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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23화 (1,122/1,559)

제1123화

명국의 통수권자. 천녀와 콘타스 제국 대제의 설전은 비밀리에 치러졌다.

그리고, 대제가 준비한 거대한 테이블에 서로 마주 앉은 채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길 한참 이어졌다.

마치 탐색전을 벌이듯 말이다.

지금이야 천녀의 생존 가능성 소식이 퍼지면서 전쟁이 잠시 소강상태에 빠졌지만, 정확히 명국과 콘타스는 현재 전쟁 중인 국가였다.

그 두 국가의 통치권자가 모였으니 일이 쉽게 풀릴 리가.

“거참…… 아무리 일국의 왕이라곤 해도 이 어린 꼬맹이와 국정을 논해야 한다니…….”

콘타스 대제가 김이 빠졌다는 듯 중얼거렸다.

눈에 보이는 도발에 천녀의 표정이 콱 찡그려졌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전에 약조하신 바 있으시지요. 긍지 높은 제국의 대제께서 설마 과거의 약조를 잊었다 하시진 않으셨을 겁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두 국가 간에 분쟁이 없을 경우고.”

담담하게 말한 콘타스 대제는 깔끔하게 자신의 요구를 말했다.

“종전. 뭐. 좋지. 이미 제국 측에선 우리 제국의 귀족과 신민을 죽이고 천녀를 시해하려 한 자들의 신상을 전부 파악했소. 두 번 말하지 않겠소. 그놈들. 전부 양도해.”

싸늘한 대제의 한마디와 함께 주변 공기가 압박되듯 짓눌린다.

마스터급의 힘을 지닌 대제와 일반인 그것도 어린아이에 불과한 천녀가 버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쯧.

화아아악!!

그들이 앉은 테이블의 중앙 즈음에 앉아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한 손으로 허공을 휘저어 대제가 내뿜는 위압을 눌러버렸다.

“데이비 왕자. 중립을 지켜야 할 네놈이 아니었나? 명국을 돕다니, 이건 그리 달갑지 않은데.”

“무슨 말씀을.”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지금 제가 도운 건 천녀님이 아니라 대제이십니다.”

내 말에 그의 표정에 의문이 서렸고 나는 고개를 까딱이는 것으로 그에게 해답을 제시해주었다.

“……짐이 조금 지나쳤군.”

곧 죽어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구나.

콘타스 대제의 말대로 그의 위압을 제대로 받아낸 천녀의 표정은 언제 숨이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짐의 위압을 그렇게 바람 불 듯이 차단해버릴 줄이야…….”

“천녀님은 아직 환자이십니다. 제가 중립으로 중재 중인 회담에서 누군가가 죽어 나가면 이쪽도 피곤합니다.”

우우우웅…… 우우우우웅!!

그때 수정구가 맹렬하게 신호를 보내온다. 또 어디서 급히 연락이 오는 모양인데. 지금은 바쁘니까 무시하도록 하자.

속으론 그렇게 생각하며 표정을 싸늘하게 굳힌 채 아공간에서 꺼낸 팝콘을 한 손에 움켜쥐고 와작와작 씹었다.

옅은 빛이 은은하게 펼쳐지며 테이블과 두 사람만 환하게 비추는 회담이 계속된다.

명국의 천녀는 정확한 조사가 끝난 후에 적법한 절차에 따라 넘길 이들을 넘기겠다고 말했다.

반대로 콘타스 대제는 당장 콘타스가 파악한 그들 전원을 넘기지 않으면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전에 천녀께서 그렇게 말했지. 사이좋게 지내면 좋지 않으냐고.”

“…….”

“나는 그런 당신에게 외교의 우선권을 걸었다. 하지만 결과가 이것인가?”

“그것은…….”

“고작 제 아랫것들조차 감당하지 못하여 화를 당했다지. 당신의 운과 데이비 왕자가 없었다면 길거리에서 객사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거라고.”

콘타스 대제는 단순히 국가 간의 알력싸움을 하는 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그는 천녀를 시험하고 있었다.

위압부터 지금의 질문까지.

“짐을 믿어주세요.”

“말로는 누가 못하나. 지금의 명국은 서부대륙에서 사실상 가장 믿기 힘든 국가가 되었거늘. 쯧쯧.”

그가 다리를 꼬고 오만하게 천녀를 내려다보았다.

“과거엔 천녀의 포부와 당찬 모습에 기대를 걸어보았지만. 결국, 그것도 의미 없는 수였군. 실상 그 조약 이후 천녀께서는 그 나라 간신들에게 얼마나 휘둘리셨나.”

“그것은?!”

천녀가 흠칫하며 일어서려다 멈췄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대제는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전쟁은 지속한다. 그게 싫다면. 그놈들을 당장 내놔.”

“…….”

“그렇지 않다면 콘타스의 전사들이 명국을 짓밟아버릴 테니.”

싸늘하게 말하는 대제를 보며 천녀가 말했다.

“애초에 이번 일에 관해선 대륙 곳곳에서 벌어진 사건과 흡사한 구석이 많아요. 하지만 대제께서는 곧장 받아들일 수 없다고만 하시죠. 즉 대제의 말씀은 저를 믿을 수 없다고 하시는 뜻인가요.”

짧게 숨을 들이켠 그녀가 말했다.

“대체 무엇을 보고 믿으라는 거지?”

“그렇겠죠. 외부의 도움 없이는 왕궁으로 돌아가는 것도, 돌아가서 또다시 대신들에게 휘둘리게 되면 올바른 판단도 할 수 없을 테니. 그럴 용기도, 위압도 없는 고작 십 대 초반의 꼬맹이일 뿐이니까.”

천녀가 저렇게 당당한 케이스였던가.

제 어미인 태후의 말에 껌뻑 죽어가며 어미가 하는 말에만 따르던 겁많은 소녀의 모습과는 조금 많이 다르다.

“하지만.”

그녀가 품 안에 손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검은 단검을 꺼내 들었다.

“그것은?”

“제 수하. 장궁이 제게 맡겼던 물건입니다.”

스릉…… 휘리리릭!! 콰앙!!!

검을 미련 없이 뽑아낸 그녀는 어설픈 솜씨로 검을 돌려 역수로 쥐고는 그대로 내리찍었다.

“…….”

그 모습을 본 대제의 눈이 살짝 크게 뜨여진다.

그녀가 쥔 검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를 통과해 테이블을 뚫어버린 것이다.

예기가 보통이 아니기에 천녀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손가락이 날아갈 행동이었다.

“짐은 명국의 국왕. 명국의 지존. 명국의 어버이입니다.”

그녀가 말한다.

“지금은 비록 작고 힘없는 어린아이에 불과하지만 짐은 반드시 명국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왕이 될 겁니다.”

그녀의 표정이 단호하게 변했다.

“대제. 짐은 대제에게 그런 역사적인 왕의 손목을 하나 맡기겠습니다.”

“이봐. 천녀.”

“그거면 보증이 되나요?”

그녀의 요구를 들은 대제는 말없이 그녀를 노려보다 짧게 헛웃음을 흘렸다.

“하……”

“…….”

“하하하하하하하!!”

막연한 요구였다. 사실 떼쓰기에 가깝다. 하지만 그 대답은 어쩌면 대제가 가장 받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웃어댈 리가 없으니까.

“기가 막히는군. 그렇게 겁이 많던 꼬맹이가 대체 며칠 사이에 얼마나 독기를 품은 것인지.”

웃음을 멈춘 그가 말했다.

“좋아. 어떻게 할 생각인지 구체적인 계획은 있을 테지요. 천녀.”

그 말에 천녀가 짧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나를 향해 흘끗 시선을 보낸다.

마치 내 모습이 어떠하냐는 눈빛이었다.

“대제. 한 방 먹으셨네요.”

“……하하하 꼬맹이가 마음에 들어버린 짐의 업보지. 그래. 시간을 주지. 다만 그전에 계획 정도는 들어보도록 할까?”

* * *

대제와 천녀가 회담을 잠시 멈추고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그동안 신명 나게 울리던 통신용 개조 수정구를 들었다.

“대체 누가 이렇게 부재중을…….”

눈을 게슴츠레 뜨고 손바닥보다 작은 수정구에 마나를 살살 밀어 넣자 수정구 위로 어디서 계속해서 부재중 연락이 왔는지 목록이 출력된다.

[첫째 마님.]

[첫째 마님.]

[첫째 마님.]

[첫째 마님.]

[첫째 마님.]

[첫째 마님.]

[첫째 마님.]

…….

[셋째 마님.]

“…….”

오한이 전신에 돋아나며 파르르 떨렸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나는 곧바로 페르세르크에게 이어진 수정구로 연락을 날렸다.

[이제야 받는구나. 멍청한 것.]

“……무슨 일이야.”

[그래. 에린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서대륙으로 가서 속이 시원한 게야?]

“어?”

에반젤린은 내게 화가 난 게 아니었나.

페르세르크는 화해를 했다지만 최근 에반젤린은 내 얼굴만 보면 후다닥 도망가거나 건성으로 답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내 의문에 페르세르크의 한숨 소리가 여지없이 들려왔다.

[그 아이 나름대로 그대에게 관심을 표하는 방법이거늘…… 뭐, 그대 잘못이겠는가. 어쩔 수 없는 게지.]

“이런, 그런데 무슨 일인데 이렇게 연락을 한 거야.”

[에린이가 가출했음이야.]

그 한마디에 내가 휘청거렸다.

“뭐?”

[가출. 뭐. 정확히는 가출이라기보다는 출가지.]

‘아’ 다르고 ‘어’ 다르고 그 한마디에 머리가 띵 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이게 뭔 헛소리야. 가출이면 가출이지 갑자기 뭔 출가야.”

[지구로 독립하겠다더군.]

“뭐?! 이 말괄량이가 겁도 없이 이젠 지구까지 가?! 누구야! 누가 보내준 거야!”

[그게 참 웃기게 돌아갔지.]

그녀에게 들은 설명은 어이가 가출할 지경이었다.

초단이가 내게 받아간 보석과 자신이 그동안 모은 힘을 이용해 형태를 유지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이후 그동안 꿈꿔왔던 지구에서의 학교생활을 경험해보기 위해 틈틈이 공부하고 일리나의 도움을 받아 차원을 열었다.

초단이가 걱정이 되긴 하지만 내게 허락을 받았다는 거짓말에 속아 문을 열어준 것까진 좋았는데.

초단이가 틈 사이로 넘어간 후에 에반젤린이 뒤따라갔던 모양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어린아이가 아니고 아빠는 자기에게 관심도 없다면서 당당하게 가출해버린 것이었다.

그 사실을 뒤늦게 일리나가 알아챈 것이고.

페르세르크의 연락을 끊은 뒤 나는 잠시 고민했다.

“데이비? 뭘 하는 게냐?”

그때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바깥으로 나왔는지 천녀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우…… 긴장해서 죽는 줄 알았구나. 같은 왕이라도 대제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

“잘 된 겁니까?”

“일단 시간은 벌었다!”

천진난만한 미소로 자랑스레 말하는 걸 보니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녀님. 이제 제 도움은 필요 없으시겠죠?”

“그건…….”

“천녀님은 분명 저를 공적으로 도와달라 하셨지요.”

“그렇네. 짐은 절대 그대의 도움을 잊지 않을 것이야.”

“그럼 전 여기서 돌아가는 게 맞겠죠?”

그녀를 데리고 대제와 독대할 자리까지 만들어준 이상 이 이상은 내가 아니라 그녀가 할 몫이었다.

이번 사태는 어떻게 접근하건 크게 부스럼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나는 이 일에 나서는 것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

내 말에 그녀가 불만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묘하게 아쉬워 보이는 눈치였다.

“정말 가는 것이더냐?”

“아시다시피 공적으로 제가 도와드릴 건 여기까지입니다. 어느 한쪽도 제가 손을 들어주면 나중에 귀찮아지니까요.”

내 말에 그녀가 입술을 삐쭉였다.

“데이비는 의외로 참 모질구나.”

“지금이라도 싹 다 물릴까요?”

“아니다! 아니다!”

그녀가 손사래를 쳤다.

“그럼 조금만 기다려 보아라! 내 잠깐 데이비를 붙잡을 말을 생각해서 올 터이니.”

“그러세요. 그럼. 다만 공적으로 돕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사적으로 돕는 건데. 나름대로 납득할만한 걸 주셔야죠?”

“으음! 기다려 보아라! 짐이 대제에게 조언을 듣고 올 테니!”

나를 붙잡아놓을 말을 생각해서 온다며 도망가버리는 그녀를 보며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공적인 이야기는 다 들었지만, 사적인 대화는 들은 바 없다. 대체 무슨 대화가 오고 갔기에 갑자기 저리 사이가 가까워지는 건지 모를 일이라 눈을 슬쩍 감았다.

그리고. 정말 오랜 시간 하지 않았던 교감을 시작한다.

우웅, 웅!! 웅!!

내 손목에 생겨난 성흔. 프리아 여신의 성흔과 달리 넬타리드가 내게 맡긴 성흔이다.

파괴의 일면이 사라지고 평온만이 남은 지구의 신.

넬타리드의 의식과 접촉하기 시작한다. 길게 이야기를 나누기는 쉽지 않다.

동시에 내 의식이 부웅 뜨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프리아 여신의 공간을 처음 보았을 때와 비슷한 거대한 우주공간에 홀로 놓인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양반은 언제 나타나나.

나를 프리아라고 부르는 생명체 출신의 신.

넬타리드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애초에 신적인 존재를 이렇게 만나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긴 했다.

“기다리자.”

이윽고 바닥에 드러눕듯 누워 팔을 삼각형 형태로 하여 머리를 받친 채 기다리기를 한참.

아무것도 없는 고요한 공간 속에서 내가 목을 긁적이며 기다리고 있던 찰나였다.

[프리아, 너를 부른 이유는 지구의 대기 흐름에 큰 변화가…….]

거대한 힘의 응집과 함께 가히 초월적인 존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끊어졌다.

그런 그를 향해 나는 담담하게 자세도 풀지 않고 말했다.

“오랜만인데 뭐 안줍니까?”

이 정도면 곱게 말한 꼴이다. 그래도 초월적인 신격에게 밥 줘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불경한 신도 같으니.]

“이거 왜 이러시나. 프리아 여신님 권능 나눠줄 때 홀라당 무시하면서 귀찮은 거 다 떠넘긴 위대하신 신이시여.”

알아서 처신 잘하라고.

내가 느긋하게 몸을 일으켰다.

“최근 지구에 마나 흐름 격류 심해졌을 겁니다.”

늘 있는 일이지만 그럴 때마다 마치 강진이나 해일이 온 것처럼 지구의 분위기가 뒤숭숭해질 수밖에 없다.

“에반젤린이 휘말리지 않게 잘 좀 부탁합니다.”

휘말리면 나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빙그레 웃으며 내가 의사를 전달했다.

* * *

신성 그룹의 젊은 대표라는 별명이 있는 현아는 현재 초단이의 일로 고민 중이었다.

워낙에 착하고 사려가 깊은 아이다. 비록 검이라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초단이는 하나의 사람이라고 봐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물론 검이기에 인간과 겉모습만 같을 뿐 모든 것이 다르지만 초단이는 현아에게도 제법 소중한 조카나 다름없었다.

그런 조카가 자신을 찾아와 학교에 다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름대로 이것저것 주워들었는지 검정고시 공부까지 했다곤 하는데. 그녀는 그것을 알고 있을까.

애초에 한국 국적도 없는 초단이에게 그건 무의미한 행동이라는 것을 말이다.

물론, 현 정부에 살짝만 바람을 넣으면 얼마든지 해결될 일이었다.

티오니스 성자라 불리는 데이비. 제 오라비가 간혹 지구에 나타날 때마다 세계의 시장이 크게 격변하고 있는 실정이니 말이다.

처음엔 원전 폐기물 처리부터 시작하더니 몇 가지 일로 더더욱 애가 타 있는 게 사실이었다.

한국이든 어느 국가든 그런 데이비와 좀 더 가까워질 방법이 있다면 얼마든지 선택할 자들도 많았다.

애초에 대학이라는 게 참 별별 전형이 많으니 말이다.

“특별전형, 유학생 쪽으로 하면 가능할 거 같긴 한데…….”

일단 초단이는 놀라울 정도로 박식한 편이다. 티오니스의 지식을 열심히 공부했으니까. 그러니까 자격은 충분한데.

별 탈 없이 후에 벌어질 일까지 싸그리 정리해서 해결하자면 어느 대학교가 좋을까 새삼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디가 좋을까요.”

진지한 어조로 현아가 질문을 던지자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일제히 고민하기 시작한다.

“기왕이면 하버드로 가시죠. 하버드. 하버드에 비슷한 특채 전형이 있습니다.”

“케임브리지나 옥스퍼드도 괜찮겠죠.”

“아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일단 한국 쪽으로 잡으셔야죠. 부대표님이 돌봐주시는 건데 타국으로 나가버리면 어떻게 관리할 겁니까.”

“애초에 한국에 괜찮은 수준의 대학이 있습니까?”

“허어…… 한국대 출신이면서 그렇게 말해도 되는 겁니까?”

“우리 모교니까 이런 말 하는 거지요. 솔직히 한국대가 이름 좀 날려도 월드 클래스 급 대학에 비할까.”

회사의 앞날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야 할 회의 시간에 한 소녀의 대학을 어디로 정해줄 지로 고민하고 있는 꼴이라니.

누가 보면 황당해서 기가 막혀 할만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황당한 회의를 주관한 현아는 속으로 초단이 이외에 또 한 명의 조카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그 세발낙지가 알면 난리 날 거 같은데…… 괜한 짓 시키지 말고 집에 잘 있게 놔둬야겠다.’

아무리 몇 년 전이라도 제 오빠의 성격을 그녀가 모를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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