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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46화 (1,146/1,559)

제 1146화

미식 연구회의 뿌리는 깊다.

연구회의 회장인 유리아는 십수 년 전부터 이미 주변 엘프들에게 괴짜 소리를 들을 정도로 독특한 식문화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그녀가 만들어내고 완성한 음식이라는 탈을 쓴 괴식들이 맛이 없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었다.

맛이 좋기에 더욱 자괴감이 든다!

에반젤린은 한동안 화장실에서 나오지 못했다.

마치 몇 달 동안 먹은 모든 것을 토해내려는 것처럼 화장실과 물아일체가 되어버린 그녀를 보며 유리아가 곤란하다는 말투를 내뱉었다.

“이상하네요. 딱히 독이 있는 건 아닌데요.”

그렇게 말하지만, 그녀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쾅!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요! 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예요?! 언니는 믿었는데!”

눈물까지 머금고 울먹거리며 튀어나온 에반젤린의 외침에 유리아가 키득키득 웃었다.

“이상하네요. 하지만 맛은 있지 않았나요? 게다가 굉장히 몸에도 좋답니다.”

그녀의 말에 에반젤린이 다시금 재료가 떠올랐는지 토하는 시늉을 했다.

“언니 다시는 안 믿어! 언니가 주는 건 이제 안 먹을 거에요!”

“이런 아쉽게 되었네요. 아 그럼 이걸 드셔보실래요?”

“초…… 초콜릿! 합?!”

초콜릿 상자를 보자마자 눈을 반짝인 에반젤린이 다시금 경계 어린 표정을 지었다.

“안 속아요. 또 뭘 넣었죠?”

“아녜요. 이번엔 은공이 허락한 재료만 쓴 거랍니다.”

은공. 데이비 올 라운을 뜻하는 단어였다.

에반젤린은 의심스럽게 그녀를 바라보다 초콜릿을 노려보았다.

그냥 안 먹는다고 하는데. 눈앞의 초콜릿에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향기는 당장이라도 이걸 먹지 않으면 총으로 쏘겠다! 라며 강도가 협박하는 듯한 충동이 일게 만들었다.

“으…… 으윽…….”

뭐 하는 거야. 어서 나를 집어먹어,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초콜릿이야. 자 맛있겠지? 향기롭겠지? 입안에서 살살 녹아 네 혓바닥을 극락으로 유린할 것이다!

무생물인 초콜릿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그녀를 유혹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한참을 고민하기를 잠시. 결국, 에반젤린은 유혹을 넘기지 못했다. 그래도 이번 건 아빠가 허용한 재료라니까.

그렇게 믿고 입에 들어간 초콜릿은 조금 독특한 맛이었다.

하지만.

“맛있어!”

그녀가 그동안 먹어온 초콜릿과는 완전히 다른 신기한 맛이 났다.

달콤하면서도 끈적임이 없다.

지구에도 맛있는 초콜릿이 많지만,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수준.

이에 에반젤린은 누가 빼앗아갈세라 몇 개를 더 집어 입안에 쏙 털어 넣고는 행복하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유리아는 즐겁게 바라보았다.

“어때요. 마음에 드시나요?”

“응! 마있어요!”

오물거리느라 발음이 뭉개졌지만, 그녀는 신경쓰지 않았다.

“맛있다고 해주니 정말 다행이에요. 미식연구회의 연구가 보람이 있네요. 실은 조만간 판매를 할 생각이었답니다.”

그녀의 말에 에반젤린은 마지막 초콜릿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언니, 그런데 이건 뭘로 만든 거예요?”

그 물음에 유리아가 빙그레 웃었다.

“지구의 루왁 커피와 비슷하답니다.”

그 한마디에 에반젤린이 잠시 멈칫했다.

“뭐…… 라고요?”

“지구에선 고양이…….”

“끼야악!”

비명과 함께 입안에 있는걸 뱉어낸 그녀가 엉엉 울기 시작하자 유리아는 더욱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때요. 아가씨. 맛은 있죠?”

“언니 미워!!”

그렇게 도망쳐버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유리아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아아…… 거짓말인데, 너무 좋아 미칠 거 같아요.”

그리고 그런 유리아를 곁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륀느는 숨겨놓은 초콜릿을 꺼내 입안에 톡 털어 넣었다.

“재배 방식을 바꾼 열매. 륀느의 발견이 매우 눈부신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고해.”

“그렇군요. 맛이 좋고 몸에 좋다면 굳이 거부감이 드는 재료를 쓸 이유는 없답니다.”

그럼에도 그녀가 그런 말을 한 이유는 단순히 에반젤린을 놀리는 게 너무 재밌었기 때문이었다.

“하아…….”

약간 몽롱한 표정으로 그녀가 에반젤린이 도망친 장소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달뜬 신음을 냈다.

* * *

미식 연구회의 멤버는 제법 존재한다.

하지만 그중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회원은 단연 륀느와 괴짜 하이 엘프 유리아 헬리샤나였다.

그 외에는 진실을 일면 알면서도 그 맛에 흥미를 느끼거나 효능에 흥미를 느낀 이들이 대다수였다.

물론, 그래 봐야 두셋이 전부였지만 말이다.

즉, 미식 연구회라는 이 수상쩍기 짝이 없는 모임을 진심으로 임하는 건 사실 유리아와 륀느가 전부였다.

그런 탓인지 한 명의 엘프와 한 명의 골렘은 의외로 죽이 잘 맞을 것 같은 취향을 지니고 있다.

다만,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이건 대체 뭔가요?”

흥미를 주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유리아가 중얼거렸다.

그녀가 저렇게 웃을 땐 두 가지뿐이다. 정말로 흥미를 느꼈거나. 극도의 불쾌함을 느꼈거나.

“민트 초코. 매우 맛이 독특하며 불쾌한 음식.”

륀느의 설명에 유리아의 미소가 더욱 짙어진다.

“아아…… 굉장히 개성 넘치는 맛이네요! 그래요. 마치 치약 같은…….”

“쓰레기라 명시.”

“쓰레기라뇨! 이건 세기의 발견인걸요?”

그녀의 대답에 륀느가 흠칫 놀랐다.

그리고 유리아를 향해 제정신이냐는 듯 작고 흰 손가락으로 머리 옆을 빙빙 돌렸다.

그 행동은 돌았냐고 묻는 시늉이었다.

“유리아. 제정신인지 의문 륀느의 감정회로가 매우 기이하게 변형 중.”

“저는 제정신인걸요. 그나저나 지구 사람들도 대단하네요. 이런 대단한 음식을 만들어낼 줄이야.”

륀느는 극도의 민트 초코 혐오파였고, 유리아는 민트 초코에 상당한 호감을 드러냈다.

당연히 서로를 이해할 수 없으니 서로 충돌하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입맛이 미쳐버렸다고 판단. 륀느가 회장 유리아의 혓바닥을 낮게 평가.”

“이상하네요. 이걸 맛없다고 하는 륀느 양의 미각 센서가 고장 난 건 아닐까요?”

“정상적인 미각 데이터로는 도저히 먹을 수 없는 맛이라고 분석해.”

“트롤의 피도 드시는 분이?”

“트롤의 똥도 그것보단 맛있을 거라 분석해.”

“흐흥~ 맛알못이네요~”

재밌다는 듯 유리아가 웃어 보이자 륀느의 무감각한 시선과 유리아의 흥미 가득한 시선이 서로 충돌했다.

당장 서로 달려들 것처럼 바라보던 찰나.

지쳐버린 에반젤린이 나타나 륀느의 편을 들었다.

“으웩…… 민트 초코잖아. 나 이거 싫어…… 알하자드 아저씨는 좋아하던데…….”

그녀의 말에 륀느가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유리아를 보다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아주 찰나였지만 유리아는 분명히 그것을 보았다.

딩동~

“아 배달왔다.”

둘의 자존심 싸움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던 에반젤린은 곧 울리는 벨 소리에 후다닥 일어나 폴짝폴짝 뛰어나갔다.

미식연구회가 가장 먼저 손을 대기 시작한 건 역시 배달음식이었다.

그리고, 그 첫 타자는 피자였다.

그리고, 륀느와 유리아는 파인애플 피자라는 괴이한 음식을 놓고 충돌을 일으켰다.

누구는 맛이 좋고, 누구는 이건 과일에 대한 모독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충격적인 사건은 그 후 짜장면이 배달왔을 때 더욱 커졌다.

먹어본 적은 있지만, 현지의 음식이라는 건 조금 독특한 느낌을 준다.

“짜장면!”

“짬뽕!”

배달이 되어 온 음식을 먹어본 유리아와 륀느가 동시에 소리친다.

“이상하네요. 짜장면이 굉장한 음식인걸요?”

“맛알못.”

“아하하. 뭐라구요?”

유리아가 환하게 웃으며 륀느의 머리를 콱 틀어쥐자 륀느도 질 새라 유리아의 머리를 틀어잡았다.

당장 물고 뜯고 싸울 것같이 으르렁거리던 두 미식연구회 회원들을 보던 에반젤린이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대체 왜 저렇게 싸운대? 맛알못들.”

인터넷을 통해 단어를 잘못 배운 사례였다.

둘의 기 싸움을 보며 탕수육의 비닐을 뜯어낸 에반젤린은 이내 콧노래를 부르며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이내 탕수육 소스를…….

그대로 탕수육 위에 부어버렸다.

“헤헤 역시 부어 먹어야 맛있지.”

그 행동에 륀느와 유리아가 동시에 소리 질렀다.

“선택폭을 줄이면 안 돼요!!”

“에반젤린의 혓바닥! 륀느가 낮게 평가!!!”

어조가 평탄한 륀느가 기겁하며 소리 지르는 경우는 정말 보기 드문 케이스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에반젤린은 콧노래를 부르며 이게 왜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는 시선을 보냈다.

눅눅하게 젖어가는 바삭바삭하던 탕수육이 작살나버리자 유리아는 순식간에 눈을 번뜩였다.

다른 음식은 몰라도 탕수육은 가끔씩 데이비가 하인스 영지에 가져오는 편이었다.

그래서 취향도 확고한 편이다. 오랜만에 륀느와 같은 취향의 음식이기도 했다.

그때 유리아의 눈에 아직 남은 바삭바삭한 탕수육이 보인다.

저…… 저거라도 살려야 해요!

속으로 그리 생각한 그녀가 손을 뻗으려던 찰나.

섬광처럼 날아든 륀느가 양손으로 무사히 남아있는 탕수육을 한 움큼 쥐어들었다.

“그…… 그거 내려놔요.”

불안함에 휩싸인 유리아가 소리쳤지만 돌아온 것은 륀느가 한입에 그것들을 다 쑤셔 넣는 장면뿐이었다.

볼이 터질 것처럼 부풀린 채 우물거리는 륀느의 무표정에 유리아의 미소가 더욱 환해졌다.

다만 그녀의 이마에 마치 실핏줄이라도 돋은 것처럼 빠직 소리가 났다.

“이 햄스터 같은 년이!!”

햄스터처럼 뺨을 잔뜩 부풀린 채 우물거리는 륀느는 유리아의 외침에도 입을 오물거리더니 이내 한입에 그걸 다 삼켜버렸다.

그리고는 아주 잠깐.

피식 웃어 보였다.

그 아주 짧은 웃음이 유리아를 폭발시켰다.

“하!”

이에 유리아는 환한 미소 그대로 어딘가에 손을 뻗었다.

이에 륀느의 눈이 살짝 크게 뜨여진다.

“유리아. 매우 좋지 않은 판단. 이것을 륀느가 낮게 평가.”

“그래요?”

“협상을 제시. 협상. 협상을 요청해.”

륀느의 필사적인 외침에도 유리아는 손에 쥔 피자 박스를 개봉했다.

따끈따끈한 치즈 피자.

륀느가 가장 좋아하며 아껴두기 위해 열처리까지 해둔 것이었다.

이에 륀느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유리아는 그대로 핫소스 봉지를 뜯어 피자 위에 핫소스를 듬뿍 부어버렸다.

“어머나. 손이 미끄러졌네요.”

쾅!!

순식간에 륀느의 전신이 황금빛으로 빛나는 듯하더니 작은 날개가 순식간에 커지고 세 쌍으로 늘어난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 위에 원고리가 기하학적인 문양의 헤일로처럼 변했다.

터엉!!!

천칭을 녹여낸 창이 순식간에 그녀의 손에 쥐어진다.

“륀느가 전쟁을 선포해.”

미식회의 회장과 부회장은 가장 잘 맞지만 의외의 부분에서 굉장히 취향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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