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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56화 (1,156/1,559)

제 1156화

“닮았네.”

혼이 나간 듯 돌아간 박승현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레이나는 슬픈 감정이 서린 웃음을 흘렸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의 퇴근인 만큼 주변의 풍경은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대로 한복판에서 갑자기 그런 거대 벌레가 튀어나와 난동이 벌어졌는데 손님이 몰릴 리가 없었다.

결국, 사장님도 어수선해진 분위기 또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가게를 빨리 접고 전부 퇴근시켜버린 것이다.

웃긴 점은 처음의 지진을 제외하고 벌레가 나타나면서 생긴 흔적은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었다.

마치 환각이라고 말하듯 사람들이 놀라서 난장판이 된 것을 제외하곤 정말 거짓말같이 깨끗했다.

그래도 미심쩍은 구석은 있었다.

초단이는 한국대에 가기 위해 치를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먼저 돌아갔고 홀로 남게 된 레이나는 그저 말없이 지구의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박승현.

제법 싹싹하고 성격 좋은 청년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에게 제법 잘 대해준 건 사실 그 때문이 아니었다.

‘사령관님. 반드시 살아 돌아올 테니까. 내 말 들어줘요.’

그녀보다 두어 살 정도 어린 흑발 청년의 목소리가 귓가에 도는 것처럼 흔들렸다.

“아…… 아아…….”

그녀가 옥상에 걸터앉은 채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이제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괜히 속이 쓰려 오는 기분이었다.

데이비를 통해서 과거의 기억을 지운 적도 있었지만 꿈을 한번 꾸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시 돌아오는 기억들이 존재했다.

그 청년은 저항군 내에서도 제법 싹싹한 면모를 보여주던 이였다.

우울하기 그지없는 분위기를 홀로 어떻게든 밝게 만들어보려 했던 인물이며, 언젠가 마족과의 싸움이 끝나고 다시 좋은 세상이 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인물이기도 했다.

실제로 그의 작은 외침은 몇 년 동안 저항군을 바꾸어놓았다.

우울함과 절망만이 가득하던 저항군에서 서서히 희망의 불씨가 피어올랐고, 사람들은 다시금 일어설 힘을 얻었다.

하지만.

그의 끝은 그리 좋지 않았다.

마족의 공포스러운 전력인 초대 리치, 닉스가 이끄는 포격 부대가 청년이 있던 부대를 급습. 포위한 것이다,

뒤늦게 사실을 깨달은 저항군이 구조작전을 펼쳤지만, 저항군이 당도했을 때 그들을 맞이한 건 생존자가 아니었다.

무수한 포격에 의해 조각조각 터져 나가버린 수많은 시체들.

그곳에서. 그는 죽었다. 저항군의 희망이자 불씨였던 청년이다.

그를 지키지 못했던 미련은 아직 꿈에서 나타나 그녀를 괴롭게 했다.

차라리 이런 꿈을 무언가로 덮어버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후우…….”

한숨을 내쉬고 있던 레이나는 복잡한 심경을 털어냈다.

절제 박승현은 이름도, 사는 곳도 경험도 나이도 다르지만, 그 분위기가 그와 닮아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어지간해선 남에게 쉽게 접근하지 않는 그녀가 평소답지 않게 놀려댔던 것 같았다.

“심란해 보인다?”

그때 그녀의 귓가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깜짝 놀란 레이나가 고개를 돌려보자 그곳에는 페르세르크를 어깨에 앉힌 채 빌딩의 옥상 끝에 걸터앉아 낚싯대를 들고 있는 데이비가 보였다.

“왜 여기에…….”

상황 판단이 잘 안 되는 광경이었다.

그가 이곳에 있는 것도 웃기는데 옥상에 앉아서 낚시라니. 근처에 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낚싯바늘엔 기이한 붉은 공이 끼워진 채 허공에서 흩날리고 있었다.

그가 다가가자 데이비의 어깨에 앉아 있던 페르세르크가 예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굳이 저렇게 작은 모습을 할 필요는 없을 텐데. 페르세르크는 가끔씩 저렇게 작은 모습으로 데이비와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낚시.”

데이비의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레이나의 눈이 게슴츠레 뜨여졌다.

“낚시요? 여긴 물이 없는데? 혹시 사람이라도 낚아요?”

“아니.”

피식 웃으며 데이비가 낚싯대를 이리저리 흔들자 페르세르크가 그의 뒤통수를 가볍게 후려갈겼다.

“그대는 그거 나쁜 버릇이라고 본녀가 말했건만.”

툴툴거리며 데이비의 어깨에서 내려온 그녀가 천천히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레이나의 어깨에 앉으며 물었다.

“그대도 보겠는가?”

“어떤걸요?”

“꿈.”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데이비가 들고 있던 낚싯대의 끝에 꽂힌 미끼. 아니 붉은 공이 찌르르 울리는 소리를 냈다.

동시에 주변 풍경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시야가 흐릿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물속에서 눈을 뜨고 주변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몽롱함이 몰려와 그녀가 비틀거리려던 찰나.

페르세르크가 그녀의 뺨에 손을 올려 어떤 마법을 발현하자 정신이 번뜩 들었다.

“각성 마법, 인가요?”

“정신 차려. 여기서 잠들면 그대로 몽환 세계로 끌려들어 가는 게야.”

“고…… 마워요. 그런데 몽환 세계?”

“여기는 이면 세계 같은 거야. 낮에 바퀴벌레 한 마리 봤지?”

데이비의 설명에 레이나가 눈을 크게 떴다.

“맞아요. 그건 대체 뭐죠?”

“뭐긴 뭐야. 악동이 장난치고 있는 거지.”

* * *

몽환 세계가 있는 이면 세계.

평행세계와 다르게 약간 거울 속 같은 세상이기도 했다.

정확히는 프리아 여신의 꿈속 공간이다.

주변이 물로 가득 찬 것처럼 흐릿해 보이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레이나는 주변을 보고 탄성을 흘렸다.

“와…….”

빌딩의 옥상은 분명하다. 하지만 건물이고 돌아다니는 차량이나 날아다니는 새. 사람까지.

모두가 마치 환각처럼 보였다.

“환각 같네요.”

“맞아. 환각이지. 원래 이면세계는 프리아 여신의 꿈속이라서 중간계 자체에 영향을 못 미치는 건 물론이고 보이지도 않거든.”

사각사각사각!!

“윽?!”

비명을 지르며 레이나가 주춤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 갑작스레 대형 바퀴벌레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 수는 무려 7마리.

전부 레이나가 박승현과 함께 있을 때 베어버린 바퀴벌레와 동일한 놈들이었다.

물론, 놈들은 환각이다. 딱히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콰드득…….

순식간에 바닥을 부수며 움직이는 놈을 보며 그녀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환각이 건물을 부수지는 않는다.

경악한 그녀가 급히 무기를 꺼내 들려던 찰나.

데이비가 그녀를 제지했다.

“됐어. 기다려.”

“뭐라고요?! 지금 저것들 가까이 오잖아요!”

그녀의 외침에 데이비는 카드 한 장을 꺼내 허공에 던졌다.

“벌레 전문으로 퇴치하는 놈들이 있으니.”

그말과 함께 그가 던진 카드에서 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세 명의 인영을 만들어냈다.

검을 쥔 인영, 도끼를 든 인영.

다만 이놈들은 깡마른 체격에 피부가 회색빛처럼 창백했다.

마치 미라를 보는 듯한 느낌인데 공포스럽다기보다는 기묘함이 앞섰다.

이윽고 그중 하나가 데이비를 바라보더니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이내 레이나와 페르세르크에게 다가오더니 기묘한 저질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후…… 직접 보니 가관이구나.”

페르세르크가 한숨을 내쉬고 레이나는 그 남사스러운 춤에 얼굴을 붉히고 시선을 돌려버렸다.

빠아아악!!

놈의 그런 저질댄스는 곧 데이비에 의해 제압당했다.

“바퀴벌레들 싸그리 박멸해. 한 놈도 남기지 말고.”

그 말과 함께 놈들이 불만을 표하듯 시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데이비가 곧 머리카락 몇 가닥을 뽑아 훅! 하고 불자 데이비와 흡사하게 생긴 분신체들이 생겨나며 놈들을 집단으로 린치하기 시작했다.

“내가 선 넘지 말라고 했지. 뒤지게 맞고 움직일래? 그냥 움직일래.”

비명인지 모를 웃음소리를 토해내며 녀석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저거 죽이자!

그러자!

지들끼리 아주 신이 난 듯 껄껄 웃어대며 바퀴벌레들을 향해 돌진하는 걸 보며 레이나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저거 대체 뭐에요?!”

“내 영혼에서 떨어져 나온 잔재들.”

“네?”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그녀가 재차 설명을 요구했다.

데이비와는 닮은 점이 1도 없는 놈들이다.

무례하고 과격하고 굉장히 남사스러운 놈들이다

위통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바지 한 장에 무기만 들고 미친 듯이 날뛰는 놈들을 보면 어딜 봐도 데이비가 연상되지 않았다.

“예전에…… 내가 시간이 너무 길어서 살짝 맛이 간 적이 있었거든.”

마치 회상하듯 중얼거리며 데이비가 고개를 저었다.

“그때 생겨난 뒤틀린 성격들이야. 그걸 영혼의 잔재에 담아서 만들어낸 게 저것들.”

저래 봬도 확실히 힘은 있다.

보팔레빗이나 정령 같은 다른 부하 요소를 불러내기 힘든 이곳에서 손을 대신해줄 녀석들이기도 하다.

유일하게 불러올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직접적으로 링크가 된 륀느나 초단이 정도가 전부일 테지만 굳이 불러내진 않았다.

전혀 미덥지 못한 모습이다.

조금 전 초면인데 코앞에 와서 기이한 댄스를 추고 골반을 흔들어대던 놈들이다.

그 어이없는 광경에 그녀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쾅!! 쾅!!

“원래 지구에서 봤던 바퀴벌레는 이곳에서 만들어진 것들이거든. 아무리 그래도 이면세계의 생명체가 그곳에 나타나는 건 말이 안 되는데.”

몽환 세계가 늘어나면서 악몽이 생겨나고 녀석의 장난질로 그 모습이 환각이 되어 세상에 나타난 것이다.

당연히 이 이면세계에선 지구의 모습이 환각이고 나머지가 진짜이니 거대한 벌레도 진짜 형태를 유지한다.

“지금이야 환각으로 그치지 좀 지나봐라. 진짜 한두 마리 정도는 튀어나올걸?”

허탈한 표정으로 레이나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독특하게 생긴 물방울 같은 것들이 다수 떠 있었다.

그 크기는 무려 수십 미터에서 크게는 수백 미터가 되어 보이는 것들도 가득했다.

하나하나 비치는 것이 다른 세상의 모습인 것을 보면 저게 진짜 프리아 여신의 꿈이 만들어낸 가짜 세계인 듯 보였다.

위협이 되진 않지만 그래도 어느 순간 자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1미터는 훌쩍 넘는 벌레 한 마리가 사각사각 소리를 내고 있으면 맨정신으로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 그 악몽인지 뭔지를 잡으러 온건가요?”

“악몽이 가진 힘이 좀 필요하거든. 지금 보니까 너도 필요해 보이는데.”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 데이비가 말했다.

“그건 꿈을 만들어내. 인간의 꿈을 뒤덮는 것도 가능하고.”

그의 설명에 레이나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였다.

콱!!

데이비가 던진 낚싯대를 누군가가 물었다.

동시에 데이비가 신이 난 듯 낚싯대를 그대로 잡아당기자 공간이 찢어지며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프리아 여신과 흡사하지만, 그 외향은 고작해야 7살 정도 되어 보이는 작은 소년이었다.

여신이 소년이 되면 이런 모습일까.

상당히 장난스러워 보이는 표정을 보면 확실히 그녀와는 달라 보인다.

공간 너머에서 끌려 나온 소년은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더니 다시금 도망치려 했고, 데이비는 그런 녀석의 뒷덜미를 낚아챈 뒤 말했다.

“장난질 하던 게 너지? 좋은 말할 때 그만두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

데이비의 말을 알아들은 것일까.

소년은 고개를 돌려 데이비를 보더니 이내 입을 뻐끔거렸다.

그리고는 한순간에 데이비를 향해 손을 뻗었다.

뽀그르르르륵!!

갑작스런 비누거품이 사방을 휘감는다.

깜짝 놀란 레이나가 퍼져나오는 거품을 걷어냈지만 이미 소년은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후였다.

“하하하하하하!”

아주 장난을 좋아하는 악동처럼 허공에 뜬 채 배를 잡고 웃고 있는 녀석을 보며 레이나는 흠칫 놀랐다.

곁에 서 있던 데이비가 언제 꺼낸 건지 모를 거대한 망치. 코로나 디스트로이어를 뿌득 소리 나게 잡았기 때문이었다.

“말로 하려니까 안 되겠네.”

“데이비. 진정해.”

페르세르크가 만류하지만, 그의 미소는 더욱 짙어진다.

악의 없는 악동.

녀석은 허공에 뜬 채 이리저리 유영하며 혀를 쏙 내밀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

쾅!! 쾅!!

밑에선 벌레를 토벌하느라 여념이 없는 분신체와 삼총사가 날뛰고 위에는 악몽으로 추정되는 녀석이 굉장히 산만하게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눈을 반짝인다.

[그 아이는 그저 놀고 싶은 거야. 놀 상대가 필요한 거지. 그러니까 우선은 네가 그 녀석을 만족시켜봐.]

금방이라도 덤벼들 것처럼 굴던 데이비는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는 해머를 다시 허공에 던져 아공간에 밀어 넣고는 말했다.

“후…… 좋아, 꼬맹아. 같이 놀고 싶냐?”

그 물음에 녀석이 눈을 크게 뜨더니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혹시 섬광 술래잡기라고 알고 있냐?”

그렇게 말하며 데이비가 주머니에서 작은 구슬을 꺼냈다.

“이건 어디 사는 변태가 만든 신력 섬광탄이라는 건데 말이야. 터지면 귀와 눈이 한순간에 맛이 가거든.”

신기한 듯 녀석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때 페르세르크가 레이나에게 말한다.

“레이나. 귀 막고 눈 감아.”

그말과 함께 레이나가 흠칫 놀라 귀를 막고 눈을 감기가 무섭게 퍼엉!!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삐이! 소리만 울려 퍼지는 침묵 속에서 천천히 눈을 뜬 레이나는 곧 바닥에 쓰러진 채 눈을 붙잡고 데굴데굴 구르고 있는 악몽을 볼 수 있었다.

당황한 녀석이 한참을 구르다 어렵게 눈을 떴을 때 데이비가 환하게 웃으며 구슬을 하나 더 꺼내 든다.

악몽의 표정이 퍼렇게 질렸다.

[악몽을 다루는데 필요한 물건은 내가 줄게. 녀석을 제어하고 잘 교육시키면 네가 필요한 힘을 받을 수 있을 거야.]

프리아 여신이 건네준 건 이면세계로 들어오는 낚싯대를 제외하고도 많았다.

데이비가 환하게 웃었다.

“규칙은 간단해. 내게서 잡히지 않고 5분을 버티면 네 승리야. 네가 이기면 내가 한동안 너와 재밌게 놀아줄게.”

데이비의 설명에 녀석이 의심스럽다는 듯 눈을 흘겼다.

방금전까지 같이 논다는 것에 굉장한 즐거움을 느끼던 녀석이지만 이제는 그게 아닌 듯 보였다.

이윽고 위기를 감지한 녀석이 주춤주춤 물러나더니 거리를 벌린다.

“10초 후에 쫓아갈게.”

그 말에 녀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10.”

빠른 속도로 도망치지만, 데이비는 느긋하게 숫자를 헤아렸다.

그리고, 10 다음의 숫자를 다시 헤아렸다.

“1. 시작.”

콰아앙!!!

주변이 일그러지는 충격파와 함께 데이비가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허겁지겁 도망치던 악동의 뒷덜미를 낚아챈 뒤 환하게 웃었다.

“한번 잡혔네? 다시 5분이다. 페르세르크. 시간 잘 재고 있어.”

그 말과 함께 페르세르크는 한숨을 내쉬며 스톱워치를 꺼내 들었고 초월의 종언을 두드려 주변에 짙은 색의 장막을 펼쳤다.

그리고 흐릿하게 보이는 장막 너머로 데이비가 녀석의 눈앞에 섬광탄 구슬을 들이미는 것을 보았다.

눈을 부릅 뜬채 퍼렇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세차게 저어 보이는 악동.

그런 악동을 보며 섬뜩한 미소를 지은 채 섬광 구슬을 들이미는 데이비.

저 섬광은 악동에게 그 효과가 크다고 했던가.

퍼엉!!! 삐이이이…….

녀석이 또 한차례 허공에서 눈을 감싸 쥐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한참 동안 몸을 통통 튕기며 괴로워하던 녀석은 곧 시야가 다시 돌아왔는지 흠칫 놀라며 주변을 둘러보았고 급히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그가 도망치려던 장소에는 이미 데이비가 환한 비소를 지은 채 양손을 손바닥이 보이게 펼쳐 들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 하나하나 사이엔 새빨간 구슬들이 끼워져 있었다.

하나하나가 모두 섬광 구슬이다.

녀석이 퍼렇게 질린 채 몸의 형태를 바꾼다. 그 형태는 소년이 아닌 소녀의 모습으로 프리아 여신이 어린아이라면 이런 모습일까 싶은 모습이었다.

“시…… 싫어!!”

비명과도 같은 악몽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며…….

퍼버버버버버벙!!!

연달아 구슬이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해. 도망 안 가고. 5분 동안 안 잡히면 된다니까?”

데이비의 스산한 웃음소리에 악몽이 우는 소리를 내며 허공을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레이나는 갑작스런 벌레의 출몰로 혹여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걱정했지만 데이비의 행동을 보고 있으니 오히려 악몽이 불쌍하다는 동정심까지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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