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37화
“나 어떻게 해?”
머리에 돋아난 뿔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에반젤린을 보며 초단이는 조심스레 그녀의 뿔을 건드려보았다.
“어때?”
“아무 느낌이 없긴 한데…….”
“흠…… 나도 잘 모르겠네…….”
“엄마아…….”
“괜찮아. 딱히 위험해 보이지는 않는구나.”
초단이는 물론, 곁에 있는 일리나와 페르세르크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페르세르크는 마법 실력이 가장 뛰어난 만큼 그녀의 몸에 생긴 변화에 대해 민감하게 조사해보고 있는 편이었다.
“아무래도 이 뿔은 이것과 비슷한 거 같구나.”
에반젤린의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온 이들이었다.
유일하게 이 자리에 없는 에이리아는 데이비와 간만에 달의 숲 쪽으로 간만큼 굳이 이 사태를 말하지 않았던 두 사람이었다.
“엄마처럼요?”
“그렇구나. 힘을 보관하는 하나의 매개체인 셈이지. 물론, 뿔이 부러진다 하여 힘이 사라지는 건 아닐 테지만…….”
고민하던 그녀의 중얼거림에 일리나가 물었다.
“최근 에린이가 방송을 시작하면서 갑자기 힘이 강해졌다고 했죠? 어쩌면 여드름 같은 게 아닐까요?”
“표현이 조금 그렇긴 하지만 비슷해 보이는구나.”
에반젤린의 안에는 고대룡의 태생답게 막대한 힘이 서려 있다.
문제는 이 힘이 순차적으로 강해져야 하는데, 헤라클래스의 힘 때문에 제한 없이 계속해서 증폭되고 성장해버린 것이다.
육체가 성장했지만, 태생부터 가진 힘이 너무 강한 탓에 지금의 육신조차 그것을 온전히 담지 못한다는 것.
그로 인해 생겨난 것이 뿔이다.
“너무 걱정 말거라. 큰 문제는 없어 보이니까.”
“아빠가 알면 어떻게 돼요?”
“흐음…….”
에반젤린의 불안한 물음에 페르세르크와 일리나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음 데이비는 네 일과 관련되면 유별나게 과보호가 심한 편이긴 하지.”
“아마 좋든 싫든 걱정 많이 할 거야. 아마 널 데려가서 제대로 치료해보려 하겠지.”
“시…… 싫어! 나 여기서 방송 계속할 거야!”
그녀의 외침에 페르세르크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까지고 지구에 있을 순 없잖니.”
“그래도…….”
고민하는 에반젤린을 보며 페르세르크가 제안을 던졌다.
“좋아. 그럼 네 아빠에게는 비밀로 해보자꾸나.”
“정말요?!”
“단, 약속하나 할 수 있겠느냐.”
“약속이요?”
“그래. 방송은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고, 그 시간 동안 균열을 조사할 것.”
의외의 말에 에반젤린은 입술을 댓발 내밀고 뺨을 부풀렸다.
방송은 그녀에게 있어서 굉장히 재미있는 요소였다.
친구가 부족한 에반젤린에게 있어서 방송을 하면서 만나는 이들과의 수다는 제법 재미가 있었으니까.
게다가 균열 같은 전투에 나서는 걸 그리 달갑지 않게 여기던 페르세르크가 그런 말을 하니 조금 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윽…….”
“에반젤린. 예전에 말이야.”
일리나가 문득 재밌는 기억이 떠올랐는지 웃어 보였다.
“네 아빠가 에오니샤를 강제로 쉬게 한 적이 있거든.”
에오니샤는 살기위해 데이비에게 붙었고, 정작 데이비가 그녀를 해칠 생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무언가 결과를 내놓으려 했다.
그 탓에 그녀는 쉰다는 개념이 뭔가 잘못 뒤틀려버린 적이 있다.
겉으론 멀쩡한데 속이 뒤틀려버린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어쩌긴. 에오니샤는 하나에 파고들면 거기에 완전히 몰두해버리거든. 그래서 방구석 폐인이 되어버렸지. 하루종일 게임만 하고. 그래서 데이비가 에오니샤를 원래대로 되돌리려고 얼마나 진땀을 뺐는지 모를 거야.”
“…….”
“본녀는 그게 걱정이야. 세상일이라는 게 그렇게 생각처럼 되진 않거든.”
그 말에 에반젤린은 자신의 며칠을 떠올려보았다.
확실히 방송에 재미를 들린 이후 방송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바 있었다.
“네가 원하는 건 마음대로 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있겠지. 하나, 그게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면 그땐.”
“알겠어요. 조심할게요.”
도가 지나치면 제재하겠다는 의지를 그녀는 확연히 마음에 새겼다.
“그럼 이건 어떻게 해요?”
“아무래도 방송을 하면서 힘이 무분별하게 늘어난 것 같은데…… 그런 거면 힘을 써서라도 빼는 수밖에.”
방법은 간단했다.
그녀를 향한 호감은 감정에너지가 되어 그녀에게 막대한 힘을 전해준다.
그런 힘이야 빼면 그만인 노릇이었다.
“사일런스 게이트도 있잖아. 마침.”
* * *
초단이의 하루는 도서관으로 향하면서 시작된다.
에반젤린이 머무는 스튜디오나 현아의 집도 좋지만, 에반젤린에게 있어서 이런 도서관이라는 곳은 고요하게 공부할 수 있으면서 지구의 문화를 보고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소통의 장이나 다름없었다.
집중되지 않을 땐 다른 이들을 구경하기도 하는 맛이 제법 좋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그녀는 최근 근방에서 꽤 유명해진 듯했다.
“저기…….”
갓 성인이 된 듯한 번듯한 인상의 남자가 다가와 초단이에게 말을 걸어왔다.
“네? 무슨 일이세요?”
“아…… 저, 며칠 전부터 저기 도서관에 매일 오시는 분이죠? 혹시 번호 주실 수 있어요?”
인적이 드문 길이기에 조금 경계심이 든 것도 사실이다.
초단이는 막대한 권능과 힘을 두르고 있지만 정작 본인의 전투능력은 뛰어나다고 하기엔 애매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게다가 사고를 치고 싶지 않아 하는 성미까지 더해졌으니 말할 것도 없었다.
속으로 경계를 하면서도 그녀는 잠시 고민했다. 왜 번호를 원하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그러던 중 그녀의 머릿속에 한가지 상식이 번뜩였다. 아, 휴대전화를 말하는 거구나.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있는 사실을 그대로 털어놓았다.
“죄송해요. 제가 핸드폰이 없어서…….”
“아…….”
전혀 믿지 않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쉬이 포기하지 않으려는지 품 안에서 작은 쪽지 하나를 건넸다.
“그…… 그거 제 번호에요. 첫눈에 반했습니다. 혹시 생각 있으시면…….”
“아…….”
그제야 남자가 바라는 게 뭔지 깨달은 초단이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확실히 눈에 띄긴 했구나. 애초에 초단이의 외모는 안 그래도 사람을 끌어모으는데 머리카락 색도 워낙에 독특하니 시선을 안 끌 수가 없었다.
청색과 적색이 브릿지처럼 섞인 머리카락은 언 듯 보면 약간 불량하게 보일 정도로 휘황찬란하다.
하지만 초단이의 머리색은 마치 자연 머리카락 색인 것처럼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러웠던 만큼 마냥 인상이 나쁘진 않았던 모양이었다.
잠시 고개를 숙인 채 그녀는 고민했다. 딱히 생각은 없었다. 본인은 애초에 인간이 아닌 검이다. 인간과 비슷하지만, 그녀의 욕망은 인간과는 확연히 동떨어져 있었다.
즉. 생명체가 느끼는 이성에 대한 호감 같은 건 아직 초단이에겐 너무 어려운 문제였다.
괜한 일에 엮이는 건 곤란할 뿐이다. 애초에 자신의 외모를 보고 이런 짓을 하는 것부터 과연 제정신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하는 그녀였다.
“죄송하…… 어라?”
말을 하던 그녀는 문득 눈앞에 있어야 할 사내가 보이지 않다는 걸 깨닫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상하게 생각한 그녀는 문득 이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네……”
그때 그녀의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새하얀 털 뭉치.
마치 홀린 것처럼 저벅저벅 걸어 들어간 그녀는 그곳에 있는 무언가를 보고 잠시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뒤태였지만 2미터는 훌쩍 넘길 것 같은 키에 터질듯한 근육만이 그녀의 시야에 담긴다.
“아…… 음.”
그리고는 조용히 뒷걸음질해 빠져나왔다.
“초단아.”
뒤이어 그녀의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
이에 놀란 초단이가 눈을 크게 떴다.
“아…… 아버지?”
“쉿.”
빙그레 웃으며 다가온 것은 데이비였다.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다가와 그녀에게 말을 거는 데이비를 보며 초단이는 그대로 그에게 다가가 안기려 했다.
하지만.
“…….”
그녀가 멈칫한다. 마치 홀렸던 무언가가 한번에 깨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누구세요?”
“무슨 소리야. 초단아.”
“당신. 우리 아바마마 아니잖아.”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데이비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하하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아버지를 못 알아볼 리가 없어요.”
담담하게 말하며 그녀가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그를 향해 말했다.
“그렇다면 저것도…….”
고개를 돌린 그녀는 새하얗고 거대한 토끼도 거짓말이라는 것을 간파할 수 있었다.
정확히는 그녀가 간파하기가 무섭게 빛에 휩싸이며 거대한 토끼가 사라지고 그 토끼가 지고 있던 인간이 힘없은 수수깡처럼 털썩 쓰러져버렸다.
파바바바박!!
황급히 달려간 그녀는 쓰러진 사내의 상태를 보았다.
데이비에게 이것저것 배운 경험이 있는 만큼 그녀는 의술도 알고 있었다.
‘목숨은 붙어있어…….’
인상을 찌푸린 그녀가 몸을 일으켰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데이비가 시선을 살짝 피한다.
그리고는.
콰아앙!!!
섬광처럼 날아들어 초단이의 목을 쥐고 벽에 처박아버렸다.
인적이 드문 골목.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데이비의 모습을 한 무언가는 초단이를 노려보았다.
“너. 굉장히 맛있어 보인다.”
“다…… 당신…….”
“평소에 먹던 거랑 조금 다른데…… 상관없겠지?”
고개를 기이하게 꺾으며 중얼거린 녀석을 보며 초단이는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놈. 사일런스 게이트의 그 몬스터. 암흑신관이다!
하지만 어째서 이런 괴물이 여기에 있는 것일까. 또 왜 자신을 노리는 것일까.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크으…….”
인상을 찡그린 채 목이 틀어 잡힌 채 버둥거리던 초단이는 양손에 힘을 끌어올렸다.
다루는 게 어려울 뿐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콰아앙!!!!
서로 상극인 마나 두 개를 끌어내 폭발시켜. 탈출해낸 초단이가 황급히 몸을 돌렸다.
에반젤린의 말과 다르게 눈앞에 이건 강했다. 단순히 D급 늪지대 균열에 있을 만한 것도 아니었고 B급 정도의 수준도 아니었다.
이놈에게서 느껴지는 위험한 기운은…….
‘최소…… S급 이상. 아니 최소수준이야.’
초단이는 검이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쥐어졌을 때 사실상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허겁지겁 뛰어나가던 그녀는 잠시 고민했다. 이대로 사람이 많은 곳으로 나가면 다른 이들은? 휘말린 사람들은?
생각을 마친 그녀가 몸을 돌렸다.
이대로 가다간 뒤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따라오는 저 기이한 생명체에게 잡히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도 힘도 없는 일반 인간들을 휘말리게 하는 건 역시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비가 보았다면 그들을 방패 삼아서라도 도망치라 했겠지.
하지만 초단이는 역시 그런 게 싫었다.
그리고 황급히 동굴 안쪽까지 들어간 그녀는 미로처럼 얽힌 길을 허겁지겁 달려 계속해서 도망쳤다.
그가 노리는 건 그녀였다.
그러니 다른 이들을 바로 노리진 않으리라.
하지만. 이내 그녀의 걸음은 멈춰질 수밖에 없었다.
단단한 막다른 길이 그녀의 앞을 막아선 것이다.
“여기까지 도망친 거야?”
“…….”
“너 근데 인간은 아니구나? 신기하네. 정말 맛있어 보이는데…….”
데이비의 탈을 쓴 무언가는 키득거리며 중얼거렸다.
“이 모습이 맞았나 봐.”
기괴하게 중얼거리는 그를 향해 초단이가 무언가를 꺼내 손에 쥐었다.
“엉? 그게 뭐야?”
“돌아가세요. 후회하지 말고.”
“후회? 왜?”
“당신이 대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아요.”
초단이의 경고에도 사일런스 게이트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암흑신관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난 정보를 먹고 자라. 그리고 너희 생명체들이 남긴 마나 속에서 불순물을 먹고 자라지. 하나의 톱니바퀴였단 말이야.”
그의 형체가 슬슬 일그러진다.
“그런데. 그걸 알아버렸어. 인간 중에서도 제법 맛있는 게 있다는걸.”
전에 에반젤린이 균열을 조사할 때 사일런스 게이트가 마나 속의 불순물을 먹어치우고 있었다고 했던 것을 기억했다.
사일런스 게이트. 암흑신관.
정확히는 정식 명칭이 아니었다.
그저 비유적인 표현일뿐이었으니까.
암흑신관이라는 건 하나의 자연현상이었다.
무리하게 오염된 마나들이 모인 곳에 생겨나 그 안에서 불순물을 먹어치우고 마나를 정화시킨 뒤 사라지는 하나의 시스템. 그게 어째서인지 저렇게 폭주한 모양새였다.
인간이 맛있다고 한 것을 보면 놈은 인간의 체내에 있는 마나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전에 BJ 나룻배의 사망사건. 외상이 전혀 없는데 갑자기 죽은 것처럼 보인다던 그것은 어쩌면 이 암흑신관이 그 마나를 먹어치우면서 생긴 마나 고갈로 인한 쇼크 현상이 아닐까.
마나라는 게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받다 보니 그 정도라면 보유하고 있는 마나도 거의 다 오염되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
본래라면 보이지 않아야 하는데. 눈앞에 이건 보이고 있다.
아마 변이가 잘못된 케이스 이거나…… 진짜가 아니겠지.
그렇다면.
“분명히 말씀드렸어요. 정말로 후회 안 하시는 거죠?”
“무슨 소리야. 다 필요 없고 마나만 조금 맛보자.”
흐흐 웃으며 말하는 그를 보며 초단이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는 손에 쥔 방범 버저 같은 것을 강하게 당기고 눌렀다.
정말 원치 않았지만…….
“어? 이게 뭐야…….”
순간적으로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왔고. 이내 초단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짐꾼은 환상과 다르게 진짜였다.
새하얀 털 뭉치에 터질듯한 근육을 지닌 토끼가 새빨갛고 콩알 같은 눈으로 초단이를 바라본다.
[어머나, 언니. 굉장히 곤란해 보이는데?]
“저…… 죄송한데 저 몬스터 좀…….”
초단이가 중얼거리자 새하얀 토끼의 동글동글한 붉은 눈이 데굴데굴 굴러 움직였다.
그리고. 당황한 듯 멈춰있는 데이비 형상의 암흑신관을 바라보았다.
“어? 저건 내가 아까 흉내 낸…….”
[어머나. 내 취향이다.]
토끼의 눈이 번뜩인다. 뭔가 잘못되었다.
암흑신관은 저벅저벅 다가오는 터질듯한 근육의 토끼를 보며 손을 뻗었다.
동시에 무형의 압박이 그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내 힘은 제법 강해. 누가 내게 힘을 빌려줬거든. 그런데…….”
넌 왜 안 멈추고 계속 오는 거니?
놀란 암흑신관이 비척비척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분명 마나에 짓눌려 움직이지 못해야 하는데. 머스큘라 자세를 취한 채 다가오는 토끼는 근육에 두껍고 징그러운 핏줄을 세울 뿐 전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순식간에 암흑신관에게 다가간 새하얀 미친 토끼는 그의 어깨를 잡은 뒤 귓가에 속삭였다.
[괜찮아…… 복근하고 대퇴근 상태만 볼게.]
“흐……흐어어어억!!!!”
비명을 지르며 녀석이 기겁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토끼의 작은 입에서 작은 혓바닥이 츄르릅 하며 스윽 나왔다가 사라질 뿐이었다.
명백한 포식자는 토끼였다.
그의 힘이 어떻든 간에 이건 대적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게 만들었다.
이래서 소환하지 않으려 한 건데.
초단이는 그녀와 에반젤린을 지키기 위해 데이비가 보낸 새하얀 토끼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데. 대체 누가 저 몬스터에게 힘과 지식을 전해줄 것일까.
고민하던 찰나…… 그녀의 눈이 찌푸려졌다.
“에이…… 아니겠지. 설마 아버지가 이 몬스터에게 힘을 줬을 리가 없잖아.”
애초에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그가 이곳의 사정을 알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마음 한쪽으론 그런 생각도 들었다.
정말로 모르는 걸까.
그렇다면. 알고 있으면서 왜 이런 일을 한 것일까.
그가 이제와서 인간에게 신물을 느꼈다고 할 건 아니었다. 마치 목적을 위해 제조된 꼭두각시 같은 느낌이었다.
초단이는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뭐든 의심이 과하다.
그녀는 청적색의 머리카락을 페르세르크처럼 틀어 묶은 뒤 완전히 굳어버린 암흑신관에게 다가갔다.
“저기. 몇 가지만 대답하면 용서해드릴게요.”
그녀의 말에 바짝 얼어있던 암흑신관의 형태가 뭉개졌다.
“당신에게 정보와 힘을 준 게 누구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