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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20화 (1,119/1,559)

제1120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천녀는 분명 죽었다고 했건만. 내 눈앞에 있는 건 분명 그녀였다.

놀란 내 표정을 본 점주 카론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잽싸게 눈치채고 물러났다.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습니다. 한 시간 정도는 걸리겠군요.”

눈치가 빨라서 좋아.

내가 조용히 허가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동시에 페르세르크가 천녀를 보며 물었다.

“천녀님. 당신이 어떻게 이곳에…… 아니, 살아계셨군요.”

“응! 응! 짐은 살아 있었다! 어렵게 살아남았느니라!”

잘 어울리지 않는 말투는 아마 왕으로서의 체통 때문에 입에 붙은 것일 터다.

“자 우선 진정하시고…….”

꼬르륵…….

그때 천녀의 뱃속에서 공복을 알리는 신호가 울려 퍼지자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푹 숙였다.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길 잠시. 나는 그녀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못났구나…… 신하 하나 지키지 못한 못난 짐이 무슨 낯으로 이리 배고픔을 호소하는가…….”

“일단 밥부터 먹으셔야겠는데요.”

나는 마치 내 가게인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명국은 쌀을 주식으로 먹죠.”

“데이비…….”

“잠깐만 기다리세요.”

내가 주방으로 들어서려 한다. 달걀도 있고, 카론이 드워프들을 위해 쌀도 제법 갖춰놨으니 문제는 없으…….

“어허. 어딜 들어가려고.”

“왜.”

“지금 그대가 음식을 하겠다 이거야?”

“왜 이래. 뭐 내가 못 먹을 걸 만들어 주나?”

“그대의 음식 솜씨는 먹을만해. 하지만. 딱 먹을만할 뿐이지.”

페르세르크가 나를 툭툭 밀었다.

“그녀를 다독여주어야 할 게야. 보여?”

그녀는 천녀가 듣지 못하게 속삭였다.

“겁에 질려있어.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그녀의 곁에는 안심할 수 있는 이가 붙어 있어야 할 테지.”

그녀의 배려에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알았어.”

이후 페르세르크는 내게서 바톤을 넘겨받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자. 천녀님. 우선 이거라도 좀 드세요.”

“이게, 무엇이더냐?”

“간단한 영양제입니다. 솔직히 말해봐요. 얼마나 굶었습니까.”

내 말에 그녀는 침묵했다.

그리고 한참을 기다린 끝에 어렵게 대답했다.

“나…… 나흘…….”

“쯧.”

아직 한창 먹고 자라야 할 아이가 나흘이나 굶었다니. 시기상으로 치면 거의 천녀의 시해 사건이 터지고 어떤 일을 겪었을지 안 봐도 비디오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 더 드셔야 합니다. 지금 천녀님은 바로 음식을 먹으면 탈이 날 거예요.”

“이…… 이걸 먹으면 배가 차는 것이냐?”

“뭐. 허기는 그대로겠지만. 위장은 보호해줄 겁니다.”

“위…… 위장?”

잘 모르겠다는 듯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냥 몸에 좋으니까 드시라고.”

내 말에 그녀는 병을 받아들었다가 흠칫 놀랐다.

“괘…… 괜찮다. 짐은 고작 나흘 굶었다고 탈이 나는…….”

어렵게 말하던 그녀를 품에 안고 다독였다.

“어…… 어어…… 데이비. 이게 무슨 짓이더냐…….”

“믿어보세요. 어린아이에게 먹을 거로 장난친 적은 없습니다.”

천녀는 내게 극도의 안정감을 느꼈다.

하지만 반대로 모종의 이유로 경계심을 버리지 못했다. 팬이나 우상이라 말하며 그렇게 편지를 자주 쓰던 그녀가 나조차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얼마나 뒤통수를 세게 맞았길래 이런 꼴이 된 것인지.

사실 남에 불과한 그녀였다. 그녀의 어미는 내 적이었던 뱀파이어와 결탁했었기도 하고, 과거 신목의 성지 건으로 시비가 붙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배고파하는 아이를 상대로 냉혹하게 굴자니 에반젤린이 문득 떠올라 속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나이도 다르고 생긴 것이나 성격도 다르지만, 그녀를 보고 있자니 안타까움만이 몰아쳤다.

“여기선 안전합니다. 당신은 안전해요. 저 알잖아요. 안 그래요?”

“그…… 그게.”

“그러니까 아주 잠깐이라도 푹 쉬세요.”

얼마나 심하게 고생을 한 것일까.

내 말에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그대로 고꾸라지듯 내 앞에 쓰러졌다.

안전하게 받아낸 나는 말 없이 그녀의 상태를 빠르게 파악했다.

상당한 영양실조, 극심한 스트레스와 피로로 인해 몸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쯧…….”

에반젤린의 반항기 때문에 안 그래도 세상만사 허무하다 느끼고 있건만. 이 와중에 복잡한 건수가 또 늘어버린 꼴이었다.

외부와 내부에서 동시에 아주 사람을 귀찮게 구는구나.

속으론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천녀를 원망하진 않았다.

그녀는 피해자였으니 말이다.

사람을 닥치는 대로 경계하면서도 나를 보자마자 거침없이 틈을 보였다는 것은 그녀가 나라는 인간을 상당히 신뢰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데이비?”

“쉿.”

나는 검지로 조용히 하라는 재스쳐를 취한 뒤 그녀를 천천히 안아 들었다.

그리고는 익숙하게 2층으로 향했고, 그녀를 방에 눕혔다.

“흐음…… 이래서야 음식을 먹일 수도 없겠구나.”

“그건 내가 먹지 뭐. 지금은 조금 자게 둬. 몸 상태가 안 좋아서 회복이 먼저야.”

“그런 것이라면 차라리 성이나 아카데미의 병실에 가는 게 좋을 터.”

“그 전에 해독부터 하자.”

순식간에 새하얀 신성력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큐어]

의지가 담긴 무영창과 함께 그녀의 몸 안에 신성력이 안착하자 검은 가루 같은 것들이 피부를 통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응고된 독성물질이로구나. 이런 건 처음 보는데…….”

“서부지방에서 유명했던 독이야. 네 아버지가 알려준 놈인데. 잘 보기 힘든 몬스터가 가진 독이거든.”

단순히 체내에 스며들어 몸을 좀먹는 수준을 넘어 단단하게 응고되고 혈관을 틀어막아 피부를 괴사시킨다.

“다행히 중독된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웃기지?”

“뭐가?”

“블랙 파이톤이라 놈의 독이야, 성체가 되어서도 덩치만 크지 독은 없는 놈들인데. 극히 드문 케이스로 독기를 품으면서 맹독을 품은 놈들이 생기거든.”

아는 대로 잔잔히 설명하자 페르세르크는 내 곁에 앉아 이야기를 경청했다.

“블랙 파이톤이라…… 그래. 들어는 보았구나. 개체 수가 굉장히 적은 몬스터라지. 독은 없다고 들었건만.”

“말했잖아. 정말 희귀한 케이스라고. 어쨌든. 블랙 파이톤의 독은 다른 독과 다르게 혈액내부로 스며들면 짧은 잠복기 끝에 응고하고 부풀어 올라. 치유가 거의 불가능한 맹독이지.”

큐어로 치료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신성 마법의 경지가 높기에 가능한 것이지 나를 제외하고 블랙 파이톤의 독을 해독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실력 있는 신관이 필요했다.

의학으로도 현재 티오니스의 기술력으론 해독제가 거의 나오지 못한다.

“호오, 신기하구나…… 한데 그게 어찌 웃기다는 게야?”

“블랙 파이톤의 독은 해독이 불가능한데. 순간 치사성은 굉장히 낮아. 일정 시간 후에 죽거든.”

마치 시한폭탄처럼 말이다.

“단순히 죽이고자 했다면 이런 구하기도 어려운 독보다 다른 맹독도 많을 거야. 명국은 독에 대한 연구가 상당한 국가니까.”

해독할 틈도 주지 않고 한 번에 죽이는 독도 많다.

특히 천녀처럼 아직 어린아이라면 더더욱 면역력이 낮을 테니 그 선택 폭은 훨씬 넓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구하기도 어렵고 당장 죽지도 않는 독을 심을 이유가 있을까?”

“반대로 생각해도 아귀는 들어맞지. 혹은 우연을 가장해도 아귀는 다 들어맞아. 하나도 확신할 수는 없는 게지.”

내 추론에 페르세르크는 잠시 턱을 어루만지다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그녀의 말대로 내가 한 말은 단순 억측일 뿐이었다.

애초에 누가 그녀를 중독시켰는지도 확실치 않으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결국 본인에게 들어야 한다는 게로구나.”

“일단은 푹 자게 두자.”

타국의 정치에 관여하는 건 이래저래 내게는 달갑지 않다.

이후 나는 몇 차례 더 그녀에게 큐어를 사용했다.

제아무리 블랙파이톤의 독이 독하다고 해도 그 정도도 해독하지 못할 내가 아니었다.

이전보다 편안해진 얼굴로 잠든 그녀는 꿈도 꾸지 않을 정도로 편안하게 잠들었다.

* * *

“…….”

성에 들어오자마자 마주친 것은 에반젤린이었다.

그녀는 검이라도 휘두르다 왔는지 상당히 지친 기색이었다.

“아. 에린…… 아니지 에반젤린.”

내가 그녀를 향해 미소지으며 다가가자 그녀가 코를 틀어쥐고 물러났다.

“윽 술 냄새…….”

“컥!”

밉다느니 싫다느니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이 많은 것을 말해 준다.

투덜거리듯 중얼거린 그녀는 나를 휙 지나쳤다.

그 모습에 페르세르크의 눈에 불이 튄다.

“에반젤린.”

싸늘한 페르세르크의 부름에 움찔하듯 에반젤린이 돌아섰다.

“엄마는 맨날 아빠 편만 들고, 난 뭐 관심도 없지.”

“뭐라?”

페르세르크가 내 어깨 위에서 일어나더니 그대로 몸을 키워 땅에 내려섰다.

그리고는 에반젤린에게 다가간다.

“에반젤린.”

“맞잖아! 지금도 그래! 나만 노려보고!”

당연히 그녀의 행동은 아직 철없는 아이의 느낌이었다.

“그걸 말이라고!”

“됐어! 술 냄새난다고 했을 뿐인데 왜 화를 내는 거야?! 엄마는 내가 미워?!”

“그런 게 아니잖느냐!”

페르세르크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이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기엔 사실 살아온 기간과 별개로 굉장히 경험이 부족했다.

“아니긴 뭐가 아닌데! 엄마는 날 미워하는 게 맞잖아! 아! 그래. 피도 안 섞…….”

짜아악!!!!

순식간에 울려 퍼진 소리에 에반젤린은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돌렸다.

붉게 달아오른 뺨은 그녀가 방금 한 대 맞았음을 보여 주고 있었다.

“초, 초단이 언니.”

[해도 될 말이 있고 안 될 말이 있어. 에반젤린.]

싸늘하게 그녀를 노려보는 건, 다름 아닌 초단이었다. 언제 나타났는지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낸 초단이가 그녀의 뺨을 후려친 것이었다.

언제 현신해서 합체한 건지 내 허리춤에 걸려 잠들어있을 홍단이와 청단이는 검집만 남긴 채 사라져 있었다.

“언니가 왜…….”

[얼른 사과드려.]

파랗게 질린 얼굴로 굳어 있는 페르세르크를 가리키며 초단이가 싸늘하게 쏘아붙이지만, 에반젤린은 자존심에 상처라도 입은 듯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잘못을 알아도 인정 못 하는 건 사실 애 어른 할 것 없는 부분이지만 특히 반항기에 그런 게 심해지는 편이긴 했으니까.

반항기라는 게 본래 의존하던 특정 권위에 반감을 품으며 자신의 독립성을 키우는 시기이기도 하다지만 이론과 현실은 참 씁쓸한 차이를 가져다준다.

“시…… 싫어!”

[에반젤린. 두 번 말 안 해.]

“……언니가 뭔데?”

그리고는 울먹거리며 소리쳤다.

“언니도 한통속이야! 다들 나만 뭐라 해!”

격하게 소리치며 도망가버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초단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달래볼게요.]

“그래. 부탁할게.”

지금 당장은 부모보다는 형제자매가 더 효율이 좋지 않을까.

“윽박지르지 말고, 잘 달래줘.”

[네.]

화사하게 웃으며 그녀가 에반젤린이 사라진 곳을 향해 천천히 떠오르듯 날아 사라졌다.

바가지가 안에서도 물난리요, 바깥에도 물난리로구나.

수면에 떠 있는 게 기적적일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

“마가 꼈지 진짜.”

내가 했지만, 그 한마디가 절실하게 와닿았다.

* * *

천녀는 다음날이 되어서야 깨어났다.

처음엔 펍의 숙소에 그녀를 눕혔지만 이후 영주성의 지하 개인공방의 침대에 그녀를 눕혔다.

비록 공방이고 지하라곤 하지만 상당히 깔끔하고 예쁜 방이기도 했다.

“끄응…… 물…… 물이 마시고 싶구나…….”

“여기 있습니다.”

내가 물컵을 하나 건네자 그녀는 잠에 취한 얼굴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는 잠시 멍하니 있다 눈을 크게 떴다.

“핫?!”

그리고는 경계하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안심하세요. 영주성의 지하공방이니까.”

“아…….”

“그래도 혹시 몰라서 일단 당신에 대한 정보가 퍼지지 않게 이곳으로 모셨습니다.”

“고…… 고맙도다.”

어렵사리 입을 연 그녀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강하게 났다. 전날이야 영양제를 천천히 투여해서 어떻게든 해결했지만, 근본적인 식사는 반드시 필요했다.

이후 나는 그녀가 깨어날 시간을 대충 계산하여 만들어둔 음식을 내밀었다.

“죽입니다. 위에 부담은 안 갈 거예요.”

“으…… 짐은 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느니라…….”

그러면서도 그녀는 절대 거부하지 않았다.

아마 며칠 동안 배가 고팠으니 먹을 것에 눈이 돌아갔을 터다.

“천천히 드세요. 죽도 체합니다.”

내 말에 그녀는 잠시 움찔거렸지만, 다시금 숟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녀가 식사를 마쳤을 땐 제법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얼마만의 식사인지 눈물까지 흘리며 배를 채운 그녀를 보며 내가 물었다.

“자. 그럼. 천녀님. 어떻게 된 건지 설명 좀 해주시겠습니까?”

내 물음에 그녀가 눈을 내리깔았다.

“설명…….”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땐 당신이 시해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시신은 찾지 못했지만, 당신의 것으로 보이는 혈흔도 보였다는 말을 들었는데.”

내 말에 그녀는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는지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 그전에 하나만 물어도 되겠느냐.”

“네.”

“데이비…… 넌 짐을 배신하지 않을 수 있느냐…….”

“예?”

“마…… 말해 보아라! 네가 모시는 신께 맹세코 짐을 배신하지 않을 수 있느냔 말이다.”

불안함이 가득 서린 그 물음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맹세하지요.”

“그렇구나…… 짐은 그대를 믿겠다…….”

울먹거리던 그녀가 끝내 눈물을 뚝 뚝 흘렸다.

“그날…….”

그녀는 명국의 천녀가 시해당했다고 알려진 날 있었던 일을 천천히 떠올리는 듯 괴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짐에겐 20명에 달하는 호위가 갑자기 짐을 죽이려 들었다. 이유는 몰라. 어째서 그들이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짐을 죽이려 한 건지는 모른다.”

“그런데 그 호위 20명이 당신에게 돌아선 것치고는 너무 한순간에 무너졌는데요?”

“그들은 짐의 최측근 호위들이었으니까…… 어전에 들이닥친 그들은 갑자기 짐을 죽이려 들었지. 고단한 업무로 인해 녹초가 되어있던 짐은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훈련받은 정예 20여 명을 상대로 이 작은 아이가 도망칠 수나 있을까.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궁을 지키는 이들은 모두 살육을 당했는지 피가 낭자했다…….아직도 그때의 비명이 가시질 않아…… 짐을 죽이려 한 그들은 짐에게 충정을 바친 충신들이었다! 아직도 믿기지 가 않는다. 어떻게 그들이…… 그들이 짐을 배신한단 말이더냐!”

눈물을 떨구며 내 팔을 붙잡고 그녀가 통곡하듯 소리쳤다.

그렇게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그녀가 체념했을 때였다. 신입으로 들어온 한 호위무사가 갑작스레 난입해 그녀를 구해 내고 황급히 궁에서 탈출한 것이다.

이후, 충격과 실망감으로 혼절해버린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가 있는 곳은 정체 모를 숲이었다.

“위치도 알 수 없었다. 짐의 곁에 있는 건 신입 호위인 장궁을 포함해 어렵게 합류한 10명의 호위가 전부였다.”

“성을 지키는 근위대는요. 수도방위군은 다 어쩌고 고작 20명에게 나라가 흔들린단 말입니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최측근이라도, 소드 마스터가 섞여 있다고 해도 뒤처리가 너무 어설프기 그지없었다.

“도망치던 끝에 있던 것은 마나 게이트였다. 어디로 향하는 건지 목적지도 정해지지 않은 게이트였지.”

그녀가 말했다.

“짐 홀로 떠났다. 장궁은 자신이 남아 길을 지키겠다 하였고, 짐에게 마나 게이트를 타고 피신할 것을 당부했다.”

그녀의 말에 나는 눈을 잠시 감았다. 마나 게이트. 그것도 목적지와 링크가 되지 않은 마나 게이트는 불안정한 폭탄 그 자체였다.

“유일한 활로였으니까. 그렇게 못난 짐은 그렇게 도망쳤고…… 숲을 헤매고 헤매다가 겨우 이곳을 찾았다. 설마 하인스 영지라곤 생각지 못했지.”

“그럼 왜 바로 저를 만나러 오거나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은 겁니까. 아 그리고, 처음 펍에 들어왔을 때 포도주는 또 뭐고요.”

내 물음에 그녀가 잠시 침묵했다.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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