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8화
“사일런스 게이트에 관한 문제는 일반적인 경우로는 찾을 수 없어. 그렇다고 티오니스에 요청하기도 애매하고. 후우…… 결국 네 예지에 기대야 할 수밖에 없겠는데…….”
“아녜요. 언니. 이 정도 일은 어렵지 않아요.”
약간 어색한 한국어에 현아가 쓰게 웃어 보였다.
위험한 게이트. 실제로 그 게이트로 인해 사망자가 나온 시점에서 코오나를 사지에 넣을지도 모르는 이런 결정이 달갑지는 않았다.
“우선 게이트 전조현상이 없다곤 해도 마나 파장이 짙어지는 곳은 면밀히 조사 중…… 그런데 뭘 보고 있는 거야?”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보고 있던 코오나가 화면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ㅋㅋㅋㅋㅋ 당황하는 거 보소]
[졸컼ㅋㅋㅋ]
신이 난 듯 올라가는 채팅.
-아니 도…… 도네? 돈 넣지 말라니까? 나 돈 많아요! 그러니까 보내지마!
-아니 그러니까…… 아끼란 말이에요! 그렇게 펑펑 쓰면 순식간에 길에 나앉는다고 아빠가 그랬는데…… 꺄악!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만! 그만해!
비명과 함께 계속해서 도네이션이 올라간다.
캠으로 얼굴 하나 비추지도 않은 단순히 그림 방송일 뿐인데. 수천 명이 아주 작정하고 구독과 도네를 밀어 넣는 모습이었다.
“에린이야?”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현아가 중얼거렸다.
알하자드를 통해 그녀가 그림방송을 할거라는군. 이미 계획된 부분이었지만 방송시작 하루 만에 시청자 수천 명을 대체 무슨 수로 끌어모은 것일까.
띠링!
-박씨세가 님께서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알았어 우리 방장이 그렇게 말한다면 아낄게.]
띠링!
-원조구두쇠 님께서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나도 구두쇠라 사실 돈 안 쓰기로 유명함. ㅇㅇ]
“아니이이! 구두쇠라면서! 구두쇠라면서어!! 이거 거부 못하는 거야?!”
[도네 끄는 기능 있음.]
에린은 도네를 끄는 기능이 있다는 댓글에 화색을 띠며 황급히 기능을 찾으려 하지만…….
생전 처음 해보는 것에 그녀가 익숙할 리가 없었다.
[간신이 이걸 ;;]
[이걸 말하네.]
[저거 누구야. 욕망 아니지? 유입 쳐내! 유입 쳐내!]
[뭐래. 신입 스트리머인데 유입은 니들이고.]
[아 오늘부터 절제 말고 여기 고정 시청자 한다.]
띠링!
-절제 님께서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실시간으로 배신자들 검거 중. 니들 두고 보자]
[헉.]
[헉! 방장 나는 아무것도 말 안 했소.]
[^^7]
[^^7]
[^^7]
능청 떠는 그들의 모습에 다시 한번 도네이션이 올라왔다.
-절제 님께서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방장님. 또 하나 그려줄 수 있어요? 이번엔 이거 하나 그려주세요.]
첨부파일이 섞인 도네이션에 에반젤린이 허둥지둥거리다 그것을 받아들였다.
“저…… 그런데 너무 많이 주지 말아요. 이거 얼마야? 일 십 백…… 십만?! 하아아…….”
체념 어린 한숨 끝에 그녀가 말했다.
“좋아요. 그럼 뭐든 그려줄게요.”
그렇게 말한 그녀가 [절제]라는 스트리머가 보낸 사진을 유심히 훑었다.
“이건 뭐에요? 캐릭터?”
[아. 유아 못 참지!]
[유아 눈나 나 죽어!]
유아라는 이름의 캐릭터는 상당히 야시시한 복장에 굉장히 화끈한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와…… 예쁘다…….”
이에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던 에반젤린이 막연하게 탄성을 흘렸다.
“이거……잘못 그리면 막 화낼 거 같은데…….”
에반젤린의 중얼거림에 시청자들이 빠르게 [ㄱㄱ]을 외치자 그녀는 잠시 침묵하는 듯 보였다.
“후우……해볼게요.”
그리고는 새하얀 백지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역시나 낙서 같은 것으로 시작이었다.
[낙서 개 커엽네 ㅋㅋㅋㅋ]
[여기가 낙서로 사기 치는 곳이라 들었는데 한번 보여주셈. ㅃㅃ]
계속되는 채팅을 어렵게 의식하면서도 에반젤린은 조심스레 하나하나 낙서들을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게 뭔지 모를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또다시 바뀌기 시작했다.
[????]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임?]
[아니 컨셉으로 사기 친다고 그냥 잘 그린다 했더니. 리얼루 사기를 치고 있네?]
[아 편집인가 보네!]
놀라운 실력으로 캐릭터를 그려나간다. 에반젤린 특유의 실사체가 섞인 그림은 이내 수많은 이들의 눈길을 강하게 사로잡았다.
[눈나 나 주거!]
[유아 눈나 내 몸이 이상해.]
속뜻을 알았다면 당황할 에반젤린이었지만 그림에 집중하는 터라 그걸 봐주진 못했다.
띵! 띠리리링!
-사이코방장련 님께서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내가 진짜 그림 가지고 별말 안 하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기가 지금 15분 만에 완성돼가는 게 놀라울 지경이다. 뭐야 이게 선도 안 따고, 시작부터 채색 낙서로 시작하는데 이런 게 나온다고???]
[와. 그림 그리던 내 손 팝니다. 고물이라 못쓰겠네요.]
[그 손 안 삼. 여기 방장 손 삼.]
[요즘 애들 무섭네. 무슨 표현기법이 현역 일러스트레이터 뺨을 왕복으로 후려치냐.]
[이게 완성형 신삥인가?]
단순히 재능이 있는 수준을 넘어 에반젤린의 그림은 누군가의 기대와 맞물리며 완성품에 가까운 변화를 보였다.
“하아…….”
짧게 한숨을 내쉬며 잠시 작업이 멈춘다.
[어우 목소리.]
[미친놈아 미성년자한테 그러다가 잡혀가.]
[애들인지 아닌지 니가 우에 아냐.ㅋㅋㅋ]
[목소리만 들어봐도 어린애구만 헛소리 ㄴㄴ]
방송을 보며 쿡쿡 웃는 코오나에는 퍽 즐거워 보였다.
“원래 방송이라는 게 하루 만에 저렇게 시청자가 늘어?”
“대기업 스트리머 콘텐츠에 당첨됐나 봐요.”
“대기업 스트리머?”
코오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송 끝내기 전에 싹 보이는 신입 스트리머에게 대규모 호스팅을 했을 때 반응 보기. 뭐 이런 콘텐츠죠. 취지도 마냥 나쁜 건 아니라 평도 좋고요. 다만 [절제] 그 사람 시청자가 상당한 또라이들이라…….”
스트리머의 이름은 [절제] 상당한 그림 실력이 좋은 일러스트레이터다.
반면 그의 시청자들은 대부분 욕망이라 불리며 또라이. 이상 성욕자 등등 별의별 별명이 많기로 유명했다.
단순히 얻어걸린 시도였다.
하지만 하필 첫 시청자였던 절제가 그녀의 그림실력에 눈이 돌아가 버리면서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괜찮은 거…… 맞아?”
“언니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겠어요. 그리고 그 아저씨가 관리해주고 있으니까 선을 넘는 것들은 다 쳐내겠죠.”
걱정이 되긴 하지만 돌발상황에 그녀를 진정시켜줄 초단이가 곁에 있어 준다고 하니 나름대로 안심이 되는 그녀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현아의 생각으로는 방음 부스고 방송 장비고 뭐고 전부 집으로 가져와서 이곳에서 방송을 하게 하고 싶지만, 그것은 포기했다.
홀로 독립하는 걸 원하는 에반젤린이니 이것도 하나의 교육방법이리라.
그날 에반젤린은 후원금액만 수백만 원이 넘어가는 경이적인 기록을 했고 호스팅으로 들어온 시청자 대부분을 구독자로 만들어버리는 기염을 토해냈다.
* * *
[그갤 놈들 요새 난리던데.]
[새로 방송 시작한 신삥이 아주 요물임. 진짜 방송 3시간 만에 호스팅 유입들 다 홀려놨음.]
[얼굴 캠 까라고 난리 치는 놈들도 있던데.]
[근데 얼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핥아대냐. 애초에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를 텐데.]
[ㅇㅇ 남자면 손절할 놈들이 저기 대부분일걸.]
[근데 절제도 남자 아님?]
[그 새끼는 이상 성욕자 또라이니까 보는 거고.]
[근데 그런 걸 떠나서 말하는 게 X나 귀엽긴 하더라. 가식이 아니고 진짜 몰라서 당황하는 모습임. 내가 시청자만 수년 차 했지만, 직감이 온다.]
[뭐래 육수쉑ㅋ. 어차피 돈 때문에 컨셉질 하는 거겠지. 하루 이틀 속냐!]
[도네 준다고 비명 지르고 주지 말라고 하는 스트리머가 있다 뿌슝빠슝?]
[근데 비명이 찐텐이긴 했음. 개당황한 거 같던데. 아예 저걸로 돈 벌 수 있는 것도 몰랐더만.]
[무슨 시골 벽지에 살다 왔나 ㅋㅋㅋ]
[근데 진짜 그림 진짜 독특하게 잘 그리더라.]
[x나 컨셉인 줄 알았음. 낙서로 사기 친다고 하길래. 근데 10분 만에 생각이 바뀜. 진짜 무친련.]
[무친련 손을 25강 풀강 했는지 그림이 개 쩔긴 함.]
[이게 현실판 현질 전사인가.]
에반젤린의 방송은 입소문을 빠르게 타기 시작했다. 단순히 그녀의 반응이 귀여운 것도 한몫했지만, 그녀의 그림실력이 놀라울 정도로 매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당연히 에반젤린의 입장에선 자신을 향해 비난을 쏟던 인간들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호의가 쏟아지니 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한번 시작한 일이 어째서인지 뿌듯했던 탓일까.
생각보다 흥미를 끄는 방송에 재미를 들린 에반젤린은 오늘 방송에선 뭘 그릴까. 또 오늘은 사람이 와줄까 하는 생각에 빠져 키득키득 웃어 보였다.
“오늘은 뭘 그릴까……,”
잠시 고민하던 찰나. 그녀의 메일로 어떤 메일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일러스트 전문 제작 회사인……,
요지는 그녀의 그림 성에 장래성과 상업성을 발견했으니 한번 해볼 요지가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음…….”
조용히 메일을 보던 그녀는 망설임 없이 메일을 휴지통에 넣어버렸다.
“응. 모르겠다.”
그리고는 콧노래를 부르며 다른 방송들을 보기 시작했다.
* * *
전쟁으로 인해 멈춘 콘타스와 명국 사이의 마나 게이트가 다시 작동한다.
죽은 줄 알았던 천녀의 생존이 확실시되자 두 국가의 전쟁 양상이 기묘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정통성은 당연히 천녀에게 있으니 현재 명국을 대리 섭정하고 있는 태상은 명령권의 명분을 전부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는 그녀의 귀환을 막을 어떤 명분도 주지 않았다.
“데이비. 짐은 데이비를 믿는다.”
“일국의 왕이 너무 사람 잘 믿으면 안 됩니다.”
“그런 말을 하는 데이비는 짐을 배신하지 않을 게다.”
그녀가 빈약한 가슴을 펴며 엣헴 소리를 냈다.
“보거라. 짐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여줄 터이니.”
천녀는 결국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해 나를 불러들이기로 했다. 명분 자체는 간단했다.
일국의 국왕을 살리고 치료한 이에게 적법한 보상을 내리겠다는 명분이었다.
딱히 거부할 이유도 없거니와 이번 일로 그녀와 명국에게 큰 빚을 지워둘 생각이었기에 나는 딱히 거부하지 않았다.
당연히 초대인 만큼 내가 공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사실 충분했다.
천녀를 어떻게 해보려 했던 세력은 나의 진입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외세를 끌어들이지 말라는 명목이었다.
명국의 태상은 황급히 콘타스와 명국 사이의 마나 게이트를 잠가 그녀가 돌아오지 못하게 막으려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쩌적!!
“와…… 신기하구나. 마법과는 다른 느낌이렷다!”
“비슷해요.”
정확히는 차원을 공식적으로 열어젖힌 것이지만 보통 생명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본래라면 차원의 이동 간에나 사용하던 이동능력이다. 그렇기에 한 차원 내에서 이렇게 이동하기엔 상당히 불안요소가 많은 만큼 나는 프리아 여신이 개방해준 신체를 이용하기로 했다.
남자 때보다 훨씬 작은 키에 긴 머리카락과 더불어 여성에 훨씬 가까운 얼굴은 불만족스럽지만 애초에 이 육신은 신격을 다루기 위해 만들어진 신체. 즉 무성이다.
신격을 통한 전이를 사용한다면 저들이 마나 게이트를 막는다고 난리를 쳐봐야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당연히 위치선정 자체를 세계의 규칙에 간섭해서 하는 만큼 좌표가 꼬이는 마법과는 달랐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 조차 세계의 규칙과 공명하는 것으로 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천녀는 내가 열어젖힌 차원 균열을 신기한 듯 바라보더니 이내 나를 믿는다는 듯 과감하게 걸음을 내디뎠다.
“마법과는 다르군. 왕자. 네놈은 정녕 사람이 맞느냐?”
“대가가 싸진 않지만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배웅을 위해 나온 콘타스 대제를 보며 말했다.
“대제께서 제게 한 조언은 잘 생각해보겠습니다.”
“너무 신경쓰지 마라. 어차피 세상일이라는 게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낼 순 없는 법이다. 아쉬운 일이지만 그들은 그들의 삶이 있으니.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천천히 걸어 천녀가 들어간 균열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동시에 주변이 일변한다.
“허업?!”
“처…… 천녀시여!”
놀란 외침이 사방에서 들려오자 당황한 천녀가 두리번두리번했다.
“무어야. 무슨 짓을 한 게야.”
어리둥절해 하는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갑작스레 천녀가 나타난 이곳, 명국의 어전 또한 마찬가지였다.
명국은 건물을 높게 세우기로 유명하다.
당장 이 어전만 해도 천장이 6미터는 넘어 보였다.
“천녀시여!!”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니 한 사내가 급히 달려와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기체 강녕하시어 이리 돌아오셨음에도 호위하나 보내지 못한 저를 죽여주옵소서!!”
젊은 남성의 통한의 외침에 주변에서 눈치를 보던 이들이 일제히 입을 모았다.
“죽여 주시옵소서!!”
하지만 그중 단 한 사람만은 당황한 표정을 끝내 숨기지 못했다.
현 명국을 섭정하고 있는 태상.
천녀가 죽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이 중 하나며 그녀의 배신자.
마나 게이트까지 틀어막고 버티려고 했는데 어전에서 갑자기 그녀가 나타나 버리니 그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 듯했다.
“장궁…… 그대. 살아있었구나.”
가장 먼저 무릎을 꿇은 사내는 다름 아닌 장궁이라는 사내였다.
바로 천녀가 내란이 터져 살해당할 뻔했을 때 그녀를 구해내고 마나 게이트를 이용해 하인스 영지까지 피신시킨 충신이었다.
“아아…… 장궁. 그대 덕분에 짐이 목숨을 건졌다! 일어나거라.”
그녀의 말에 장궁은 눈시울을 붉히며 그녀의 손을 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아…… 이 모든 것이 하늘의 은혜이옵니다. 천녀를 다시 이리 뵙게 되었으니 저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나이다!”
그의 외침에 대신들은 썩은 동아줄이 되어버린 내란의 주동자. 태상과 최대한 관계가 없음을 어필하려 들었다.
시끌시끌해진 어전을 말없이 바라보던 나는 천녀에게 말했다.
“천녀님.”
“응? 무엇이냐?”
“저 믿습니까?”
내 물음에 그녀는 동그랗게 뜬 순진무구한 눈망울에 나를 담았다.
그리고는 환하게 웃었다.
“짐이 데이비를 어찌 믿지 않겠느냐!”
그녀의 대답에 나는 빙그레 웃었다.
그녀를 아무 문제 없이 이곳에 데려다준 것으로 내 역할은 끝이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 더 서비스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녀님이 가지고 계신 그 옥가락지. 저 주시면 도와드리겠습니다.”
내 말에 그녀가 자신의 옥가락지를 바라보았다.
예쁜 디자인의 가락지를 의아하게 보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천녀시여?”
이에 장궁을 포함한 모든 대신들이 의아해하던 찰나.
스릉!!
나는 허공에 손을 튕겼다.
동시에 입구를 지키던 한 병사의 허리춤에서 강철 검이 빠르게 뽑혀 나와 내 손으로 날아들었다.
터엉!!!
그리고.
나는 망설임 없이 장궁이라는 사내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동시에 놀란 이들의 표정이 내게 꽂힌다.
“데…… 데이비?! 무슨 짓이냐!”
놀란 천녀가 장궁을 감싸기 위해 소리친다.
하지만 나는 담담하게 장궁을 보며 물었다.
“그래. 당신은 무슨 이유로 천녀님을 암살하려 했나?”
뜬금없는 질문에 그가 인상을 찡그린다.
“무슨 소릴…….”
“천녀님의 몸에 있는 독. 그리고, 위치가 고정되지 않은 마나 게이트가 이상하게 하인스 영지로 날아온 점.”
담담하게 말한 내가 물었다.
이게 내가 여기 온 진짜 이유였다.
“왜 하인스 영지에 덤터기를 씌우려 들었냐고 묻는 거다.”
천녀를 죽이려 한 호위무사 20명에게서 그녀를 구해낸 장궁.
그는 분명 충신이었다. 천녀가 그리 호언장담할 정도로.
하지만 지금 상황과 과거의 정황을 모두 종합했을 때 나는 확신했다.
천녀에게 독을 주입한 것도. 그녀를 하인스 영지로 오게 만든 것도. 태상이 아닌 다른 인물이다.
바로 충신이라 알려진 사내.
그가 배신자라는 사실을.
그게, 내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