에서 넘어온 절대적인 이방인 그녀를 이 세상에 완전히 소속되게 만들었다.

이제 그녀가 하는 말은 단순히 말일 뿐이며, 이전처럼 하나의 거대한 혼란을 만들어내지도 않으리라.

진리를 내뱉는 건 파장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술주정뱅이의 헛소리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또 하나.”

그녀는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세계의 법칙 내부에 있는 작은 톱니바퀴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일에서 사실상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건 수학적인 절차에요. 기적 같은 건 불가능하겠죠.”

애초에 내가 이 세계의 법칙에 간섭하려던 이유는 변해버린 인간들, 그리고 에반젤린 때문이었다.

타나토스의 상태가 톱니가 어긋나며 비틀린 것을 찾아낸 것도 사실 예상외의 수확 중 하나일 뿐이었다.

결론만 놓고 보면 결국은 해결했다.

이들의 인격이 변해버린 이유는 거대한 흐름의 결과였다.

생명체는 태어난 직후 자신을 인지하고부터 정교하게 짜인 시스템과 경험, 기본적인 성격, 영혼의 성향에 따라 인격이 형성된다. 그 인격의 자유나 형성 방식은 생명체가 정하지만, 베이스 자체는 결국 세계의 규칙이었다.

하지만 영혼의 성향이나 기본적인 성격은 멀쩡한데 그것을 보조해주는 세계의 법칙이 제공하는 베이스가 비틀려버리니 성격이 꼬여버린 것이다.

일종의 프로그램 버그에 가까웠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힘을 가하여 베이스를 본래대로 되돌렸으니 서서히 인격이 본래의 자리를 찾으리라.

운이 좋았다면 좋았다고 해야 할까. 하나하나 일일이 손댈 것 없이 베이스가 되는 판을 교정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물론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백업데이터를 사용했다.

세계의 법칙엔 과거의 모든 사실이 기록되고 있다. 그곳의 기억인 격을 이용해 덧씌워서 인격을 다시 본래대로 고친다.

그런 점에서 카트린느 대공은 운이 좋았다.

고작 1년여 치의 기억을 날려버린 것만 제외하면 큰 변화는 없을 터다.

그 외에 인간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에반젤린이네요.”

보통의 생명체는 기억을 대가로 인격을 고치는 데 성공했지만, 에반젤린은 보통의 생명체가 아니었다.

금기의 힘을 두른 빌어먹을 헤라클래스와 고대룡. 그것도 신격에 다다른 존재인 고대룡의 공주, 이클립스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태생부터가 굉장한 에반젤린은 현재 원격으로 제어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즉. 그녀의 정신에 직접 간섭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 리는 없겠죠.”

“아뇨. 방법이 있어요. 오딘이 지금 에반젤린의 성년식을 강제로 벌이고 있잖아요.”

육체는 컸으나 정신이 아직 성장 중이다. 아마 성년식 도중에 에반젤린의 정신이 가드를 풀고 변화를 시작할 터.

그때 간섭해야 했다.

물론, 자체적인 방어능력이 있겠지만. 그 정도에 밀릴 정도로 내가 하찮지 않다.

“거기에 간섭하려면 세계의 법칙에 기록된 그 아이의 인격을…….”

“데이터는 여기 있어요.”

나는 프리아 여신이 내게 건넨 보옥을 가볍게 던졌다가 받아냈다.

준비물도 충분하다. 이제 가서 구하면 될 일이었다.

“저 일은 다 끝났나요?”

소야가 의아한 듯 나를 향해 물었다.

“그래. 이제 나갈 거야. 저놈 깨워.”

내 말에 소야는 대자로 뻗어버린 베헤모스를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 * *

오딘이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거대한 마법을 위해 준비들이 속속 되기 시작했다.

하인스 영지는 겉보기엔 단순히 라운 왕국에 소속된 영지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모인 이들의 스펙은 그렇지 않았다.

유리아를 필두로 한 엘프들. 세계수 알의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아 가져온 이그드라실의 열매.

드워프와 하인스 공방의 공학자들이 만들어낸 파장 제어기.

에반젤린을 모시는 드래곤들의 대마법진.

뱀파이어 로드 요시아가 최근 들어 다루기 시작한 로드로서의 힘까지.

닥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는 건 모두 사용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도움이 된 것은 다름 아닌 륀느였다.

세피로스로 각성하면서 륀느는 고대룡에 대한 일정 지식을 각성한 바 있고, 저장된 그 지식을 오딘에게 건네주면서 변수까지 모조리 차단시켰다.

하나하나가 억 소리 나는 인력들이 모여 그녀 하나를 되돌리기 위해 힘을 모은 것이다.

그리고, 곤히 잠든 에반젤린을 거대한 마법진 위에 눕힌 그녀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정석을 사용한 마나 파장 제어기들이 공명음을 흘리며 작동한다.

“페르세르크.”

“네.”

“그거 줘.”

오딘이 손을 뻗자 페르세르크는 질문을 더 하지 않고 품에 안고 있던 스태프를 건네주었다.

본래 오딘의 물건이었던 장비. 바로 초월의 종언이었다.

제 키보다 훨씬 큰 초월의 종언을 받아든 그녀는 천천히 마법진의 내부로 걸어 들어가며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년식이라곤 하지만 온전히 성년이 되는 게 아니야. 두 차례로 나눌 거다.”

지금 하는 것은 일차적이 성장이었다.

“그 과정에서 불순물을 쳐낼 거고.”

그렇게 말한 오딘은 거대한 스태프를 가볍게 두드렸다.

“커져라.”

그 한마디와 함께 놀라운 광경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스태프가 닿은 지면에서 연녹빛의 빛의 줄기들이 너울거리며 주변을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에반젤린을 감싸기 시작했다.

마나 파장 제어기가 시끄럽게 울리며 파르르 떨리기 시작하자 요시아와 드래곤들이 제 힘을 이용하여 주변에 날뛰는 힘을 억눌렀다.

거대한 압력밥솥처럼 압축된 공간 안에서 그녀는 마치 춤을 추듯 스태프를 이리저리 휘둘렀다.

단순한 춤사위처럼 보이지만 그 춤사위 동작 한 번 한 번에 수십 가지의 작은 마법이 발현되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이윽고 한쪽 눈을 감고 있던 안대를 벗어젖히자 그녀의 눈에서 신묘한 빛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이전 이상으로 무거운 마나의 흐름이 마치 파도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것을 필두로 그녀는 초월의 종언을 이용해 계속해서 힘을 증폭시키고 충돌시켰다.

게다가 그것도 모자라 그녀는 이그드라실 열매를 한입에 베어 물어 힘을 증폭시키기까지 했다.

일리나와 에이리아는 긴장한 듯 에반젤린을 감싸는 빛의 장막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이후 거대한 빛이 마치 알처럼 그녀를 완전히 감싼다.

인공 부화기처럼 된 마법진은 그녀의 성장을 촉진시키기 시작했고, 그녀의 정신을 강제로 성장시키기 시작했다.

그녀의 기억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에 그녀의 인격이 다시 본래 형태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사실 도박 수에 가까웠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에반젤린의 정신을 망가뜨리는 것보다는 가능성이 높았다.

“제발…….”

에이리아의 중얼거림에 일리나는 말없이 에이리아를 끌어안아 주었다.

“잘될 거야. 잘될 거야.”

제발 그녀의 인격이 성장을 기준으로 다시 본래대로 돌아오길 바라며 기다리길 한참.

이윽고 그녀를 감싼 알이 빛을 강하게 내뿜으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후 잠들어있던 에반젤린의 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어떨지 알 수 없다.

“쯧…….”

오딘은 주변을 모두 잊은 듯 집중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지만 이게 실패하면 그녀는 되돌릴 수 없다.

차라리 시도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지만 결국 시도하지 않아도 결과의 차이는 없었으리라.

자그마한 기적을 바라지만 그건 에반젤린이 완전히 2차 성장을 완성하기 전까지 확인할 수 없었다.

이윽고 에반젤린의 머리카락이 강하게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쿠웅!!

갑작스레 에반젤린의 몸이 크게 흔들리더니 그녀가 눈을 부릅 떴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공허한 얼굴로 오딘을 눈에 담은 그녀가 천천히 입을 벌린다.

“돌겠네.”

그 한마디에 주변의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지이이잉…… 쩌어어엉!!

그리고, 순간적으로 에반젤린이 벌린 작은 입에서 입자들이 모여들며 어마어마한 브레스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며 오딘이 친 장막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망할, 지 애비 닮아서 아주 가차 없구나.”

오딘이 짜증스레 초월의 종언을 휘두르자 빛으로 된 사슬이 에반젤린을 다시 포박한다.

성년식은 성공했다.

2차성당에 성공한 에반젤린은 고대룡의 브레스를 쓸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래도 그녀의 인격을 본래대로 되돌리진 못한 듯 보였다.

철저하게 준비했음에도 결국 실패했다.

그 장면을 목격한 에이리아가 입을 틀어막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된 거예요?!”

“실패…… 한 거 같네.”

그 한마디에 페르세르크는 입술이 찢어질 듯 강하게 깨물었고 일리나는 허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애초에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했다.

성년식을 치르면서 정신이 변화할 때 오딘이 미리 준비한 방법을 통해 그녀의 인격을 최대한 유사하게 만든다고 했다.

하지만 유사는커녕 전혀 변하지 않았다.

과거 단둘이 있기 전까지 절대 이빨을 드러내지 않았던 에반젤린이지만 2차 성년식을 통해 한차례 성장한 탓에 과감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닥치는 대로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주변의 모든 것을 사랑했던 그녀는 그것이 비틀려 모든 것을 미워하고 증오하기 시작했다.

공허한 얼굴로 다시 한차례 브레스를 준비하는 그녀를 보며 오딘이 주먹이 부서질 듯 강하게 쥐었다.

“눈 감아.”

그녀가 말한다.

“피는 내가 뒤집어쓸 테니. 너희는 보지 마.”

에반젤린을 되돌릴 수 없다.

그렇다면 그녀가 더 날뛰기 전에 눈을 감게 하는 게 전부였다.

오딘은 속으로 데이비에 대한 미안함과 참담함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리 마법사의 신이라 불리던 그녀라도 해결이 되는 게 있고 되지 않는 게 존재했다.

주변의 분위기가 무거워지는 것을 보며 오딘은 초월의 종언에 빛의 입자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자신이 모든 악의를 뒤집어쓰고 그녀를 편안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 일의 시작은 자신이며, 책임도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에반젤린은 갑작스레 오딘의 지팡이로 대량의 마나가 폭풍 치듯 모여들자 그녀에게 모든 신경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공허한 눈으로 다시 작은 입을 벌려 브레스를 모으기 시작했다.

“미안해…… 아가야…….”

슬픈 얼굴로 오딘이 중얼거렸다.

[익스트레이]

이윽고 그녀가 짧게 중얼거린다.

동시에 에반젤린을 향해 거대한 빛의 줄기가 쇄도했고. 곧 그녀의 육신을…….

부수지 않았다.

아니 부수지 못했다.

에반젤린과 오딘 사이의 공간이 찢어지며 난입한 사람 때문이었다.

“이 정도면 되죠?”

“늦기 전에 어서!”

공간에서 나타난 데이비와. 로 아이아스를 보며 오딘이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이곳에 있느라 데이비와 직접 적으로 링크하지 않았기에 그곳 상황을 알지는 못했다.

그 말과 함께 한 손으로 오딘의 마법을 먹어치워 버리고 반대편 주먹을 휘둘러 에반젤린의 브레스를 쳐내듯 깨 부숴버렸다.

가히 경악스러운 힘은 아마 강화된 포식의 힘이리라.

오딘이 비틀거리며 지팡이를 지지대 삼아 데이비를 바라보았다.

“데이비…….”

“잘했어요. 오딘.”

“미…… 미안해…… 결국 실패했어.”

“아뇨. 잘한 겁니다.”

그 말과 함께 데이비가 몸을 돌렸다.

경계하는 에반젤린이 그에게서 도망치려 한다.

하지만 데이비는 섬광처럼 파고들어 에반젤린을 그대로 끌어안았고 한 손을 높게 들어 그대로 에반젤린을 감싸듯 보옥과 충돌시켰다.

쩌어엉!!!

동시에 에반젤린이 크게 경련하며 그녀의 고개가 젖혀졌다.

상상을 초월하는 마나와 처음 보는 권능이 충돌하며 에반젤린과 뒤섞이기 시작했다.

“에반젤린.”

이윽고 데이비가 에반젤린을 불렀다.

“아빠 여기 있다.”

딱히 의미가 없는 그 한마디였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현재 에반젤린의 성향과 인격에 영향을 주는 비틀린 성격 베이스를 보옥에 백업된 에반젤린의 본래 성격에 맞춰 교체한다.

에반젤린이 가진 고유의 격이나 금기의 힘의 여파가 간섭을 방해하기 위해 움직이지만, 데이비의 힘은 그녀보다 더 거대하면 거대했지 약하지 않았다.

성격이 재조율되는 현 상황이기에 가능한 방법. 이미 굳혀져 버린 과거 성격이 아닌 새로이 재조정되는 성격은 기존의 인격을 베이스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데이비는 그 베이스를 비틀린 성격이 아닌 본래 에반젤린이 품고 있던 것으로 바꾸어버렸다.

베이스가 바뀌면서 크게 경련한 에반젤린의 성격이 완전히 완성되기 시작했고.

이내 거대한 빛 속에서 추욱 늘어진 에반젤린이 천천히 손을 떨었다.

긴장한 듯 모두가 지켜보는 와중에 에반젤린은 떨리는 팔을 천천히 들었다.

그리고는 자신을 끌어안아 주고 있는 데이비를 품에 안으려는 듯 손을 뻗었다가 멈칫했다.

“아빠.”

그 한마디에 데이비가 눈을 크게 떴다.

“땀 냄새나.”

차가운 말에 데이비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부, 부끄럽게 왜 밖에서 끌어안는 거야!”

“어어?!”

그리고는 데이비를 확 밀치며 빨개진 얼굴로 소리쳤다.

당황한 이들의 표정은 가히 놀라울 정도였다.

그리고. 그 현장을 지켜보던 회랑 쪽에서도 혼란이 일었다.

“뭐야. 실패한 거야?”

“미친. 이게 말이 돼?”

황당해하는 영웅들 사이에서 하레스는 뭔가 느낌이 찌르르 울리는 것을 느꼈다.

“여신님. 저거 실패한 거 아니죠.”

[맞아. 성공했어.]

그 한마디에 하레스가 식은땀을 흘렸다.

이전에 비슷한 걸 본 적이 있었다.

그의 수양딸로부터.

[하지만. 2차 성년식을 이뤘지. 성격은 반드시 조금 변할 수밖에 없어.]

“그럼 저건…….”

[고대룡의 반항기는, 엄청 지독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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