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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38화 (1,138/1,559)

제 1138화

조용한 창문 밖으로 소란스러움이 몰려왔다.

나는 조용히 초단이를 기다렸다.

초단이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이번 일은 반드시 필요했다.

“데이비 님. 초단이가 돌아왔다고 보고해.”

“커흠! 크흠!”

헛기침을 몇 차례 한 나는 허겁지겁 몸을 깔끔하게 정돈한 뒤 집무실의 책상에 앉아 근엄한 얼굴로 서류에 시선을 꽂았다.

그리고. 곧 분노한 초단이가 밀고 들어오길 기다렸다.

…….

5분이 지났나.

그래. 바빠도 자기 할 일은 끝나고 오겠지.

10분이 더 지났다.

어라? 이상한데.

경직된 표정으로 엄한 아버지를 흉내 내는 것도 잠깐이지 이렇게 안 온다고?

“륀느. 얘 왜 안 와?”

“륀느로썬 이해 불가.”

손에 쥔 핫도그에 정신이 팔린 녀석에게 무엇을 기대할까.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마나를 옅게 일으켰다.

억지로 굳은 얼굴에 근엄한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몸에 쥐가 나려 한다.

그렇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큰 그림이오. 대형 낚시이며, 나의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페르세르크를 포함한 세 사람에게 들키지 않게 짜고 있는 나의 계략이기도 했다.

내가 천녀의 일로 인해 명국에 가 있을 때. 반항기에 빠져든 에반젤린이 급기야 지구로 가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게 일의 시초였다.

그 당시엔 나도 아는 게 없었기에 뒤늦게 에반젤린이 지구로 가출해버린 것을 듣고 꽤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당연히 에반젤린에 대한 걱정이 앞서있던 나는 결사반대를 외쳤고, 페르세르크는 그런 내 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기에 문제가 생기면 돌아오게 하겠다. 그리 약속하며 그 아이를 믿어달라 했다.

애초에 불신할 생각 따윈 없었다. 당시 페르세르크와 대화하며 나는 내가 에반젤린을 너무 과보호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생각을 고쳐먹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진짜 사고가 터지면 그건 안되지.”

그래서 아무도 모르게 지구로 넘어가 에반젤린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들을 모조리 파악하고 그들이 손쓰기도 전에 뭉개버리는 쪽을 택했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건 지금부터였다.

사고가 터지면 반드시 데리고 돌아올 거라는 내 입장을 배려해준 페르세르크다.

일리나와 에이리아도 그 사실을 알기에 혹여라도 에반젤린에게 생긴 여러 가지 문제들을 내게 들킬까 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 절대 지지 않으려 드는 페르세르크조차 평소엔 잘하지도 않는 애교까지 부려가며 나를 달래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던 모습을 보면 내 안에 있던 어떤 묘한 가학심이 고개를 짓쳐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너무 재밌다!

너무 즐겁다!

누구 부인인지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속으로 그런 생각을 숨긴 채 나는 짐짓 아무것도 모른 척 그녀들의 그런 필사적인 비밀 엄수에 놀아나 주었다.

그것을 보며 내가 뒤에서 얼마나 웃고 있는지도 모른 채.

물론, 초단이가 화가 나서 나를 찾아오는 것도 계략 중 하나였다.

에반젤린이 어떤 상황인지 망할 별자리와 몇몇 정보통을 통해 알고 있는 나로서는 마냥 에반젤린의 현 상태와 암흑신관에 대해 그냥 둘 수 없는 입장이었다.

둘 다 마냥 해결하기엔 복잡한 사정이 있는 만큼 나는 서로서로 이용할 방법을 택했다.

그 과정에서 초단이가 중요했다.

즉. 초단이가 화가 나서 내게 달려오는 게 메인 과제인데.

“왜 안 오냐고.”

계략대로 됐고 초단이가 내게 따지기 위해 하인스로 돌아온 것까지도 확실하다.

그래도 마냥 웃으면서 이야기하면 계획에 차질이 생기니 엄한 아버지 흉내를 좀 내보려 했는데.

각 잡고 몸에 힘을 빡 주고 있으니 오질 않는다.

순간 머릿속에 섬뜩한 생각이 스쳐 지나가자 몸을 벌떡 일으킨 나는 퍼뜨린 마나를 일정 구역으로 빠르게 보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내게 달려왔어야 할 초단이가 내 예상과 다르게 에이리아의 방에 있는 것을 말이다.

“…….”

“륀느. 탈출 준비해.”

“명령 인수.”

그렇게 말하며 륀느가 작은 날개를 펼치고 움직이려던 찰나.

끼이이익!!

문이 열리며 환한 미소를 지은 누군가가 난입했다.

“이…… 일리나.”

“데이비? 어디 가려구?”

예쁘게 차려입은 일리나의 미소가 짙어진다. 그녀는 분명 페르세르크와 함께 에반젤린의 머리에 난 뿔 때문에 지구에 체류 중일 텐데.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텅!! 소리와 함께 그녀의 치맛자락 아래로 커다란 몽키스패너가 떨어졌다.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일리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조용히 나를 향해 더욱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길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벌컥!!

순식간에 창문을 열어젖힌 내가 창밖으로 도망치려던 찰나.

툭!

나는 창밖에서 부유 마법을 사용한 채 초월의 종언으로 내 가슴을 쿡쿡 찌르는 페르세르크에게 막힐 수밖에 없었다.

“데이비.”

“어…… 어어 페르.”

“며칠간 참 즐거웠겠구나.”

“…….”

“어쩐지. 그대답지 않게 집요하다 싶었지. 본녀가 얼마나 식은땀을 뺐는지도 모르고 말이야.”

예쁘게 웃는 그녀는 마치 신의 사도인 천사처럼 화사하고 밝았다.

“허니 본녀도 조금 즐거워야 수지타산이 맞을 터.”

그녀의 말에 나는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초단이가 어떤 사실을 접한 것까진 좋은데. 본래 초단이의 성격에 이걸 꽁꽁 싸매다가 내게 와서 항의하는 게 일반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초단이는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고 그곳에 있던 일리나와 페르세르크에게 먼저…….

고자질을 해버린 것이다.

당연히 그 사실을 들은 두 사람은 지금까지의 사태에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대번에 눈치챘고. 자신들이 그동안 신나게 놀아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륀느! 일리나를 막아!”

황급히 소리친 나는 페르세르크의 마법을 강제로 디스펠시킨 뒤 바닥에 에어 쿠션을 깔고 떨어뜨렸다.

그리고 황급히 전이를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날아들어 미사일 드롭킥을 꽂아버리는 륀느의 배신에 눈을 부릅떴다.

“너 임마…….”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다.

륀느는 어디서 받았는지 모를 호떡 봉지를 한 손에 쥐고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무감각한 시선은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뭘 줄 수 있느냐고.

배신했구나 이 망할 식충이가!

“데이비. 두 가지 선택권을 줄게.”

일리나가 성큼성큼 다가오며 한 손에 든 몽키스패너를 번뜩였다.

“말하고 죽을래? 그냥 죽고 다시 살아나서 말할래?”

* * *

“응? 메일?”

에반젤린은 자신에게 온 어떤 메일을 보며 의아한 기색을 내비쳤다.

스트리머 사이트에서 오는 메일은 대개 관리자나 같은 스트리머들인 케이스가 많았다.

“어라? 절제 아저씨가 보낸 거네?”

에반젤린에게 절제라는 스트리머는 동종업계의 조금 독특한 아저씨였다.

알하자드를 제외한 첫 시청자이기도 하며 그녀를 지금 여기까지 올라오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조금 다른 곳에 있었다. 에반젤린에게 있어서 그때 당시의 사이트는 조금 충격이었다.

그래도 고마운 사람인데…….

어쩔까 고민하던 그녀는 문득 절제에 대한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왜 그런 이상한 그림을 그려서 사람을 그렇게 우울하게 만들었는지 복수라도 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그녀는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절제의 방송을 검색했다.

[on air]

방송 중이로구나.

그녀는 방에 소리소문없이 진입했다.

“아니 그랬다니까? 진짜 내가 의도한 게 아니라서 얼마나 놀랐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그림도 팽개치고 게임화면을 켜놓은 채 수다를 떨고 있는 그였다.

게임은 그가 건드리지 않아도 마치 자동으로 움직이듯 계속해서 무언가를 해내고 있었다.

저게 요즘 핫한 자동사냥인지 뭔지 그건가?

에반젤린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중요한 건 화면이 아니었다.

에반젤린은 자신의 지갑을 열어 돈을 확인한 뒤 숨을 짧게 들이켰다.

그리고는 후원시스템에 손을 올렸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당장에라도 비명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이게 얼마야…….

띠링!

-에린 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절제 아저씨. 왜 개인 카톡 안 봐요? 저 그렇게 울려놓고 이젠 무시하는 거예요?

갑작스런 후원에 이야기를 하던 절제가 멈춘다.

동시에 채팅창에 무수한 물음표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

[이게 뭔 소리임?]

[뭐야. 찐 에린임?]

[리얼?]

“아…… 아니 잠깐 이게 무슨 소리야!”

당황한 절제가 멀끔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허둥지둥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니 속에 쌓여있던 분노가 한껏 흘러내려 가는 기분이 들었다.

방송을 하는 이들은 폭탄에 당황하는 게 많으니까.

사소하고 소심한 복수일 뿐이었다.

물론. 이 복수방법도 여기저기 방송을 보며 공부하다가 배운 것뿐 이기에 저게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었다.

문제는 그것이었다.

에반젤린은 저것이 불러올 오해가 얼마나 큰지를 모른다.

“아니 잠깐만 여러분 내 말 좀 들어봐!”

[해]

[명]

[해]

[명]

[해]

[절대 해명해]

[와 진짜 절제 그렇게 안 봤는데 이거 순 욕망군단장 그 자체네.]

[미친노미 머릿속에 그런 것만 가득하더니 끝내 절제심 26강 가다가 깨 먹었냐?]

[미치광이 쉑. 구독 취소하러 갑니다.]

[와 잠깐 이건 아니지.]

이상하게 반응이 강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키득키득 웃음이 나오는 에반젤린이었다.

“아니 잠깐만! 잠깐만요 에린 님!”

당황한 그가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급히 에반젤린을 부르기에 이르렀다.

[왜요.]

“아니 무슨 오해를 할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황급히 소리치는 그를 보며 에반젤린은 잠시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다 엄마가 아빠에게 가끔씩 하던 말을 떠올렸다.

[그래요. 오해라 이거죠? 난 그냥 잠시 즐기는 장난감이었지.]

급기야 거품을 물것처럼 눈을 부릅 뜨는 그를 보며 에반젤린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뒤로한 채 채팅을 쳤다.

[구취]

[구취]

[구독 취소함 쓰레기 쉑~]

[와 잠깐만 머리가 어질어질하네.]

[쉽지 않네 절제 쉑.]

[이래놓고 우리보고 이상 성욕자라고?]

채팅창은 아주 불바다가 되어있었다.

[나]

[락]

[나]

[락]

한마음 한뜻으로 그를 몰아붙이는 걸 보며 에반젤린은 이제 슬슬 도망가야 한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오늘 방송은 게임방송이나 다시 해보자. 이번엔 조금 더 잔잔한 거로.

“자…… 잠깐만요 에린 씨! 이건 아니지!”

대답이 없다. 점점 불타오르는 채팅창을 보며 싱긋 웃은 에반젤린은 퇴장에 마우스를 올렸다.

“야! 에반젤린 올 라운!!”

급기야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지르는 그를 뒤로한 채 에반젤린은 속 시원하게 퇴장 버튼을 클릭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방송을 켰다.

세팅을 준비하기 몇 분이 지났을까 우르르 몰려드는 시청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줄어든다는 법칙도 잊었는지 여전히 바글바글했다.

“반가워요. 여러분. 오늘은 게임을 다시 도전할 거에요.”

무엇을 해볼까 고민하던 찰나 채팅창에서 몇몇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공주님 절제랑 대체 무슨 일 있었음?]

그 질문은 당연했다.

조금 전에 절제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후려갈겼으니 말이다.

“글쎄요. 전 아무것도 모르겠는데요?”

[와…… 무친련 ㅋㅋㅋㅋㅋㅋ]

[세상에 뻔뻔하기가 아다만티움 벙커 같네요.]

그런 시청자의 질문에 담담하게 답하며 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미 스트리머 게시판에선 절제가 에반젤린 올 라운에게 무언가 엄청난 짓을 저질렀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절제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지만, 에반젤린은 속이 시원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아야!”

[???]

[뭔 일임?]

[캠 켜 빨리 방장! 뭔 일인지 궁금하자너!]

갑작스런 통증에 자신의 뿔을 부여잡은 에반젤린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찌릿하게 바늘로 찔린듯한 통증은 사라졌지만 묘한 찝찝함이 남는 그녀였다.

“어쨌든 오늘은 게임을 조금 하고 그림을 그릴 거에요. 그러니까 우선은 이걸 할거에요!”

이윽고 에반젤린이 화면에 무언가를 출력하기 시작했다.

[???]

[이걸 한다고??]

[이 집 갈고리 수집 잘하네.]

그녀가 켠 것은 어떤 박자 게임이었다. 다만 보통 리듬 박자 게임처럼 천장에서 내려오는 비트를 두드리는 게임이 아니라 원 두 개가 빙글빙글 돌며 박자에 맞춰 원이 블록과 닿았을 때 두드리는 게임이었다.

무슨 차이냐 한다면 정신을 극한으로 어지럽게 만들 수 있다는 정도일까.

“나 이거 짱 잘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걸 한다고? 이거 진짜 개 어려운 게임 아님?]

[팩트. 방장은 어두운 영혼도 하다가 던진 게이머다.]

[팩트 방장은 초보가 강화도 없이 지저왕까지 가서 공략 없이 반피를 뺀 재능충이다.]

시끄러워지는 채팅창을 무시한 채 그녀는 가볍게 손을 풀었다.

동체 시력을 단련할 때 과거 데이비가 작은 게임기를 건네준 적이 있었다. 거기서 그녀가 질리도록 해본 게임이 바로 이것이었다.

해맑게 웃으며 그녀는 가장 어렵기로 소문난 난이도의 게임을 활성화 시켰다.

[???이걸 한다고?]

[???: 나 이거 짱 잘해요!]

[이거 전 세계에 깬 사람 10명도 안 되는 미친 난이도인데?]

그렇게 물음표가 올라오거나 말거나 그녀는 흥얼거리며 노래에 맞춰 키보드를 톡톡 두드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이리 왔다가 저리 갔다가 난리를 치는 비트에 맞춰 그녀의 손이 경쾌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방장님. 내 방송에서 폭탄을 던져놓고 여기서 게임을 하고 있네?!]

절제의 아이디와 함께 항의성 가득한 채팅이 올라왔다.

이에 에반젤린이 헤헤 웃어 보였다.

“흥, 복수에요.”

그렇게 채팅을 봐가면서도 여유롭게 그리고 경악스러운 박자감과 속도로 연타를 하는 에반젤린을 보며 시청자들은 벙찔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 난이도가 저렇게 채팅보고 대답하면서 장난스럽게 깰 수 있는 난이도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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